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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woo3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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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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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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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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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5 서율제과를 구원하라

DUMMY

황학철은 윤명수 회장이 직접 저택으로 그를 초대하자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그 초대에 응했다.


진호석과 함께 쿠데타에 성공한 이후 일심회의 주요 간부들 전체가 재계의 다양한 요인들과 만나게 되었다.


다만, 정보를 알아보기 위한 자리이거나, 아니면은 군과 관련된 사업에 숟가락을 들이밀려는 쭉정이들이 넘쳐났다.


물론 100대 그룹 안에 드는 대어들이 일심회에 접근한 횟수는 10번 정도는 되지만, 진호석에게 크게 투자한 그룹은 성아와 흑문건설이 전부였다.


황학철도 지금 재계의 전반적인 인식을 알고 있었기에, 더욱 윤명수 회장의 의중이 궁금했다.


‘김중구, 최태산, 서표훈이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라고 여겨지고 있다. 군인들이 정계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태반인 상태에서 윤명수 회장이 부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원래는 별 기대도 없었지만, 직접 자택으로 초청한 것도 모자라서 연결에 쓴 인사도 무시할 수 없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그는 기대가 점점 되기 시작했다.


‘진우택 준장이 소개했으니 이번에는 큰 건일 수도 있겠군.’


황학철은 윤명수 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저택 뒤편의 마당으로 향했고 널찍한 야외 테이블에 가득 차려진 화려한 만찬과 마당에서 고기를 굽는 요리사들을 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하하! 이렇게 화려한 만찬을 차려주시다니, 아주 좋군요.”


윤명수 회장은 그를 먼저 본인과 동등한 상석에 앉힌 다음에 가족들을 앉게 하면서 말했다.


“황 장군, 일단 만찬부터 천천히 즐기도록 하지요. 사돈에게 특별히 부탁해서 모신 홍련호텔의 일류 요리사들이오.”


***


할아버지께서 준비하신 만찬에 황학철이 만족하는 것 같았기에, 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펼쳐질 줄 알았지만, 황학철은 단숨에 진지하게 표정을 굳혔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할아버지께서 살짝 눈썹을 움직이셨다.


‘황학철, 성질이 대단하다고 정평이 난 까다로운 인물이니 이렇게 쉽게 만족하지는 않는다는 것인가. 하긴, 진호석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후배처럼 대했다는 말도 있을 정도니.’


내 예상대로 황학철은 전채 요리가 나오기도 전에 돌직구를 던졌다.


“부탁하실 것이 있다면 밥 먹기 전에 합시다. 식사하고 나서 거절하면 미안하지 않겠소?”


예의가 사라지고 진심인 것 같은 어조로 말하는 황학철에 할아버지도 기세가 바뀌셨다.


온화한 노인의 모습에서 순식간에 냉철한 사업가로 변한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이리 대범하게 황 장군이 나오니, 나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내도 영남 사람이고 진호석 장군도, 황학철 장군도 영남 사람이니 서로 돕는 게 좋지 않겠소?”


그러자 황학철은 뚫어지게 할아버지를 응시하다가 직설적으로 속마음을 말했다.


“솔직히, 내는 군인으로 평생을 살아서 정치를 잘 모르오. 지금까지 도와준다는 사람은 많았지만, 전우는 2명밖에 없었소. 내는 전우가 아니면 손을 잡을 생각이 없소.”


음, 확실히 말이 거칠고 투박하지만, 강단이 있는 인물이다.


‘정치를 잘 모른다는 건 본인은 밀고 당기는 협상은 바라지 않는다는 의미. 그리고 전우의 손만 잡겠다는 의미는 진호석을 대통령으로 밀 의사가 없으면 물러나라는 명료한 의미이다.’


그러자 할아버지께서는 다시 온화하신 얼굴로 말씀하셨다.


“내가 사업하면서 부끄러운 일도 많이 저질렀지만, 영남 사람들만큼은 확실하게 챙겼소이다. 또 우리 사돈의 안사람이 전직 거제 군수시니, 진 장군과도 어찌 보면 연이 있지 않소?”


진호석의 고향인 거제와의 연을 이야기하면서 친밀감을 쌓으면서도 직접적인 금액은 입에 담지 않고 지원할 의사만 풍기는 할아버지의 화술은 확실히 대단했다.


할아버지께서 말을 계속하실수록 황학철은 지원 금액이나 시일과 같은 이야기를 입 바깥으로 꺼내지 못했고 일단 지원은 확실히 하겠다고 밝힌 할아버지는 식사를 시작하셨다.


그렇게 할아버지와 황학철은 술잔을 들며 만찬을 즐기기 시작했고, 이것은 나에게는 좋은 순간이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최근에 퇴원한 내 이야기가 할아버지의 입에서 나왔다.


“우리 장손이 원래 많이 아팠는데 말이오. 이제는 아주 건강해져서 참으로 다행이오. 공부도 얼마나 잘하는지, 가정교사들 말로는 2년만 공부하면 한국대를 갈 수도 있다더군.”


황학철은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나를 보더니, 그의 성격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담백한 덕담을 나에게 전했다.


“정우라고 했나? 머리가 좋다고 하니, 끈기만 있으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 거다.”


그의 덕담에 나를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장군님. 저도 열심히 노력해서 장군님처럼 멋진 대장부가 되겠습니다. 사실, 병원에서 너무 오래 지내서 그런지 체격도 왜소하고 체력도 많이 떨어져서 말입니다.”


그러자 황학철은 내 체격을 스윽 살피더니 운동이나 끈기에 관련된 조언을 했고, 난 그의 성향을 파악하고는 일부러 노력과 꾸준함에 관련된 답변만 내놓았다.


아직 어린 나이이니만큼 어느 정도 수준의 긍정적인 인상만 일단 심어주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너무 과하게 나를 뽐내는 것처럼 말하면 고지식한 군인인 황학철에게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여기서는 그저 싹이 괜찮아 보이는 애 정도로만 보이는 게 최선이다.’


황학철은 연회가 끝난 후, 할아버지께 이렇게 말하고는 저택을 떠났다.


“진호석 장군과 다른 장군들과도 논의한 다음에 빠르게 사람을 보내겠소.”


황학철 장군을 배웅하신 다음에 할아버지는 아버지께 말씀하셨다.


“장남, 이제 회사가 바빠질 것 같구나. 미리미리 창고에 사람들 좀 보내는 게 좋겠구나.”


아마, 여기서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시는 건 비자금 창고일 것이다.


이 시대의 재벌들이 불법 자금을 보관하는 가장 흔한 방법이 바로 은밀하게 관리하는 창고에 쌓아두는 것이니 말이다.


뭐, 전생에서도 말로만 들었지만, 지방 건설사 중에는 아직 그렇게 자금을 보관하는 이들도 있다고 들었으니.


***


황학철이 집에 방문했었던 다음 날부터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바빠지신 것이 확연하게 드러날 정도였다.


새벽에도 할아버지의 서재에서 전화 소리가 들려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나는 공부에만 집중하는 생활을 보내려고 생각했으나, 진호석에게 연줄만 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여겼었던 생각이 안일했었다는 사실을 곧 느낄 수가 있었다.


우연히 새벽에 화장실을 가려고 나온 순간에 들은 할아버지의 큰 소리.


슬쩍 약간 열린 서재의 문틈으로 보니 할아버지께서 상당히 흥분하셨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귀를 기울이면서 전화 내용을 들으니 아주 복잡한 사항이 내 귀로 들려왔다.


-아니, 서율제과가 왜 적자가 난다고 말이냐!!! 영남 사람들이 적지 않게 팔아주고 있다고 들었는데 적자라니? 애초에 서율제분에 밀가루도 싸게 납품받는데 적자가 무슨 말이고!!!


처음에는 왜 이렇게 흥분하셨는지 의아한 마음이 들었지만, 막상 들어보니 할아버지께서 소리를 지르실 정도로 말이 되지 않은 이야기였다.


‘서율제과라 분명히 2024년에도 서율그룹에 속해있었던 회사인데, 이런 위기가 있었나?’


나는 서율제과가 2024년에도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더욱 이해가 지금의 위기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서율의 이름값이 먹히는 영남의 충성고객들과 서율제분의 값싼 밀가루 공급이라는 패가 있던데도 적자가 난다는 건 무언가 큰 위기에 직면했다는 의미이다.


일단 서율제과의 자세한 상황을 듣고 싶었던 나는 일부러 할아버지의 서재 문 근처에 다가간 다음에 문을 몸으로 슬쩍 밀었다.


-삐이걱!


문에서 난 소리에 자연스럽게 할아버지께서는 나를 보셨고 나는 죄송스러운 얼굴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말했다.


“저어, 죄송합니다. 할아버지께서 소리를 지르시길래 큰일이라도 난 줄 알고 슬쩍 확인만 한다는 게 엿듣는 게 되어 버렸네요.”


장손에게는 항상 온화하신 할아버지셨기에, 질책 대신에 따스하게 말씀하셨다.


“이 할애비가 걱정이 된 모양이구나, 우리 장손. 뭐, 갑자기 새벽에 이 할애비가 서재에서 버럭 소리를 지르니 놀랄 수도 있지.”


고개를 주억거리시는 할아버지를 본 나는 슬쩍 어물쩍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적자라는 건 회사가 돈을 벌지 못하고 역으로 손해를 보았다는 뜻이잖아요. 정말 괜찮으신 것 맞아요? 아직 어리지만, 저도 장손인데 할아버지를 도울 일은 없을까요?”


순수하게 할아버지를 걱정하는 장손의 마음을 드러내자 할아버지께서는 잠시 수염을 쓰다듬으시다가 말씀하셨다.


“음, 우리 영특한 장손이 마음씨도 곱구나. 그래, 잠깐 서재에서 차라도 마시면서 담소라도 나누자꾸나, 허허.”


서재 안에 있는 작은 냉장고에서 시원한 녹차가 담긴 통을 꺼내신 할아버지는 잔 두 개에 차를 따르시면서 물으셨다.


“이 할애비가 운영하는 제과회사가 영 과자를 잘 팔지 못한다고 하는구나. 우리 장손이 생각하기에는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니?”


나는 이번에는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대답을 내놓았다.


“옛 격언에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도 있으니, 서율제과의 주력 제품과 경쟁사들의 주력 제품을 모두 먹어보고 비교해보면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할아버지는 나쁘지 않은 대답이었다는 것처럼 은은한 미소를 지으신 채 말씀하셨다.


“일반적인 상황 중 하나이기도 하지. 보통 제품이 잘 팔리지 않은 이유는 우리의 제품이 별로거나, 다른 회사들의 제품이 너무 좋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아마 아닐 거란다.”


아마 아닐 것이라는 말씀은 서율제과의 기술력이나 제품의 질이 다른 경쟁사에 비해서 아주 뒤처지는 수준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두 번째 경우의 수를 말했다.


“어쩌면 광고의 문제는 아닐까요? 석림식품의 텔레비전 광고는 하나같이 인상적이었는데, 죄송스럽지만 서율식품의 광고는 기억에 남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석림식품의 호빵 광고는 2024년에도 많은 사람이 기억할 정도로 인상적인 광고였고, 다른 제품들도 다 좋은 광고로 홍보가 되었었다.


어쩌면 어린 손자만이 날릴 수 있는 돌직구에 할아버지께서는 잠시 생각하시는 기색을 보이시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셨다.


“하하하! 하긴, 내 밑에 있는 사람들은 다 내 눈치를 보느라 광고가 잘 나왔다는 둥 그런 말만 하니깐 우리 손자의 말이 맞을 수도 있겠구나. 어디 우리 손자의 솔직한 감상을 듣고 싶구나.”


나는 바로 작년에 나왔었던 석림식품의 효자 상품 중 하나인 반달 빵의 광고를 언급했다.


“여자 배우가 한 번 맛있게 빵을 베어 물자 떠 있던 달이 빵이 없어진 만큼만 사라지는 광고처럼 인상적인 연출이 필요할 것 같아요. 달이 조금씩 사라지는 연출이 반달이라는 제품명을 더욱 확실하게 각인시켜 주는 것도 같고요.”


할아버지께서는 두 눈을 빛내시며 말씀하셨다.


“우리 장손이 안목이 아주 좋구나. 서율제과라, 확실히 이대로 포기하기에는 아까운 회사지. 그래, 우리 장손이 이번에 한번 서율제과에 도움이 될 것 같은 방법을 한번 고민해 보거라. 만약 정말 그럴듯한 방법이 있으면 이 할애비가 소원을 하나 들어주마.”


나는 할아버지의 말에서 약간의 기대를 느낄 수 있었다.


‘일단 할아버지께서 서율제과의 위기를 좌시하지 않을 것 같으시지만, 이런 기회를 놓칠 순 없지. 이번에 서율제과를 구원할 방법을 제대로 고민하는 것이 좋겠어.’


제과는 하찮아 보이는 이미지에 비해서 은근히 돈이 모이는 사업이었다.


나는 서율제과를 구원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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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5 서율제과를 구원하라 24.09.12 204 3 12쪽
4 004 황학철과의 만남 24.09.11 238 4 13쪽
3 003 안개 정국의 답을 말하다 24.09.10 278 4 13쪽
2 002 새로운 이름 윤정우 24.09.09 311 4 12쪽
1 001 이야기의 시작 24.09.09 352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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