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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미달 님의 서재입니다.

붉은머리 에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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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다미달
작품등록일 :
2024.05.08 15:28
최근연재일 :
2024.06.20 22:4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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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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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글자수 :
251,832

작성
24.05.2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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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정찰꾼 스뇰 (5)

DUMMY

프라의 단호한 주장 아래, 라우르는 에아론과 함께 움직이기로 하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홀로는 보낼 수 없다는 것이 프라의 주장이었다.

그리하여 에아론과 라우르는 같이 오솔길을 따라 걷는 중이었다.


"나도 정찰꾼이었어."


라우르의 말에 에아론은 뒤를 돌아보았다. 라우르는 괜히 손을 놀리고 싶은 건지 주변에 있는 나뭇가지를 도끼로 툭툭 쳐내고 있었다.


"지금은 다른 일을 맡고 있지만 예전에는 그랬지. 하지만 조만간 다시 맡게 될 날이 올 거야. 정찰꾼은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하는 거니까."

"많이 힘든가요?"

"뭐가. 정찰꾼이?"


에아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라우르는 어깨를 으쓱였다.


"힘들지. 매일 숲과 산을 오르내리면서 주변을 확인해야 하니까. 그리고 기억력도 좋아야 해. 평상시에는 없던 흔적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날 수도 있거든. 단순히 외부의 적이 남긴 흔적만 얘기하는 게 아냐. 우리의 활동 반경에 맹수가 자리를 잡는 경우도 있거든. 그때는 직접 찾아가서 처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호랑이나 곰, 늑대 그런 걸 말하는 건가요?"

"그런 놈들도 있긴 하지. 근데 그놈들은 생각보다 그렇게까지 위험하진 않아. 그놈들도 생각이란 게 있어서 한 번 다치면 그 이후에 먹고사는 데에 지장이 있으니 웬만해서는 사람을 습격하지 않지. 오히려 그보다 훨씬 작은 놈들을 경계해야 해. 죽기 살기로 덤비니까"

"그렇군요."

"하지만 제일 힘든 건 외로움이지."


라우르는 방금 자른 기다란 나뭇가지로 땅 이곳저곳을 건드렸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곳이 얼마나 그립던지. 특히 나랑 성격 안 맞는 놈이랑 같이 살면 그 기분은 더해지지. 눈보라가 불어 바깥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더욱 비참해지고."


에아론은 스뇰이 줄곧 혼자서 생활하고 있음을 상기했다. 그렇다면 스뇰은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걸까? 글쎄, 모르겠다. 너무 오래도록 혼자 있으면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를 수도 있기에.


"그나저나 스뇰 님을 뵈러 가는 건 참 오랜만이로군. 예전에 한번 뵌 이후로 처음인데. 그때는 나도 너처럼 어렸지. 아니, 뭐. 몇 살 많기는 했지만."

"그때 스뇰님은 어땠어요?"

"굉장했지. 예전에 다른 씨족 녀석들하고 다툼이 벌어진 적이 있었는데, 족장님과 클루바 님이랑 앞에 나서서 서너 명을 동시에 상대하셨어. 참으로 멋있는 분이셨다고."

"그런데 지금은 왜, 오두막에 홀로 계시는 걸까요?"

"몰라. 나도. 족장님과 싸우셨다는 풍문이 있기는 한데. 하여간 그만 물어봐라, 에아론. 나도 자세히는 모를뿐더러 설령 안다 해도 대답할 생각은 없다. 그렇게 궁금하면 당사자에게 물어봐."


에아론은 스뇰이 절대 말하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오솔길을 따라가니 오두막이 나타났다. 라우르는 오두막 상태를 보더니 에아론을 쳐다봤다. 에아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라우르는 헛기침을 뱉었다. 오면서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 심각할 줄은 몰랐던 듯하다.

그때 땅, 땅 하고 규칙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금속을 다루는 소리였고 라우르는 고개를 갸웃했다.


"대장간에서 날 법한 소리인데. 여긴 그런 것도 있었나 보네."


아무래도 다른 거점에는 없는 모양이었다.

대장간으로 향한 두 사람은, 스뇰이 땀을 흘리며 망치질을 하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에아론은 스뇰에게 소리 높여 불렀다.


"삼촌, 저 왔어요!"


스뇰은 대답하지 않았다. 망치질을 하느라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확실히 저런 시끄러운 곳에 있으면 세상으로부터 고립이 될 것이다.

그보다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궁금했다. 크기는 그리 크지 않은 걸 보니 혹시 저번처럼 경첩을 만들고 있진 않아 했다. 그러나 손잡이도 있는 걸 보면 경첩은 확실히 아니었다.

망치질은 생각보다 그리 길게 이어지진 않았다. 스뇰은 마지막으로 담금질통에 물건을 넣고는 뺐다. 물건을 손에 쥔 스뇰은 밖으로 나와 햇볕에 비추는 시늉을 했다.

이내 고개를 끄덕인 그는 옆에 서 있는 두 사람을 쳐다봤다.


"넌 누구지?"


에아론을 가볍게 지나치던 스뇰의 시선이 한 인물에게 머물렀다. 라우르는 주먹으로 가슴을 두어 번 두드린 뒤 살짝 목례했다.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스뇰 님. 저는 전사, 라우르입니다. 첫째 안주인 님께서 에아론을 이곳까지 무사히 데려다 달라는 말씀을 하셨기에-."

"그러냐? 그럼 돌아가. 이젠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라우르는 조금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돌아가라는 말 때문은 아니었다. 물론 그것도 당혹스러운 말이긴 했지만, 라우르는 것보다 자신을 알아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뭣하고 있어. 돌아가라니까?"


에아론이 슬쩍 끼어들었다.


"삼촌. 라우르 선생님이 삼촌을 보고 싶었대요. 예전에 같이 전장에 섰던 적도 있다고 하던데요?"

"뭐? 어디."


라우르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홀 레이라 근처였습니다. 정확히는 하이마르인데-."

"거긴 돌주먹 녀석들 영역인데."


스뇰은 라우르를 훑어보았다. 미간을 좁히는 걸 보아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라우르는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모를 수밖에 없겠지. 그때는 어렸지만 지금은 그래도 성장했으니.

그러던 그때였다.


"아아, 너구나. 오줌싸개."

"예, 예?"


라우르가 화들짝 놀랐다. 에아론도 멍하니 라우르를 쳐다봤다. 스뇰은 싱글벙글 웃으며 다가오더니 라우르의 어깨를 탁탁 쳤다.


"그때 처음으로 사람 죽였다며 엉엉 울면서 오줌도 쌌잖아. 그래. 맞아. 기억하고 있지. 이야, 코흘리개에 오줌싸개가 벌써 이렇게 컸어? 여기에 있으면 다른 건 다 좋은데 시간이 얼마나 흐르는지를 모른다는 것이지. 네가 이렇게 크게 성장한 걸 보면 확실히 시간이 많이 흐르긴 했나 보다."


라우르의 얼굴이 붉어졌다. 라우르는 에아론을 차마 보지 못하고 웅얼거리듯이 말했다.


"그럼, 잘하고 와라."


빠르게 자리를 벗어나는 라우르를 보자니 에아론은 기분이 이상해졌다. 혹독하게 자신을 훈련시켰던 선생님이 그런 과거를 갖고 있을 줄이야.

에아론은 괜히 스뇰에게 라우르를 소개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야, 꼬맹이. 이거 받아라."


스뇰이 에아론에게 물건을 주었다. 물건을 받아든 에아론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어, 이거 제 단검이잖아요?"

"새롭게 벼렸다. 전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날카로우니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네 다리나 팔을 찌르고 싶지 않다면 말이지."


그리고 스뇰은 에아론에게 가죽으로 만들어진 단검집도 주었다. 그건 스뇰 자신이 갖고 있는 손가방을 잘라서 만든 것이었다. 단검집에 단검을 꼽으니 착 안착되는 느낌이 들었다.


"먹을 거는 챙겨왔냐?"

"네, 여기."


에아론이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을 보여주자 스뇰은 안을 확인했다. 다양한 간식거리가 가방에 들어 있었다. 스뇰은 휘파람을 불었다.


"냄새 좋네."


고기 냄새가 아닌 풀잎처럼 향긋한 냄새를 풍기는 음식을 구경한 지 꽤 오래되었다. 무엇보다 스뇰의 눈을 돌아가게 만든 건 진들딸기로 만든 파이였다.

스뇰도 간혹 감자 전분을 이용하여 파이를 만든 적이 있긴 했지만 맛은 영 별로였었다. 하지만 이건 군침을 돌게 만들 정도로 냄새가 좋았다.

스뇰은 진들딸기 파이를 덥석 집어 한입에 넣었다. 달콤한 맛이 입안에 감돌자 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왜. 뭐."

"..아니에요."


저건 나도 좋아하는 건데. 에아론은 시무룩한 얼굴로 입맛을 다셨다. 그래도 하나가 더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려나.


"자, 그럼 가보자."


스뇰은 평소 정찰할 때의 복장 그대로 입었다. 무기도 활과 도끼 한 자루가 전부였다.


"어디로 갈 건데요?"

"저기."


스뇰이 가리킨 곳은 숲과 연결되어 있는 어느 산이었다.


"보기보다는 별로 안 멀어. 조금만 걸어가면 돼."


꼭 어디 소풍이라도 가는 듯한 말투였다. 에아론은 조금 기대가 되었다. 산까지 올라가 본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좋아요. 맨날 숲에서만 돌아다녔었거든요. 저희 누나하고 같이요."

"그러고 보니 네 누나 이름이 뭐냐?"

"아스테리아요."

"아, 그래. 그런 이름이었지. 기억난다."

"저희 누나를 본 적 있어요?"

"옛날에. 요만한 시절이었을 때 봤지. 너보다도 훨씬 어릴 때. 걔는 나 기억 못할걸. 혹시 물어봤냐?"

"아뇨. 나중에 물어볼게요. 근데 요새 대화를 잘 못해서 그럴 기회가 올는지 모르겠어요."

"결혼 준비한다 그랬지. 거참. 진짜 시간 빠르네."


두 사람은 숲을 가로지르는 동안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스뇰은 정말로 소풍에 온 것처럼 천천히 걸어갔다. 덕분에 에아론은 그의 보폭을 따라가는 데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에아론은 눈을 감고 맑은 공기를 마셨다. 마을에서나 성에서도 언제나 맡을 수 있는 냄새였지만 숲에서 직접 맡는 건 얘기가 또 달랐다.

흙과 그 흙을 뚫고 자라난 풀을 발로 밟을 때면 잎의 푸릇한 향내가 주변에 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스뇰은 에아론을 데리고 꾸준히 서쪽을 향해 나아갔다. 에아론이 보기에는 다 거기서 거기인 풍경이었다만 스뇰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나 보다.

정찰꾼으로서의 능력이 뛰어난지 도중에 막히거나 그런 게 없었다.


"표지가 있잖냐. 겨울에는 눈 때문에 어디가 어디인지 헷갈리지만 이맘때는 그런 것도 없으니까. 보다 보면 다 구분이 돼."


스뇰은 기이하게 생긴 바위나 나무, 뱀처럼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실개울 하나하나를 가리키며 이것들이 전부 길을 알려주는 것들이라 말해주었다.

그게 한두 개였을 때는 에아론도 별거 아니라 생각했지만 점차 많아지니 헷갈리기 시작했다.

곰처럼 생긴 바위가 저기에 있었나, 아니면 저기였었나. 아닌데. 저건 저기가 아닌데. 그럼 어디지.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그냥 포기한 상태로 스뇰의 뒤만 졸졸 따라가게 되었다.

스뇰은 가는 중간중간마다 말을 했다. 그도 이렇게 화창한 날, 다른 사람이랑 같이 숲길을 가로지르니 제법 기분이 좋은 듯했다.

스뇰은 조금 두서없이 이야기를 꺼내는 경우가 많았다. 오래도록 혼자 지내온 터라 이야기가 뒤죽박죽 섞일 때도 있었다.

그래도 에아론은 아무 걱정 없이, 쓸데없이 머리를 굴릴 일도 없이 마음 편하게 들었다.

누나와 멀어지고 어머니와 가까이 있게 된 이후로 에아론은 속이 편했던 날이 없었다.

잠에 들기 위해 침대에 눕는 시간 말고는 나머지는 줄곧 불편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거칠지만, 그래도 둔탁한 노래처럼 끊임없이 들려오는 스뇰의 목소리를 들으며 숲길을 걷고 있자니 마음이 절로 가라앉는 듯했다.


"옛날에는 대족장이 있었다 하지."


걸음을 멈추고 그늘진 곳에서 잠시 쉬고 있을 때였다. 스뇰은 에아론이 갖고 온 간식을 먹으며 그리 말했다.


"지금이야 씨족들이 나뉘어서 생활하지만 예전만 해도 대족장의 통치 아래 살아갔다고 해."


에아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이전에 할아버지에게도 들은 바 있었다. 그래도 옛날 얘기를 듣는 걸 좋아하는 편이었기에 에아론은 처음 듣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지금은 왜 없을까요?"

"뻔한 이유 아니겠냐. 다른 족장들이 반란을 일으켜서 그랬겠지. 저 자리가 내 자리다, 하고."

"누군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면 계속 이어져야 하는 게 아닐까요?"

"이놈. 머리가 아주 나쁜 놈은 아니었군."


그리고 스뇰은 잠시 후, 덧붙였다.


"뭐, 네 말대로 누군가 대족장 자리에 올라갔다면 그렇겠지. 하지만 내가 올라가지 못하면 너도 못 간다,라는 심보를 서로 가지고 있다면 올라가기 어렵지 않겠냐. 그러니 없는 거겠지."


에아론은 그런가, 하고 수긍하였다. 그런다고 찜찜한 마음이 사라진 건 아니었지만.

스뇰은 에아론을 힐끗 보더니 잠깐 침묵했다. 내용이 생각이 안 나서가 아닌 자신의 생각이 아님을 분명히 밝혀두기 위함이었다.


"물론 다른 이야기도 있기는 하지."

"뭔데요?"

"알아서 걸러들어. 이건 나도 어디서 들은 거니까."


에아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대족장 자리에 아무도 올라갈 수 없는 건 힘을 가진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는 거야."

"힘이오?"

"그전에 먼저, 넌 족장이 뭐 하는 사람인지 혹시 알고 있냐?"


에아론은 잠깐 눈을 껌뻑이더니 말했다.


"어.. 그냥 땅을 다스리는 사람 아닌가요?"

"각자 땅을 다스리는 사람? 뭐, 그렇긴 하지. 근데 또 있어. 바로 제사장의 역할도 있다는 거지. 이 땅의 신인 키놀에게 제물을 바치는 역할 말이다. 그렇다고 오해는 말아. 예전에는 정말로 인신공양을 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니까. 하지만 그 관습의 잔재는 여전히 남아 있지."

"아, 그래서 새해가 되면 양을 잡아서.."

"멍청한 녀석. 그걸 이제 알았냐?"


스뇰은 낄낄거리며 웃었다. 스바르가 멍청하다고 했다면 화가 났겠지만 스뇰이 하니 왠지 기분이 나쁘기보다는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족장이 제사장이라면 대족장은 당연히 대제사장으로 불려야 마땅하겠지. 그의 손에 의해서 누가 죽을지 살지가 결정되는 거니 당연히 막강한 영향력이 있지 않겠냐. 하지만 그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에 있어 키놀은 대족장이 된 자에게는 하나의 힘을 준다고 해."


에아론은 그게 뭐냐고 눈으로 물었다. 스뇰은 흙을 손으로 움켜쥐더니 서서히 놓았다. 마침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기에 흙은 바람 방향에 따라 먼지를 일으키며 날아갔다.


"그리카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거대한 힘. 그의 손짓 하나면 눈보라가 불고 땅이 바다처럼 물결친다지. 상상해 봐라. 거대한 산맥이 대족장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광경을. 가히 신이나 다름없겠지."


에아론은, 문득 사방이 고요해졌다고 생각했다. 마치 스뇰의 입에서 나온 말이 진실이라는 듯 자연은 침묵의 긍정을 내뱉고 있었다.


"지금까지 대족장이 없는 이유도 바로 그런 걸 테지. 더 이상 키놀의 축복을 받은 사람이 없으니까. 고로 이 땅은, 그리고 우리는 진작에 신에게 버림받았다고 할 수 있다."


구름이 해를 살짝 가렸다. 만물의 그림자가 조금 길어졌다. 에아론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으하하!"


그때 스뇰이 우렁찬 웃음을 보였다. 에아론은 깜짝 놀랐다.


"개소리지. 그딴 건 없어! 뭐, 축복? 힘? 에라이, 시부럴."

"하, 하지만 방금 삼촌이 그렇게-."

"알아서 걸러들으라고 했잖아. 나도 주워들은 얘기일 뿐이야. 그것도 빌어먹을 정찰꾼 놈들에게서. 그놈들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지루해서 말도 안 되는 공상을 많이 하거든."

"그럼 다 거짓말이라는 건가요?"

"당연하지! 설마 너는 믿냐? 이야, 진짜 한심한 녀석일세. 정신 차려. 꼬맹아."


에아론은 하마터면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스뇰은 에아론의 어깨를 퍽 치더니 자리에 일어났다.


"움직이자. 천천히 가되 너무 지체해도 안 좋아. 서로만 힘들어지거든."


스뇰은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리더니 앞서 걸어갔다. 다시 생각해도 웃긴 모양이었다.

에아론은 바보가 된 것 같은 기분에 얼굴을 붉혔다. 스뇰이 워낙 실감 나게 얘기를 하는 바람에 잠깐 넘어가고 말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에아론은 정말 대족장이 사라진 이유가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지혜로운 우글라도 어째서 대족장이 사라졌는지에 대해 얘기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다 그에 대해 물어도 그저 고개를 젓고는 알 수 없는 눈으로 바깥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키놀 님. 정말 저희를 버리신 건 아니겠죠?'


에아론이 하늘을 바라보며 속으로 그렇게 물을 때였다. 한 줄기 바람이 에아론의 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에아론은 순간 놀랐다. 그것은 마치 겨울 바람와 비견해도 좋을 정도로 차디찼기 때문이다.

에아론은 제 볼을 쓰다듬으며 멍하니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보아도 여전한 나무와 햇살만이 그 자리 그대로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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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변화의 꼬리 (2) +1 24.05.24 13 2 17쪽
15 변화의 꼬리 (1) +1 24.05.23 17 2 14쪽
14 아담한 승리 +1 24.05.22 14 4 15쪽
» 정찰꾼 스뇰 (5) +1 24.05.21 15 4 16쪽
12 정찰꾼 스뇰 (4) +1 24.05.20 21 3 20쪽
11 정찰꾼 스뇰 (3) +1 24.05.19 18 3 13쪽
10 아픔 +1 24.05.17 19 5 19쪽
9 정찰꾼 스뇰 (2) +1 24.05.16 18 5 16쪽
8 정찰꾼 스뇰 (1) +1 24.05.15 24 4 14쪽
7 다짐 24.05.14 21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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