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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woo3838
작품등록일 :
2024.08.20 20:33
최근연재일 :
2024.09.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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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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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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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2 새로운 이름 윤정우

DUMMY

1980년 순항병원 특실.


젊은, 아니 어린 소년이 환자용 침대에 창백한 얼굴과 여러 장치들을 주렁주렁 단 채로 간신히 숨만 내뱉으며 누워 있었다.


그리고 소년의 가족으로 보이는 이들은 모두 침통한 얼굴로 침대 주위에 서 있었으며, 노년의 의사는 정확히 한 노인을 향해서 허리를 반으로 굽히고 있었다.


마침내 침통한 얼굴을 간신히 정리한 노인이 순식간에 표정을 엄하게 바꾸면서 사늘한 어조로 노년의 의사를 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 장손이 이제 깨어나지 못한다꼬? 니, 그게 무신 말인지 알고는 있제?”


흥분한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거친 어조의 사투리에 노년의 의사는 표정이 굳어졌으나, 최대한 정중하게 대답했다.


“회장님, 뇌는 가장 치료하기 어려운 신체 부위입니다. 솔직히, 저희 순항병원이 아니라 미국 명문 병원에서도 완치는 힘들 것입니다. 송구스럽습니다.”


답변을 들은 노인은 허망한 얼굴과 함께 탄식처럼 말을 내뱉었다.


“이 서율 윤명수의 하나뿐인 장손이 약관도 되기 전에... 허! 아들이 귀한 집안이기는 했지만, 대가 이렇게 일찍 끊길 줄이야...”


노인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지고 눈물까지 눈가에 맺히자 주위의 모두가 입을 다물고 침묵을 유지했다.


숨이 막히는 정적이 병실에서 이어지던 찰나, 그 정적을 깬 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이의 비명이었다.


-아아아아아아악!!!


병석에서 그저 숨만 간신히 내쉬고 있던 소년이 갑작스럽게 비명을 내지르자 병실에 있는 모든 이의 표정이 급변했다.


가장 먼저 반응한 인물은 회장이라 불린 노인이었다.


“뭐꼬! 병원장, 우리 장손이 와 갑자기 이러노?”


병원장도 놀란 얼굴을 감추지 못한 상태로 말했다.


“회장님, 의식 불명으로 접어든 환자가 이렇게 갑자기 비명을 지르는 경우는 아주 이례적인 현상입니다. 일단 검사부터 해보겠습니다.”


지금 당장 닦달해도 알 수 있는 게 없다고 판단을 내린 회장은 안절부절 소년을 지켜보는 중년 여인을 손짓으로 진정시킨 다음에 말했다.


“일단 의사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잠깐 물러나지. 병원장, 이번에는 꼭 최선을 다하길 바라네. 내가 서 박사와 얼굴을 붉힐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만.”


순항병원의 설립자인 서 박사가 젊었을 때 유학 비용을 대신 지원해주었다는 사람이 바로 눈앞의 서율그룹 윤명수 회장이었기에 병원장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회장님, 전력을 다해서 검사를 진행하고 도련님의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


으으윽!


한강에서 쓰러진 다음에 정신을 차렸나 싶었는데, 갑자기 밀려오는 머리를 깨트릴 것만 같은 두통에 참지 못하고 비명을 내질렀다.


정신을 차려보려고 했지만, 밀려오는 격통에 다시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심각한 표정을 한 의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저, 어떻게 된 일입니까?”


순간적으로 내 목소리도 이상하다고 인지했지만, 일단은 상황 파악이 우선이었다.


한눈에 보아도 가장 높아 보이는 노년의 의사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도련님, 의식 불명의 상태에서 기적적으로 정신을 차리셔서 지금 많이 혼란스러우실 것입니다. 방금 깨어나셨으니, 일단 간단한 질문부터 드리겠습니다. 이름은 기억나십니까?”


도련님이라고 나를 부르는 의사에 순간 나는 정신이 멍해졌다.


일단 내 이름부터 답하려던 찰나에, 다시 한번 엄청난 고통이 찾아왔다.


내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머리를 감싼 채 쓰러지자 노년의 의사가 다급하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수치는 거의 다 정상으로 나왔지 않나? 지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의식이 갑자기 돌아오는 상황은 정말로 흔치 않습니다. 일단 단기적인 기억 상실증이나 깨어난 직후라서 뇌에 무리가 간 상황인 것 같습니다. 검사 결과로 볼 때 장애는 없었습니다.”


“다행이군.”


그 이후로도 의사들이 대화를 계속했지만, 내 귀에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미 내 머릿속은 윤정우라는 새로운 인물에 대한 기억을 받아들이는 것에 전력을 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모를 수 없는 이름인 ‘윤정우’, 내가 모신 윤창수 회장님의 요절한 하나뿐인 아들.


정말로 소설 속에서나 보던 상황에 머리가 지끈거리기는 했지만, 일단은 윤정우의 기억과 동화라도 된 것인지 무언가 적응이 되는 느낌이었다.


‘나도 모르게 회장님을 떠올리면서 아버지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걸 보면 확실히 내가 정말로 윤정우가 된 것 같군. 일단 자연스러운 느낌이 드는 건 나쁘지는 않아.’


물론 깊이 생각한다면 나름 심각한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내 머릿속에 들어온 또 다른 정보와 내 눈에 보이는 무언가 때문에 깊이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내 목에 걸려있는 아주 고풍스러운 유럽 귀족이 쓸법할 모래시계가 내 주의를 끌었기 때문이다.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임에도 계속 자연스럽게 정보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느낌에 한편으로는 엄청 섬뜩하기도 했지만, 일단은 모래시계부터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누가 내 머릿속에 정보를 심어놓은 것 같이 모래시계에 대한 정보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군.’


일단 중요한 점만 정리한다면 이렇게 되겠군.


1. 모든 시간을 알려주는 모래시계로 어떤 계획의 종료에 걸리는 시일, 사람의 수명 등등 시간에 관련된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준다.


2. 다만 시간에 관한 것만 알려주지, 성공 여부처럼 다른 사항에 대해서는 일절 알려주지 않는다.


3. 나에게만 보이고 나에게만 만져지기에 아무도 이를 인식할 순 없다.


4. 질문의 중요도에 따라서 모래시계 안에 있는 모래의 양이 줄어든다.


5. 줄어든 모래는 시간이 흐르면서 저절로 회복된다.


이 모래시계에 대한 정보를 떠올리고 머릿속으로 정리할수록 내가 왜 1980년에 윤정우의 몸으로 빙의했는지 짐작이 가는 것 같았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지만, 굳이 윤정우의 몸으로 빙의한데다가 서율의 전성기인 시절인 1980년으로 돌아온 것도 그렇고 이 모래시계의 능력까지 주어졌다. 서율그룹을 다시 부흥시키라는 의도인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머리가 순간 맑아진 나는 그제야 주위를 살폈다.


노년의 의사와 눈이 마주치자 나는 바로 입을 열어서 대답하지 못한 질문에 대한 답을 했다.


“깨어난 직후에는 머리가 너무 아팠는데 이제는 괜찮아요. 아, 제 이름은 윤정우입니다.”


내 대답을 들은 노년의 의사는 순식간에 표정이 아주 밝아졌고 곁에 있는 중년 의사에게 말했다.


“자네가 도련님을 병실로 모셔간 다음에 인지검사를 진행하게. 아마 별문제는 없을 것 같지만, 혹시 모르니 말일세. 나는 회장님께 보고하러 가지.”


노년의 의사가 말한 회장님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내 머릿속에는 두 단어가 떠올랐다.


‘창업주, 할아버지. 둘 다 윤명수 회장 한 사람을 의미하는 말이지.’


다시 내가 정말로 서율그룹의 후계자 윤정우가 되었다는 실감이 들었다.


잠시 후, 병실로 가서 인지검사를 끝내고 시간이 더 흐르자 병실의 문이 열렸고 노년의 의사와 내 가족들이 들어왔다.


서율의 창업주 윤명수 회장, 이제는 내 할아버지인 그는 단숨에 나를 껴안으며 감격에 겨운 어조로 말했다.


“장하다, 우리 장손. 이제 치료 열심히 받고 보름 후에 퇴원하면 이 할애비가 뭐든지 다 해주마. 아무런 걱정 없이 몸만 건강히 지내면 된단다.”


지금은 정말로 한 그룹을 이끄는 냉철한 기업인이 아니라 순수한 할아버지로서의 모습이었기에 나는 가슴 한구석이 시큰거렸다.


정확히는 내가 아닌 윤정우의 기억과 몸이 반응하는 것 같았다.


어느새 내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자 할아버지는 아예 나를 감싸 안으시면서 말씀하셨다.


“아이구, 아직 나이도 어린 것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눈물을 줄줄 흘리노.”


손수 직접 손으로 내 눈물을 닦아주시는 할아버지와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을 무렵에 병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내 할아버지와 동년배처럼 보이는 노인은 멋을 낸 것 같은 멋진 정장과 의상과 차별되게 다급하게 온 것처럼 정리가 전혀 되지 않은 머릿결이 보였다.


그리고 나를 순수한 기쁨으로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노인의 얼굴에 윤정우의 기억이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홍련호텔의 창업주이자 내 외할아버지인 홍차식 회장. 과연 정이 많으신 분이 맞으시군.’


외할아버지는 단숨에 할아버지와 반대편으로 서서 내 한쪽 손을 양손으로 따스하게 감싸신 다음에 정다운 느낌이 물씬 풍기시면서 말씀하셨다.


“우리 외손주가 얼마나 병마랑 열심히 싸웠는지 아주 삐쩍 말랐구나. 퇴원만 하면 이 할애비가 아주 든든하게 먹여야겠구나. 아주, 전국 팔도의 일품을 전부 먹여야지.”


확실히 윤정우의 신체는 16살인 한창때의 청소년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말라서 누가 보아도 아픈 아이처럼 보이는 수준이었다.


외할아버지는 그게 마음에 걸리는지 몇 번이고 내 몸 구석구석을 쓰다듬으신 다음에 아예 비서처럼 보이는 수행원들을 시켜서 과일이나 병과와 같은 간식들을 잔뜩 가져오셨다.


물론 지금 당장은 환자식밖에 먹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은 병실 안의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손주를 아끼는 마음으로 가져온 한 아름의 먹을거리들이 나에게는 새삼 무겁게 다가왔다.


‘내가 진정으로 윤정우가 맞나? 이건 원래의 윤정우가 받아야 할 애정인데, 김윤찬이 아니라.’


일단은 모두 바쁘신 기업인이었기에 어머니인 홍숙자 여사를 제외하면 모두 병실에 항상 상주하시지는 못하였다.


보름 동안 입원 생활을 하면서 나는 첫날 느꼈던 부담감을 내려놓고 점점 윤정우의 삶에 심정적으로도 녹아들 수가 있었다.


그리고 점점 내 의식은 서율그룹을 어떻게 키우고 전성기를 더욱 빛나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만 기울어지게 되었다.


물론 단지 내 기억과 서율그룹 임원이었던 내 능력만으로는 서율그룹을 더욱 키우는 것은 장담할 수 없었다.


따라서 나는 나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하면서도 큰 무기인 모래시계를 활용하고자 열심히 실험을 진행하면 사전 준비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단 간호사가 정확히 언제 검사하러 도착하는가? 정도의 가벼운 질문들로 시작했다. 모래시계는 간호사가 넘어지는 돌발적인 상황까지 전부 예측해서 완벽한 시간을 나에게 알려주었다.’


다만,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는 부분이 존재했다.


‘모래시계의 답변 자체는 절대적이나, 나라는 변수가 개입하는 순간 달라질 수가 있다는 점이다. 내가 언제 식사를 끝마치는가와 같은 나에 관련된 질문에는 제대로 답을 주지 못한다.’


당연히 절대적인 능력은 없겠으나, 처음에는 엄청난 기회라고 여겼던 능력이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양날의 검이었다.


물론 무엇이든 맹신하는 순간 위험성이 커지기 마련이나, 연구를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다루기가 까다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 지식을 알고 있는데 이런 사기 능력까지 얻었으니, 복에 겨운 소리라고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아무리 사기적인 능력이 있어도 이를 잘 사용하지 못하면 쓸모가 없게 된다.’


보름이라는 입원일 동안에 능력에 대해서 신중히 고민하고 윤정우로서 적응을 마친 나는 서율그룹의 미래를 바꿀 출사표를 마음속으로 던지며 퇴원했다.


이제는 김윤찬이 아닌 윤정우라는 새로운 이름으로서 활동할 차례였다.


작가의말

열심히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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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011 동맹을 활용하는 방법 NEW 10시간 전 18 2 12쪽
10 010 윤명수 회장의 실력 24.09.17 51 2 13쪽
9 009 적의 적은 친구 24.09.16 80 2 13쪽
8 008 로열그룹이라는 난관 24.09.15 108 2 13쪽
7 007 예상치 못한 경쟁자의 등장 24.09.14 140 3 14쪽
6 006 기발한 해결책 워싱턴제과 24.09.13 170 3 12쪽
5 005 서율제과를 구원하라 24.09.12 205 3 12쪽
4 004 황학철과의 만남 24.09.11 239 4 13쪽
3 003 안개 정국의 답을 말하다 24.09.10 279 4 13쪽
» 002 새로운 이름 윤정우 24.09.09 312 4 12쪽
1 001 이야기의 시작 24.09.09 354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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