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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삼맨 님의 서재입니다.

미진이

웹소설 > 자유연재 > 드라마, 일반소설

홍삼맨
그림/삽화
홍삼맨
작품등록일 :
2024.02.06 18:12
최근연재일 :
2024.04.10 00:28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342
추천수 :
34
글자수 :
169,394

작성
24.02.19 16:37
조회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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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접근-2

DUMMY

그 간 미진이 돌아 다닌 곳 이라곤 아파트 주차장 근처였고 제일 많이 걸어 나간 곳이 화단 근처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외출은 그녀에게 여행처럼 다가와 못 내 설렜다.

아파트를 돌아 나와 5분 정도 걸어 내려가 비포장 도로 위를 걸어가던 미진은 주변의 시골 풀 냄새에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었다.



‘하 몇 발자국 나왔다고 공기가 다르네 그래도 시골은 시골인가 보네 공기 좋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멀리서 보던 수퍼 마켓을 지나 비닐하우스가 보일 때 쯤 노인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어데고 퍼뜩 안 오나?”



누군가를 향해 전화를 건 노인은 미진에게 잠시 기다리자 했고, 몇분 후 청록색 고물 봉고차 한 대가 도착했다.



“아니 요 앞에 길이 푹 꺼져 가서 허허. 어? 희우는 어디가고 이 아가씨는 누구여?”



봉고차 운전석에 앉아 있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아버지는 미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알거 없소. 아랫길로 돌아 내리 가입시다.”



봉고를 몰고 온 영감에게 쌀쌀맞게 말한 노인은 앞자리에 앉아 미진을 돌아보며 금방 도착하니 자지 말고 있으라고 했다.

어색한 공기가 감도는 봉고 안이 불편했던 미진은 창문을 열어 지나치는 시골 풍경을 바라보았다.



‘어? 생각 보다 크네. 멀리서 봐서 작아보였나.’



멀리 있던 비닐하우스는 가까워 질수록 크기가 꽤 커 보였다.

창문 밖으로 고개를 살짝 내민 채 연신 시골 공기를 들이 쉬던 미진은 비닐하우스를 지나 칠 때 순간 달콤한 과일 향이 났다.



‘킁킁.. 뭐지 과일 냄새가 났는데.. 저기서 과일 키우는 건가?’



봉고차는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 포장도로에 들어섰다.

노인의 집은 꽤나 외곽에 있었는지 포장도로에 들어서자 집주변과 확연히 다른 꽤나 번화한 거리들이 보였다.

편의점은 보이지 않지만 집 앞 구멍가게보다 큰 슈퍼마켓도 보였고, 태반이 나이든 노인들이었지만 사람도 북적거렸다.



“미진아 니 뭐 필요 한 거 있나?”



차에 힘겹게 내린 노인은 뒷짐을 진 채 앞서 걸어가며 물었다.



“아니 뭐 딱히 없어요. 옷도 사주신거면 되고.”



읍내에는 피시방도 보였고, 희우가 말했던 대로 피자, 치킨, 족발 등 웬만한 가게들은 다 있었다.

물론 도시에서나 있는 브랜드 있는 가게들은 아니었지만.

분식거리들도 즐비한 걸 보니 왜 희우가 못 따라 나와서 그렇게 안달 났었는지 짐작이 됐다.

앞서 가던 노인은 무언가 생각 난 듯 미진을 돌아보고 아래 위로 훑었다.



‘뭐..뭐야 기분 나쁘게....’



미진이 주춤거리며 서있자 노인이 다가와 미진의 가슴께를 덥썩 잡았다.



“꺄악, 할매 뭐 해요!! 어딜 만져요!!!”



기겁한 미진이 팔로 몸을 감싸며 크게 소릴 질렀다.

덕분에 지나가던 사람들은 할매와 미진을 흘긋거렸다.



“아따 가스나 목청도 크네, 니 빤스랑 부라자는 맞는기 있나? 서울서 몇 개 들고 오지도 않았드만, 요즘 보니까 뼈대도 좀 굵어 진거 같고 살도 좀 오른 거 같고.”



서울서 급하게 도망치듯 내려온 터라 세 개 있던 속옷을 매번 손 빨래해가며 돌려 입던 미진은 그제야 얼굴이 좀 풀리며 고개를 저었다.

이 집구석에 온 뒤로는, 인정하기 싫지만 서울 살 때 보다 훨씬 잘 먹고 잘 지냈고 매끼마다 나오는 고기 반찬 탓에 살이 오른 건지, 몸이 커진 건지 미진도 스스로 느끼고 있던 참이었다.



“따라온나, 니 빤스랑 부라자부터 사구로.”



노인은 인파를 이리저리 밀치며 노인들이나 입을 것 같은 속옷만 파는 오래된 가게로 들어갔다.

가게 안에선 낡은 텔레비전을 보던 뚱뚱한 아줌마가 반갑게 노인을 맞았다.



“아이구 성님 오셨소, 얼라 저 뒤에 있는 아가씨는 누구여?”



노인은 미진을 아줌마 앞으로 끌더니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요 가스나 빤스랑 부라자 몇 개만 내온나, 젖 둘레도 한번 재보고.”


젖이라니.

분명 표준어이긴 했지만 정말 천박하게 들리는 단어 탓에 미진은 얼굴이 터질 듯이 붉어졌다.

가게주인 아줌마는 노랗게 바란 줄자를 가지고 오더니 무슨 물건 재는 마냥 미진의 몸을 잡고 이리저리 돌리며 둘레를 쟀다,



“아이고 성님 이 공주는 시집가도 되겠다. 궁댕이도 가슴도 크고 허리는 잘록~하고 몇 살이나 묵었는데?”



미진은 부끄러움을 넘어 수치스러움을 느끼며 후다닥 그녀의 손을 벗어나 노인의 뒤로 가서 섰다.



“인자 열일곱 묵었다.”



노인은 미진을 아래위로 말없이 훑더니 무심하게 말했다.



“엄마야! 나는 스물은 넘은 아가씬 줄 알았는데 애기네 애기.”



속옷 가게 아줌마는 민망하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이것저것 척보기에도 촌스러워 보이는 속옷들을 몇 개 집었다.



“야가 또래 아들 보다 젖이 좀 크나?”



“성님 딱 봐도 애로는 안 보이는 구만! 가슴도 저 정도면 대한민국 평균 이상 이지. c는 되겠구만! 5만원만 줘요 성님, 빤스는 하나 더 넣었어.”



노인은 돈을 건네고는 미진을 연신 흘긋거리며 아래위로 훑었다.

노인에게 건네 받은 미진은 척 보기에도 촌시러운 속옷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얼른 자리를 뜨고 싶어 밖으로 뛰쳐 나갔다.

미진과 노인은 집에 있는 경태와 희우에게 줄 간식거리들과 찬거리들을 잔뜩 샀다.

낑낑대며 양손에 짐을 든 미진은 힘에 부쳐 노인을 뒤 따라가는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



“하이고 가스나 힘맥아리가 없네, 닌 고마 이길로 집으로 드가라. 할매는 은행갔다 볼 일 보고 들어갈테니께.”



미진이 힘들어 하는 걸 본 노인은 멈춰 서서 이곳으로 태워다 준 영감에게 전화를 거는 듯 했다.



“보소, 어덴교. 새마을 금고 앞에 얼라 있으니까. 집에 먼저 태워 주고 오이소.”



노인은 할 말만 하고 툭 끊더니 새마을금고 앞에서 기다리다 차가 오면 타고 가라는 말을 뒤로 어디론가 갔다.

5분이나 지났을까.

주변에서 대기를 하고 있던건지 금새 도착한 영감은 누군가와 히히덕 대며 통화를 하며 타라는 시늉을 했다.

힘겹게 짐을 실은 미진은 차에 올라탔고, 영감은 차를 미진이 탔음에도 차를 세운 채 통화를 이어갔다.



“아이고 그렇다니까! 내 말 듣고 언제 손해 본 적 있는감? 허리도 못 피는 영감탱이가 죽고 나서 머리에 이고 갈 생각이여? 비료포대기만 쌓아놓고 뭣 할 거여!

인자 죽기 전 까지는 편히 살아 야제. 자네 아파트 알지 아파트! 불도 안 뗀 방에서 죽을 날만 기다릴 바에야 우리도 보일라 빵빵한 집에 한 번 살아보자고.

내가 반장한테 잘 말 해 볼테니께, 석 달 안에 땡겨 보자고!”



뭐가 그리 신나는지 알 수 없는 말을 해대던 영감은 핸드폰을 끊고도 한참을 폰만 쳐다보다 미진이 있다는걸 그제야 알아챈 듯 헛기침을 했다.



“어흠 언제 탔어, 말을 허지 출발하게.”

“탄 지 한참 됐는데 통화 하시길래..”



귀가 어두운 건지 차 문 소리도 안 들릴 만큼 통화에 정신이 팔렸던 건지 영감은 말 없이 출발기어를 넣었다.

오랜만의 외출에 미진은 차에 탄지 5분정도 지나곤 곯아 떨어졌다.

영감은 룸미러로 미진이 잠든 걸 본 후 얼마 안가 차를 조용히 멈춰 세웠다.




[띠리리리리리릴]




시끄럽게 울리는 폰소리에 미진이 눈을 부비적 거리며 떴다.



“어?? 뭐야?? 여기 어디야??”



차창 밖을 보니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시골이라 그런지 해가 지고나면 한 치앞이 안보일 정도로 캄캄했고 미진은 덜컥 겁을 먹었다.

정신을 차린 미진은 시끄럽게 울리는 폰을 열어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어? 받았다!! 마!! 가스나야!! 니 어데고!! 할매 화내고 난리났다!!”



전화를 받자마자 경태가 다급하게 소리 질렀다.

잠에서 막 깬 채 겁을 잔뜩 먹은 탓이었을까, 열일곱의 소녀였던 미진은 눈물이 터져나왔다.



“경태야.. 흑흑 여기 어디야.. 나도 몰라.. 무서워...흑흑.”



다짜고짜 울먹거리는 미진의 목소리에 경태는 오히려 당황하며 차분하게 말했다.



“니 지금 어딘데? 할매가 니 아직 안 도착했다 하니까 난리 났다!”

“모..몰라.. 할매가 어떤 할아버지 봉고차 타고 집 먼저 가라 했는데 잠들었다가 눈뜨니까 차에 아무도 없어..”

“봉고? 그 주정뱅이 영감탱인가 보네 알았다. 일단 끊어봐라. 할매한테 전화해서 니 통화 됐다고 할게. 바로 전화 할 테니까 꼼짝 말고 차 안에 있다가 전화 받아라!”



그렇게 경태가 전화를 끊고 미진은 눈물을 닦으며 천천히 밖을 둘러보았다.

주변은 칠흑같이 어두웠고, 차에서 멀지 않은 곳엔 주황 불빛이 새어나오는게 보였다.



‘뭐지.. 저긴..’



핸드폰 후레시를 켜고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 미진은 주황 불빛이 있는 곳 근처까지 걸어갔다.

그 곳은 집에서 보였던 비닐하우스였고, 비닐하우스 안은 불이 켜진 채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렸다.

발소리를 죽이며 조심스럽게 다가간 미진은 핸드폰 후레시를 끄고 비닐하우스에 찢어진 부분으로 안쪽을 보았다.

비닐하우스 안엔 과일 웬걸 나무타일로 깔아진 바닥위에 담요를 깔고 노인 몇 명과 중장년 남녀 몇 명이 둘러 앉아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고, 중간엔 윳패 같은 나무 조각들이 나 뒹굴고 있었다.

멀찍이 떨어진 곳에 있는 술상 옆엔 운전하던 노인이 술에 취해서 잠이 든 건지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끄트머리 입구 쪽엔 나무책상이 하나있었고 책상엔 40대로보이는 남성 하나가 앉아 무언가 쓰고 있는 듯 보였다.

침을 꼴깍 삼키며 안쪽을 살피던 미진은 뒤에서 갑자기 입을 막는 거친 남성의 손에 다리에 힘이 풀리며 그대로 주저 앉았다.



“읍읍읍읍”

“쉬이이이잇 가스나야 내다 내.”



눈물 범벅이 되어 돌아보니 입을 막은 사람은 온몸이 땀에 젖은 경태였다.



“할매가 니 아마 여 근처에 있을기라 해가지고 여기까지 달려 왔다. 할매가 니 차에서 나오지 말고 기다리게 하랬는데 만다고 밖에 나와 있노.”



자신의 입을 막은경태의 손을 바들바들떨며 뗀 미진은 눈으로 찢어진 비닐하우스 안쪽을 가리켰다.

경태는 비닐하우스 안을 슬쩍 보더니 이내 미진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뭔데 저게 할배 술 처먹고 꼴아서 누워있고 동네 할매 할배들 술 묵고 있구만 저 앞에 앉아있는 아저씨는 누구고 또.”



둔한건지 생각이 없는 건지 비닐하우스 안이 밭이 아니라 나무바닥인 것에 전혀 이상함을 못 느낀 경태는 핸드폰을 열어 할매에게 전화를 거는 듯 했다.



“응 할매 내 왔다. 근처 차에 있드라, 할배는 어디 갔는지 모르겠고. 응응 비닐하우스 쪽에는 안 갔다. 응응. 판식이 아저씨? 그게 누군데? 응응. 그냥 부르면 되제? 알겠다. 응.”



할매랑 통화를 끝낸 경태는 미진을 데리고 봉고차 쪽으로 돌아갔다.

봉고차 근처에 선 경태는 미진을 차에 타라고 한 후 숨을 크게 들이 쉬더니 쩌렁쩌렁 소리를 질렀다.



“판식이 아저씨!!!!! 판식이 아저씨!!!!”



개 짖는 소리만 간간이 들리던 조용한 주변이 메아리를 치며 크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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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개전(開戰) 24.03.12 8 1 10쪽
30 돌아온 할매 24.03.11 6 1 11쪽
29 한 발자국 24.03.10 7 1 10쪽
28 화령과 수경-2 24.03.10 4 1 10쪽
27 화령과 수경 24.03.08 7 1 11쪽
26 작전 +2 24.03.07 9 1 11쪽
25 도망쳐야 해 24.03.06 7 1 10쪽
24 암실 24.03.05 8 1 9쪽
23 정옥자 +1 24.03.04 9 1 11쪽
22 다 들었네 다 들었구만 24.03.03 7 1 10쪽
21 희우의 사정-2 24.03.02 8 1 11쪽
20 희우의 사정-1 24.03.01 7 1 12쪽
19 배신자 새끼 24.03.01 6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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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아무도 믿지 않아 24.02.27 6 1 10쪽
16 너라도 살아야지 경태야 24.02.25 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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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서울 갈래?-1 24.02.24 7 1 11쪽
13 유화령 24.02.22 11 1 9쪽
12 분열 그리고 담합 24.02.21 11 1 11쪽
11 접근-3 24.02.21 11 1 11쪽
» 접근-2 +2 24.02.19 12 1 11쪽
9 접근-1 24.02.18 8 1 11쪽
8 의심-4 24.02.17 10 1 13쪽
7 의심-3 24.02.16 11 1 12쪽
6 의심-2 24.02.15 1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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