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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woo3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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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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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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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 로열그룹이라는 난관

DUMMY

1980년 1월 16일.


서울에 있는 로열그룹 심격후 회장의 저택.


영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채 곁에 있는 이들을 쓱 둘러본 심격후 회장이 썩 내키지 않는듯한 말투로 말했다.


“워싱턴제과, 그 조그마한 회사 하나 빼앗겠다고 지금 서율과 척이라도 지자는 말이냐?”


그러자 심격후 회장 옆에 앉아있던 사내가 목소리를 높였다.


“아버지, 서율이 계속 눈엣가시처럼 저희를 견제하지 않습니까? 이번에 제대로 기를 죽여야지 앞으로 부산에서 사업을 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사내가 강하게 본인의 의견을 주장하자 곁에 있던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이거나 추임새를 넣으며 힘을 실어주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심격후 회장은 떨떠름한 기색을 지우지 못한 채 말했다.


“사업 영역도 많이 충돌하는 데다가 본진이 부산으로 겹치니 감정이 아무래도 서로 상할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우리가 먼저 선을 넘으면 저쪽에 빌미를 주게 된다.”


“아버지, 서율은 26위고 우리 로열은 일본에서 벌이는 사업까지 합치면 무조건 세 손가락 안에 듭니다. 그리고 제과는 서율의 주력이 아니니, 괜찮지 않겠습니까?”


계속 경고해도 고집을 피우는 사내의 태도에 미간을 확 찌푸린 심격후 회장이 일갈했다.


“서율의 윤명수 그 영감을 네가 진짜 이길 순 있을 것 같나! 뭐, 설령 워싱턴제과를 우리가 인수했다고 해도 서율이 고춧가루를 확 뿌리면 득보다 실이 더 크지 않나!”


손익에 민감한 그로서는 눈앞의 장남이 고집을 부리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물러날 생각이 없었던 장남이 끝까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아버지, 서율이 은근히 부산에서 견제를 계속하니 부산을 본거지로 하려는 계획에 자꾸 차질도 생기고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번엔 이 장남 좀 밀어주시죠!”


장남의 완고한 태도에 고민에 빠진 심격후 회장은 2분에서 3분 정도 고민하다가 질문을 던졌다.


“이번에 왜 이렇게 강경하게 나오는 거냐? 일부러 영남 쪽에 제과 영업을 늘려서 서율 쪽에 적자를 보게 한 것도 네 계획이었잖냐?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나?”


“제과는 우리 로열의 영역이니깐 제과에서만큼은 밀릴 순 없었습니다. 그런데, 워싱턴제과를 인수한다는 건 빵집 사업과 제과 사업에 진심으로 달려들겠다는 뜻이 아닙니까?”


장남이 부산 쪽에 로열의 깃발을 꽂는 작업을 담당하면서 서율에게 은근히 한이 쌓여있었다는 걸 모르지 않았던 심격후 회장은 이번에는 중립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율이 제과에서까지 우리의 발목을 붙잡으면 곤란하지. 좋다, 반대는 하지 않으마. 대신에 뒷감당은 네가 온전히 해야 할 것이다. 또 확실한 이득부터 확보하거라.”


심격후 회장이 이러한 반응을 보인 이유는 그의 머릿속에 있던 저울이 아주 절묘한 균형을 이루었기 때문이었다.


‘워싱턴제과 하나만 보면 윤명수 그 영감과 싸우는 게 더 손해다. 하지만, 서율이 워싱턴제과 인수 후 부산과 영남에서 분위기를 형성하고 빵집에서 형성된 분위기가 제과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면 이를 저지한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장사다.’


이런 연유로 로열그룹은 심격후 회장의 허락과 장남인 심동명 로열제과 사장의 주도로 워싱턴제과 인수에 뛰어들게 되었다.


***


며칠 후.


워싱턴제과 김병룡 사장의 사무실.


기업가의 날카로운 인상보다는 푸근한 인상이 먼저 돋보이는 김병룡 사장은 눈앞에 있는 조금은 젊은 중년의 사내를 바라보며 말했다.


“며칠 전부터 직원들을 보내더니, 사장님이 직접 오셨구려. 워싱턴제과는 로열그룹에서 보면 구멍가게 아니오? 왜 이렇게 공을 들이는 것이오?”


그러자 약간은 오만한 어조로 중년의 사내가 대답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런 게 아닐 터인데요? 그저, 우리 로열이 서율보다 더 후한 값을 쳐줄 수 있는 것이 사장님께 중요한 게 아닐까요?”


오만한 답변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은 김병룡 사장이 소리쳤다.


“자네! 심격후 회장님 자제분이라고 해서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 서율이 로열보다 작다고 해도 자네가 제안한 가격 정도는 충분히 내어줄 능력이 있어!”


흥분한 김병룡 사장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보던 로열제과 심동명 사장이 이번에는 차가온 어조로 말하며 순식간에 돌변했다.


“워싱턴제과가 그다지 중요하진 않아. 그저 서율을 최대한 견제하기만 하면 되거든. 그런데 서율이라면 모를까, 당신이 우리와 척이라도 지면은 버틸 수 있겠어?”


동네 빵집으로 시작한 워싱턴제과를 부산에서 알아주는 회사로 키운 김병룡 사장은 심동명 사장에게서 심상치 않은 낌새를 느꼈다.


“자네, 뭔가 숨겨둔 게 있군? 그렇다는 건 애초에 협상이 아니라, 협박이 목적이었던가?”


음흉한 미소를 드러낸 심동명 사장이 가방에서 서류를 슬쩍 내밀었다.


“의도한 것인지, 실수인지는 모르겠지만 동네 빵집에서 기업 수준으로 워싱턴제과가 성장하면서 먼지가 많이 쌓였더군요.”


김병룡 사장은 그가 건넨 서류를 서둘러 살피더니 이를 악물었다.


‘동네 빵집에서 갑자기 점포 수가 많아지니 어쩔 수 없이 누락이 되었던 재무 관련 업무들이 많다. 탈세나, 경제 범죄로 나를 몰아갈 생각인가?’


하지만 이 정도면 소명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소명할 수도 있는 자료라고 생각한 김병룡 사장이 반격에 나섰다.


“의혹 정도는 만들 수 있겠지만, 협박하기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나? 서율그룹 윤명수 회장님께 이 사실을 고하고 도움을 받으면 자네가 뭘 할 수 있겠나?”


그러나, 이미 이 정도의 반격은 예상이라도 하고 있었다는 것처럼 담담한 얼굴을 한 심동명 사장이 나직하게 경고했다.


“제 아버지의 사람들이라면 윤명수 회장이 어찌할 수가 없을 겁니다. 일본과 깊은 관계에 있는 이들이 은근히 많습니다. 험한 꼴 보기 전에 적당히 넘기시죠, 사장님.”


굳은 채로 움직이지 않는 김병룡 사장을 잠시 기다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난 심동명이 말했다.


“고민할 시간은 충분히 드리도록 하지요. 다만, 만약 서율과 접촉하려거나 한다면은 오해가 생겨서 과격한 행동을 할 수도 있겠군요. 될 수 있으면 서율과의 협상은 이제부터 대리인을 내보내세요.”


김병룡 사장은 씁쓸한 얼굴로 집무실을 나서는 심동명 사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일주일 후.


윤명수 회장의 저택.


나는 일주일 동안 서류를 살피면서 무언가 로열그룹에서 수작을 부렸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가 있었다.


‘일주일 동안 직접 나서지 않고 대리인을 보냈다. 직접 나서다가 갑자기 대리인을 보내는 것은 너무나도 부자연스러운 현상이지.’


나도 눈치챌 정도니, 아버지나 할아버지께서도 이미 의심 정도는 하고 있으신 상태일 것이다.


이제 곧 1월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로열이 워싱턴제과에 작업을 들어갔는데, 실제로 그들이 인수에 성공한 날짜는 4월 11일.


생각보다 김병룡 사장이 결정을 내리는 기간이 긴 것에 나는 의아함을 품었다.


‘로열이 과연 어떻게 김병룡 사장에게 접근했을까? 서율을 견제하기 위해서 손해를 감수하고 돈으로 후려치는 전략은 우선 아닐 것이다.’


거금을 제안하는 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판매자가 가격을 더 올리기 위해서 수를 쓰지 못하도록 단숨에 결판을 짓는 것이다.


그리고 심격후 회장의 성향상 손해를 감수하고 훼방을 놓을 리는 거의 없다.


‘하지만 막대한 돈이 아니라면 김병룡 사장이 흔들릴 이유가 없다. 로열이 가격을 제안했다면, 김병룡 사장은 당연히 서율에도 이 사실을 알린 다음에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인수희망자들끼리 가격 경쟁을 하게 해서 이익을 최대한으로 만드는 건 가장 보편적인 전략이니 말이다.


그러나 김병룡 사장은 돈을 가장 벌 수 있는 수를 쓰지 않고 의도적으로 서율과의 직접 만남을 피하고 있다.


도대체 왜일까?


나로서는 도저히 로열이 김병룡 사장을 회유할 방법을 알 수가 없을 것 같았기에, 나는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할아버지께서도 이미 내가 아버지께 워싱턴제과 인수 관련한 서류를 받아서 살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셨기에, 내가 서류를 들고 찾아오자 바로 입을 여셨다.


“정우도 무언가 이상한 걸 느낀 모양이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김병룡 사장님이 갑자기 대리인을 한 번도 아니고 쭉 내보내실 이유가 전혀 없어요. 분명히 무언가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저로서는 어떤 영문인지 상상이 잘 가지 않네요.”


내 대답을 들은 할아버지께서는 인자한 표정이셨지만, 약간은 평상시와 다른 어조로 말씀하셨다.


“이 할애비를 싫어하는 어떤 못된 놈이 훼방을 놓으려고 하는 것 같구나. 정우야, 기업을 하다 보면 이런 경우는 엄청 흔하단다. 내 회사가 잘 나가려면 결국은 남의 회사를 밑에 깔고 위로 올라가야 하니 말이다.”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의아함이 가득한 어조로 물었다.


“그런데 할아버지를 싫어할 부산 회사가 있을까요? 동충그룹 민우현 회장님과는 엄청 친하시잖아요? 동충그룹이 아니면은 식품에 관련된 부산이 본진인 그룹이 있나요?”


“당연히 동충은 아닐 것이란다. 부산에는 할아버지의 친구들이 엄청 많단다. 3일 전에 전화를 싹 돌렸는데 범인을 아직 찾지 못했단다. 동충이 움직였다면 인맥이 겹치는 내가 모를 리가 없지. 너무 걱정하진 말거라. 보름 정도 지나면 실마리는 나올 것이니.”


부산에서만큼은 인맥에 관련해서 절대적인 자신감이 있으신 할아버지의 당당한 태도에 나는 겉으로는 존경의 눈빛을 보내면서도 내심 점점 심각해지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인맥으로도 실마리를 찾지 못했으니, 로열이 워싱턴제과를 미래에 인수했을 것이다. 어째서일까?’


점점 마음이 다급해지자 나는 한번 시도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직접 로열그룹을 할아버지 앞에서 거론했다.


“할아버지, 처음에는 동충그룹만 생각났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부산 관련 기업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식품이나 제과 관련해서는 로열그룹 하나만 생각나네요.”


“로열이라, 가능성은 아주 없지는 않구나. 하긴, 부산에서 사업하면서 은근히 부딪힌 구석이 많았지. 그래도 심격후 그 양반이 속이 좁은 편은 아니란다.”


“아, 심격후 회장님과는 친분이 있으신가요? 신문 기사에서 보니 엄청 힘들게 일본에서 성공하신 분이라면서요? 일본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한국인이라는 기사가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할아버지께선 잠시 생각을 더듬으시는 것처럼 보이시더니 말씀하셨다.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란다. 그 양반하고 친한 사람들이 다 일본과 관계가 깊은데, 나는 부산 토박이들하고만 친해서 말이다. 일본과 부산을 오고 가는 이들과는 관계가 먼 편이란다.”


할아버지의 이 대답에서 나는 깨달음을 얻었다.


‘심격후 회장의 부산 라인은 할아버지의 인맥과는 완전히 결이 다르다는 말이군. 그렇다면 할아버지께서 워싱턴제과를 놓치신 것도 말이 된다.’


로열그룹이 어떻게 할아버지의 부산 인맥을 무력화시켰는지에 대해서는 이해가 간 나는 다시 주제를 바꾸었다.


“그런데 김병룡 사장님께서는 왜 대리인만 보내실까요? 정말 다른 회사가 접근했다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할아버지를 만나야 하는 것 아닐까요?”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니, 정우야?”


“당연히 장사꾼이라면 흥정을 붙이는 게 정석이잖아요? 저희와 다른 경쟁자에게 서로의 제안 금액을 알려주면 양쪽 다 계속 가격을 높일 것이니 김병룡 사장님께는 좋잖아요?”


할아버지께서는 나를 잠시 바라보시더니 의외의 말을 하셨다.


“우리 정우가 아직 순수하구나. 하긴, 아직 어린 나이기는 하지. 정우야, 이 할애비가 노리는 워싱턴제과를 빼앗으려는 놈은 나쁜 놈일 것이란다. 그렇다면 당연히 나쁜 방법을 쓰겠지.”


할아버지의 말을 들은 나는 자연스럽게 말이 나왔다.


“협박인가요?”


“그래, 정확히 어떤 수를 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십중팔구 협박을 시도했으니, 김병룡 사장이 경쟁을 붙이지도 못하겠지. 결국 빵집 사장이니, 힘있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만만한 상대가 아니겠니?”


나는 이제야 로열그룹이라는 난관의 어려움을 실감할 수가 있었다.


정말로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예정인 건 분명해 보였다.


작가의말

열심히 쓰겠습니다.

즐거운 한가위 연휴 보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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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007 예상치 못한 경쟁자의 등장 24.09.14 139 3 14쪽
6 006 기발한 해결책 워싱턴제과 24.09.13 169 3 12쪽
5 005 서율제과를 구원하라 24.09.12 205 3 12쪽
4 004 황학철과의 만남 24.09.11 238 4 13쪽
3 003 안개 정국의 답을 말하다 24.09.10 278 4 13쪽
2 002 새로운 이름 윤정우 24.09.09 311 4 12쪽
1 001 이야기의 시작 24.09.09 352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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