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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죽고 나니 마왕이 되어 있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Testable
그림/삽화
Zig
작품등록일 :
2019.02.24 00:11
최근연재일 :
2024.06.22 21:55
연재수 :
308 회
조회수 :
137,556
추천수 :
3,292
글자수 :
1,713,963

작성
19.03.22 00:12
조회
1,402
추천
34
글자
8쪽

선배의 텃세는 통하지 않는다

DUMMY

푸흡.


고전판타지 게임에서 튀어나온 것 같아 웃음이 나오려고 했다.


검사, 탱커, 법사에 힐러인가. 클리셰도 정도껏 해야지 이러면 작정하고 웃기려고 하는 것이다.


“소, 손님.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직원의 말은 깔끔하게 무시당했다.


“너희냐? 자이언트 드래곤을 잡았다는 게.”


어깨에 잔뜩 힘을 준 남자 검사가 대뜸 말했다.


“무, 무슨 일인가요?”


시이나가 민감하게 반응한다. 상대의 복장을 보고 대충 정체를 눈치 챈 것이겠지.


“식사 중에 방해하다니, 예절을 모르시는 분들이네요.”


이스는 힐난하는 눈초리로 사인조를 보았다.


“뭐긴 뭐야. 너희들의 대선배님들이다. 설마 우리를 모른다는 건 아니겠지?”


나는 그들의 존재를 무시하고 잔에 남은 와인을 마저 마셨다.


“저기저기 너어, 조금 태도가 불량한 거 아니야? 우리 리더가 말하는데 태도가 그게 뭐야?”


과도하게 가슴을 드러낸 복장을 한 여자 마법사가 나를 보며 새된 소리를 냈다.


“네가 S급 판정을 받은 흑의 소년이군. 하지만 너무 자만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큰 덩치의 남자도 나에 대한 비난에 가세했다.


“자기소개도 없이 시비를 거시는 건가요?”


이스가 진심으로 짜증을 내자 금발의 검사는 과장스럽게 절을 했다.


“이거 실례. 레이디를 무시하려는 생각은 없었어. 자기소개가 먼저였지. 우리는 '금의 장미'. 알트레아 왕국의 서열 1위 모험자 팀이다.”

“금의 장미라면... 설마 정말로 당신들이?”

“닥쳐라, 천한 년.”


검사는 180도 바뀐 태도로 시이나를 노려보았다.


“직원은 뭐하고 있는 거야? 마족 따위를 이곳에 들여보내고. 돈만 내면 똥이라도 먹겠다는 건가? 더러운 냄새가 배겠어, 으웩.”


시이나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아래를 보았다. 이런 취급엔 익숙한 것이다. 마족은 최소한의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다.


왕국은 그런 곳이었으니까.


“더 이상의 무례는 용서하지 않겠어요!”


이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동료를 모욕당하고도 가만히 있을 거라 생각하셨나요?”


그 손엔 백색의 검이 들려있었다. 덩치 큰 남자가 앞으로 나서자 검사는 그를 제지했다.


“워워, 진정해. 우리는 싸우러 온 게 아니야. 여기에서 필요 없는 희생을 내고 싶지는 않아.”

“그 말투, 마치 저희는 쉽게 이길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건 제 착각인가요?”

“그거야 그렇지. 어떤 수로 드래곤의 머리를 땄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왕국 최강이라고.”


검사는 느끼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볼 일이 있는 건 그쪽의 소년이야.”


아직도 내가 관심을 끄고 있는 것에 눈썹이 올라간 검사.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우리 팀에 들어와라.”


난데없는 스카우트 제의에 이스와 시이나가 놀랐다.


“S급은 이쪽에 둘이나 있다고? 아직 신참이지만 제대로 교육시켜줄 수 있어. 설마 거절할 생각은 아닌 거지?”

“그런... 류셀은 이미 저희들이랑 팀을 짰다고요.”

“닥치라고 안 했나! 이 마족 새끼!”


내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와인잔은 비어있었다.


“하나 묻지. 너희들은 지나가다 개미를 보면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하나?”


내 말 뜻을 이해 못한 사인조.


“지나가는 개미와 소소한 대화라도 나누나? 짓밟아 죽이나 모르고 지나치나, 어느 쪽이든 개미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건 바뀌지 않는다.”

“너, 너 너 너...! 지금 우리를 개미에 비유한 거냐?!”

“개미라로도 봐줘서 감사하단 말이 나와야 할 텐데. 개미처럼 짓밟히고 싶은 거냐?”

“잠깐 조나단. 너, 류셀이라고 하는 마법사 말이야.”


머리끝까지 화가나 달려드려는 검사를 조나단이라 부르며 여자 마법사가 대신 지팡이를 꺼내보였다. 저걸 위협이라고 하는 건가.


“S급이라고 해서 너무 콧대높이지 말아줄래? 나와 이 꼬맹이도 S급이거든?”

“네... 네, 맞아요...”


남자아이는 여자의 뒤에 서서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리더의 제의... 그렇게 무시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말꼬리를 길게 늘이는 건 일부러 그러는 건가 아니면 말버릇인가. 어느 쪽이든 거슬리긴 마찬가지다.


“'가짜'는 빠져있어라.”


내가 한 말에 남자아이가 겁에 질려 부리나케 얼굴을 숨겼다.

검사가 헛기침을 하더니 말한다.


“아까도 말했지만 선배한테, 우리한테 그런 모습 보이면 좋지 않을 거다. 소년. 당장 결정하라는 소리는 안 해. 잘 생각해보고 알려주면 될 거야. 우리의 이름은 이제 알았지? 길드에서 금의 장미에게 연락하고 싶다면 연결해줄 거니까.”

“더 할 말이 남았나?”

“그거야 물론. 애당초 네가 이상한 거라고. 본인도 잘 알고 있잖아? 이런 제의를 거절하는 건ㅡ”


더 이상의 식사방해는 받고 싶지 않았다.

계획에 차질이 가겠지만 너무 죽이고 싶은 걸 어떻게 할 건가.


여기에서 금의 장미를 죽여 봤자 내게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아니, 그래도 죽이고 싶다.


차질도 아니다. 단순히 계획이 앞당겨질 뿐이다.


“뭐하는 거야!”


내 몸에서 마력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고 있는 걸 제일 먼저 여자 마법사가 보고 외쳤다.


“아리아. 저놈에게 실력행사가 필요하다면 막지 말아줘. 내가 직접ㅡ”

“아니, 조나단. 그게 아니야! 저건 아니야, 우리 일단 나가자, 응?”


마법사가 검사에게 애원하다시피 말했다.


“왜 그래 갑자기?”


검사는 어리둥절해 판단이 안 서는 모양이다.


“나도 느꼈다. 저 소년은ㅡ위험하다.”


내 살의를 감지한 짧은 머리의 탱커가 동료를 보호하듯 제일 먼저 앞에 나섰다. 그제야 검사는 깨달은 것이다. 눈앞의 소년ㅡ나는 먹이와 포식자 중 후자에 속하는 것이라고.


“안심해라. 최후는 인상에 남게 해줄 테니.”


나는 죽이는 방식을 고르고 있었다. 이 디너테이블의 장식은 아름답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 누구부터, 무슨 마법으로 죽일까. 최대한 천천히 음미하도록 죽이고 싶다.


아, 정했다.

전부 몸뚱이를 둘로 갈라 버리자.


“저... 저기!”


남자아이가 금방이라도 충돌하려는 양측 사이드를 막았다.


“역시 가.... 가죠... 저 마족은 별로라... 토할 것 같아요...”


남자아이가 시이나를 잠시 째려보고 말했다. 이쯤 되서는 리더도 다른 선택이 없다.


“기, 기억해두라고!”


클리셰적인 대사를 하고 사인조는 달려 나갔다. 내 몸에서 흘러나오던 마력이 점차 잦아들었다.


“기뻐해라, 직원. 가구에 피가 묻을 뻔했다.”


나는 조금 아쉬웠지만 내색하지 않고 얼어붙어있던 직원에게 말했다.


“예, 예...!”


상급 모험자끼리 싸우는 판국이 되어버릴 뻔한 것이다. 직원은 군말 없이 고개를 몇번 숙이더니 매니저를 찾아 급히 자리를 떴다.


“괜찮았던 거야, 류셀? 왕의 장미에서 보낸 스카우트를 바로 거절해버리고...”

“그런 사사로운 것에는 흥미 없다.”

“애초에 예의범절이 없는 사람들이었어요.”


이스는 입맛이 떨어졌는지 실버를 내려놓았다.


“어린아이까지 저렇게 교육시키다니. 시이나 씨, 정말 제국으로 오실 생각은 없으세요?”

“나는...”


시이나가 말을 흐렸다.


“저건 아이가 아니다. 아이인 척을 하고 있을 뿐이다.”

“네?”

“슬슬 가지.”


나는 대답이 나오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전이마법을 펼쳤다. 직원까지 잠시 자리를 비운 와중 우리밖에 없었으니 전이의 불법사용을 들킬 염려는 없는 것이다.


“자, 잠깐... 아직 고기가...!”


시이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전이의 마법진은 시이나와 이스 발밑까지 덮었다.


그렇게 새로운 집인 저택에 단숨에 도착.


“ㅡ남았는데...”

“고기야 이제 얼마든지 사먹을 수 있지 않나, 시이나.”


나는 그 와중에 대문에 걸려있었던 편지를 보는 중이었다.


초대장이 와있었다.


금색 띠의 하얀 배경에 검은 글씨가 가득 써져있다.


“류셀, 그거 설마ㅡ!”

“이제 때가 됐나요.”


놀라는 시이나와 달리 이스는 각오를 굳혔다.

왕성에서 열리는 연회로의 초대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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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그들의 이야기 +1 19.08.29 555 12 10쪽
61 신의 사자 +1 19.08.25 560 12 10쪽
60 제물 +1 19.08.22 549 13 9쪽
59 반격 +4 19.08.18 590 13 10쪽
58 승전 +3 19.08.15 612 15 10쪽
57 기폭 +3 19.08.11 561 12 9쪽
56 습격 +2 19.08.08 588 13 9쪽
55 초전 +1 19.08.03 623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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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첫 번째 함락 +1 19.07.22 647 13 10쪽
52 제국의 침공 +1 19.07.18 690 15 9쪽
51 환청 +1 19.07.14 660 14 10쪽
50 아침 +3 19.07.11 740 17 10쪽
49 잃어버린 기억 +2 19.07.06 750 33 9쪽
48 노트북이 고장나서 잠시 휴재합니다 +3 19.06.18 818 12 1쪽
47 빙의 능력자 +1 19.06.06 765 17 9쪽
46 살인 청부업자(11세) +1 19.06.02 808 17 9쪽
45 대(對)인간병기 +1 19.06.01 798 17 11쪽
44 전쟁의 피스 +1 19.05.30 808 17 11쪽
43 밤하늘 +1 19.05.26 869 21 10쪽
42 신화의 괴물 +2 19.05.25 903 20 11쪽
41 선전포고 +3 19.05.22 948 24 10쪽
40 헬하운드와 펜리르 +1 19.05.19 968 19 11쪽
39 카니앗 이그ㆍ시 피아 +2 19.05.17 936 23 8쪽
38 다크엘프 +2 19.05.16 1,014 22 10쪽
37 시찰 +1 19.05.12 1,007 23 9쪽
36 목적과 이유 +2 19.05.11 1,065 24 9쪽
35 전쟁의 준비 +4 19.05.09 1,132 24 9쪽
34 네이아르 백작 +2 19.05.06 1,157 29 10쪽
33 죄의 운반 +2 19.05.05 1,201 29 9쪽
32 유일한 생존자 +7 19.04.25 1,222 32 10쪽
31 앞으로의 연재 공지 및 1권 후기 +3 19.03.25 1,447 21 1쪽
30 모두 죽었다 +4 19.03.25 1,411 35 8쪽
29 피의 연회가 열렸다 +3 19.03.24 1,417 38 10쪽
28 명령을 내리다 +4 19.03.23 1,396 35 8쪽
27 연회는 시작되려고 했다 +2 19.03.23 1,448 37 9쪽
» 선배의 텃세는 통하지 않는다 +2 19.03.22 1,403 34 8쪽
25 한밤중의 불청객이 찾아오다 +6 19.03.20 1,524 36 9쪽
24 이제 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3 19.03.20 1,467 36 8쪽
23 금의환향하다 +3 19.03.19 1,522 38 8쪽
22 모두 붉게 물들었다 +4 19.03.18 1,517 37 8쪽
21 던전의 주인은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2 19.03.17 1,529 37 8쪽
20 한때 사람이었던 것을 만나다 +3 19.03.16 1,567 38 8쪽
19 광맥의 던전에 가다 +3 19.03.15 1,547 37 8쪽
18 그는 시비 걸어야 할 상대를 잘못 골랐다 +2 19.03.12 1,562 37 9쪽
17 사슬은 묶었다 +3 19.03.12 1,604 43 7쪽
16 그건 인간이 아니었다 +2 19.03.11 1,606 40 8쪽
15 대련을 하다 +2 19.03.11 1,727 37 8쪽
14 몰살은 성공적이었다 +6 19.03.10 1,722 36 8쪽
13 도적 소탕전을 시작하다 +3 19.03.09 1,777 3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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