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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삼맨 님의 서재입니다.

미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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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삼맨
그림/삽화
홍삼맨
작품등록일 :
2024.02.06 18:12
최근연재일 :
2024.04.10 00:28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339
추천수 :
34
글자수 :
169,394

작성
24.03.03 14:00
조회
6
추천
1
글자
10쪽

다 들었네 다 들었구만

DUMMY

그렇게 며칠이 지난 후, 노인은 처음 보는 영감 한명을 데리고 와서 방으로 들어가더니 몇 시간 동안 시끄러운 소리를 내더니 미진에게 이제 자신의 방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하라고 했다.



“지금 들어가서 샤워해도 돼요?”



미진은 빨리 그 화장실을 들어 가 보고 싶었다.

경태가 말했던 샤워호스 밑에 있는 문을 과연 어떻게 막아놓았을지, 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건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 니 편한 대로 해라 고마. 인자부터는 저 머스마놈들하고는 화장실 따로 써래이.”



노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미진은 노인의 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화장실 쪽으로 가면서 곁눈질로 방 문 위쪽을 보니 경태의 말대로 CCTV 같아 보이는 게 보였지만 왜인지 저번처럼 빨간 불이 깜빡거리진 않았다.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간 미진은 샤워 호스가 걸려있는 쪽부터 보았고 경태가 말한 대로 미진의 허벅지께에 올만한 높이의 네모난 ‘문’이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았을 땐 그냥 수도관이나 보일러실처럼 보일 법했지만, 미진은 그 ‘문’이 경태가 말한 ‘방’으로 가는 입구라 확신했다.

베이지색 페인트로 덧칠해진 철로 된 문은 손잡이는 없었고, 걸쇠엔 큰 자물쇠가 걸려있었다.

미진은 샤워를 하면서 슬쩍 발로 툭툭 차보았다.




[텅텅텅]




확실히 안쪽엔 따로 빈 공간이 있는 것처럼 울리는 소리가 났다.



‘일단 이게 그 ‘방’은 확실하고... 자물쇠도 더럽게 큰 거 걸어놨네..’



자물쇠가 걸려있는 걸쇠는 용접을 해서 붙여놓은 듯 걸쇠 주변만 서투른 용접 자국이 있었다.



‘덕배 삼촌은 간신히 들어갔겠구만.. 근데 뭣 하러 저런데 까지 들어가서 얘기를 한데..’



미진은 성급하게 행동하지 않고 ‘문’만 확인 한 채 샤워를 마치고 거실로 나왔다.



“물 잘 나오드나? 영감쟁이한테 뜨신 물 잘 나오구로 해놓으라고 했는데.”

“네 잘 나와요. 감사합니다.”

“그래, 그라고 샤워하고 습기 안 차구로 꼭 문 열어 놔라이, 잊지말고.”



노인은 꽤 만족하는 듯 해 보였다.

일말의 의심도 보이지 않았고, 미진이 자신을 엄마처럼 여긴 다는 걸 안 후론 조금 더 다정해졌다.

그 날 이후 경태 희우와는 더 이상 노인의 정체와 앞으로 어쩔지를 논의 하지 않았다.

희우는 여전히 노인에게 자신의 거취를 보고했고, 물론 그 내용은 미진에 먼저 보여준 뒤 보냈다.

경태는 화령과 어떤 식으로 연락을 취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자기 살 길을 따로 찾고 있을 것이다.



“할매 근데 요즘 덕배 삼촌은 왜 안와? 족발 사서 올 때 됬는데..”



갑작스런 희우의 물음에 노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덕배? 덕배는 와 찾노? 니 족발 묵고 싶나?”

“아니 뭐 그건 당연한 건데, 통 안 오길래.”

“.... 덕배 글마 그거 죽었다.”



노인의 말에 셋은 몸이 굳었다.

예전 같았으면 깜짝 놀라 왜 어쩌다 그랬는지 물었겠지만 이제는 노인의 말이 ‘죽었다’ 인지 ‘죽였다’ 인지 헷갈렸기 때문이다.



“죽.. 죽어? 삼촌이? 갑자기 왜?”



의외로 경태가 먼저 나서 물었다.

희우에겐 그저 족발 배달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지만 경태에게는 몇 없는 정이 들었던 지인 중 하나였다.



“술 처 묵고 운전하다가 사고 나서 뒤졌다.”



짧게 대답한 노인은 더 이상 얘기하기 싫다는 듯이 수건을 개며 등을 돌렸다.

노인의 태도에 셋은 동시에 확신했다.

‘덕배는 적어도 사고로 죽은 건 아니다’.

소녀와 소년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 받았지만 함부로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삼촌 보고 싶었는데... ”



희우가 마음에도 없는 말로 정적을 깼지만 노인은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할매 삼촌 장례식도 안했나? 와 인자 말하노...”



경태는 뭐가 그리 아쉬운지 노인의 등에다 대고 혼잣말을 했다.



“와? 말하믄 니가 우얄낀데? 뭐 좋은 일이라고 느그한테 말을 하노! 그라고 덕배 글마그거 할매를 을매나 괴롭혔는데. 고마 잘됬다!”

“응? 삼촌이 할매를 괴롭혔다고?”

“그래 이노무손아 금마가 할매 한테서 뜯어간 돈이 얼만 줄 아나! 됐다. 더 이상 말하지 마라. 얼라들은 몰라도 된다. 희우 니는 준비하고 할매랑 나가자.”



덕배가 노인을 괴롭혀 왔다니, 돈을 뜯어 갔다니, 노인의 호통에 경태는 더 이상 묻지 못했지만 자신에게 그렇게나 잘해줬던 덕배가 그런 나쁜사람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노인은 저번외출로 달에 한 번 보는 엄마아빠를 못 본 희우를 데리고 외출을 하려는 듯 했다.

덕배의 죽음은 모두에게 놀라운 사실이었지만, 희우는 부모가 더 중요했기에 방으로 옷을 갈아 입으러 들어갔다.

경태는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바닥을 보며 멍때리고 있었고, 미진은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는 것 같아 머리가 복잡해졌다.



“쓸데없는 생각허지 말고 할매 희우 데꼬 나갔다 올테니까는 집 잘 보고 있으라이.”



노인은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

적어도 미진에겐 그렇게 보였다.

처음 보는 노인의 약한 모습에 의심은 더욱 커졌다.

노인과 희우가 집을 나가고 난 후 둘만 남은 미진과 경태는 한참을 아무말 없이 거실에 있었다.

경태는 얼이 빠진 듯 했고, 미진의 머릿속은 온통 화장실 뿐 이었다.



“야.”



계속 멍만 때리는 경태가 답답해져 미진이 먼저 말을 걸었다.



“어?..어..왜?”

“언제까지 멍 때릴건데? 덕배가 니 친 삼촌이야?”

“하.. 가스나 말하는 싸가지봐라... 사람이 죽었다 안하나 사람이.. 니는 무슨 사이코 패스도아니고...”



경태의 말에 미진은 울컥했다.

겨우 한다는 소리가 사이코패스라니.

몇날 며칠을 참고 또 참았던 마음속 응어리가 폭발했다.



“사이코패스? 야 시발 말 다했어? 까놓고 말해봐 너 덕배삼촌이 죽어서 그게 슬픈거 맞아? 아니면 죽은 게 아니라 할매가 죽인 게 아닐까 하는 거 아니고?”

“뭐? 가시나가 말 다했나?”



경태 역시 감정이 북받친 듯 욱했다.



“사람이 죽었다고? 지랄 하지마. 너 지금 그러고 있는 거, 할매가 죽였다고 생각해서 그런거잖아! 병신새끼가 어따대고 사이코패스래!”



그 말을 들은 경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미진을 위협하듯 코앞까지 왔다.



“할매가 누굴 죽여? 니 돌았나? 할매가 살인자가? 말하는 본새 봐라. 할매 오면 니가 말한 거 고대로 말해 보까? 이 가시나가 진짜 내가 봐주니까 나이도 어린 게 뒤질라고 진짜.”



경태가 위협적으로 말하며 눈을 부라렸다. 미진은지지 않고 경태를 노려보며 피식웃었다.



“어. 말해봐. 나도 물어볼게 너도 배에다가 갖다 팔고 다 쓰고 장기 빼다 팔거냐고.”



미진의 인내심의 끈이 끊어지며 경태에게 비아냥 댔다.



“컥...커헉..컥... 야이.개새..컥....”



미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경태는 동공이 풀리면 반사적으로 미진의 목을 졸랐다.

미진은 있는 힘껏 목을 조르는 경태의 손을 할퀴었지만 하루도 빼먹지 않고 운동만 하는 경태의 손아귀는 미동도 없었다.



“니 ... 이 시발년이.. 니 다 들었네.. 다 들었구만..”



경태는 혼이빠진 표정으로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미진이 숨이 막혀 눈이 뒤집어 지려고 할 때 경태는 손아귀에 힘을 풀었다.

미진은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지며 얼굴이 눈물과 침으로 범벅된 채 헛 구역질을 했다.



“개새..끼..핏줄은 못 속이네 자식 패는 아빠 밑에서 자란새끼가 그럼 그렇지.. 때려! 더 때려! 죽여! 죽여봐 이 개새끼야!!!”



미진은 될 대로 되라는 듯 악을 썼다.

미진도 많이 지쳐있었다.

아무리 차분하게 생각하고 침착 하려고 해도 끽해야 열일곱 소녀였다.

경태는 미진이 악을 쓰는 대도 듣는 둥 마는 둥하며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바닥을 기어다니며 핏줄 선 눈으로 경태를 노려보던 미진은 소파 옆에 있던 머그잔으로 경태의 머리를 있는 힘껏 내리쳤다.

경태의 이마에서 피가 터지며 얼굴전체를 덮을 만큼 피가 흘러내렸다.

경태는 머리가 터지고 피가 흘러도 미동도 없었다.



“맞네... 화령이 누나 말이 맞네... 아무도 믿지 말라했는데.. 내가 뭐한다고 니 살려 볼기 라고..큭큭큭.. 내 인생이 그렇지 뭐... 뭐고.. 이제 뭐 내 죽는거가.. 배에 팔려가나?...나중에 쓸모없어지면 장기 빼 갈 때 마취는 해줄라나... 흑흑흑.. 죽기 싫다.. 무섭다... 살고싶다 내도.. 흑흑흑... 미진이 니는 내가 믿었는데 큭큭큭 킥킥킥.”



미쳐버린 것처럼 웃었다 울었다 하는 경태의 모습을 본 미진은 얼어붙었다.

자신도 화를 못참아 후려쳤지만, 얼굴의 반을 덮을 정도로 피가 범벅이 된 것에 놀랐고, 자신을 살리려고 어쩌고 해대며 웃었다 울었다 하는 경태의 말에 당황했다.

둘은 쉽사리 서로 먼저 입을 열지 못하고 30분 가까이 거실에서 대치했다.

미진은 거실에 있는 화장실로가 수건에 물을 적셔 경태에게 먼저 다가갔다.

굳어버린 피를 닦아 보려고 수건을 얼굴에 대자마자 경태가 미진의 팔을 쳐냈다.



“치아라...”



바닥에 다시 떨어진 수건을 집어 든 미진은 차렷 자세로 경태를 노려보았다.

자신이 왜, 자신들이 왜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건지 화가 치밀어 올랐고, 울분이 터지면서 어린애처럼 펑펑 울기 시작했다.



“엉엉엉 왜... 왜 우리만 이렇게 살아야 되는데 왜... 엉엉엉 살리긴 뭘 살려 개새끼야 엉엉엉 나는 그래도 너를 제일 믿었다고... 나는 니가 말 할 줄 알았다고.. 흑흑흑 화령이 언니랑 한 얘기, 언니 가고나면 적어도 나한테는 말해줄거라고, 같이 도망치자고 할 줄 알 았다고... 엉엉엉 근데 너 한마디도 안했잖아.. 희우가 자기 얘기 다 털 때, 너 입 닫고 아무 말도 안했잖아...너만 살려고, 너만 도망치려고... 엉엉엉 나 몸 팔기 싫어 흑흑흑 무서워 .. 엉엉엉.”



어린애처럼 우는 미진을 보고 경태는 정신이 좀 들었는지 미진을 바라보았다.

경태는 유독 여자가 우는 것에 약했다.

미진의 손에 들린 수건을 살짝 빼앗아 얼굴과 머리에 눌러붙은 핏자국을 닦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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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화령과 수경 24.03.08 7 1 11쪽
26 작전 +2 24.03.07 9 1 11쪽
25 도망쳐야 해 24.03.06 7 1 10쪽
24 암실 24.03.05 8 1 9쪽
23 정옥자 +1 24.03.04 9 1 11쪽
» 다 들었네 다 들었구만 24.03.03 7 1 10쪽
21 희우의 사정-2 24.03.02 8 1 11쪽
20 희우의 사정-1 24.03.01 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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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너라도 살아야지 경태야 24.02.25 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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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서울 갈래?-1 24.02.24 7 1 11쪽
13 유화령 24.02.22 11 1 9쪽
12 분열 그리고 담합 24.02.21 1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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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접근-1 24.02.18 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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