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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죽고 나니 마왕이 되어 있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Testable
그림/삽화
Zig
작품등록일 :
2019.02.24 00:11
최근연재일 :
2024.06.22 21:55
연재수 :
308 회
조회수 :
137,590
추천수 :
3,292
글자수 :
1,713,963

작성
19.03.15 00:14
조회
1,547
추천
37
글자
8쪽

광맥의 던전에 가다

DUMMY

살점 한 조각 남기지 않고 깨끗이 먹어치우는 늑대들을 보면서, 강아지 같은 애완동물을 하나 기르고 싶다는 시답잖은 생각을 했다.


이스는 자신의 몸에 손을 대려한 남자들이 잔인하게 죽고 있는 것에 아무 흥미도 보이지 않았다. 반면 시이나는 애써 다른 방향을 쳐다보고 있었다.


“조금... 꺼림칙하네.”

“증거가 남으면 안 되니... 시체가 남으면 안 된다는 이유는 알지만요, 조금 그로테스크하네요.”

“그러게나 말이다.”


시이나를 신경써준 이스가 한 말에 남의 일처럼 말해주고는, 리사가 준 지도를 펼쳤다.


“어떻게 할 건가요? 저 기사들이 돌아오지 않는 걸 알면 분명 더 강한 병력을 보낼 거예요. 암살자를 보낼지도...”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꼬리는 잡아두었다.”


영애 납치 사건을 해결할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늑대들이 식사를 끝내고 내 그림자에 돌아와, 늑대의 형상을 무너뜨리며 점점 그림자와 통합되어 갔다.


“찾아내서 죽여라.”


내가 나의 그림자를 내려 보며 말했다. 그림자에 숨은 그건 내게 예를 표한 뒤 꾸물거리며 땅에 스며들더니, 이내 없어졌다.


”류셀, 방금 건... 아니야.“

사역마에게 누굴 죽이라고 명령했는지 시이나도 알겠지. 기특하게도 그 정도는 알아채고 입다물어주었다.


“그렇죠, ‘사후’처리는 중요하니까요.”

“기사들은 비밀리에 행동 중이었던 것 같으니 떠벌리지는 않았을 테고, 이걸 꾸민 놈은 행방불명으로 처리되겠지. 다행히 이 부근에는 마물들이 자주 나오는 모양이다. 안타까운 사건으로 기록되는 거다.”

“그럼 류셀, 돌아온 다음에는... 어떻게 할 거야?”


시이나는 무척 불안한 모습이었다. 후작 정도 되는 사람의 눈 밖에 난 것도 모자라 귀족 살해라는 엄청난 짓에 연관되어 버렸으니 이제 왕국에서 살아가는 건 불가능한 게 아닐까, 라는 고민이 깊어 보였다.


“걱정할 것 없다. 네 신병은 확실히 보장하지.”

“그 소리는...”


시이나의 불안을 없애기 위해 타이르듯 말했다.


“네가 있을 장소는 없어지지 않아. 나의 행동으로 인해 앙심을 품고 너를 해하고자 하는 자가 있다면, 철저히 배재하겠다. 안심해도 좋다.”


물론 거짓말이다.


“류셀 씨의 말은요, 시이나 씨를 언제까지고 지켜줄 테니 나의 여자가 되어라ㅡ라는 말이에요~”


이스가 내 말을 곡해하자 시이나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그걸 내게 있어 유리하게 본 나는 딱히 딴지를 걸지 않았다.


“해석하기는 사람 나름이지. 출발이 늦어졌군, 오늘은 이 지점까지 가서 휴식하는 것으로 하지.”


“저희들밖에 없네요.”


이스가 출입금지라고 쓰인 입구 표지판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시이나 씨, 여긴 정말 아무도 안 들어가는 건가요?”

“내부가 엄청 위험하다는 소문만 퍼져있어. 한 번 들어간 사람은 살아서 나오지 못한다더라고. 자이언트 드래곤을 잡으러 들어가는 파티가 가끔 나오긴 하지만, 드래곤에 도전하는 건 자살희망이나 다름없으니까.”


두 사람의 말을 들으며 20m는 족히 되어 보이는 입구를 올려다보았다. 스키잔에게 들었던 드래곤의 크기를 상정한다면 들어오고 나가기가 불가능한 입구는 아니다. 하지만 드래곤의 발자국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다른 입구가 있다고 생각해야겠군. 들어가지.”


지도에는 광맥이 위에서부터 1계층부터 9계층까지 있다고 했다.


1계층부터 3계층까지는 고블린이나 콥스이터 같은 하위 마물들이 서식했고, 4계층을 기준으로 어느 정도 지성이 있는 마족이 거주하고 있다. 드래곤이 있는 위치는 생각보다 알기 쉬웠다.


광맥은 특이하게도 입구에 들어가서 제일 지하인 1계층부터 시작하는데, 최상층이 바로 드래곤이 거주하는 구역이었다.


“9계층까지 올라가려면 고생 좀 하겠네요. 고블린 같은 것들은 크게 문제가 안 되니 별 상관없지만, 4계층부터는 강력한 마족들도 있다는 모양이잖아요? 시이나 씨와 류셀 씨는 마족이니 어떻게 설득해서 지나간다는 건 안 될까요?”

“이스, 우린 마족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느 마족이나 서로 사이가 좋은 건 아니야.”


시이나가 한숨을 쉬며 설명했다.


“마족의 단결력은 인간에 비하면 그렇게 높지 않아. 전쟁에서 진 뒤로는 서로 먹고 살기 바쁘거든. 상황만 맞아 떨어지면 서로 잡아먹는 일도 비일비재해. 웨어울프인 내가 사정을 설명하려 해도... 보통 웨어울프는 타 부족과 교류하는 일이 별로 없으니까.”

“그러면...”


이스와 시이나의 시선이 나로 향했다.


“내 마안을 쓰는 수밖에 없다는 거지. 내가 선두를 맡겠다.”


때마침 타이밍 좋게 앞으로 고블린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엉성한 누더기를 걸치고 나무방망이를 든 그것에게, 붉은 시선이 날아들었다.


나는 명령했다.


“질문에 답해라.”


결과적으로, 4계층까지 오르는데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진짜 넓네요. 이런 곳은 처음이에요.”


여전히 긴장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이스가 나무 그루터기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마족이 여기서부터 산다고 했죠? 아무도 안 보이네요?”

“... 너무 조용해.”


시이나는 바닥에 들러붙어 코를 킁킁대고 있었다.


“오래되긴 했지만 피 냄새가 나... 싸움이 있었던 모양이야.”

“모험자들과 마족들 간에 말인가?”


내 물음에 시이나가 복잡한 얼굴을 했다.


“잘 모르겠어. 애초에 여기까지 올라와서 살아나간 인간은 몇 없으니까. 정보가 부족하기도 하고. 마족들이 살고 있다는 정보도 하도 옛날부터 전해 내려온 거라.”

“본래 여기에는 드워프들이 일부 살고 있을 터다. 전부 다 죽어 없어졌다는 건가. 피 냄새가 남아있다면 꽤 최근의 일일 터.”


나는 한쪽 눈을 감고 검지를 들어 천장을 가리켰다. 드래곤에게 탐지마법이 들킬 지도 모르니 최대한 아껴두고 싶었다만, 할 수 없지.


“찾아라.”


검은 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일부는 천장으로, 일부는 벽으로 스며들어 순식간에 없어졌다.


“류셀, 어때요?”


이스는 아직도 내 마법이 신기한지 바로 옆에서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4계층, 5계층, 6계층... 까지 아무것도 없다. 시체도 없어. 7계층도 없고... 8계층은 있다.”

“있어? 뭔데?”


시이나도 호기심이 발했는지 귀를 쫑긋 세우고 내 대답을 기다렸다.


“아마도 이곳에 있던 마족들을 전부 죽였을 존재. 갈색으로 변한 피를 온몸에 뒤집어쓰고 있다. 모험자들도 아마 이것이 전부 죽인 거겠지.”

“혼자... 서 말인가요?”

“설마, 혼자서 그렇게 많은 자들을 죽이다니... 류셀, 그건 혹시...”


나는 감았던 눈을 뜨며 말했다.


“골렘이 있다.”

“골렘?! 왕국 토지에 그런 게 있다는 건 처음 들어봐요.”


골렘. 주인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자동인형. 8계층에서 9계층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우뚝 버티고 선 그것은 내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이질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시체가 없는 이유는 그러면 설마...”

“내 경우와 같다. 골렘이 전부 다 먹어치운 거지.”

“사람을 먹는 골렘이라니...”


골렘은 드래곤의 수족인가, 아니면 별개의 존재인가. 직접 확인해보는 방법밖에 없었다.


“도중에 아무도 없는 게 확실한 이상, 지름길로 간다.”


나는 손바닥을 곧게 펴서 천장으로 쳐들었다.


“잠깐, 류셀ㅡ”

“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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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제국의 침공 +1 19.07.18 690 15 9쪽
51 환청 +1 19.07.14 660 14 10쪽
50 아침 +3 19.07.11 741 17 10쪽
49 잃어버린 기억 +2 19.07.06 751 33 9쪽
48 노트북이 고장나서 잠시 휴재합니다 +3 19.06.18 819 12 1쪽
47 빙의 능력자 +1 19.06.06 766 17 9쪽
46 살인 청부업자(11세) +1 19.06.02 808 17 9쪽
45 대(對)인간병기 +1 19.06.01 798 17 11쪽
44 전쟁의 피스 +1 19.05.30 809 17 11쪽
43 밤하늘 +1 19.05.26 869 21 10쪽
42 신화의 괴물 +2 19.05.25 903 20 11쪽
41 선전포고 +3 19.05.22 949 24 10쪽
40 헬하운드와 펜리르 +1 19.05.19 968 19 11쪽
39 카니앗 이그ㆍ시 피아 +2 19.05.17 936 23 8쪽
38 다크엘프 +2 19.05.16 1,014 22 10쪽
37 시찰 +1 19.05.12 1,007 23 9쪽
36 목적과 이유 +2 19.05.11 1,065 24 9쪽
35 전쟁의 준비 +4 19.05.09 1,132 24 9쪽
34 네이아르 백작 +2 19.05.06 1,157 29 10쪽
33 죄의 운반 +2 19.05.05 1,201 29 9쪽
32 유일한 생존자 +7 19.04.25 1,222 32 10쪽
31 앞으로의 연재 공지 및 1권 후기 +3 19.03.25 1,447 21 1쪽
30 모두 죽었다 +4 19.03.25 1,411 35 8쪽
29 피의 연회가 열렸다 +3 19.03.24 1,418 38 10쪽
28 명령을 내리다 +4 19.03.23 1,396 35 8쪽
27 연회는 시작되려고 했다 +2 19.03.23 1,448 37 9쪽
26 선배의 텃세는 통하지 않는다 +2 19.03.22 1,403 34 8쪽
25 한밤중의 불청객이 찾아오다 +6 19.03.20 1,524 36 9쪽
24 이제 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3 19.03.20 1,467 36 8쪽
23 금의환향하다 +3 19.03.19 1,523 38 8쪽
22 모두 붉게 물들었다 +4 19.03.18 1,518 37 8쪽
21 던전의 주인은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2 19.03.17 1,529 37 8쪽
20 한때 사람이었던 것을 만나다 +3 19.03.16 1,567 38 8쪽
» 광맥의 던전에 가다 +3 19.03.15 1,548 37 8쪽
18 그는 시비 걸어야 할 상대를 잘못 골랐다 +2 19.03.12 1,562 37 9쪽
17 사슬은 묶었다 +3 19.03.12 1,604 43 7쪽
16 그건 인간이 아니었다 +2 19.03.11 1,606 40 8쪽
15 대련을 하다 +2 19.03.11 1,727 37 8쪽
14 몰살은 성공적이었다 +6 19.03.10 1,722 36 8쪽
13 도적 소탕전을 시작하다 +3 19.03.09 1,778 3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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