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홍삼맨 님의 서재입니다.

미진이

웹소설 > 자유연재 > 드라마, 일반소설

홍삼맨
그림/삽화
홍삼맨
작품등록일 :
2024.02.06 18:12
최근연재일 :
2024.04.10 00:28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341
추천수 :
34
글자수 :
169,394

작성
24.02.24 00:24
조회
10
추천
1
글자
10쪽

서울 갈래?-2

DUMMY

“경태 문 안 닫아? 누나 옷 갈아 입는거 보고싶어?”

“어? 응 ? 미쳤나!”



경태가 쾅 소리를 내며 미진의 방문을 닫았고 화령은 미진이 보고 있는 건 신경도 쓰지 않고 옷을 훌러덩 벗었다.



“야 언니 몸매 죽이지 않냐?”



화령은 부끄러움도 모르는 건지 처음 보는 미진 앞에서 속옷만 입은 채 낄낄거렸다.

미진은 고개를 돌린 채 이 미친 여자 얼른 나가기만을 기다렸다.



“오? 기지배 너 가슴 좀 크다? 와~시발 역시 가슴은 타고나나보네. 넌 우유 먹으란 소리 안 들었겠네.”



화령의 말에 미진은 수치심을 느꼈지만 수치심보단 우유 얘기에 눈이 번뜩했다.



“우유요? 가슴이랑 우유랑 뭔 상관이에요? 할매가 밥먹고 맨날 우유먹으라 하긴 했었는데.”

“너한테도? 너 맨날 펑퍼짐한 옷만 입고 있었냐?”



알 수 없는 말을 해대는 화령과 말을 섞기 싫었지만 ‘우유’에 대해 궁금증이 생긴 미진은 꾹 참고 계속 해서 물었다.

생각해보면 미진은 이곳에 온 뒤 후드 티나 박스티만 입고 있었던 것 같다.



“네. 붙는 옷 싫어해서요. 근데 그게 왜요?”

“할매가 옛날 사람이라 우유 먹으면 키도 크고, 뼈도 크고, 젖도 큰다고 생각하거든. 젖소도 아니고 무슨.. 진짜 무식 하지 않냐?”



밥 먹고 매번 우유 먹으라는 게 가슴 커지라고 한 거라니.. 충격을 받은 미진은 벙쪄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노인이 자신의 가슴을 왜 키우려하는지도 이해가 안 갔던 미진은 화령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지만 쉽게 얘기해줄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에 입을 꾹 닫고 있었다.



“너 왜 안 물어보냐 왜 할매가 니 가슴에 관심 가지는지?”



화령은 벙쪄 있는 미진에게 먼저 물었다.



“왜요? 왜 관심 가지는데요? 왜 가슴을 키우려고 해요??”



이때다 싶어 물어본 미진을 빤히 보던 화령은 귓속말을 하려는 지 미진의 귀에 바짝 붙었다.



“비밀. 말해주려고 했는데, 너 존나 싸가지 없어서 말 안 해줄래.”



미진의 귀에 조용히 속삭인 그녀는 깔깔거리며 거실로 나갔고, 분이 터진 미진은 방 문에 베개를 집어 던졌다.



‘개같은년.. 진짜 미친년.. 또라이 같은 년..’



속으로 온갖 욕을 해댔지만, 그것보다 그녀가 말한 ‘비밀’이 미친 듯이 궁금해졌다.

미진은 자신의 몸에 관심을 가지는 할매가 더럽게 느껴졌다.

지난 밤 비닐하우스를 본 뒤로 노인에게 왠지 모를 적대감과 찝찝함까지 심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오늘 당장 이 집을 떠나 처음 보는 여자를 따라 서울로 가기엔 경태와 희우도 마음에 걸렸고, 무엇보다 화령은 장난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경태에게 이 집을 경고했던 여자이기 때문이다.



“야 이 집은 진짜 변한게 하나도 없네.. 야 경태야 요즘은 덕배오빠 안오지?”



거실 밖에서 화령과 경태가 이야기를 나누는 듯 했다.



“응 안온다 누나가 그걸 어떻게 알았노?”

“얌마 내가 모르는 게 어딨어. 넌 뭐하고 지냈냐. 맨날 밥먹고 운동하고 그게 다지?”



화령은 경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응. 뭐 그렇지.”



다혈질에 하루에 열 댓번은 욱하는 경태는 화령 앞에선 순한 강아지 같았다.

상대하기 싫었지만 화령에게 궁금한게 너무 많았던 미진은 슬그머니 방에서 나와 식탁의자에 걸터 앉았다.

경태는 과일을 깎아 미진 앞에 두며 시중을 들고 있었고, 희우는 어색한지 소파에서 멀찍이 떨어져 앉아 티비만 보고 있었다.



“어이, 니가 희우냐?”



화령이 희우의 등을 발로 쿡쿡 찌르며 물었다.



“네..”



미진과 기 싸움을 하는 걸 지켜봤던 희우는 화령에게 잔뜩 쫄아 있었다.

미진도 만만치 않은 성격인데 그런 미진의 기를 가볍게 눌러버렸으니까.



“너 슈퍼 가서 맥주 네 다섯 캔이랑 소주 두 세병 사와. 할매가 시켰다고 하면 줄 거야.”



화령은 희우에게 만원 짜리 몇 장을 던져주며 말했다.



“됐다 고마, 내가 갔다 올게. 누나는 대낮부터 술 먹나?”

“넌 닥치고 앉아서 종아리나 좀 주물러. 이 새끼가 누나 안 본지 좀 됬다고 왜 이렇게 개기지?”



경태를 종 부리듯 대하는 화령을 본 희우는 얼른 그 자리를 피하고 싶었는지 만원짜리를 주워 얼른 밖으로 나갔다.

미진은 그런 희우를 따라갈까 하다가도 혹시 화령이 무슨 말이라도 할까 눈은 핸드폰에 고정했지만 귀는 거실 쪽으로 활짝 연 채 밍기적거렸다.



“야 저녁에 뭐먹고 싶냐? 오랜만에 왔는데 누나가 맛있는 거 사줄게. 읍내나가서 뭐 먹을래?”



화령은 유독 경태에게만 사근사근하게 대해주었다.

물론 말투는 영 아니었지만.



“맛있는 거? 어? 그럼 나 거기, 박가네!”



경태는 희우가 매달 혼자 나가먹었다는 박가네 소갈비가 내심 먹고 싶었었다.



“박가네? 뭐야 그건.”

“아 왜 있잖아 약국 옆에 있는거! 소 양념갈비 파는 곳! 몇 년전에 한번 가봤었는데 거기 진짜 맛있다! 누나도 가봤잖아 옛날에!”

“이 새낀 집구석에만 처박혀있나. 야 거기 폐업한지가 언젠데 박가네 타령이야.”



그녀의 말에 경태와 미진은 동시에 몸이 굳었다.

폐업이라니, 분명 희우가 매달 노인을 따라 나가 간 곳이 박가네라고 했었다.

화령이 말이 사실이라면 희우가 미진과 경태에게 거짓말을 한 것 이었다.



“폐...폐업? 뭔 소리고, 희우가 매달 할매랑 나가면 박가네서 고기 먹으면서 기다린 댔는데! 글마가 어제도 박가네 못가서 막....”

“희우? 아 방금 나간놈? 걔가 그래? 박가네 갔다고 매달?”



경태의 말을 들은 화령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식탁에 앉은 미진은 핸드폰을 잡고 있는 손이 덜덜 떨렸다.

자신이 추궁했을 때 그 자리에서 지어낸 말이라니, 그렇다면 희우는 경태와 미진에게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게 분명했다.

경태가 희우를 잠시 멀리하라던 그 말이 떠오르면서 미진은 머릿속이 터질 것 같았다.



“여튼 박가네 거기는 1년도 더 전에 문 닫았어, 다른거 먹어. 귀찮은데 걍 족발 시켜 먹을래? 너 족발 좋아하잖아.”

“어?...응.. 그래...”



경태 역시 적잖이 당황한 듯 했다.

희우가 자신과 미진을 속인 거다.

여러 생각들이 맞물리며 경태는 미진을 슬쩍 바라보았다.

고개를 숙이고 손을 떨고 있는 미진을 본 경태는 입술만 잘근 잘근 씹었다.



“이새끼 왜 갑자기 다운 됬어? 박가네 못 먹어서 그래?”



화령은 목소리가 작아진 경태를 툭툭 치더니 식탁 쪽에 미진도 흘긋 바라보았다.



“아 희운가 뭔가가 착각했겠지, 뭘 그런거로 다운되고 지랄이야. 쟨 또 왜저래? 야 너도 일로와 식탁에서 혼자 분위기 잡고 뭐하냐?”



분위기가 이상한 걸 눈치 챈 화령은 애써 화제를 전환했다.

미진은 충격이 다 가시지 않았지만 화령 앞에서 티를 내기 싫어 얌전히 소파쪽으로 갔다.



“언니 말 잘 들으면 니가 궁금한 거 말해 줄테니까, 넌 나 따라 갈지 말지나 정해 다른 생각 말고. 알겠어?”



화령의 말에 어느 정도 화색이 돈 미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 뭐가 궁금한데? 내도 알리도!”



경태가 눈치 없이 끼어들었다.



“너도 알려줘? 얘 가슴 얘기 하고 있었는데 너도 관심 있어?

“뭐? 미친 뭐라 해샀노! 미친거 아니가?!”



경태는 얼굴을 빨개지며 화를 냈다.

미진 역시 계속해서 거론되는 자기 가슴 얘기에 수치심이 들어 얼굴이 빨개졌다.




[띠띠띠띠]




현관 도어락을 치는 소리가 들렸고, 경태와 미진은 얼굴이 굳었다.

어떻게 희우를 마주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둘은 서로 번갈아 보더니 고개를 살짝 저었다.

지금 당장은, 화령이 같이 있는 지금은 그냥 티 내지 않고 있는게 최선인 걸 둘 다 알았다.



“사왔어요. 여기 잔돈...”

“잔 돈은 필요 없고 술은 냉장고에 넣어놔.”



화령은 처음 본 희우도 종부리듯 했다.

애써 침착하게 표정 관리를 하던 미진과 경태는 희우의 얼굴을 본 순간 어젯밤의 일이 떠올라 미칠 지경이었다.



“미진아 홈런볼도 사왔는데 너 먹을래?”

“어? 어.. 고마워.”



희우가 살갑게 미진에게 다가가 말했지만 미진은 희우의 눈을 똑바로 쳐다 볼 수 없었다.

다행히 눈치 없는 희우는 아무런 낌새도 알아채지 못하고 사 온 과자들을 정리했다.



“야 니 그거 들고 어데가는데?”



과자 몇 봉지를 들고 방으로 들어가는 희우를 본 경태가 물었다.



“어? 아니.. 이거 내 돈으로 산건데.. 이따 밤에 먹으려고...”

“하... 그래그래.. 니 마이 묵으라...”



경태도 처음엔 희우를 보고 어찌 대해야 할지 몰랐지만 여전히 식탐 행동만 하는걸 보곤 한숨만 내쉬었다.

화령은 박가네 때문에 아이들이 서먹해진걸 눈치를 챘음에도 별다른 말 없이 티비만 보고 있었다.



“야 저녁에 족발 시켜먹을 까? 니들 다 족발 좋아하냐?”

“어? 족발? 네! 혹시 막국수도 시켜도 되나요?”



족발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방에서 튀어나온 희우가 눈을 희번덕 거리며 물었다.



“그건 니들 알아서 하고, 지금 시켜 어차피 여기 까지 배달 오는거 한참 걸리니까.”



화령의 말에 희우는 신이 난 듯 배달책자를 펼쳤다.



‘덕배 삼촌 요즘 안 오는 건 어떻게 안거지? 가슴 얘기는 왜 안 해주는 거야..아.. 짜증나.. 희우 저 새끼는 족발에 눈이 돌아갔구만 아주..’



미진은 지금 모든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궁금증만 늘었을 뿐 시원하게 말해 주는 건 하나도 없는 화령 탓에 안 그래도 비닐하우스 때문에 찝찝했던 기분이 더 심해졌다.

해가 뉘엿뉘엿 져 갈 때 쯤 시켰던 족발이 도착했다.

이번엔 덕배가 아닌 다른 늙은 아저씨가 배달 왔다.



“아이구 여기 올 때마다 아주 죽겄어~ 오도바이에서 자빠질 뻔 했네! 경태야 이거 받어라, 할매는 어디간겨?”



배달온 늙은 아저씨는 경태를 아는 듯 했다.

이런 촌에 알바는 가당치도 않으니 아마 읍내 족발집 사장 일 것이다.



“예 할매 어제 오늘 안 들어 왔어요. 감사합니다.”

“그려 맛있게 묵어라 노인네 운빨 터졌나보네.. 나 간다잉~”



배달 온 아저씨는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족발을 건네곤 떠났다.



“경태야 술상 봐라.”



화령은 짧게 명령하곤 화장실로 들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미진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5 시작-2 24.04.10 2 0 11쪽
34 시작 +1 24.03.19 9 1 10쪽
33 뭉쳐야 산다 +2 24.03.17 7 1 11쪽
32 각성한 희우 +2 24.03.15 9 1 11쪽
31 개전(開戰) 24.03.12 8 1 10쪽
30 돌아온 할매 24.03.11 6 1 11쪽
29 한 발자국 24.03.10 7 1 10쪽
28 화령과 수경-2 24.03.10 4 1 10쪽
27 화령과 수경 24.03.08 7 1 11쪽
26 작전 +2 24.03.07 9 1 11쪽
25 도망쳐야 해 24.03.06 7 1 10쪽
24 암실 24.03.05 8 1 9쪽
23 정옥자 +1 24.03.04 9 1 11쪽
22 다 들었네 다 들었구만 24.03.03 7 1 10쪽
21 희우의 사정-2 24.03.02 8 1 11쪽
20 희우의 사정-1 24.03.01 7 1 12쪽
19 배신자 새끼 24.03.01 6 1 9쪽
18 눈치게임 24.02.28 8 1 10쪽
17 아무도 믿지 않아 24.02.27 6 1 10쪽
16 너라도 살아야지 경태야 24.02.25 8 1 12쪽
» 서울 갈래?-2 +1 24.02.24 11 1 10쪽
14 서울 갈래?-1 24.02.24 7 1 11쪽
13 유화령 24.02.22 11 1 9쪽
12 분열 그리고 담합 24.02.21 11 1 11쪽
11 접근-3 24.02.21 11 1 11쪽
10 접근-2 +2 24.02.19 11 1 11쪽
9 접근-1 24.02.18 8 1 11쪽
8 의심-4 24.02.17 10 1 13쪽
7 의심-3 24.02.16 11 1 12쪽
6 의심-2 24.02.15 10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