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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죽고 나니 마왕이 되어 있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Testable
그림/삽화
Zig
작품등록일 :
2019.02.24 00:11
최근연재일 :
2024.06.22 21:55
연재수 :
308 회
조회수 :
137,589
추천수 :
3,292
글자수 :
1,713,963

작성
19.06.06 04:44
조회
765
추천
17
글자
9쪽

빙의 능력자

DUMMY

자객과 조우한 사람치고는 전혀 놀란 기색이 엿보이지 않는 소년의 어투에 유리에가 고개를 갸웃한다.

『어머, 내 스타일이야. 조금 더 나이가 들었으면 금상첨화일 텐데.』

“오빠가 류셀?”

유리에는 머릿속의 목소리를 무시해버리고 물었다.


“그렇다.”


목표가 입고 있는 것은 유리에가 살면서 전혀 본적이 없는 이상한 옷이다. 재질이 무엇인지 짐작도 가지 않는 검은색 상의는 천 재질 같지만 동시에 가죽 느낌이 났다.


긴 코트, 아니 오히려 망토 같은 상의 안에도 같은 검정색 셔츠 비슷한 것과 검은색 벨트를 맨 바지를 입고 있다. 모든 걸 검은색으로 통일했다는 건 유리에보다 한수 위였다. 그녀의 머리는 붉은색이었으니까.


“흐응~ 내가 누군지 알고 있는 거야?”


“물론이다. 왕국에서 217명 죽였지?”


“와... 어떻게? 오빠는 박식하네?”


절대 외부인이 알 수가 없을 정보를 류셀이 말하자 유리에의 얼굴이 환해졌다. 계속 두르고 있던 마스크를 풀기까지 했다. 저택 입구에서 느꼈던 이상한 느낌의 정체는 이것이었다. 이번의 목표는 그녀를 재미있게 해줄 수 있는 극상의 것이라는 걸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저~기 앞에서 두 명을 죽였는데 오빠의 부하였어?”


유리에가 창밖으로 보이는 저택의 입구를 가리키며 묻는다.


“뭐, 그런 걸로 볼 수 있겠지.”


“구하거나 하지는 않은 거야?”


“그렇게 쉽게 당해버릴 부하는 처음부터 필요 없었다.”


“전부 보고 있었구나! 와!”


유리에는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이런 목표는 처음이었다. 어딘가 나사가 몇 개 빠진 것 같은 느낌의, 마치 그녀 자신과 같은 냄새의 사람이었다.


“제국 정보국도 일손이 모자란 모양이군. 아무리 전쟁 전에 나를 죽이고 싶다고 해도 너를 보내다니, 붉은 유령.”


“그 별명은 싫어!”


볼을 부풀리며 토라진 유리에였다.


『유리에, 이 소년... 잘 살펴봤는데 인간이 아니야.』


“정말?”


『... 마족? 마족도 뭔가 아닌 느낌이야. 적어도 평범한 마족은 아니야. 내 영혼에 새겨진 흉터가 자꾸 지끈거리고 있어.』


“페리스, 그 말은ㅡ!”


『마왕이야, 유리에. 그렇지 않고서야 몸도 없는데 이렇게 옛 상처가 아파올 리가 없어.』


“역시! 오빠는 마왕이었구나!”


류셀의 얼굴에 놀라움이 잠깐 스친 것 같았다. 유리에는 토라진 표정을 풀고 류셀에게 다가섰다.


“아 맞다, 자기소개... 내 이름은 유리에라구? 아, 그렇지 자기소개! 좋아하는 건 살인이랑... 음... 살인이야! 여러 명 동시에 죽이는 게 제일 재밌어! 하지만 마왕은 아직 죽여본 적 없으려나? 오늘이 처음이야!”


그 순수한 표정에서는 적의나 살의 따위는 묻어나지 않았다. 그런 걸 배우기도 전에 살인을 먼저 배운 그녀였으니까. 목표와 같이 살고 있다는 웨어울프가 그녀의 침입을 탐지하지 못한 것도 그런 이유다.


유리에는 마치 디저트로 사과를 깎는 것처럼 타인의 목숨을 앗는 것이다. 그것에는 아무런 악의도 없으며, 단지 즐겨하는 일을 한다는 의의가 남아있을 뿐이다.


『이런 몸이 되고 나서야 마왕과 한판 붙을 수 있다니, 좀 달아오르는 걸.』


“페리스가 있으니까 안심이야! 평소대로 하면 되는 거지?”


『그래. 항상 하는 것처럼.』

“좋았~어.”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혼자 허공에 대고 대화할 뿐인 광인처럼 보였겠지. 하지만 유리에는 분명 그녀의 친우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저기, 부탁 하나 해도 될까 오빠?”


어린아이의 순진무구함을 그대로 얼굴에 담으며 유리에가 물었다.


류셀은 그녀를 경계해 뒤로 물러나는 짓은 하지 않고, 그저 차가운 눈으로 유리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 진~짜 오빠 죽이고 싶은데, 그래도 괜찮지? 그럼 간다?”


챙.


유리에가 말을 끝내자마자 휘두른 긴 도신의 검을, 마찬가지로 흑색의 검이 받아내고 있었다.


차악, 휙.


금속이 아닌 것처럼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검은 유리에의 검을 밑으로 미끄러뜨리며 횡을 긋는다.


날렵한 회피동작으로 뒤로 뛰어 그걸 피한 유리에는 상대 쪽을 보고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


류셀의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있었던 것이다. 그의 눈은 그의 검처럼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물론이지. 나도 실은 너를 죽이는 걸 기대하고 있었다.”


쾅.

쾅.

쾅.


소년이 검격을 가할때마다 천장이 무너지고 벽이 박살난다. 도신이 닿지 않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파괴를 흩뿌리는 모습은 대단히 비현실적이었다.


“왜 그러나, 피하기만 해선 승부가 나지 않는다.”


“오빠야말로, 자기 집인데 이렇게 부숴도 되는 거야?”


벽을 타거나 빙글빙글 돌거나 하며 류셀의 검격을 피하던 유리에가 물었다. 상대가 회피에 특화되어 있다는 걸 깨달았는지 류셀도 위력을 조절하지 않고 휘두르던 검을 살짝 내렸다. 유리에였어도 상대에게 맞지 않는 공격을 계속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처음의 기세는 어디갔지? 그 검은 한 번 휘둘렀을 뿐인 장식품인가?”


류셀이 유리에가 든 검을 가리키자 그녀는 “아, 이거?”라며 검을 들어 보였다.


“무시하면 페리스가 화내. 세상에 둘도 없는 명검이랬거든. 그치?”


“누구에게 묻고 있는 건가.”


“페리스지 누구야?”


『유리에. 역시 저 소년은 마법사다. 검을 휘두르기만 할 뿐이지 전혀 숙련되지 않았어.』


“음... 그럼 누굴 부를까?”


『루코브.』


“루코브! 빨리 와!”


만면의 웃음을 지으며 유리에는 뭔가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활짝 두 팔을 벌렸다. 류셀이 모종의 마법을 쓰려는 것처럼 검지를 치켜드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은채.




...




내 손에서 검은 빛이 쏟아져나와, 순식간에 암살자 소녀ㅡ유리에를 뒤덮었다.


“역시 말 뿐이었던 건가.”


기대시킨 것 치고는 너무 일찍 리타이어한 적에 대한 실망의 말을 담는다. 하지만 내가 하려던 말은 쏜살같이 지나간 파괴의 빛이 사그러지고 난 뒤 멀쩡히 서있는 유리에를 보고 끊겨버렸다.


“버스트? 젊은 놈이 위험ㅡ한 마법을 써, 킬킬.”


순간, 내 앞에 서있는 건 방금 전까지의 소녀가 아니라는 느낌이 강렬하게 들었다.


“자네가 마왕, 이라고 했나? 이번은 저번보다 재미ㅡ있을 것 같단 말일세. 꽤나 강력한 것이 태어났어, 그럼그럼.”


말투가 노인의 그것으로 순식간에 바뀐 유리에는 수염을 매만지려는 듯 턱에 손가락을 가져가다 그곳의 수염의 부재를 확인하고 얼굴을 찡그렸다.


“이 꼬맹이의 몸은 언제 들어와도 익숙ㅡ해지지가 않아. 젠장할!”


유리에가 허공에서 뭔가를 낚아채는 동작을 하더니 난데없이 나타난 팔뚝 길이의 나무 지팡이를 휘둘렀다.


“처음은 화려하게! 그게 내 철ㅡ학이라네!”


흰 빛이 빠르게 지팡이에 모여들고, 여러 갈래로 나뉘어 사방으로 쏟아져나간다. 유리에가 주문명 없이 쓴 마법으로 생겨난 흰 빛이 닿은 곳은 즉시 폭발했다. 반사적으로 방어 마법을 발동했지만, 빛의 갈래는 방어막을 그대로 뚫고 나를 덮치려고 했다.


콰쾅!


바닥이 무너져내린 와중에도 천천히 낙하해 사뿐히 내 방의 잔해를 딛고 선 유리에는 아까 자신이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상처가 전혀 없이 서 있는 나를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방어마법이 아니군? 그래, 고유스킬인가! 무슨 수로 이ㅡ몸의 자체제작 마법을 막아냈는지는 모르겠으나 신기한 힘을 가졌군 그래? 킬킬킬...”


『보스! 정말 혼자서 괜찮으시겠습니까?』

『몇 번이고 말을 반복하게 하지 마라, 린. 일단 나 혼자서 대응한다.』


사념으로 들어온 외침에 나는 무미건조하게 답변했다.


『나를 노리고 제국에서 보낸 암살자다. 통신마법은 쓰고 있지 않은 것 같지만 방심할 수 없어. 다른 방법으로 정보가 새나갈지 모르는 이상 너희라는 패를 너무 보여줬다간 나중에 불리한 싸움을 하게 된다.』

『하지만 주인되는 자를 홀로 싸우게는...!』

『내 고유스킬을 알고 있는 너다. 사전에 얘기했던 대로 모두를 데리고 지정한 곳에서 대기하고 있어라.』

『... 알겠습니다...』


사념통신을 마친 나는 다시 전투에 집중했다.


저 작은 몸에 저만한 마력이 깃들어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만한 폭발을 고작 시험삼아 일으킨 것이다. 사람이 갑자기 바뀐 것 같은 느낌도 그렇고, 내가 모르는 것 투성이다.


저 빛마법이 나를 꿰뚫으려할때는 나조차도 마땅한 대항책이 떠오르지 않았기에, 고유스킬을 발동시켜버렸다.


이쪽 세계의 공격을 전부 단절시키지 않았다면 무사히 끝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간의 몸으로 저 정도의 마법을 다룰 수 있을 거란 생각을 못한 내 미스였다.


하지만.


“다시 이쪽의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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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초전 +1 19.08.03 624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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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첫 번째 함락 +1 19.07.22 648 13 10쪽
52 제국의 침공 +1 19.07.18 690 15 9쪽
51 환청 +1 19.07.14 660 14 10쪽
50 아침 +3 19.07.11 741 17 10쪽
49 잃어버린 기억 +2 19.07.06 751 33 9쪽
48 노트북이 고장나서 잠시 휴재합니다 +3 19.06.18 819 12 1쪽
» 빙의 능력자 +1 19.06.06 766 17 9쪽
46 살인 청부업자(11세) +1 19.06.02 808 17 9쪽
45 대(對)인간병기 +1 19.06.01 798 17 11쪽
44 전쟁의 피스 +1 19.05.30 809 17 11쪽
43 밤하늘 +1 19.05.26 869 21 10쪽
42 신화의 괴물 +2 19.05.25 903 20 11쪽
41 선전포고 +3 19.05.22 949 24 10쪽
40 헬하운드와 펜리르 +1 19.05.19 968 19 11쪽
39 카니앗 이그ㆍ시 피아 +2 19.05.17 936 23 8쪽
38 다크엘프 +2 19.05.16 1,014 22 10쪽
37 시찰 +1 19.05.12 1,007 23 9쪽
36 목적과 이유 +2 19.05.11 1,065 24 9쪽
35 전쟁의 준비 +4 19.05.09 1,132 24 9쪽
34 네이아르 백작 +2 19.05.06 1,157 29 10쪽
33 죄의 운반 +2 19.05.05 1,201 29 9쪽
32 유일한 생존자 +7 19.04.25 1,222 32 10쪽
31 앞으로의 연재 공지 및 1권 후기 +3 19.03.25 1,447 21 1쪽
30 모두 죽었다 +4 19.03.25 1,411 35 8쪽
29 피의 연회가 열렸다 +3 19.03.24 1,418 38 10쪽
28 명령을 내리다 +4 19.03.23 1,396 35 8쪽
27 연회는 시작되려고 했다 +2 19.03.23 1,448 37 9쪽
26 선배의 텃세는 통하지 않는다 +2 19.03.22 1,403 34 8쪽
25 한밤중의 불청객이 찾아오다 +6 19.03.20 1,524 36 9쪽
24 이제 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3 19.03.20 1,467 36 8쪽
23 금의환향하다 +3 19.03.19 1,523 3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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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던전의 주인은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2 19.03.17 1,529 37 8쪽
20 한때 사람이었던 것을 만나다 +3 19.03.16 1,567 38 8쪽
19 광맥의 던전에 가다 +3 19.03.15 1,547 37 8쪽
18 그는 시비 걸어야 할 상대를 잘못 골랐다 +2 19.03.12 1,562 37 9쪽
17 사슬은 묶었다 +3 19.03.12 1,604 43 7쪽
16 그건 인간이 아니었다 +2 19.03.11 1,606 40 8쪽
15 대련을 하다 +2 19.03.11 1,727 37 8쪽
14 몰살은 성공적이었다 +6 19.03.10 1,722 36 8쪽
13 도적 소탕전을 시작하다 +3 19.03.09 1,778 3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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