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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시드 님의 서재입니다.

만신전의 성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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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시드
작품등록일 :
2021.07.26 19:05
최근연재일 :
2021.11.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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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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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사의 권리

DUMMY

크리스와 하퍼는 그람의 생각에 동의를 하면서도, 기본적 대응은 오크들이 트리스트로 침공한다는 것을 대비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그람도 물론, 그에 찬성했는데 그것은 만약에 그람의 생각대로가 아닌 트리스트 전면침공의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그 책임 증 일부는 그람이 질 수 있다는 얄팍한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람과 크리스 그리고 하퍼는 외부로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일단 만신전의 대전이 위치한 왕국의 수도에 연락을 취해 왕과 만신전의 도움을 청함과 동시에 주변 영지에 사람을 보내어 이 사실을 알리고, 원조를 청하기로 했다. 크리스는 주변 3개의 남작령은 당장 이 트리스트가 점령당한다면 오크 그리고 하피와의 완충지대가 사라져 직접 이들과 상대해야 함으로 전면적인 도움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어느 정도의 도움은 줄 것이라 확신했다.


“특히나 카릴 남작은 절대로 만신전의 요청을, 특히 트리스트에 제가 주임사제로 있는 이상 트리스트를 버리진 않을 것 입니다. 저는 그와 같이 사제교육을 받던 사이로 그는 정말로 독실하다는 말 그 자체를 상징하는 사람이니까요.”


그 말은 최악의 상황이라도 적어도 어느 정도의 병력은 지원이 올 것이라는 말이었다. 다만 소수의 병력으론 최악의 경우에 주민을 안전하게 후퇴시키는 일을 도울 수 있을 뿐 어차피 이곳 트리스트에서 농성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결론은 이런 식이네. 상황을 보면서 그냥 지원군이나 기다리자는 말이잖아.’


그람은 자신도 별다른 방법 즉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상투적이고 전형적인 대책을 내놓는 크리스와 하퍼를 보면서 속으로 투덜거렸다. 하긴 언제나 다 결정된 다음에 통보를 듣던 외주 파견 용병인 그람이 이런 회의에 참가해서 결정 과정을 보는 것 자체가 상당한 진전이었지만 그람은 그런 것은 관심이 없었다. 그람은 일단 어떻게 해야 광렙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물론 지원군이 올 때까지 비교적 안전한 트리스트 방벽 안에서 스킬 숙련도 노가다를 하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그람 자신도 가끔 깜빡하는 일이지만, 그는 아직 저렙 구간이었다. 저렙 구간의 특징은 바로 조금만 해도 팍팍 레벨이 오르는 것이 아니던가. 그람이 생각할 때 그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사냥이었다.


퀘스트를 해결하면 대량의 경험치를 얻는 방식으로 성장하는 게임이 싫은 것은 아니었다. 불필요한 노가다시간을 줄이고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즐긴다는 것은 오히려 그람이 매우 선호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런 방식 즉 퀘스트를 완료해서 얻는 경험치는 고정적이다. 그 숫자가 정해져있는 경우가 매우 많았다. 그것은 결국 가볍게 게임을 즐길 경우에는 가장 빠른 방법이지만, 풀로 돌릴 경우에는 달랐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그람은 인생을 이 현실 아닌 현실에 갈아넣어야만 할 상황이었다.


홀로 어디로 사냥을 가야하나 고민을 하던 그람에게 크리스가 자신을 부르고 무언가 이야기 한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크리스가 그람을 불렀는지 하퍼와 둘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표정이 ‘음 다 알고 있어.’ 같은 표정이라 조금 찜찜했지만 무시하고 바로 무슨 일인지를 물어보았다.


“그람님 원래 그람님의 세상에서는 어떠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곳 판테오니아에서의 성기사는 만신의 적과 맞서 싸워야하는 숭고한 의무가 있습니다. 그것은 신성력을 가진 자들 모두의 절대적 의무입니다.”


처음부터 의무를 들먹이는 꼴이 뭔가 죽고 사는 어려운 퀘스트가 나올 것이라는 생각에 그람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물론 퀘스트는 그 보상이 주어지긴 하지만 이 판테오니아에서의 퀘스트는 다른 게임에서와 달랐다. 첫째는 언제 완료될지 모른다는 시간의 압박감이 강했고, 둘째는 자신이 주도적으로, 아니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고 오직 정해주는 동선에 따라 움직여야된다는 부담이 있었다.


일단 트리스트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했던 그람이었기에, 갑자기 의무를 말하는 크리스의 말은 곧 뭔가 또 강제동원을 한다는 예고같이 느껴진 그람은 속으론 약간 짜증이 났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은 자신의 성장으로 귀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참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


확실히 이 세상은 현실과는 달랐다. 현실에서 귀찮은 일을 떠맞는다고 실제로 그것이 자신의 이득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세계, 판테오니아에서는 그것이 경험치라는 자산으로 돌아온다. 별 것 아닌 것 같이 보이는 이것이 바로 게임 세상의 핵심과 같은 최중요요소다.


현실에서는 다양한 일을 열심히 한다고 그것이 결과로 돌아오지 않는다. 아무리 열심히해도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게임 속 세상에서는 그 이야기가 달라진다. 열심히만 하면, 그만큼 경험치라는 대가가 주어진다. 그리고 그 대가는 당장 눈에 보인다. 무언가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0만시간을 노력해야 한다는 10만 시간의 법칙이란 말이 있다. 8시간씩 대강 4년이다. 그리고 3시간씩 하면 10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전문가로 인정받는 것이다.


그것이 게임과 다른 점이다. 현실에서 의사자격 국가고시를 본 의대생이 있다고 치자. 그리고 그 사람은 합격발표를 기다리는 동안,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당당히 합격을 하여 의사가 되었다. 그럼 그 사람의 경험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시험결과를 기다리는 시점의 그와 합격발표가 난 시점의 그가 다른가? 양자는 같은 의료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두 사람을 하나는 무자격자로 하나는 의사로 구별한다.


이러한 계단식 성장의 정체 기간이 길수록 포기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하지만 게임은 그렇지 않다. 경험이 쌓이면 바로바로 강해진다. 그 성장이 바로 눈앞에 보이고, 그리고 손을 뻗으면 바로 닿는다. 그래서 현실에서라면 저런 귀찮은, 이득도 별로 나오지 않는 일을 왜하냐고 했겠지만 이곳에서는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게임세상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그람이 생각할 때 이 판테오니아는, 이 두 가지가 절묘하게 결합되어 있었다. 5레벨 씩 계단식 성장을 하는 것은 한계를 돌파해야만 비로소 인정을 받는 현실과 묘하게 비슷했으며, 당장 한 레벨. 한 레벨 올려갈수록 조금씩이라도 강해지는 것은 게임세상의 전형적 특징이었다.


‘묘한 하이브리드란 말이지...마치 누군가가 게임을 기반으로 좀 수정을 한 것 같은 느낌?’


아무튼 최대 효율을 내지는 못하겠지만 주는 퀘스트를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어차피 무력담당인 그람에게 주어지는 퀘스트는 사냥과 관계된 것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다만, 자신의 구미에 맞는 사냥터를 고르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었다. 그람은 원래 저렙 몬스터를 대량으로 잡아서 경험치를 올리려는 양민학살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 세상은 진실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지금 죽는다면 애로사항이 꽃피게 된다. 절대로 죽지 말아야 하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안전한 사냥법은 수준 낮은 놈들을 잡는 수밖에 없다. 질보단 양으로 그리고 시간으로 노력으로 떄워야했다. 마침 그람에게는 그럴 시간과 각오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퀘스트를 준다면 그가 겨우 잡을 수 있는 버거운 상대를 상대로 또 혈투를 펼쳐야 할 것이다.


‘아 닥사 하면 손할매인데...’


자신이 아는 닥치고 사냥의 왕을 떠올리면서 크리스의 이어지는 말을 들은 그람은 약간 놀랐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상당히 의외의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의무를 수행하는 자들에게 다시 권리가 주어집니다. 이런 권리는 의무와 밀착되어있는 이른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지만 결국 그 동전이란 만신의 섭리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아...또 시작이네...광신도들...뭐만 하면 섭리라네...’


자신의 클래스가 성기사라는 사실을 잊은 듯 신나게 크리스를 속으로 까는 것과 상관없이 그람의 표정은 매우 공손했고 맞장구까지 쳐주고 있었다. 역시 회사 생활 10년차가 넘으니 이런 스킬 정도는 배우지 않아도 이미 만숙련도였다.


“성기사의 기본적 권리는 정말 많습니다만, 그 중 핵심적인 것을 몇 개만 열거한다면, 일단 성기사는 신분과 상관없이 자신의 종자를 2명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종자를 선택하면 그들은 독립하여 나갈 때까지 성기사의 전투를 보조하는 등 모든 일을 돕게 될 것입니다. 이 세상의 그 누구도 성기사의 종자선택을 막을 수 없습니다.”


그 말을 들은 하퍼는 바로 끼어들었다.


“물론, 종자될 자가 자신이 종자가 되는 것을 동의하는 것이 전제입니다. 싫다는 말에게 물을 먹일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하하! 그리고 성기사는 그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언제든 주변 만신전 혹은 영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만, 그것은 할 수만 있을 뿐이지 실제로 그것이 이루어질지는 상황에 따라서 다릅니다.”


“그렇습니다. 이번 경우에도 사실 영지들에서 도움이 올지는 미지수이지요. 아무튼 그것이 성기사가 가진 가장 큰 권리입니다. 그리고 성기사의 종자가 된 자는 기존의 신분을 모두 벗어던집니다. 그 자가 노예이든, 심지어 그 자가 파렴치한 중범죄자이든 다시 새로운, 만신의 섭리를 지키는 손이 되는 것이지요.”


크리스는 그 점이 일반 기사와 다른 점이라고 했다. 일반 기사의 종자는 그냥 군사교육을 받는 기사 지망생에 불과했다. 하지만 성기사의 종자는 달랐다. 이들은 성기사로부터 교육을 받아서 설사 후에 성기사가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신전의 병사로 남는다고 했다. 그리고 이들로 구성된 신전의 병력은 제국의 기사단에 필적하는 위력을 보이는 것으로 유명다고 한다.


“그리고 두 번째 권리는, 성기사는 이동 여행의 자유가 있습니다. 애초에 성기사란 것 자체가 신의 뜻을 대행하는 만신의 검이기 때문에 여행 혹은 원정을 떠나는 경우가 많지요. 그래서 성기사는 각 영지를 넘어서 국가 그리고 대륙을 넘어서 여행할 수 있는 자유로운 권리가 보장되어있습니다.”


‘와...이게 특권이라고 나올 수준인가...여행의 자유는 기본. 기본 중 기본이 아닙니까...기본...헬조선에서도 이건 기본이었다고요!!’


그람은 새삼스럽게 자유와 민주를 이루어낸 선조들에게 정말 감사했다. 이렇게 당연한 것이 특권계층의 특권이라고 이야기하는 원시적 세상이라니...광신도가 세상의 한축을 이루는 것과 동시에 이 봉건사회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나마 화장실이 그리고 휴지 비슷한 것이라도 있어서 천만 다행이었다. 그람 인간의 존엄은 그렇게 최소한만 지켜지고 있었다.


“따라서 그람님은 성기사로써 종자를 들이고, 스스로 원정대롤 조직하여 원정을 나가실 수 있는 권리가 있으십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 권리를 좀 이용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크리스의 말에 그람은 순간 의문이 생겼다. 권리를 이용한다? 이것은 분명히 자신을 위함이 아니라 크리스나 기타 다른 사람을 위하여 이용을 해야 하겠다 이해하라 그런 뉘앙스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람이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그람의 이 권리가 어디 이용할 껀덕지가 있는지 생각해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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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무적의 치트키 21.10.07 51 4 12쪽
» 성기사의 권리 21.10.06 51 4 12쪽
65 영웅의 증거 21.10.02 51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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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 21.09.30 52 5 13쪽
62 나만 쓰래기야? 21.09.29 53 2 14쪽
61 인내력의 끝 21.09.28 56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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