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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시드 님의 서재입니다.

만신전의 성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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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시드
작품등록일 :
2021.07.26 19:05
최근연재일 :
2021.11.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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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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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버그??

DUMMY

사실 그람은 돌아오자마자 신전 주신상에 들러 얼마나 레벨이 올랐는가 그리고 그렇게 죽도록 쉬지 않고 써댄 스킬들의 숙련도가 얼마나 올랐는가를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크리스 그리고 하퍼와의 작전회의로 완전 파김치가 되어버려서 그런 것은 일단 내일 아침에 확인하기로 했다.


‘일단 살아야지...’


자신의 방에 돌아와서 장비를 해제하고 침대를 바라보니, 실제로 여기서 잠을 청한 것은 정말 몇 번 되지 않았지만, 현실에 있는 포근한 진짜 자신의 침대처럼 아늑하게 느껴졌다. 평소의 버릇처럼 몸을 던져서 침대로 뛰어들려다, 저번에 그렇게 해서 허리가 나가서 더 이상 남성노릇을 못하게 될 뻔했던 것이 생각난 그람은 조용히 침대에 몸을 뉘였다.


아마도 지푸라기로 만들어진 매트리스일 것인데 현대의, 자신의 방에 있는 그 포켓스프링으로 되었다는 침대가 아닌 과학이라는 침대만큼이나 포근했다. 자신이 원정을 나간 사이에 침대보는 누가 갈아주었는지 깨끗했으며 포근한 느낌이 좋았다. 속칭 말하는 린넨은 아니었다. 그람은 잘 모르지만 아마도 목화로 만든 면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에도 목화 따는 흑인 아저씨가 있는건가...’


과거에 미국 남부 목화 농장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하던 흑형들이 생각난 그람이었다. 아직 이 세상에서 노예나 노비 같은 사람들은 보지 못했으니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목화 따기 같은 작업은 정말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고 익히 들어온 터다. 여기라고 무슨 용빼는 수가 있을까. 이 천은 과연 어떠한 노동력으로 만들어진 것일까?


그람은 이 세계에서 증기기관을 발명하면 방직기로 천을 만들어서 떼돈을 벌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잠이 들었다. 오늘 밤은 잠 못드는 불안한 감정이 들기도 전에 잠이 들 것 같았다. 그만큼 천장과 벽 그리고 익숙한 공간이 주는 안정감은 컸다. 그렇게 그람은 스르르 잠이 들었다.


무슨 알람이라도 있는 것도 아닌데, 노숙을 한 어제 그리고 그제 일어난 시간과 비슷한 시각에 자동으로 눈이 떠졌다. 그람은 과거 군생활을 하던 때가 생각났다. 이등병일 때, 그리고 일병일 때 자동으로 눈이 떠지던 그런 나날들. 하지만 그런 병 아닌 병은 상병이 꺾이는 순간 마법처럼 사라졌었다. 아마도 지금의 이런 상태도 좀 레벨이 오르고 나면 나아질 것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해결해야할 생리적 현상을 처리하고 그람은 다시 가죽갑옷세트를 장비했다. 돌핀 빤스에 나시만 입고 뛰는 것은 아무리 실내라고해도 그리고 아무리 전시상황이 아닌 평시상황이라고 해도 좀 그랬다.


남들보다 아마도 일찍 일어난 것은, 며칠 만에 들어버린 습관 탓도 있지만 어제 스킬 등을 알아보지 못하고 잠들었다는 조바심에서 비롯된 것 때문이리라. 사실 웬만하면 하피 무력정찰부터 시작된 일련의 일들의 성과를 중간결산을 하고 잠들었어야했는데, 그람의 육체는 괜찮아도 정신이 따라가지 못함은 실로 아이러니컬했다. 나름 산전수전을 다 겪은 그람으로서도 몇 번 겪지 못한 희귀한 일이었다.


‘예전에는 무한 노가다를 뛸려면 정작 몸이 피곤해서 쓰러져잤는데, 이제는 몸은 멀쩡한데 정신이 피로해서 자다니...세상 오래 살고 볼일이네.’


그람은 바로 주신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 이른 아침, 해가 완전히 떠오르지 않은 시간이었다. 하늘에는 아직도 어렴풋하게 보이는 별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이 세상이 그가 살던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달 두 개가 막 지려하고 있었다. 해가 떠오르면 저 별들도 빛을 잃을 것이다.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별빛을 보면서 그람은 삼국지에서 나오는 표현이 생각났다.


‘오장원에서 별이 지다인가...’


사람과 별을 연계해서 이야기하던 그 세계관. 그리고 별똥별이 찰나에 자신을 밝게 불태우고 사라지는 것. 그것을 일수유의 시간이라고 한다던가? 하지만 실제로 경험해보니 목숨이 오가는 것은 그보다 더 짧은 시간이 소모된다. 별이 불타는 시간보다 생명이 불타는 시간이 더 짧다는 것이 문제였다. 어두운 하늘은 그람을 상념에 젖게 했지만, 그람의 호기심이 그 상념보다 훨씬 앞서 있었다. 새벽 겜성은 여기까지였다.


그간 전투와 퀘스트...물론 무슨 퀘스트를 받고 수행한 것은 아니지만 이 게임에서 퀘스트로 표시되는 것은 정말로 중요한 것만 표시가 될 뿐 실제로 NPC의 부탁을 받고 하는 모든 것들이 퀘스트라고 생각해도 무방한 것 같았다. 물론 경험치도 상당히 주는 것 같았다.


기대감에 주신전으로 바로 들어가서 그람은 자신의 상태창부터 불러냈다. 예상했던 이상의 결과가 있었다. 빨갱이 하피를 잡아내고 1레벨이 올랐던 것을 기억해서 그 후 마력을 사용하는 놈들 두 마리를 잡아냈기 때문에 적어도 1레벨은 올라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레벨이 많이 올라있었다. 아무래도 퀘스트를 해결한 공로가 더해진 듯 했다.


그람

레벨: 11(4)

직업: 원정을 수행하는 성기사(성기사6)

근력: 19+2

민첩: 17+0

체력: 16+0

지능: 12+0

지혜: 16+0

마력: X

신성: 28+0


4레벨이 올라서 레벨이 11이 되고 클래스 포인트를 4점 획득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었다. 3레벨을 더 올려야 다시 클래스 레벨을 하나 올릴 수 있었다. 생각보다 클래스 레벨을 올리는 것이 매우 빡빡했다. 스탯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었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 스탯은 클래스 레벨을 올려야만 변동이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레벨 잘 오르네. 근데 초보구간이 대체 어디까지지? 보통 만레벨의 10-20%정도?’


그람은 자신이 며칠 간 정말 바쁘고 죽을 위기도 겪었지만 사실 그가 잡은 몬스터의 숫자는 형편없이 작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퀘스트로 경험치는 상당히 오를 것으로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더 많이 레벨업이 되어있는 것을 보고 초보구간의 부스트 같은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폭풍성장의 가세가 과연 언제까지 유지될지 궁금했다. 당장 성기사 10레벨이 되면 무언가 다른 세상이 열리는 것 같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까지 이런 폭풍성장이 유지될 것 같지는 않았다.


또 그세 직업이 바뀌어 있었는데 그전의 ‘인정받은’의 수식어가 빠지고 ‘원정을 수행하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아무래도 원정대를 꾸려서 오크를 요격 하라는 요청을 받아서 인 듯 했다. 그렇다는 것은 인정받은 보다 한참 위급임이 분명했다. 운전면허를 갓 땄다고 운전을 잘하는 것은 아니듯 성기사로 인정을 받는 것과 베테랑으로 원정대를 이끄는 것은 확실히 다른 문제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람은 바로 스킬부터 점검했다. 사실 스킬의 성장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가가 매우 궁금했다. 스킬을 사용하면서 횟수를 세는 것은 사실 삼십 번을 넘어가자 사실 상 너무 지겨워져서 포기한 터다. 그래도 아마도 열광의 영기와 명상은 3레벨을 찍지 않았을까 기대감이 있었다.


‘아 올랐네 역시...노가다는 배신하지 않습니다 역시...’


<스킬 : (미약한) 열광의 영기><lv,3 27%>

<성기사의 광적인 믿음의 기운이 흐른다.>

<(4)미터 주변의 자신 포함 아군의 공격/이동속도를 (11)% 증가한다.>

<성기사의 광적인 믿음의 열기가 육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표출되어 보는 모두를 흥분시킨다. 극도로 흥분한 정신은 신체를 지배하여 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얼마나 열심히 써댔던지 이미 3레벨을 훌쩍 넘어 27%에 달한 열광의 영기였다. 그리고 생각대로 숙련도 3레벨을 찍자 추가효과에 대한 선택지가 나타났다.


<(미약한) 열광의 영기 추가효과 선택>

<1.소모되는 자원의 감소>

<2.적용 거리의 증가>

<3.적용 효과(1): 공격속도 증가>

<4.적용 효과(2): 이동속도 증가>

<5.영기의 효과를 속해있는 집단에 한정해서 발산할 수 있게 변경><원정대장,성기사>


의외로 선택지가 기존의 스킬들과 조금 달랐는데 일단 눈에 띄는 것은 선택지의 숫자 자체가 하나 더 많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공격속도와 이동속도를 분리해서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게 의미가 있나?’


그람은 여기서 뭔가 또 완전 어설픔을 발견했다. 생각을 해보라. 속도가 빠른 사람이 이동속도는 느리고 공격속도는 빠른 그런 언벨런스한 사람을 떠올려보라. 과연 그렇게 속도라는 것이 구별을 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민첩하고 빠른 사람은 이동속도도 빠를 것이고 공격속도도 빠를 것이다. 그렇게 구분을 지어서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게임 안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 세상 판테오니아는 게임을 차용하면서도 실제로는 현실과 같은 이상한 세계였다. 실제 열광의 영기를 사용한 바, 공격속도와 이동속도를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은 확실했고 더구나 짐승의 경우에는 효과가 더 크게 적용되는 모습까지 보았던 터라 이런 의미 없는 구분은 대체 무엇인가 싶었다.


아마도 게임 속 설정의 잔재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즉 판테오니아라는 세상에 게임을 덮어씌우면서 혹은 그 반대 즉 판테오니아라는 게임 세상에 현실을 덮어씌우던지 아무튼 그 두 가지 경우 모두 결론은 동일했다. 그람의 생각으로는 게임의 설정이 현실과 다른데 그냥 수정되지 않은 채로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이렇게 구분해서 올려봐야 실질 적용은 다 같이 될 공산이 높았다. 순간 그람의 머리로 스쳐간 것은 두 적용효과를 같이 올리면 더블로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지 않을까 였는데 생각해보니 가장 높은 수치로 ‘속도’증가가 될 공산이 높았기 때문에 아무 의미가 없는 행위였다. 어쩌면 최악의 경우에는 저 두 가지 옵션 전체가 작동안할 확률 또한 존재했다. 스킬은 매우 소중한 편이고, 그에 따른 추가효과도 매우 신중하게 골라야하는데 초기화 하는 방법을 모르는 이상 작동하지 않을 확률이 있는 효과를 고르는 것은 절대로 피해야만 했다.


따라서 효율을 떠나 효과 그 자체에 의문이 드는 스킬효과증대에 대한 선택지 두 가지는 버려지고 자원감소 그리고 적용거리증가와 마지막 5번 선택지만이 남았다. 그람은 지금까지 모든 추가효과 선택에서 성기사 전용이라고 표기된 4번 선택지를 골라왔는데 그것은 전용은 일반 스킬보다 반드시 강할 것이라는 게임 인생을 관통하는 경험에서 나온 고집이었다.


그리고 그런 고집은 여기서도 그대로 발동이되어 5번째 효과에 눈과 마음이 절로 쏠리는 것이 사실이었다. 다만 이 추가 효과는 한술 더 떴다. 배울 수 있는 제한이 성기사 조건뿐만 아니라 원정대장이라는 조건까지 들어있었다. 아마도 선택지는 자신이 달성한 조건 하에 습득할 수 있는 모든 선택지가 보여지는 것 같았다.


그람은 자신에게 어제 크리스가 원정대를 조직해달라는 이야기를 했던 사실을 떠올렸다. 시스템은 아마도 자신이 이제 원정대장이라고 인식해서 이런 효과를 추가할 수 있게 한 것이리라. 습득에 무언가 제한이 많다면 그만큼 더 나은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당연할 것이라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5번을 선택한 그람이었다.


<스킬 추가효과 습득에 실패하였습니다. (조건 미충족)>


‘어???? 뭐야 이거??? 뭐 이따구야...’


큰 결심이라도 한 것처럼 5번을 지긋이 선택한 그람은 곧바로 인터페이스 화면 전체를 가리며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에 당황했다. 아니 당연히 선택지에 있으면 골랐을 때 습득이 되야지 선택지에 있는데 습득이 안되는 이런 병신과도 같은 상황에 그람은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보통 이런 버그성 상황이면 바로 운영자 호출을 해야 될 각이지만 여기서는 운영자를 부르는 명령어도, 그리고 운영자에게 전화를 걸 수 도 없었고 버그제보 게시판도 없었다.


‘아 그 년이 있구만...이런 쌍년 이런 버그나 주고...내가 간다. 목 닦고 기다려라.’


그람은 바로 운영자 비스무리한 튜터NPC를 떠올렸다. 그녀는 노골적으로 게임 스킬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그람이 아는 유일한 NPC. 당연히 버그 같은 것도 그녀가 처리할 것이다. 아니 처리해야만 했다.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깔아서 이야기하더니 이런 버그나 만들고...‘내 조선의 갑질이란 것이 무엇인지 한번 보여주리라’ 각오하면서 그람은 바로 주신상에서 메뉴를 호출해서 파리엘을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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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망신 21.10.13 43 5 13쪽
» 버그?? 21.10.12 46 4 13쪽
69 융통성 21.10.09 51 4 11쪽
68 마스터 +1 21.10.08 56 4 13쪽
67 무적의 치트키 21.10.07 51 4 12쪽
66 성기사의 권리 21.10.06 50 4 12쪽
65 영웅의 증거 21.10.02 51 6 14쪽
64 넷카마월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1 21.10.01 56 4 13쪽
63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 21.09.30 52 5 13쪽
62 나만 쓰래기야? 21.09.29 53 2 14쪽
61 인내력의 끝 21.09.28 56 4 13쪽
60 앉은뱅이가 서서 걷는다면? 21.09.27 59 4 13쪽
59 도둑은 감옥에... 21.09.25 58 3 14쪽
58 군필... 21.09.24 58 2 14쪽
57 장님 문고리 잡기 21.09.23 54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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