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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woo3838
작품등록일 :
2024.08.2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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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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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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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11 동맹을 활용하는 방법

DUMMY

로열제과 사장실.


심동명 사장은 갑자기 들어온 보고에 인상을 찌푸리며 임원들에게 소리쳤다.


“서율에서는 우리가 개입한 걸 알면서도 넘어가는 분위기였다며? 그런데 왜 갑자기 서율이 전방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와!”


그러자 이번 계획의 구체적인 내용들을 직접 만들고 챙긴 강 전무가 대답했다.


“사장님, 서율이 순순히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건 예측했었습니다. 다만, 워싱턴제과가 우리에게 넘어간 다음에 움직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도 윤명수 회장의 제과에 대한 의지가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대단한 것 같습니다.”


심동명 사장은 골치가 아프다는 것처럼 머리를 손으로 감싼 다음에 말했다.


“그쪽도 우리를 바로 들쑤시는 건 아니니, 전면전은 아니지? 어떻게든 서율의 견제를 극복해야 해. 아버지께서 지금도 못마땅한 시선을 보내고 있으셔.”


심동명 사장이 서율그룹 견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단순히 서율에게 나쁜 감정이 쌓여서나, 물리쳐야 할 경쟁자라서가 아니다.


물론 심동명 사장은 조금 과격한 방식도 동원할 수 있는 잔혹한 인물이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이유 없이 독수를 남발하는 대책 없는 인물도 아니었다.


‘후계자 경쟁에서 확실하게 우위를 점하려면 한국에서도 제대로 된 성과가 필요하다.’


후계자 경쟁, 심동명 사장은 본인의 동생과 심격후 회장의 후계자 자리를 가지고 피가 터지는 경쟁을 이어가고 있었다.


사실, 일본에서 나름대로 꾸준히 입지를 쌓아가고 있었던 장남인 그는 원래는 한국에 큰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그의 동생이 아버지를 도와 한국 사업에 일찍 뛰어들어서 좋은 평가를 얻자, 심동명 사장은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다.


왜냐하면 임원들 사이에서 최소한 한국 로열은 차남의 몫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오고 가기 시작했고 심동명 사장은 이에 직접 한국 로열에서 중책을 맡았다.


일본 로열이라는 익숙한 둥지를 떠나서 동생이 먼저 깃발을 꽂은 한국 로열에 발을 들인 심동명 사장은 부산을 본진으로 삼는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었고, 그런 그에게 서율은 후계자 경쟁에서 아주 치명적인 외부 요인 중 하나가 되었다.


‘아버지께 손을 벌리는 순간, 적어도 한국 로열은 동생의 것이 된다.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고 내가 직접 서율을 이겨내야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중립에 있는 임원들은 나에게 돌아설 것이 분명해.’


심동명 사장은 집무실에 있는 전화기를 들고는 전화를 걸었다.


“이 실장, 서율 말이야. 아버지 성격상, 비서실을 움직여서 마크 정도는 하고 있으실 것 아니야? 나한테 아버지 몰래 정보 좀 보내줄 수 있지?”


심동명 사장은 본론을 꺼낸 이후로 대화를 좀 더 나눈 이후에 전화를 끊고는 눈앞의 임원들에게 명령했다.


“비서실에서 자료를 보내주는 즉시, 우리도 대응에 나서.”


심동명 사장은 쉽사리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었다.


***


윤명수 회장의 저택.


나는 할아버지께서 무언가 크게 움직이고 있으시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으나, 정확히 어떻게 움직이시는지 당연히 알지 못했다.


다만, 나에게는 할아버지의 움직임의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알 수 없을지 몰라도, 그 결과에 대해서는 알아낼 수 있는 수단이 존재했다.


나는 모래시계를 뒤집었고 고심해서 골라낸 여러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워싱턴제과가 다른 기업에 인수가 되는 시점은?’


-알 수 없습니다.


‘서율제과와 몽심그룹이 손을 잡는 순간은?’


-일주일 후.


‘서율제과가 망하는 순간은?’


-알 수 없습니다.


일단 워싱턴제과 인수를 모래시계가 예측할 수 없게 되었다는 의미는 할아버지께서 워싱턴제과를 두고 로열과 겨루게 되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그리고 내가 개입할 여지가 많아서 결과를 알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두 번째 질문은 어느 정도는 충분히 예상한 답이었다.


심충호 회장이 할아버지의 제안을 거절할 리는 없으니 말이다.


이미 로열과 사이가 나쁜 그들에게 손해라고 할 수 있는 면은 별로 없었고, 그들의 정보력만으로는 부산에서 할아버지도 알아내지 못한 로열의 수작을 파악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가장 중요한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을 분석해 본다면 로열과 서율의 전투 강도에 대해서 알 수가 있다.


‘심격후 회장이 직접 나서거나 전면전에 들어가면 그룹 전체의 측면에서 볼 때 그렇게 규모가 크다고 할 수 없는 제과가 망할 확률은 꽤 높다. 그러나 망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전면전 또는 격렬한 싸움은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은 크게 3가지 정도의 흐름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가 있다.


첫째는 대결이 정말로 심각해지기 이전에 심격후 회장과 할아버지께서 타협을 보고 적당한 선에서 결론을 짓는 것이다.


둘째는 대결이 격해지기도 전에 어느 한쪽에게 승부의 천칭이 획 기울어서 생각보다 이른 시점에 결판이 나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여러 변수가 뒤섞여서 망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언제 정확하게 망할 것인지를 알려줄 수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가 있다.


만약 마지막 경우로 해석하게 된다면은 난전, 진흙탕 싸움을 통해서 서로가 물고 뜯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펼쳐진다는 이야기다.


내가 고민이 점점 깊어지는 것과는 별개로 시간을 계속 흘러갔으며 서율과 로열의 충돌은 점점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었다.


***


일주일 후.


홍련호텔 일식당 VIP 전용실.


두 거물이 화려한 진수성찬이 차려진 식탁에 마주 앉아 있었다.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심충호 회장이었다.


마른 인상의 심격후 회장과는 달리 풍만한 인상과 거대한 풍채의 소유자인 심충호 회장은 넉살 좋게 말했다.


“부산에서 사업을 좀 하다 보니 뵐 기회가 많이 있었지만, 이렇게 단둘이 자리를 가지는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하하하. 거기다가 저에게 좋은 소식을 가지고 오셨다면서 이렇게 근사한 식사까지 마련해 주시는 소문대로 화통하십니다, 하하하.”


윤명수 회장도 인자한 미소와 함께 말을 받았다.


“몽심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니 당연히 먼저 손을 벌린 내가 후하게 대접해야 하지 않겠소? 원래 부산 사람이 통이 크고 의리가 있다오. 이번에 손을 잡고 마음을 합친다면, 내 꼭 심 회장의 도움을 잊지 않으리다.”


탁!


윤명수 회장의 말에 순간적으로 눈에 힘을 준 심충호 회장이 젓가락을 내려놓고는 말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큰 건인 모양입니다. 사업가에는 사업 이야기만큼이나 입맛을 돋우는 게 없지요. 먼저 본론에 들어가셔도 됩니다.”


“그러면 사양하지 않고 말하리다. 심 회장도 솔깃할 이야기라서 말이오.”


“더욱 흥미가 가는군요.”


“로열그룹 말이오, 부산에서 우리 서율과 계속 충돌하니 임원들도 불만을 많이 제기하고 내 본진인 부산에서 밀리는 건 자존심도 상하고 그래서 말이오. 제과와 식품 정도의 분야에서만 한해서 몽심과 동맹을 맺고자 하오.”


로열그룹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눈가를 찌푸린 심충호 회장을 본 윤명수 회장은 본인의 예상보다도 심충호 회장이 로열에 가진 반감이 크다는 사실을 단번에 눈치챘다.


심충호 회장은 담백한 태도로 협상에 들어갔다.


“로열그룹이라, 사실 구미가 당기는 제안입니다. 아시다시피 형님과 제가 사이가 좋지 않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저에게 손을 내미시는 이유가 궁금하군요. 동충그룹과도 친분이 있으시지 않습니까? 합당한 이유만 있다면 전 굳이 거절하지는 않겠습니다.”


윤명수 회장은 인자한 미소를 지우고는 냉철한 사업가의 얼굴을 한 채로 입을 열었다.


“나는 제과를 살리고 싶은데, 동충은 제과가 전부 아니오? 아무리 친분이 깊더라도 동맹은 힘들지. 또 몽심과는 뜻도 더 맞지 않겠소?”


“확실히 로열과 동충이 사이가 좋지 않다는 말은 없었지요. 그런데 저희 몽심도 제과가 중요한 주력인데 말입니다. 굳이 서율제과와 나눠 먹을 이유가 있겠습니까?”


이 순간을 기점으로 두 회장의 기세가 오르기 시작했다.


“몽심은 규모가 작지요. 우리 서율 정도 되는 그룹이 힘을 써야 로열에게 제대로 된 견제를 할 수 있을 겁니다. 또한 로열을 무찌르고 전리품을 반씩만 가져도 득이 아니오?”


“승산은 있습니다만, 로열은 일본을 제외해도 10대 그룹인데 서율은 26위. 솔직히 서율만 믿고 로열을 견제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겠습니까?”


“몽심도 우리 서율에게 뜨끔할 구석이 하나 있지 않소? 라면만 팔지 않고 식품 전반을 다루려고 한다던데, 이를 우리도 도와주겠소. 물론 로열식품을 공략하는 것이라면 말이오.”


“결국 이런 말이군요. 로열제과와 로열식품을 두 그룹이 손을 잡고 치자. 얻은 이익은 서로 반씩 나누자. 일단 받아들이죠. 구체적인 사항은 천천히 논의해야 할 것 같은데, 로열의 눈을 피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곳 홍련호텔로 미리 약속된 시간에 임원들을 보내면 되오. 우리 사돈이 인맥이 대단한 이유 중 하나는 어지간하면 정보가 새지 않기 때문이오.”


“그러면 이제부터 잠깐 하나의 배를 타겠군요.”


윤명수 회장과 심충호 회장은 유쾌하게 협상을 마무리한 다음에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형성하면서 식사를 마쳤다.


***


윤명수 회장의 저택.


할아버지께서는 술을 좀 드셨는지 평소보다는 조금 상기된 얼굴로 집에 들어오셨다.


은은한 녹차를 먼저 드시며 술기운을 몰아내신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오늘 심충호 회장을 만났단다. 일단 승낙은 했는데, 자세한 사항은 아직이란다. 정우야, 네가 몽심과의 협력을 생각하고 있었으니, 당연히 생각해둔 구체적인 내용도 있겠지? 이 할애비에게 들려주지 않겠니?”


나는 생각했었던 여러 안건 중 하나를 선택하고는 입을 열었다.


“비슷한 걸 주고받더라도 더 귀한 걸 받고 더 흔한 걸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예를 들면 동맹이 깨지면 언제든지 회수할 수 있는 밀가루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등의 선물을 몽심에게 주고 반대로 기술과 같은 중요한 요소를 몽심에게 받는다면 좋지 않을까요?”


“서율제분이 있으니 나쁘지 않은 방법이지. 다만, 제과뿐만이 아니라 라면이 주력인 몽심에게는 생각보다도 더 좋은 조건일 수 있단다. 그리고 기술 하나를 받더라도 제과를 정확하게 꿰뚫어 보는 안목이 없다면 오히려 곤란할 수 있지.”


할아버지는 인자한 얼굴로 본인의 생각을 말씀해주셨다.


“간단하게 서로 원하는 걸 주고받으려면 부족한 걸 메워주면 된단다. 로열식품을 칠 때는 우리 서율이 앞장서서 피를 흘리고, 반대로 제과에서는 몽심이 피를 흘리면 된단다. 대신에 두 그룹이 손을 잡은 만큼 평상시보다 배 이상의 자금을 쓸 수 있겠지.”


단순하지만 명확한 해법이라고 생각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의 말을 말했다.


“확실히 괜히 복잡하게 공조에 나서게 된다면 서로 헛발질을 할 수도 있었고 예상치 못하게 충돌할 수도 있으니, 서로의 영역을 확실히 정하는 게 합당한 것 같네요.”


“정우야, 이번 동맹의 성향은 서로를 돕는 것보다는 누군가를 견제하는 것에 있단다. 네가 앞서 말한 건 서로 도울 때 더 적합한 것 같구나. 항상 경우에 맞춰서 움직여야 한단다.”


나는 이 조언을 듣고 갑자기 다른 방법이 하나 더 떠올랐다.


“할아버지, 그렇다면 앞서 말했었던 서율제분의 몽심 지원을 라면에 초점을 맞추는 건 어떨까요? 몽심이 우리가 싸게 공급하는 밀가루로 인해서 라면의 값을 내리고 로열의 라면을 표적으로 삼아서 강하게 압박하면 로열은 크게 밀릴 겁니다. 제가 알기로는 로열에 제분이 없으니깐요.”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제분의 손해를 만회할 수 있겠니?”


“서율의 가장 주력은 소시지이지 않습니까? 라면 세트에 저희 서율의 소시지를 끼워서 팔게 하지요. 그 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밀가루 공급을 하지 않는 겁니다.”


“제법이구나, 정우야. 이 할애비가 잘 고민해 보마.”


작가의말

열심히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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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012 최선의 전략을 유도하다 NEW 4시간 전 14 2 14쪽
» 011 동맹을 활용하는 방법 24.09.18 58 2 12쪽
10 010 윤명수 회장의 실력 24.09.17 85 2 13쪽
9 009 적의 적은 친구 24.09.16 114 2 13쪽
8 008 로열그룹이라는 난관 24.09.15 142 2 13쪽
7 007 예상치 못한 경쟁자의 등장 24.09.14 173 3 14쪽
6 006 기발한 해결책 워싱턴제과 24.09.13 202 3 12쪽
5 005 서율제과를 구원하라 24.09.12 236 3 12쪽
4 004 황학철과의 만남 24.09.11 271 4 13쪽
3 003 안개 정국의 답을 말하다 24.09.10 311 4 13쪽
2 002 새로운 이름 윤정우 24.09.09 346 4 12쪽
1 001 이야기의 시작 24.09.09 390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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