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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삼맨 님의 서재입니다.

미진이

웹소설 > 자유연재 > 드라마, 일반소설

홍삼맨
그림/삽화
홍삼맨
작품등록일 :
2024.02.06 18:12
최근연재일 :
2024.04.10 00:28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348
추천수 :
34
글자수 :
169,394

작성
24.02.21 02:19
조회
11
추천
1
글자
11쪽

접근-3

DUMMY

소리를 치자마자 비닐하우스가 젖혀지고 책상에 앉아있던 남성이 차로 다가왔다.



“뭐고 느그 누구고? 니 내 이름은 우째 알았노?”



남성은 깜짝 놀라며 자신을 부른 두 소년소녀를 번갈아 보았다.



“저는 경태라고 하는데요. 반장 할매가 여기 서서 아저씨 불러내서 전화 좀 달래요.”

“반장할매? 아 느그 그 집에 있는 아들인가보네. 오야 알았다.”



남성은 몇 발자국 떨어져서는 곧장 할매에게 전화를 거는 듯 했고, 짧게 통화를 마친 후 비닐하우스로 돌아 들어가더니 곯아 떨여져 있던 그 영감을 깨운건지 영감과 밖으로 나왔다.

경태와 미진에게 헐레벌떡 뛰어온 영감은 숨을 허덕이며 말했다.



“아이고... 미안해서 어째.. 지나가던 길에 잠깐 들러서 딱~ 한 잔만 한다는게 아이고 미안허다.”



술 꼬린내를 풀풀 풍기며 영감은 차에 올라 타려했다.



‘미친건가? 시골은 음주운전이 합법인가?’



미진은 속으로 생각했다.



“할배, 할매가 바로 전화 달래요 일단 전화 좀 해보세요.”



영감은 인상을 찌푸리더니 할매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음량을 최대로 해 놓은 건지 전화기 건너 할매가 소리치는 듯 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아이고 미안혀 내가 정신머리가 빠져서.. 아니 그게 아니고 ... 임자가 말한 부지.. 그 왜 앉은뱅이 영감탱이.. 그 영감 꼬드겨서 시마이 하기로 했거든. 그래서 지나가다 잠깐 마주쳐서 생각 잘 했다고 딱 한잔만 한 다는게.. 아이고 미안혀. 응 그려그려 잠시만...경태야 할매가 바꿔 달란다. 전화 한번 받아봐라.”

“응 할매. 응. 갈 수 있지. 응 알았다. 할매 언제 오는데? 아 그래? 알았다. 응 내일봐.”



통화를 마친 경태는 핸드폰을 영감에게 건넸다.



“와? 할배가 태워줄게. 할배 술 다~깼다.”

“아니요 할매가 그냥 천천히 걸어가래요. 저희 가볼게요!”



말을 마친 경태는 봉고차 안에서 짐을 꺼내 들더니 미진에게 따라오라고 턱을 까딱거렸다.

상황이 정리되자 미진은 경태 앞에서 펑펑 운 게 민망했는지 아무 말도 없이 경태의 뒤를 따라걸었다.



“미진아 마이 무섭드나? 뭔 일 있으면 내한테 전화를 하면 되지. 내가 그래도 여기서 짬밥이 제일로 오래 됐는데... 앞으로 무슨 일 생기믄 울지말고 내한테 바로 전화해라.”



자신을 놀릴 줄 알았던 경태가 의외로 차분하게 말했다.



“응... 아니 자다 일어났는데 너무 놀래서.. 근데 너 왜 멋있는 척 말해? 미친 새끼니?”



민망함에 일부러 시비조로 말했지만 경태는 아무말 없이 어두운 시골길을 묵묵히 걸어갔다.



‘아 왜 대답이 없어.. 발작하면서 지도 맞받아쳐야지...’



그렇게 말없이 걷던 도중 경태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근데 미진아. 저기는 뭐하는 곳 일까. 내는 비닐하우스 길래 뭐 심어놓은줄 알았드만, 안에 보니까 바닥도 그렇고.”



사뭇 진지하게 말하는 경태의 뒷모습을 보며 미진은 의아했다.

평소엔 의심도 없고 관심도 없는 애가 갑자기 먼저 저런 말을 하다니.



“그러게.. 안에 윷놀이 하나? 윷패 같은 거 있던데..”

“닌 이 밤에 모여서 막걸리 마시면서 윷놀이가 말이 된다 생각하나?”



뭔가 포지션이 바뀐 듯한 둘의 대화는 계속 이어져 나갔다.



“그럼 뭔데? 너도 봤잖아 윷패 같은 거.”

“노름 아니가? 영감 할마시들 잘 밤에 모여가지고 하는게 노름 밖에 더 있나? 저 판식인지 판때긴지 하는 아저씨도 앉아 있는거 보니까 노름이 확실 한 거 같다 나는. 할매도 비닐하우스에 뭔 짓거리를 하는지 모르니까 위험하다고 절대로 옆에 가지 말라하대.”

“그래? 그럼 할매도 모르나보네...”

“뭔 짓거리를 하는지 모르는데 그 안에 있는 아저씨가 판식이 아저씬건 어떻게 아노.. 할매는 아는기다 분명히.”



미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앞서 걸어가는 경태가 자기가 알던 경태가 아닌 것 같았다.

미진이 뭐라고 할 틈도 없이 경태는 말을 이어 나갔다.



“왜 할매가 계속 노름 도박이랑 얽히지... 4층 아지매도 도박, 택시삼촌도 도박, 비닐하우스 안에서 하는 짓거리도 뭐 척 봐도 도박... 이 동네가 전부 다 노름판인가.. 근데 왜 전부 다 할매랑 얽혀 있는 것 같냐 이 말이다 내말은.. 노름꾼들 상대로 이자놀이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거 같다. 아까 그 할배도 할매랑 통화 하는 거 들어보니까 뭘 넘기기로 했다느니 하고..”



혼자 이것 저것 추리해대는 경태를 본 미진은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자신은 의심을 지워가고, 아니, 덮어가고 있는 미진의 의심에 경태가 다시 불을 지폈다.

비닐하우스에서 집까지는 거리가 꽤 멀었다.

차로는 금방 지나갔던 길이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끝없이 이어졌다.

인적 드문 시골의 밤길에 어느정도 적응이 된 미진은 걸음 속도를 높여 경태 옆으로 바짝 붙었다.



“뭐..뭐고? 와 갑자기 들러붙노?”



당황한 경태는 미진에게서 한 발짝 떨어지며 말을 더듬었다.



“뭘 뭐고야.. 어두운데 무서우니까 그렇지. 넌 촌놈이라 익숙 할지 몰라도 난 이런 길은 처음이란 말이야.”

“와 임마 이거 말하는 본새봐라 부산이 와 촌인데? 대도시다 대도시!”



방금 전 까지 진지했던 경태는 평소처럼 욱하며 말했다.



“야 근데 넌 이렇게 어두운데 어떻게 길을 잘 찾아가? 밤에 나온 적 많아?”

“아니? 할매가 밤에는 못 돌아다니게 하니까 내도 처음인데?”

“안 무섭냐 너는? 앞이 하나도 안보이는데.”

“응. 여기 오기 전에 아빠가 뻑하면 옷장에다가 가둬 놓아 가지고 어두운건 익숙하다.”



학대받던 일을 아무렇지 않게 말한 경태는 어느 순간부터 천천히 미진과 걸음 속도를 맞추며 걸어갔다.

그렇게 이십여분 정도 걸어갔을까, 아파트 단지 초입에 들어선 경태는 지친 듯 화단 의자에 앉았다.



“아따 힘들다.. 뭣을 이래 많이 사가지고 왔노.”



짐을 바닥에 내려 놓은 채 경태는 의자에 드러눕듯 누웠다.

미진 역시 바로 집으로 들어가긴 싫은지 경태 옆에 앉아 다리를 주물렀다.



“희우는? 못 따라 나갔다고 아직도 삐져있어?”



대화가 끊어지면 어색함이 올 것 같던 미진은 경태에게 물었다.

경태는 여전히 드러눕듯 엉덩이를 의자에 간신히 걸친 채 하늘을 보며 잠시 대답이 없었다.



“뭐야.. 씹냐?”

“야.”

“뭐”

“니 희우랑 당분간은 좀 떨어져 지내라.”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경태가 평소였으면 그저 바보처럼만 보였겠지만, 오는 길에 내내 진지했던 경태가 갑자기 꺼낸 말에 미진은 호기심이 생겼다.



“왜?”



미진의 물음에도 한참 대답이 없던 경태는 목소리를 낮추고 조용히 말하기 시작했다.



“니 나가고 나서 금마 그거 무슨 뽕 맞은 환자처럼 계속 손톱 깨물고 다리 떨고 불안해하더라. 뭐가 그리 불안 한 건지 모르겠는데. 말 걸어도 대답도 없고 그런 모습 처음 봤다. 영~이상하드라.”

“그게 뭐가 이상해. 걔가 이상한 게 하루 이틀이야? 지가 좋아하는 거 안 사올까봐 그랬겠지.”



미진은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니 여기 와서 어데 나갈 때 마다, 희우가 따라 나갔제? 집구석에서도 니만 보면 개새끼 맹키로 졸졸 따라 다니잖아. 근데 매번 할매 나갈 때 지 데리고 다녔는데 오늘 하루 니 데리고 나갔다고 저래 불안해하고 하는 게 안 이상하나? 할매랑 나가서 뭘 하는지 뭔 얘길 하는지 모르잖아. 니를 혼자 둘라고 안하는 게 둘 중 하나 아이가 니를 좋아하거나, 할매가 니 지키 보라 했다거나. 전자는 절대 아니니까 후자 일 것 같다.”



경태의 말에 미진은 흠칫했다.

생각해보면 여기 온 뒤, 어느 순간부터 희우는 미진을 졸졸 따라다녔다.

특히나 아파트밖에 잠깐 바람 쐬러 갈 때면 기어코 따라 나왔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행동들이 경태의 말을 듣고 나니 뭔가 수상했다.



“그러네.. 뭐지?.. 우리가 너무 넘겨 짚는 거 아닌가.. 하도 이상한 일이 많다보니까 하나하나 다 신경 쓰게 되네.. 하아.. 잠깐, 근데 전자는 왜 절대 아닌건데? 기분 나쁘네.”

“당연히 아니지. 니가 볼게 어딨다고 좋아하노. 성질도 까탈 스럽고.”




[빠악]




미진은 조용히 말하는 경태의 뒷통수를 후려갈겼다.



“악!! 이 미친년 이거 봐라! 이러는데 누가 니를 좋아하겠노!”



뒷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경태는 아파트 주차장이 울리도록 소리쳤다.




[탁탁탁탁탁]




“어? 미진아 왔어? 너네 왜 안 들어오고 거기 있어? 한참 기다렸잖아!”



경태의 비명을 듣고 집에서 뛰어내려온 희우가 반갑게 달려왔다.



“마 이거 다 들고 온다고 뒤지는 줄 알았다. 힘들어가 잠깐 앉아 쉬고 있었다. 니가 좀 들어라 이제.”



경태는 희우에게 짐을 넘겨주고 얼얼한 뒷통수를 만지며 먼저 집으로 들어갔다.

미진은 경태의 말을 들어서인지 희우에게 경계심이 바짝 든 채 천천히 집으로 올라갔다.

집에 들어와 소파에 앉은 미진은 희우를 의심의 눈초리로 흘긋 거렸다.

희우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미친 사람처럼 짐을 뒤적거렸다.

그 모습조차 의심이 든 미진은 잠시 생각 하다 희우를 불렀다.



“야.”



미진의 부름이 들리지도 않는 듯 희우는 짐만 뒤적거렸다.



“야!!”

“으아 깜짝이야.. 미진아 왜? 내가 뭐 잘 못했어? 왜 갑자기 소리를..”

“불러도 대답을 안하니까 그런거아니야. 너 뭐찾아?”



미진이 팔짱을 낀 채 희우를 노려보며 말했다.

옆에 앉아 있던 경태는 자신이 했던 말을 듣자마자 바로 이상 행동을 보이는 미진의 옆구리를 몰래 쿡쿡 찔렀다.



“그므늬 있으라.. 으므믈드 흐즈므라.”



경태는 최대한 입을 열지 않고 조용히 말렸지만 미진에겐 통 하지 않았다.



“희우야. 나 봐. 얘기 좀 하자.”



희우는 이상해진 분위기에 잔뜩 움츠러 들며 미진을 보고 돌아 앉았다.



“희우야.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 너 할매가 너 대신 나 데리고 나간 게 그렇게 싫었어? 왜? 할매가 너 데리고 나가면 따로 뭐 시키는 거라던가 하는 말이라도 있었어?”



경태는 팔뚝으로 눈을 가린채 포기한 듯 몸을 돌려 누웠다.



‘저 미친년 저렇게 대놓고 물어보면 퍽이나 말하겠다. 아오 괜히 말했다 괜히...’



미진의 말에 희우는 잠시 생각 하는 듯 하더니 입을 열었다.



“아니.. 그런거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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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화령과 수경 24.03.08 7 1 11쪽
26 작전 +2 24.03.07 9 1 11쪽
25 도망쳐야 해 24.03.06 7 1 10쪽
24 암실 24.03.05 9 1 9쪽
23 정옥자 +1 24.03.04 9 1 11쪽
22 다 들었네 다 들었구만 24.03.03 7 1 10쪽
21 희우의 사정-2 24.03.02 9 1 11쪽
20 희우의 사정-1 24.03.01 7 1 12쪽
19 배신자 새끼 24.03.01 6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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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너라도 살아야지 경태야 24.02.25 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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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서울 갈래?-1 24.02.24 7 1 11쪽
13 유화령 24.02.22 11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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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접근-1 24.02.18 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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