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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삼맨 님의 서재입니다.

미진이

웹소설 > 자유연재 > 드라마, 일반소설

홍삼맨
그림/삽화
홍삼맨
작품등록일 :
2024.02.06 18:12
최근연재일 :
2024.04.10 00:28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344
추천수 :
34
글자수 :
169,394

작성
24.03.19 23:00
조회
9
추천
1
글자
10쪽

시작

DUMMY

“그..그럼 어떻게...”



“일단은 이 차로 도시까지 태워 달라 하믄 할매든 할매 뒤에 있는 영감이든 우리가 그 길로 내뺐다고 생각 할 거 아니가? 쫓아도 우릴 쫓겠나?”



“그러면 택시 아저씨를 미끼로 쓰잔거네?”



“바로 그거지. 역시 미진이 니가 머리는 좋네. 일단은 도시로 나가기 전에 화령이 누나한테 대포차 한 대 구해서 갖다놓고 위치 알려달라 할 거다. 그라믄 우리는 할매가 그 택시 아저씨

쫓는 동안 희우 엄마아빠 있는 모텔로 가서 빼낸 다음에 그 길로 튀는 거다.”



희우와 미진은 감탄했다. 경태의 머릿속에서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계획들이 술술 나오니 조금은 당황했지만 이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었다.



“오... 머리 좀 썼네? 언제부터 계획한거야?”



“방금.”



“에?”



미진은 이제 막 이런 계획을 바로 생각해낸 경태에게 놀랐다. 어쩌면 경태가 자기 생각보다 훨씬 더 머리 굴리는 게 빠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더 이상 경계심은 들지 않았다.



“고마워... 흡..흑.. 고마워 얘들아..”



희우는 자신들끼리 바로 도망칠 수 있음에도 자신의 부모님을 챙겨주는 경태와 미진에게 감동 받았다. 경태의 계획은 완벽해 보였으며 실 낱 갔던 희망이 점점 선명해지는 것만 같았다.



“할매는 포기한 거 같아. 그냥 아무 말도 없이 자빠져있어.”



“그래도 니랑 내랑 돌아가면서 보초는 서자. 할망구가 뭔 짓거리를 할지 모르니까.”



경태와 희우는 서로 번갈아 가며 불침번을 서려고 했다.



“잠깐 난 왜 빼?”



“니는... 여자다이가..”



“야 남녀차별하냐? 장난해? 나도 밤 샐 수 있어.”



“아니 그게 아니고 미진아.. 니 만약 할매가 손 풀려서 니 한테 달려들면 때려 눕힐 수 있겠나? 꺅꺅 거려 봤자 우리 둘다 자고 있으믄 도와줄 수 도 없다.”



“....그...그래도..”



구구절절 맞는 말만 하는 경태가 얄미웠지만 사실이다. 이미 노인의 힘을 몸소 확인했고 근육이라곤 전혀 없이 말캉말캉한 미진의 팔로는 할매를 제압하기는커녕 되려 제압당할게

분명했다.



“만약 니가 인질로 잡히믄 희우도 내도 꼼짝없이 당하지 않겠나.”



“그래... 알았어....”



풀이 죽은 미진이 인정하고 물러섰다.



“아니. 그러지 말자.”



멍하게 듣고만 있던 희우는 경태의 말에 반대했다. 반대 할 이유가 전혀 없음에도 뜬금없이 반대하는 희우에게 이목이 쏠렸다.



“아.. 오해 하지마. 미진이만 쉬는게 불만인게 아니고. 잘 생각해봐. 물론 우리가 서로 다 믿지만, 저 마귀같은 할망구가 경태한테 말하는 거 봤지? 한 명만 있으면 무슨 말로든 꼬드길게 분명해. 우린 할매를 감시하면서 서로도 감시해야 돼. 감시라는 표현은 좀 그렇지만 예를 들어 할매가 우리 엄마아빠로 협박하면 내가 어떻게 될지, 그것도 옆에서 니네가 지켜

보는 게 우리 사이가 틀어 질 일이 없을 거 아니야.”



미진은 경태의 재빠른 계획 설립에 한번 놀랐고 희우의 논리정연한 말에 두 번 놀랐다.



“어... 희우야.”



“응?”



“드디어 대가리에서 족발을 빼냈구나..”



“....”



경태 역시 희우의 말에 크게 공감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셋은 불침번과 감시를 세 시간 간격으로 한 명 씩 순서대로 교대하기로 했다.



“화령언니 한테는 어떻게 말해야 되지?...”



“그러게..”



한 배를 탄 사람은 화령 역시 마찬가지였으니 화령에게도 상황을 알려야 했다.



“화령이 누나한테는 내가 말할게. 상황 얘기 안하고 바로 부르는게 나을 것 같다. 상황 얘기 했다가 배신하고 안 올 수도 있으니까.”



“안 올까? 그래도...”



“미진아, 지금부터 내랑 희우 니 셋 말고는 아무도 믿으면 안된다. 누나가 우리 편에 서겠다고 한 건 내가 할매 한테 다 일러바친다고 협박해서 그런건데 할매가 저 꼴 나있는 거 알아봐라 우리 편에 설 이유가 없다.”



“나도 경태 말이 맞다고 생각해... 일단 상황은 말하지 말고 오게 만드는 게 나을 것 같아.”



“내가 알아서 누나한테 연락할게 그냥 오라 하믄 아마 안 올 끼다.”



경태는 핸드폰을 꺼내 화령에게 문자를 보내는 듯 했다. 하룻밤 사이에 많은 게 변했다. 소년 소녀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단단하고, 냉정하고, 영악하게 변해갔다.



“일단 오늘은 희우랑 내랑 먼저 보고 있을 테니까 미진이 니는 먼저 가서 눈 좀 붙이라 한 네 다섯 시간 있다가 나.”



팀의 리더가 된 듯 한 경태가 상황정리를 했다. 미진은 그대로 방으로 들어가 눈을 붙였다. 동이 틀 무렵 잠에서 깬 미진은 찬 물로 세수를 하고 교대를 위해 2층으로 내려갔다.



“어... 미진아 왔어?”



2층 방안에는 식탁의자에 앉은 노인이 후드를 반대로 뒤집어 쓰고 얼굴이 덮어진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노인을 앉힌 채 의자다리에 노인의 다리를 테이프로 묶고 팔을 뒤로 젖혀

노끈으로 단단하게 묵어놓은 걸 보니 흡사 취조실에 앉은 죄인 같아 보였다.



“뭐야? 집에서 의자 가지고 내려 온 거야?”



“응.. 어제 경태랑 묶어놨어.”



“졸리지? 일단 희우 너부터 좀 자.”



“아니... 안 졸려.. 희한하게 정신이 또렷해..”



벽에 기대 눈을 감고 있던 경태는 세수를 하고 온다며 화장실로 갔다.



“어제 별 일 없었어?”



“.... 저거.. 후드 한 번 내려봐 미진아.”



미진은 노인의 얼굴을 덮고 있는 후드를 살짝 내렸다.



“웁웁웁웁!!!! 으웁!!캬악!!”



후드를 내리자마자 발작을 일으키는 노인을 보고 깜짝 놀란 미진이 뒷걸음질 쳤다. 핏발이 선 서늘한 눈으로 미진을 노려보는 노인은 살기가 등등했다. 행주가 물린 입 주위는 침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무언갈 말하고 싶은 지 노인은 미진을 똑바로 노려보며 웅얼거렸다.



“뭐하노? 후드는 와 내렸노 얼굴 보기도 싫은데.”



세수를 하고 들어온 경태는 침을 흘리며 웅얼거리는 노인의 후드를 다시 씌워 얼굴을 덮었다.



“읍읍!으으으으읍”



“노친네 기력도 좋네 밤새도록 지랄이고 지랄이 확 죽여 버릴라.”



경태에게 노인은 더 이상 의지 할 곳도 기댈 곳도 아니었기에 살벌한 말이 서슴없이 나왔다.




[띠링]




화령에게 받은 핸드폰이 울리는 걸 보니 화령에게 답장이 온 것 같았다. 경태는 핸드폰을 보더니 잠시 내려갔다 오겠다고 말한 뒤 밖으로 나갔다. 오분쯤 지났을 까 현관 밖에서

희미하게 말소리가 들렸다.



“일단은 이게 전부야. 집에 내가 먹던거 남은거만 챙겨 왔더 근데 할매한테 어떻게 먹이게... 그리고 여기에 진짜 수경이 파일이 있었다고?”



현관을 열고 들어오며 들리는 목소린 화령이었다. 말하는 걸로 보아 경태가 수경을 핑계로 화령을 불러 낸 듯 했다.




[벌컥]




노인을 감금한 방문이 열렸다.



“꺄악.. 어... 어어어.. 어..”



경태는 방 안의 모습을 보고 놀라 뒷걸음질 치는 화령의 등을 밀어 넣으며 방으로 들어 왔다.



“너... 너.. 이게 무슨..”



“미진아 후드 내려라.”



미진은 화령의 눈을 피하며 후드를 내렸다.



“웁웁웁?”



노인은 후드가 내려지자 마자 발작하려고 하다가 화령을 보고 눈알이 튀어 나올 것처럼 커졌다.



“경태 너 이게 지금 무슨 짓..”



화령의 말을 무시하고 경태가 노인의 입을 막아놓은 행주를 풀어 빼냈다.



“커헙.. 컥컥.. 유화령... 니...이것들이랑 붙어 먹었나?”



“어...어....”



노인의 귀신같은 몰골에 얼어붙은 화령이 말을 더듬으며 뒷걸음 질 쳤다.



“키야악 개 같은 년 니도 내가 죽인다 죽인다!!!”




[콰당]




노인이 온 몸을 비틀며 발악하다 의자에 묶인 채 넘어졌다. 노인은 넘어진 채로도 화령을 올려다보며 분이 풀리지 않는 지 부들부들 떨었다. 경태와 희우가 의자째로 노인을 일으켜 벽에다 바짝 붙였다. 화령은 충격에 말을 잃은 듯 멍하게 경태만 바라봤다.



“할매, 잘 들어라. 우리만 보내주면 된다. 다시 애들 잡아다가 장사를 하던 회 쳐 묵든 그건 알아서 하고. 우리랑 희우 엄마아빠만 보내주면 된다.”



“그래... 경태야.. 크크.. 끌끌끌..”



경태의 협박에도 노인은 실성한 사람처럼 나지막히 웃었다.



“보내 준단 거가 만단거가?”



“하이고... 야들아...”



노인은 비릿하게 웃으며 방 안의 사람들을 차례로 훑어보았다.



“보자..화령이, 미진이 느그 둘은 섬에다가 팔아야 겄다. 어데 섬에서 평생 만원 짜리 한 장에 가랑이 벌리고 살믄 되겠고 우리 경태랑 희우는 배 탈 일도 읎다. 고마 산 채로 내장을 뜯어내가 팔아 묵으믄 되겄다. 끌끌끌.”



의자에 묶인 채로 미친 사람처럼 중얼대는 노인의 말에 방 안의 공기가 다시 차가워졌다. 당장이라도 맞아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 살려 달라 빌지는 못 할지 언정 협박을 하는 노인을

보고 미진은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핸드폰.”



실성한 할매의 말에 정신을 못차리는 소년소녀들 뒤로 화령이 넋이 나간 채 말했다.



“어? 누나 뭐라고? 핸드폰?”



“할매 핸드폰... 할매 핸드폰 어딨냐고 미친놈들아!!”



화령이 별안간 괴성을 지르며 경태의 어깨를 흔들어댔다.



“와..와이라노! 어제부터 할매 팔다리 다 묶여 있어서 핸드폰 잡지도 몬했다! 미진아 할매 주머니 뒤져봐라!”



미진은 경태의 말에 뭔가 생각 난 듯 대답 없이 집으로 뛰어올라갔다. 그런 미진을 따라 나머지 세 명도 노인의 얼굴을 다시 덮은 뒤 위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미진은 아수라장이 되어있는 자신의 방을 떨리는 손으로 이리저리 뒤졌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자 몸을 엎드려 침대 밑을 본 순간 두 동강이 난 채 침대 밑 저 구석에 있는 핸드폰을 발견했다.



“할매 폰...침대 안쪽 구석에 두 동강 나있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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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99 다오랑
    작성일
    24.03.22 19:28
    No. 1

    3/22 대가리에서 족발을 빼냈다~ 표현이 애매한 것 같으면서도 훅 끌리네요. 재밌는 글 추천^^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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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화령과 수경 24.03.08 7 1 11쪽
26 작전 +2 24.03.07 9 1 11쪽
25 도망쳐야 해 24.03.06 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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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너라도 살아야지 경태야 24.02.25 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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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서울 갈래?-1 24.02.24 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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