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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시드 님의 서재입니다.

만신전의 성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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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시드
작품등록일 :
2021.07.26 19:05
최근연재일 :
2021.11.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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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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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앉은뱅이가 서서 걷는다면?

DUMMY

“헐 그런 것도 있었네요. 근데 당장 전투 스킬을 배우기에도 워낙 빠듯해서. 아마 지금 파티결성 스킬처럼 언젠가 퀘스트로 한번쯤은 주지 않을라나요?”


의외로 기뻐하지 않았다. 그람은 그 순간 이 사나이는 이 군필여고생팬티할짝이란 아이디에 스스로 만족하고, 즐기고 있음을 깨달았다. 즐기는 자는 이길 수 없다고 했던가. 아마 이 사나이는 설사 닉네임 변경권이 생겨도 그대로 저 아이디로 이 세상을 당당하게 활보하리라.


저 뻔뻔한 모습에 뭔가 존경스러움이 절로 생겨난 그람이었다. 자신은 돈을 주고 하라고 해도 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리고 그람은 바로 이어 중요한 정보를 말해주었는데 그것은 스킬노가다에 관한 이야기였다. 스킬 노가다를 통해서 스킬 숙련도를 빠르게 그리고 비약적으로 올릴 수 있고, 스킬 레벨 3레벨에 도달하면 추가 효과를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이 스킬노가다의 편의를 위하여 무조건 명상과 같은 자신의 직업별 자원회복 스킬을 초반에 반드시 찍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그 클래스 레벨업을 하러 들어가는 가상공간에 있는 도우미 NPC가 스킬 시범을 보여준다는 것 그리고 전대 테스터들의 스킬 채택률을 말해준다는 점 또한 말해주었다.


그의 경험 상 적어도 초반은 그들의 선택이 상당히 일리가 있다는 점, 그래서 그걸 참고로 스킬을 구성하는 것도 좋다는 말을 해주었다. 그리고 버프류의 스킬이 자원을 엄청나게 소모한다는 점 그리고 이 게임에서 HP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점 또한 확실하게 말해주었다.


그 외에도 이거 저거 잡다한 팁 아닌 팁을 말해주었다. 그리고 그람은 다시 심각하게 물어보았다.


“정말 이대로 저 푸앵트 마을 사람들과 같이 갈 건가요? 제가 그래도 트리스트에서는 약간의 영향력 정도는 행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별 문제 없으시다면 트리스트로 같이 가시죠. 부활도 트리스트에서 가능하다면서요. 아무래도 뭉치는 것이 더 유리하지 않을까요?”


그 제안에 군필여고생팬티할짝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이 파티결성 스킬과 푸앵트 주민인정 퀘스트를 먼저 완료를 해야 할 것 같아요. 파티결성은 한명만 있으면 되는데 스킬 포인트 낭비하는 것은 좀 그렇잖아요. 기회가 있을 때 해야죠. 게다가...푸앵트에 아직 한 사람이 남아있어요. 제가 트리스트로 바로 가버리면 그 사람 혼자 남게 되잖아요. 그건 너무 가혹한 일이죠.”


그람은 그 대답에 군필여고생팬타할짝이 조금 달리 보였다. 분명 지금의 현실 같지 않은 현실을 단순히 부정하고 방에 처박힌 사람의 심정을 그람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그렇게 부정만 하고 있어서는 어떠한 것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해결을 위해서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자각했을 뿐 이었다. 그런 그도 현실을 부정해서 판테오니아까지 와서 방구석에 마음을 닫아버린 사람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걱정하는 군필여고생팬티할짝...에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저기 혹시 그 방구석에 있다는 분. 여캐릭이에요?”


순간 군필여고생팬티할짝의 동작이 멈췄다. 그리고 그람을 올려다보며 씨익 웃었다. 그람이 다시 추궁하려는 순간, 군필여고생팬티할짝은 장발인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면서 간드러진, 정말 닭살이 절로 돋게 하는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아잉~ 알면서~”


“......”


무언가 이 사나이에게 인류애 이런 것을 잠시나마 떠올린 것이 자신의 큰 문제였음을 자각한 그람이었다. 하긴 앉은뱅이가 서서 걷는다면 그건 분명 여자 때문이라는 노래 가사도 있지 않은가. 이성에 대한 관심이 문제가 될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만약에 자신이 그렇게 홀로 남겨진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끔찍한 일이었다.


방구석에 박힌 그녀도 게이머다. 이 게임을 그 전까지 아무런 게임도 하지 않은 초짜가 첫날부터 로그인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했다. 그리고 본질적으로 이 세계는 게임을 차용하고 있다. 그녀에게는 이 당면한 현실을 인정할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군필여고생팬티할짝 같은 약간 변태스러운 아저씨라도 같이 있다면, 함께한다면 분명히 방문을 박차고 다시 나아갈 용기를 얻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어쩌면 군필여고생팬티할짝의 의도가 무엇인지와 상관없이 그가 푸앵트로 돌아가는 것이 맞았다. 혼자보다는 둘이서가 더 해쳐나가기가 쉬울지도 몰랐다. 그람은 운이 좋아서 프레드나 피터 같은 성전사 하퍼의 종자들의 보조를 받아가면서 전투를 수행할 수 있었지만, 그런 보조가 없다면 차라리 믿을만한 유저와 같이 싸우는 편이 더 유리할지도 몰랐다.


그람은 바로 납득하고 그럼 거기서 일이 끝나는 대로 가능하다면 다시 만나기로 했다. 자신은 아마도 트리스트에 있을 것 같고 만약에 트리스트를 떠나 이동한다면 트리스트 신전의 주임사제 크리스에게 자신의 목적지를 남겨놓을 거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리고 군필여고생팬티할짝에게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해달라는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자신이 친구들을 찾고 있다는 말을 꼭 퍼트려주길 부탁했다. 김태황이나 박우신이 혹시나 소문을 듣고 연락이 닿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또 그를 도와줄 것이 없겠는가 생각하다 문득 군필여고생팬티할짝이 무기를 가지고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그람은 사전 보상 상자를 두 번 열어서 하나는 스킬북 그리고 하나는 무기 선택상자를 받아서 무기를 획득했다. 그 말은 기본으로 제공되는 것은 오직 방어구세트 뿐이고, 무기는 제공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사전 행사 쿠폰으로 등록한 상자가 아닌 한 초반에 무기를 획득하는 것은 그람의 경험 상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에 군필여고생팬티할짝이 무기를 가지고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그 혹시 사전 행사 쿠폰으로 상자 받으셨어요?”


“네? 그게 뭔가요? 아 그 사전 등록 행사요? 전 결단이 좀 늦어서 받지못했어요.”


“그럼 무기는 지금 있으신 건가요?”


그람의 질문에 군필여고생팬티할짝은 고개를 저어 없다고 말했다. 첫날밤에 주어진 창은 바로 회수해갔고 그 뒤로는 자경단 본부에 억류되어있어서 무기를 얻을 기회가 없었다고 하며 멋쩍게 웃었다. 그러면서 사실 그가 자경단에 가서 도적길드의 위치를 물어본 것은 도적길드에 가면 단검이라도 하나 얻어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였다고 털어놓았다.


그람은 바로 벨트 주머니에 손을 넣어 전날 득한 쿠크리를 꺼냈다. 매직아이템이지만 이 물건에는 마침 딱 맞게도 도적 스킬에 대한 옵션이 붙어있는 완벽한 도적을 위한 장비였다. 이 세계에서는 물건 하나하나가 소중했다. 하지만 가장 잘 사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물건이 돌아가는 것이 맞았다.


만약 현실이었다면 그람은 이러한 재화를 절대 모르는 사람과 나누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이곳에서는 달랐다. 아니 게임에서는 달랐다. 게임에서는 이렇게 재화를 나눔 할 수도 그리고 아무런 대가 없이 도와줄 수도 있다. 게임 속 세상이나 일상에서 살아가는 현실 세상이나 같은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인데, 이렇게도 사람이 달라질 수 있다니 그람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아무렴 어떤가. 적어도 이것이 그가 게임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이었다.


“어 이거 쿠크리네요? 이런 것은 후반에 나오는 단검 아닌가요? 굉장히 좋아 보이는데 주시려고요? 이렇게 공짜로 막 주셔도 되요? 초반이라 그람님도 힘드실텐데...”


그람은 괜찮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가 파리엘에게 들었던 말을, 적어도 명백한 선의로 권한을 넘어서 말해준 것과 같은 그 말을 그에게도 해주었다.


“만신전의 신들은 서로 약간의 다툼이 있을지언정 전부 한 편이다? 그러면 PK나 만신전을 배신할 경우에 페널티가 크다는 말이겠네요?”


군필여고생팬티할짝은 역시 경험이 많은 자여서 그런지 바로 그람과 비슷한 결론을 냈다. 거기에 그람은 지금까지 전투를 하면서 느낀 그 점.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필요하며 아마도 대형 퀘스트나 미션을 수행하려면 아주 많은 유저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을 군필여고생팬티할짝에게 알렸다.


“그렇군요. 많은 유저들이 빠르게 성장해야 미션을 진행할 수 있고, 미션을 진행해야 우리가 어느 상황에 처해있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이군요. 네 알았어요. 쿠크리 정말 감사합니다.”


군필여고생팬티할짝은 쿠크리를 얼른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람이 준다는 의사표시를 한 순간 인벤토리에 바로 넣을 수 있는 듯 했다. 인벤토리에 쿠크리를 넣으면서 옵션을 본 군필여고생팬티할짝은 저레벨에 얻는 무기 치고는 매우 좋다고 매우 좋아했다. 그러면서 비열한 습격은 도적 1레벨을 선택하면 자동으로 습득하는 기본 스킬이라면서 자신도 그 스킬을 가지고 있다며 정말 완벽하다며 웃었다.


“사실 무기가 없어서 스킬 숙련도 노가다도 엄두도 못냈거든요. 이거 둔화 독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모르지만 쌍수 단검 이런 스킬 배우면 후반에도 보조무기로 계속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정말 고마워요 오빠.”


그람은 공치사를 듣다가 마지막 오빠에 경악했다.


“형...이러지 마세요. 딱 봐도 액면이...왜 뭐가 불만이라고 이러세요, 대체.”


군필여고생팬티할짝은 못들은 척 이 무기로 얼른 레벨업을 하고 싶다고 설레발을 쳐댔다. 하긴 뒤에서 같이 근접공격을 해줄 딜러가 있다면 그람도 좀 더 편안하게 사냥을 할 수 있으리라. 그들이 그렇게 시덥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아르손과 대화를 나누던 크리스가 정말 심각해진 표정으로 그람에게 다가왔다. 대화를 멈추고 크리스를 바라보니 크리스가 심각한 표정에 어울리는 심각한 말투로 그람에게 다급하게 말했다.


“그람님 큰일입니다. 아르손과 이야기를 나누어본 결과 오크 부족 중에 하나 혹은 두 개가 연합해서 트리스트를 노리는 것 같습니다.”


이어지는 크리스의 말은 그랬다. 지금 있는 이 숲은 원래 오크가 없는 비교적 안전한 사냥터였고, 따라서 주로 푸앵트의 사냥꾼 중에서 좀 어리거나 노령 즉 힘이 떨어지는 자들이 오는 사냥터라고 했다. 힘이 있는 자들은 강을 건너서 마물들이 득실거리는 곳에서 사냥을 했다는 말에 어제 알프레드에게 들은 그의 아버지가 죽었다는 사냥터가 강 건너라는 사실을 떠올린 그람이었다.


비교적 힘이 없는 자들이 오는 사냥터였던 이곳에 얼마 전부터 오크들이 보인다는 말에 푸앵트의 자경단을 이끌고 이쪽을 정찰하던 아르손은, 직전 자신들을 습격한 오크들의 본대를 더 북쪽 숲의 경계에서 발견하였다고 한다. 본대는 약 200여명으로 구성된, 오크 전사들이 다수 포함된 강력한 군세였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이 향하는 곳은 노골적으로 트리스트 쪽이었다고.


그래서 아르손은 빠르게 숲을 가로질러 트리스트로 이를 경고하기 위해 트리스트로 빠르게 이동하다가 매복에 걸려 교전중이었다고 했다. 원래 오크의 영역에서 트리스트로 오려면 중간에 하피의 영역권을 지나게 된다. 하피는 이 북부 쪽에 가장 강성한 세력 중 하나로 절대로 오크의 군세가 지나가게 내버려둘 리가 없었고 따라서, 트리스트로의 직접적인 침입은 그간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드디어 오크의 돼지대가리가 오랜 고민 끝에 답을 찾아낸 모양이었다. 즉 직선으로 트리스트로 갈 것이 아니라 서쪽으로 우회해서 지금 이 숲을 지나서 트리스트로 들이치는 그런 루트를 택한 것이고 그를 위해서 사전으로 이 숲을 정리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크리스는 열변을 토했다.


이 판테오니아에 떨어지기 전에 아니 3일 전에 저 소리를 들었다면 이 양반 너무 오크를 과대평가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었을 그람이었다. 그가 과거에 평가하던 오크는 그냥 돼지대가리 근육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람의 생각은 달랐다. 오크 놈들은 자기들이 불리하면 퇴각하고, 준비된 합을 통하여 함정을 파기도 했다. 한마디로 영약한 놈들이었다. 그들을 돼지지능 근육덩어리라고 낮게 평가해서는 역으로 당할 공산이 컸다. 크리스의 말대로 이것들이 하피의 영역권을 우회해서 쳐들어오려고 대가리를 굴리는 것일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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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마스터 +1 21.10.08 56 4 13쪽
67 무적의 치트키 21.10.07 51 4 12쪽
66 성기사의 권리 21.10.06 51 4 12쪽
65 영웅의 증거 21.10.02 51 6 14쪽
64 넷카마월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1 21.10.01 56 4 13쪽
63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 21.09.30 52 5 13쪽
62 나만 쓰래기야? 21.09.29 54 2 14쪽
61 인내력의 끝 21.09.28 56 4 13쪽
» 앉은뱅이가 서서 걷는다면? 21.09.27 60 4 13쪽
59 도둑은 감옥에... 21.09.25 58 3 14쪽
58 군필... 21.09.24 58 2 14쪽
57 장님 문고리 잡기 21.09.23 55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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