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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삼맨 님의 서재입니다.

미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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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삼맨
그림/삽화
홍삼맨
작품등록일 :
2024.02.06 18:12
최근연재일 :
2024.04.10 00:28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340
추천수 :
34
글자수 :
169,394

작성
24.02.27 20:14
조회
5
추천
1
글자
10쪽

아무도 믿지 않아

DUMMY

말이 없어진 경태를 본 화령은 정신을 차리라는 듯 경태의 머리를 툭툭 쳤다.



“누나... 내 어떡하노...”

“뭘 어떡해 병신아 낼 모레 잡혀가냐? 너 좆 되기 전에 살려줄려고 말 하는 거 아니야.”

“누나 그럼 내 때문에 온 거가?”

“아니 뭐 그건 아닌데 겸사겸사? 할매가 저 기지배 와꾸 좀 나오는지 나 취업시켜 준 언니한테 물어보고 괜찮다 하면 일 시작 할 때까지 나보고 데리고 있으라고 하더라고.”

“누나 그건 취업이 아니잖아... 팔리 가는가 아이가.. 그라지 마라 미진이 같이 도망치면 안되나...”

“하.. 시발.. 경태야 넌 내가 자선사업가로 보이냐? 지 인생은 지가 알아서 살라고 해. 너는 새끼야... 내가 여기 살 때 성격 좆같아서 아무도 옆에 안올 때 내 시다바리 해준 게 고마워서 그거 갚을 라고 하는 거고.”



화령의 집안 환경은 경태와 매우 비슷했다.

술만 먹으면 난동부리는 건달 아버지, 다방 나가는 엄마.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성격 파탄자 처럼 굴던 자기에게 툴툴 거리지만 말 상대도 되어주고, 무엇보다 자신과 비슷한 환경에서 학대받던 경태는 화령에겐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어린 시절 같아 조금의 애틋한 마음이 있었다.



“야, 니 생각만해. 너 쟤 안지 뭐 얼마나 됬냐? 너 감이 안와? 너 뒤질 때 까지 대게잡이 배타고 살 수도 있는 거라고. 너 길수 뒤지고 영감이 왜 또 돈 줬는지 알아? 배타면서 일을 해야 두당 매년 1억 씩 장사가 되지 뒤지고 났는데 그 큰 돈 뭉탱이를 왜 줬을 까? 물에 빠져 뒤지는 건 시체도 못 찾는데, 거기서 일하다가 다치잖아? 그러면 바로 통나무행이란다.

알겠어? 정신차려. 길수 일하다가 그물 도르레에 발목 껴서 절단되서 일 못하니까 바로 데려다가 뽑아 낼거 싹 뽑아내서 통나무 장사 한거래. 감이 와? 정신차려.”

“토..통나무가 뭔데?”

“장기 빼다 다 파는거 병신아. 장기밀매. 알아들어?”

“허어업 허윽 누나.. 흑흑 살려도.. 내 너무 무섭다...”



경태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울며 화령의 손을 붙잡았다.

엎드려서 모든 얘기를 듣고 있던 미진은 미칠 지경이었다.

인신매매, 장기밀매, 스폰서 영화 속에나 나올 법한 말들을 듣고 있자니 몸이 떨리는 걸 참기 힘들었다.



“경태 너 생각 잘해라. 나 남 일에 관심 없는 거 알지? 다른 애들이야 팔리던 뒤지던 누나 알 바 아니니까, 넌 누나가 시키는 대로 해. 너 여기 같이 사는 애들한테 입만 뻥긋해봐. 그럼 누나도 너 신경 안써 알겠어?”

“흑흑.. 누나.. 제발 얘들도 같이 나가면 안되나?... 여기 살면서 많이 친해졌는데 내만 살고 야들 잘못되면 내는 죄책감 때문에 못 살 거 같다..”



경태에게 미진과 희우는 단순히 친구를 넘어선 가족 같은 관계였다.

단순한 의리인지 혼자만 빠져나가는 죄책감인지 경태는 화령에게 부탁했다.



“하... 야.. 내가 너랑 둘이 얘기할 시간 만들려고 애새끼들 술까지 처먹여놨는데 뭐? 경태야, 착한 척 하지마. 착하게 사는 건 살고 나서 해. 평생 배 타면서 대게 앞에서 착한 척 할래? 그리고 너 뭔가 착각하는 거 같은데. 저 싸가지없는 년은 몰라도 저기 들어가서 코 곯고 있는 새끼는 너네들 그렇게 생각 안 해 알겠어?”



화령은 희우가 들어가 있는 방을 잠깐 쳐다보며 조용히 말했다.



“흑흑 희우? 점마가 왜.. 처 먹는거 보면 눈깔 돌긴 해도 애는 착하다..”



코를 훌쩍이며 말하는 경태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은 화령이 경태에게 바짝 붙었다.

미진은 그 순간을 놓칠 새라 잠꼬대 하는 척 하면서 경태 쪽으로 몸을 돌려 붙였다.



“으흠음냐음...”



화령은 입을 쩝쩝 다시며 정신을 못 차리는 것 같아 보이는 미진을 확인한 후 말을 이어갔다.



“박가네? 큭큭 야이 순진한 새끼야. 저 새끼가 뭔 얘길 하다 박가네 소릴 했는지 모르겠는데, 저새끼.. 할매 나가있을 때 이 기지배 감시해. 할매가 저 기지배 왜 나한테 보내려는지 아냐?

경태야, 이 순진한 새끼야. 할매가 산전수전 공중전 까지 다 겪은 사람인데 눈치가 얼마나 귀신인지 알아? 나한테 그러더라 저 기지배 보통 아닌 거 같다고, 대가리 굴리는게 눈에 훤히 보인데. 그래서 니네 둘 물 들일까봐 떼놓으려고 하는 거야. 저 기지배 혼자서 나가서 여기저기 뒤지고 다니고 할까봐 밖에 나갈 때 마다 희우 저놈한테 저 기지배한테 딱붙어서 감시해서 뭐하는지 하나하나 다 문자 보내라고 한거고. 그 대가로 박가네는 아닌 거 같고 할매가 따로 뭐 해주는거 같더라.

뭔진 나도 몰라. 그것만 들었어. 알겠냐? 다른 사람들은 너처럼 순진하지가 않아. 혹시 아냐? 저 기지배도 너한테 뭐 숨기고 있을 지도.”



경태는 미진에 붙어 따라다니는 희우가 잠깐 의심이 됐었지만, 그게 진짜일 줄은 몰랐다.

충격을 크게받은 경태의 동공이 흔들렸다.

엎드려있던 미진 역시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당장이라도 일어나 희우방으로 따지러 가고 싶었지만, 살기 위해서, 살 방법을 찾기 위해선 더 많은 정보가 필요했고, 간신히 참아내며 자는 척 드문드문 코를 곯았다.



“저... 시발새끼... 내 그럴 줄 알았다...개새끼 내는 지 친형제로 생각했는데. 패 죽여 버릴까..”



화가 난 경태가 희우가 자는 방을 노려보며 분개했다.



“야이 새끼야 넌 지금 그게 중요하냐?”

“아니 너무 열 받는다 누나.. 배신감 든다..”

“그래. 그 감정을 잘 기억해. 아무도 믿지마. 누나가 너는 길수처럼 뒤지게 안 둔다. 누나가 말해준거 애새끼들 앞에서 티내지마 알겠어? 1년 안에 누나가 너 빼내 줄 테니까.”

“알겠다.. 티 안낼게..”



대화를 마친 둘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화령은 말없이 빼내기만 할 걸 괜히 말해줬나 싶은 후회가 살짝 들기도 했고, 경태는 충격과 상처를 동시에 받았는지 풀이 죽어 보리차만 홀짝였다.



“일단 치우고 들어가서 자. 경태, 누나말 기억해. 애들 앞에서 티도 내지 말고.”



말을 마친 화령은 미진을 질질 끌고 방으로 들어가 눕혔다.

경태는 희우 옆에서 자는 것 조차 싫었지만 화령의 충고를 다짐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눕혀진 미진은 방 문이 닫히는 소릴 듣자마자 온 몸에 긴장이 풀렸다.

평소 침착하고 냉정한 성격이었던 미진이지만, 두려움에 아무생각도 들지 않고 눈물만 나왔다.

혹시라도 소리가 새어나갈까 이불에 머리를 묻고 입에 문 채 한참을 울었다.



‘싫어.. 몸 파는 거잖아 결국.. 어떡하지? 너무 싫어..그냥 확 죽어버릴까... 어떻게 해야돼..’



겁에 질린 미진은 정상적인 사고가 되질 않았다.

은근히 의지하던 경태마저 마음에 문을 닫을 것 같았고,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채 도살장에 팔려가기 직전의 돼지가 된 기분이었다.



‘후.. 후.. 침착하자. 생각을 하자 미진아. 생각을 해. 어떻게 벗어나지?’



눈이 퉁퉁 부어오를 때 까지 울다 지칠 때 쯤, 미진은 방법을 강구 해내야 했다.



‘저 여자 따라가면 결국 서울에 잡혀 있다가 변태새끼들한테 팔려 갈테고... 여기서는 이미 할매 눈 밖에 벗어 난 거 같은데 어떡하지..경찰에 신고할까? 그러다가 경찰도 할매랑 아는 사이면? 아니 애초에 할매가 준 폰으로 신고가 되나? 이거로 통화하고 문자 하는 거도 할매한테 다 들어가는 건가? 다 싫다 정말.. 왜 내 인생만 이런거야..’



온갖 생각을 다하며 꼬박 밤을 샌 미진은 해가 밝아 올 때 쯤 화장실로 갔다.

담배냄새가 가득한 거실 소파에는 화령이 뻗어 자고 있었고, 경태와 희우의 방 문도 굳게 닫혀 있었다.

세면대에 찬 물을 가득 받은 미진은 그대로 얼굴을 담갔다.

얼음장 같이 차가운 물에 얼굴이 마비될 것 같았지만 그렇게 얼굴을 숨이 막힐 때 까지 물에 담갔다 뺏다를 반복했다.



‘후.. 붓기 좀 빠진 건가?’



퉁퉁 부은 눈을 들켜선 안 된다.

화령이 부은 눈을 본 순간 미진이 어젯밤 식탁에서 모든 걸 들었다는 걸 알아 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시간 가까이 얼굴 찬 물에 담금질을 하니 미진은 머릿속이 조금은 차분해지는 것 같았다.

거울을 보고 미진은 웃었다.

그리곤 무표정을 지었다.

입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얼굴의 근육들을 정리했다.



‘정신 차려. 지금부터 정신 바짝 차려야해. 할 수 있어.’



무언가 결심 한 듯 미진은 거울 속 자신에게 다짐 했다.




[쾅쾅]




“아이씨 빨리 나와 오줌마려. 똥싸냐?”



화령이 잠에서 깬 듯 화장실문을 두드리며 재촉했다.

마지막으로 거울을 보며 얼굴의 근육을 재정리 한 미진은 문을 힘차게 열었다.



“아오 깜짝이야. 왜 이렇게 세게 열어 아침부터 아주 힘이 넘치네.”



화령은 잠이 덜 깬 눈으로 미진을 밀치며 화장실로 들어왔다.



“그러게 누가 미성년자한테 술 먹이래요? 아침부터 엄청 토 했잖아요 머리 아파 죽겠네. 할매 오면 다 말 할 거에요.”



화장실을 나오며 미진이 평소처럼 냉소적으로 말했다.



“응~ 니 좆대로 하시고, 라면이나 좀 끓여 해장 좀 하게.”



다행히도 화령은 처음 봤을 때와 똑같은 미진의 태도에 전혀 의심 하지 않았다.

미진은 곧장 경태와 희우의 방으로 가서 이 집에 오고 단 한번도 먼저 부르거나 문을 열어보지 않은 소년들의 방 문을 발로 찼다.




[쾅쾅쾅]




“야 일어나서 라면 끓여 언니가 라면 끓이래.”



짧게 말한 후 미진은 소파에 앉아 티비를 켰다.

미진의 부름에 경태와 희우가 눈을 비비며 거실로 나왔다.

희우는 술 때문 인지 얼굴이 퉁퉁 부어있었고, 경태는 너무 티나게 눈만 부어있었다.



“야 희우는 그렇다 치고 너는 술도 안 먹은게 눈이 왜 그렇게 부었냐? 울었냐?”



경태를 한 번 슥 쳐다본 미진이 무표정하게 말했다.



“어? 눈? 어..? 이상하네 눈이 왜 부었지? 모기 물렸나?”



미진은 말 같지도 않은 변명을 하며 당황하는 경태를 보며 화령이 왜 걱정을 하는지 조금 알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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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화령과 수경 24.03.08 7 1 11쪽
26 작전 +2 24.03.07 9 1 11쪽
25 도망쳐야 해 24.03.06 7 1 10쪽
24 암실 24.03.05 8 1 9쪽
23 정옥자 +1 24.03.04 9 1 11쪽
22 다 들었네 다 들었구만 24.03.03 7 1 10쪽
21 희우의 사정-2 24.03.02 8 1 11쪽
20 희우의 사정-1 24.03.01 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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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서울 갈래?-1 24.02.24 7 1 11쪽
13 유화령 24.02.22 11 1 9쪽
12 분열 그리고 담합 24.02.21 1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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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접근-1 24.02.18 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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