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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삼맨 님의 서재입니다.

미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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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삼맨
그림/삽화
홍삼맨
작품등록일 :
2024.02.06 18:12
최근연재일 :
2024.04.10 00:28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337
추천수 :
34
글자수 :
169,394

작성
24.03.0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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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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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9쪽

암실

DUMMY

“야.. 이거 할매 이름 아니야? 이거 뭐야? 72억은 뭐고 이거 마이너스 몇 억 몇 천 이건 뭐야?? 할매가 72억 빚진 거 갚고 있는 거야 설마?”



경태는 미진이 보던 서류를 유심히 보았다.

아무리 봐도 빚을 탕감해나가고 있는 메모 같아 보였다.



“할매가 빚쟁이였나? 이 돈들은 뭐고 도대체 어디서 벌어서 갚았던거고..와... 어?? 어!!!!?”



경태는 목록을 손으로 훑으며 쭉 보다가 뭔가 아는 이름을 본 듯 눈이 커졌다.



“야 이거...”



미진은 경태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부분의 이름들을 보았다.



201X년 11월 1일 -2억 (준석, 병철, 길수, 태형, 형석)

201X년 12월 25일 -2억 (화령)

201X년 1월 17일 -1억5천 (수경)

201X년 11월 1일 -2억 (준석, 병철, 길수, 태형, 형석)

201X년 4월 24일 -1억5천(길수)

201X년 11월 1일 -1억 6천 (준석, 병철, 태형, 형석)

.

.

201X년 3월 2일 -1억 5천 (장덕배)



“야...화령이 언니 있네.. 2억.. 5억중에 2억을 할매가 받았나보네.. 수경이란 언니는 너가 좋아했다던 그 언니 아니야? 그 언니는 1억 5천이네.. 화령언니보다 덜 예뻤나.. 뭐야.. 마지막에 이거 덕배삼촌도 있네?”



경태는 손가락으로 하나 하나 훑으며 표정이 점점 굳어져 갔다.



“미진아..”



경태가 갈라진 목소리로 미진을 불렀다.

미진이 경태를 돌아보았을 때 경태는 소리없이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야.. 왜 울어 갑자기..”

“흑 흡.. 미진아.. 화령이 누나 말고... 여기 봐봐.. 니 그날 다 들었다며.. 길수 형... 처음에 행님들 다섯명 2억이잖아.. 그러믄 두당 할매가 4천씩 받았다는 거고 배 타면 1년에 1억은 준다며..그렇게 매년 받다가... 여기봐봐.. 여기 길수형 혼자 1억 5천.. 이게 아마 화령이 누나가 돈 뭉텅이 준게.. 이게 길수 행님 죽고 장기 뗀 값인갑다.. 그 다음해엔 길수형 이름은 빠져 있잖아..그리고.. 흑..흡.. 수경이누나 화령이누나 보다 100배는 예쁘고 착했다.. 근데 봐라.. 수경이누나는 그 일 하기 싫다고 해서 다른데 데리고 갔다했잖아... 근데 왜 길수 행님 장기 값이랑 똑같노...흑흑흡...그라고 마지막에 덕배 삼촌도... 1억 5천이다...”



경태가 입을 틀어막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경태의 말을 들은 미진 역시 얼어붙었다.



“그..그럼.. 나도.. 만약.. 안 한다고하면 .. 1억5천.. 나도 죽어? 경태야?...”



미진이 말을 더듬으며 떨리는 손으로 경태의 셔츠자락을 살짝 잡았다.



“후우우... 미진아 정신 단디 차리자...”



경태가 미진의 손을 다정하게 덮으며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얘기했다.

경태의 눈빛은 더 이상 망설임이나 두려움이 서린 눈빛이 아니었다.



“일단.. 나가자.. 여기까지만 보고... 잘 정리해두자..”



미진은 서류들을 잘 정리해 있던 그 자리에 그 모양 그대로 놓고 허리를 폈다.

다시 기어나가려고 뒤를 돈 둘은 천정쪽에 달린 찬장을 발견했다.



“이건 또 뭐고..”



경태는 찬장을 살짝 열었고 미진은 보라색 불빛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아 후레시를 찬장 쪽에 갖다 댔다.

찬장 안 에는 랩에 단단하게 씌여진 흰색 유리 알갱이들이 가득 차 있었다.



“미진아.”

“경태야.”



둘은 찬장에 눈을 고정한 채 서로를 불렀다.



“이거.. 마약 아니가?”

“어.. 그런 것 같네...”



미진과 경태는 생각하기를 멈추고 찬장을 도로 닫고 화장실 밖으로 기어나왔다.

자물쇠를 다시 잠그고 거실로 나온 미진과 경태는 식탁에 앉아 보리차만 연거푸 마셔댔다.

궁금 한 걸 본 후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린다는 느낌은 전혀 없고 망치로 머리를 세게 후드려 맞은 느낌이었다.



“야.. 우리 이제 어떡하냐.. 솔직히 나는 머리가 하얘져서 아무 생각도 안 들어..”

“내라고 뭐 별 생각 있겠나...근데 저거 밀가루 같이 생긴 거 마약맞나? 영화에서 보던 거랑 똑같이 생깄는데... 유리구슬 아니겠제?”

“할매가 저런 걸 랩에다 싸서 화장실에서 뭘 할까? 혼자 구슬치기 하려고 놔뒀겠어?”

“그..그렇지... 야 혹시 그라믄.. 희우 아빠도 할매가...”

“그건 모르지... 넌 거기까지 생각이 갔냐..우리가 뒤지게 생겼는데 참 궁금한 거도 많다..”



조용한 거실에선 창문사이로 드는 바람소리만 작게 들렸다.

수경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장기가 적출 됐다는 길수와 같은 몸값이 적혀있었고, 최근 죽었다는 덕배 역시 1억 5천으로 같았다.

노인이 함께 작당질하는 영감에게서 받는 수수료 중 1억 5천은 죽고 난 뒤 몸 값 이라는 것에 확신이 들었다.



“근데 미진아 만약에 저기 있던게 마약이면 희우한테도 말해줘야 되는 거 아니가.. 아무리 못 믿을 새끼라도 즈그 아빠 그래 만든 게 할매라 카믄 절대로 할매 편에 안 설긴데..”



경태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현재 상황에선 최대한 분열을 막는게 도움이 될 것이다.

비록 희우가 뒷통수를 친 적은 있지만, 노인이 하는 짓거리가 자신의 아버지를 낫게 하는게

아닌 병들게 한 원흉이라면 희우 역시 마음을 다잡을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영화와 달랐기에 본인 외엔 누구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의 목숨이 걸려있기에.



“몰라.. 난 부모한테 정 같은 거 잘 몰라서 내 목숨 건사하기도 힘들어.. 경태 너도 마찬가지겠지만.. 근데 저게 마약인지, 할매가 희우 아빠를 그렇게 만든 건지 확신도 없는 상황에서 괜히 일만 키우는 거라면.. 희우가 자기 살자고 우리 팔아 넘기면? 그러면 진짜 너도 나도 좆 되는 거야...”



미진의 냉정한 말에 경태도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화령이 자신에게 한 말처럼 누구도 믿어선 안 된다.

설령 지금 자신 앞에서 말을 하고 있는 미진이라도.



“그라믄 이렇게 하자. 다음 달에 화령이 누나 오니까. 어떻게 할 건지 내가 들어볼게. 니는 일단 모르는 척 있어라. 화령이 누나가 니가 알고 있는 거 알면 마음 달라 질 수도 있으니까..”

“뭐?... 너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알고 있다고 마음 달라 질 수도 있으니까 가만히 있으라고? 지금 그 말은 너까지 못 빠져나갈까봐 난 닥치고 있으란거야?”



경태의 말이 그런 뜻이 아닌 걸 알았지만 생존이 걸린 일이기에 날카롭게 받아들여졌다.



“아니 가시나야. 말 진짜 못되 쳐먹게 하네.. 그라믄 우얄낀데? 니 달고 쫄래쫄래 가서 ‘누나 임마도 다 들었단다. 우리 둘다 구해도~’ 이럴까? 니 그 날 다 들었다메? 누나가 니까지 나서서 데리고 나가줄 생각이 없다잖아. 내가 우째해야되는 지 들어보고 니랑 행동이랑 말이랑 맞춰가지고 튀어야지.”

“하.. 그래.. 미안... 나도 예민해 진 거 같아..그래도 나는 너 믿어 경태야.”



미진은 경태의 손을 잡고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경험 상으로 이렇게 하는게 경태에게 잘 먹혔기 때문이다.



“그..그래.. 가시나.. 믿어라 쫌! 하아.. 내는 만화방 가있을란다. 할매한테도 만화방 간다 했으니까 괜한 오해 안 일으킬 라믄 그 편이 나을끼다.”



얼굴이 빨개진 경태가 미진의 손을 치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춘기 남학생에게 이성의 스킨십은 자극적이었고 감정을 동요시키기에 손잡는 것 만으로 충분했다.



“그래. 나는 좀 잘래. 다녀와.”



한바탕 폭풍이 휩쓸고 간 후 소년과 소녀는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경태는 곧장 만화방으로 나갔고, 미진은 방으로 돌아와 책상에 앉았다.



‘뭐지.. 만약 화령언니랑 둘이 얘기하고 나만 쏙 빼고 갑자기 지만 도망가려는거 아니겠지? 아니야.. 경태가 그럴애는 아니잖아... 근데 만약 그러면? 나는? ..’



말로는 믿는다고 했지만 그것 역시 그녀만의 생존을 위한 수단 이었을 뿐 자신을 빼고 화령과 둘이 얘기 한다는 것에 대한 불신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마음을 다 터놓고말을 한 둘 사이는 아주 작은, 보이지 않을 만큼 아주 작은 균열을 하나 남긴 채 마무리 되었다.

해가 지고 저녁 먹을 시간이 됐을 때 쯤 현관 도어락 소리가 울렸다.




[띠띠..삐삐삐삐]




평소라면 한 번에 열렸을 현관문이 비밀번호를 틀렸는지 시끄러운 소리가 울렸다.



“누구세요? 할매 아니가?”



경태가 현관 문 앞에서 확인 차 물었다.

이 집에 살며 한 번도 틀린 적 없던 도어락 비번을 틀린 ‘외부인’에 잔뜩 경계심이 생겼다.

경태의 물음에도 현관밖에선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경태는 현관으로 바짝 붙어 문에 뚫려있는 구멍으로 밖을 확인했다.



“어윽 시..시발!!! 뭐고!!”



경태가 기겁을 하며 현관에서 떨어졌고, 미진 역시 무슨 일인지 궁금해 거실로 나왔다.



“왜? 뭔데?”

“야.. 저저저.... ”



경태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현관을 가리키며 말만 더듬었다.

미진은 답답함에 현관으로 다가가 밖을 확인했다.



“헙. 뭐야? 뭐..뭐야?”



미진 역시 깜짝 놀라 현관에서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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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뭉쳐야 산다 +2 24.03.17 7 1 11쪽
32 각성한 희우 +2 24.03.15 9 1 11쪽
31 개전(開戰) 24.03.12 8 1 10쪽
30 돌아온 할매 24.03.11 6 1 11쪽
29 한 발자국 24.03.10 7 1 10쪽
28 화령과 수경-2 24.03.10 4 1 10쪽
27 화령과 수경 24.03.08 7 1 11쪽
26 작전 +2 24.03.07 9 1 11쪽
25 도망쳐야 해 24.03.06 7 1 10쪽
» 암실 24.03.05 8 1 9쪽
23 정옥자 +1 24.03.04 9 1 11쪽
22 다 들었네 다 들었구만 24.03.03 6 1 10쪽
21 희우의 사정-2 24.03.02 7 1 11쪽
20 희우의 사정-1 24.03.01 7 1 12쪽
19 배신자 새끼 24.03.01 6 1 9쪽
18 눈치게임 24.02.28 8 1 10쪽
17 아무도 믿지 않아 24.02.27 5 1 10쪽
16 너라도 살아야지 경태야 24.02.25 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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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서울 갈래?-1 24.02.24 7 1 11쪽
13 유화령 24.02.22 11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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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접근-3 24.02.21 11 1 11쪽
10 접근-2 +2 24.02.19 11 1 11쪽
9 접근-1 24.02.18 8 1 11쪽
8 의심-4 24.02.17 10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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