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홍삼맨 님의 서재입니다.

미진이

웹소설 > 자유연재 > 드라마, 일반소설

홍삼맨
그림/삽화
홍삼맨
작품등록일 :
2024.02.06 18:12
최근연재일 :
2024.04.10 00:28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343
추천수 :
34
글자수 :
169,394

작성
24.03.10 10:33
조회
7
추천
1
글자
10쪽

한 발자국

DUMMY

[현재]




침대에 누워 벽을 보고 있던 화령은 이불을 입에 물고 끅끅거리며 한참을 울었다.

몇 시간 뒤 미진이 방문을 열었을 땐 화령은 울다 지쳐 곯아 떨어져 있었다.

코를 골며 자고 있는 화령을 본 미진은 경태와 희우에게 조용히 하라는 시늉을 하며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



“언니 자네..”

“그래 마음 안 좋을기다 아마.”

“뭔 마음? 그냥 짜증만 나보이던데.”

“아이다. 저래 보여도 누나가 수경이 누나한테 정이 꽤 많이 들었었거든. 그래서 일부러 알게 한거다.”

“일부러?”



경태는 화령이 자고 있는 방을 한번 슥 보더니 목소리를 낮췄다.



“화령이 누나, 원래 잘 때 코 곤다. 얕게 자든 깊이 자든 비염 있어서 항상 코고는데 아까 소파에 눈 감고 있을 땐 코 안 곯았잖아. 그래서 안 자는거 알고 작당모의 하는 시늉해서 방에 들어 간 거다. 느그는 내 말 듣느라 못 들었겠지만 나는 밖에 발소리 들리나 계속 신경 쓰고 있었다. 그래서 방 앞에까지 발소리 들렸을 때 일부러 문에 기대서 얘기한 거다. 들으라고. 저 누나 성질머리엔 차분하게 얘기해봤자 듣지도 않을 거니까 우리끼리 몰래 얘기하는 거 들으면 바로 믿겠지 싶어서.”



미진과 희우는 경태의 말을 듣고 입이 떡 벌어졌다.

둘의 눈에 경태는 절대 그렇게 영리하고 교활하게 생각하고 행동 할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와.. 경태야.. 너 쩐다.. 나 아예 눈치 못 챘어.. 미진아 너도 몰랐지?”



미진은 경태의 기지에 놀랐지만, 감탄 보단 경계심이 먼저 들었다.

자신은 경태의 머리 위에 있다는 생각을 은근히 가지고 있었던 미진에게 경태의 기지는 지금 상황에선 경계의 대상으로 느껴졌다.



“화령이 누나도 지금 지 먹고 살게 해준 할매한테 반감이 하나도 없다. 적어도 우리 돕게 만들라면 누나 속 안에도 구렁이 한 마리는 넣어놔야 될 거 아니가. 인자부터는 누나도 할매 보는 눈이 조금 달라 질 거다 아마.”



미진은 경태가 변해가는 모습이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현재로선 경태가 그들이 가진 가장 날카로운 ‘칼’이라는 생각이 들어 일단은 믿어 보기로 했다.



“언니 깨울까? 무슨 방법을 생각 하든 일단 언니랑 같이 얘기해야 할 거 아니야.”




[벌컥]




“뭘 소곤거리고 있냐 또? 나도 한 배 탔다며 니들끼리 작당질 하지 말고 나한테도 말해.”



언제 잠에서 깼는 지 화령이 머리를 틀어올려 묶으며 방에서 나왔다. 그녀의 눈은 누가 봐도 운 것처럼 시뻘게져 있었고, 목소리는 갈라져있었다.



“인자 어째야 되는 데 누나? 원래 누나가 내 빼 낼 라고 했을 땐 우째 할 라고 했는데?”

“뭐 대단한 방법은 없고 너 운전 할 줄 알잖아. 차 한 대 구해다가 근처에 갖다 놓으려고 했지.”

“뭐고.. 그게 다가? 그럼 그냥 지금 가자. 누나 차타고.”

“장난하냐? 내가 니네 맡고 있는데 니들 다 사라지면? 나는 뭐 통나무 되라고? 그리고 차타고 튀기만 하면 끝인 줄 아냐.. 할매가 어떤 사람인데... 니가 튀었다는건 여기에 대해 알고 있단 거니까 지옥 끝까지 쫓아 갈거야. 그래서 내 돈줄 꼬셔서 니 여권하나 새로 파서 저 멀리 외국에 보내줄려고 했지. 근데 이제 그것도 못해 돈 줄 새끼도 어쨌든 날 산 인간이고 제대로 된 인간은 아니니까. 하나가 아니라 셋이라고 하면 의심부터 하겠지 아마. 그럼 할매한테 말 할 거고. 그럼 나는? 통나무행이네?”



생각보다 자신을 많이 신경 쓰고 멀리 도망치게 해주려 했던 사실을 알게 된 경태는 벌건 손자국이 남아 있는 그녀의 목을 보자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



“누나.. 그.. 아까 목 조른거....”

“됐어. 시발 뒤지게 생겼는데 뭔 짓을 못해. 여튼, 방법은 이제부터 찾아봐야지 안 그래? 그리고 난 수경이 찾을 거야. 내용물 다 빼서 팔았다 해도 껍데기는 어디 처 묻어놨겠지. 그거라도 찾아서 제대로 보내줘야지.”



연신 신경질 적으로 말하지만 경태의 말대로 화령은 수경이 죽었단 사실을 믿는 듯 했고 그에 대해 꽤 화가 나 보였다.



“정리해보자, 그럼 일단 너 희우 미진 이 세명이지?”

“저..저기.. 저희 엄마아빠는...”



희우는 자신이 도망간다 하더라도 그 뒤에 생사를 확인 할 수 없는 부모 걱정부터 되었다.

미진과 경태가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었지만 희우도 알게 된 이상 희우만 버릴 순 없었다.

그랬다간 분명 자신들을 팔아 넘겨 버릴 것이다.



“하.. 시발 진짜... 이젠 니 부모까지.. 아.. 욕밖에 안 나오네..니 부모가 어딨는데?”

“그.. 할매가 어떤 모텔에다가 가둬놨어요 아빠가 아파서..”



희우는 차마 약에 절여져 할매에게 도움을 받고 있단 말은 할 수 없었다.

거동이 힘든 상태인 걸 알리면 화령이 단번에 거절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모텔? 어디? 백로모텔?”



화령은 모텔이란 단어를 듣자마자 무언가 안다는 듯 희우에게 물었다.

미진과 경태는 동시에 긴장했다.

자신들이 할매가 마약과 관련되어 있단 소리는 하지 않았는데 만약 화령이 알고 있는 사실이라 말해버린다면 후에 희우가 혹시나 가족 때문에 결정에 기로에 섰을 때 할매를 버리게 만들 수단이 사라져버릴 것이다.



“어? 아세요? 맞아요 백로 라고 써져 있었는데.”



화령은 경태와 미진을 슬쩍 보더니 고개를 갸웃 거렸다.



“거기 할매가 알박기 한다고 인수 해놓은 건데 거기 영업 안 하지 않아?”



다행히 화령은 모텔내부 사정은 잘 모르는 듯 했다.



“아.. 근데 거기.. 있어요.. 왜 있는 진 잘 몰라요.”



희우는 말을 하는 내내 경태와 미진의 눈치를 봤다.



“아 일단은 됐고, 확실한건 우리 셋 이랑 점마 부모까지, 그렇게 튀어야 되는데 가능하겠나?”



경태가 화제를 전환하며 화령에게 물었다.



“음.. 일단 할매 밑에서 일하는 오빠들이 꽤 많아. 할매 부하 같은 건 아니고, 그 영감 알지? 난쟁이새끼. 그 영감이 쓰라고 준 오빠들인 것 같아. 덕배 오빠도 그랬고. 덕배 오빠 죽고..

그래.. 하.. 죽었겠지... 덕배오빠 죽고 오빠가 관리하던 3반 하우스 잠시 맡던 그 판식이라는 오빠도 할매 뒤처리 해주던 오빠고.. 뭐 다 뒤졌네? 근데 말이야... 내가 찜찜한 건 그 영감이

할매랑 어느 정도 관계인지 모르겠지만 자기 부하를 냅다 죽였는데 할매를 가만히 둘까? 그게 의문인데.. 여튼, 내 생각엔 미진이 너는 나랑 같이 서울에서 당분간 지내는 게 나을 것 같아.”



대화내용과 전혀 상관없이 대뜸 미진이 자신과 함께 가는게 나을 것 같다는 말을 한 화령은 놀라며 자신을 쳐다보는 미진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



“니네 셋을 한꺼번에 옮기는 건 불가능해. 하나씩 해야지. 일단 미진이 얘는 내가 사는 집에 데리고 있다가 방법 찾아보고, 경태 너는 원래 내가 하려 했던 대로, 마지막으로 희우 쟤가

문젠데, 저 새끼 하나 어떻게 해보는 건 몰라도 부모를 어떻게 해야 되냐..”



화령의 말에 희우는 고개를 푹 숙였다. 이들의 탈출 시도에 자신이 걸림돌이라는 것을 느낀 희우는 말없이 바닥만 쳐다보았다.



“너, 니네 엄마 아빠랑 연락 할 방법은 있냐?”

“아뇨... 할매가 전화도 하지말래서.,..엄마 번호도 바뀌었고..”

“그럼 너는 내가 방법 찾아 볼 테니까 기다려, 어차피 니들 뜻대로 안 해주면 경태 저 배은망덕한 새끼가 할매 한테 나 팔아 넘길 거 아니야.”

“아.. 누나... 미안하다 했다이가.. 쫌...”



화령의 뒷 끝에 경태는 원래의 모습대로 화령에게 잔뜩 쫄아 기가 죽었다. 몇시간 전 목을 조르던 기세는 어디 갔는지 연신 화령의 눈치만 보았다.



“이건 전부 내가 생각한 거고, 니들 계획은 뭔데? 설마 아무 계획도 없이 이 난리를 친 건 아니지?”



화령의 물음에 셋은 서로 번갈아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 존나 골 때리네...일단 니들도 생각이란 걸 좀 해봐. 급하게 행동하지마. 할매 눈치가 옥황상제보다 빠르니까. 어차피 나 여기 몇 일 더 있어야 되니까. 생각해보고 말해.”



말을 마친 화령은 갑갑했는지 맥주를 한 캔 더 꺼내 원 샷 했다.

같은 배를 탄 네 명이 서로 다른 생각을 품은 채 하루가 마무리 되었고 할매가 언제 쯤 돌아온다는 건 아무도 알지 못했다.

다음 날, 꼭두새벽부터 티비 소리를 크게 틀고 깔깔거리는 화령의 우렁찬 목소리에소년소녀들은 하나씩 거실로 나왔다.



“아.. 누나 아침부터 왜 이렇게 시끄럽게 티비를 트는데..”



졸린 눈을 비비며 먼저 나온 경태는 소파에서 자고 일어난 화령의 눈이 여전히 퉁퉁 부어있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지난밤에도 수경의 생각에 잠을 못 이룬 것 같아 보이는 화령은 마음속에서 비집고 나오는 울분을 덮으려는 듯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연신 웃어 제꼈다.

미진과 희우의 눈에도 그녀의 웃음소리는 전혀 유쾌해 보이지 않아 짜증을 삼키며 식탁에 삼삼오오 모여 앉았다.



“아침 뭐 먹을 거야? 배고픈데..”



자신이 걸림돌이란 생각에 풀 죽어 있던 희우는 그것과 배고픔은 별개라는 듯 아침부터 밥 타령을 했다.



“희우야.. 너는... 밥이 넘어가니?”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미진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5 시작-2 24.04.10 2 0 11쪽
34 시작 +1 24.03.19 9 1 10쪽
33 뭉쳐야 산다 +2 24.03.17 7 1 11쪽
32 각성한 희우 +2 24.03.15 9 1 11쪽
31 개전(開戰) 24.03.12 8 1 10쪽
30 돌아온 할매 24.03.11 6 1 11쪽
» 한 발자국 24.03.10 8 1 10쪽
28 화령과 수경-2 24.03.10 4 1 10쪽
27 화령과 수경 24.03.08 7 1 11쪽
26 작전 +2 24.03.07 9 1 11쪽
25 도망쳐야 해 24.03.06 7 1 10쪽
24 암실 24.03.05 8 1 9쪽
23 정옥자 +1 24.03.04 9 1 11쪽
22 다 들었네 다 들었구만 24.03.03 7 1 10쪽
21 희우의 사정-2 24.03.02 8 1 11쪽
20 희우의 사정-1 24.03.01 7 1 12쪽
19 배신자 새끼 24.03.01 6 1 9쪽
18 눈치게임 24.02.28 8 1 10쪽
17 아무도 믿지 않아 24.02.27 6 1 10쪽
16 너라도 살아야지 경태야 24.02.25 8 1 12쪽
15 서울 갈래?-2 +1 24.02.24 11 1 10쪽
14 서울 갈래?-1 24.02.24 7 1 11쪽
13 유화령 24.02.22 11 1 9쪽
12 분열 그리고 담합 24.02.21 11 1 11쪽
11 접근-3 24.02.21 11 1 11쪽
10 접근-2 +2 24.02.19 12 1 11쪽
9 접근-1 24.02.18 8 1 11쪽
8 의심-4 24.02.17 10 1 13쪽
7 의심-3 24.02.16 11 1 12쪽
6 의심-2 24.02.15 10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