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su******** 님의 서재입니다.

시간을 보는 재벌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새글

sunwoo3838
작품등록일 :
2024.08.20 20:33
최근연재일 :
2024.09.18 20:0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1,953
추천수 :
33
글자수 :
63,512

작성
24.09.13 20:00
조회
169
추천
3
글자
12쪽

006 기발한 해결책 워싱턴제과

DUMMY

서율제과를 구원할 방법을 찾으려면 일단은 현재의 제과 시장부터 분석해야 한다.


호빵으로 가장 친숙한 제과업계의 영원한 강호 석림식품.


2024년에는 다양한 프랜차이즈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위세를 유지했었던 석림식품의 기술력이나 점유율은 1980년 현재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규모 자체는 석림식품에 비해서 작으면서도 제과 사업에만 거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퀸제과는 퀸산도라는 상품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회사였다.


그들의 제품들도 석림식품의 주요 상품에 못지않은 명성을 지니고 있었고, 특히 비스킷 관련 제품들은 우리나라에서도 손에 꼽을 기술력을 자랑하는 회사였다.


할아버지와 친분이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제과시장에서는 강력한 경쟁자라고 말할 수 있는 동충그룹의 동충제과도 사실 엄청난 강적이다.


동충그룹 창업주 민우현 회장의 별명은 부산의 설탕왕.


설탕으로 부를 일군 민우현 회장의 동충그룹은 초코파이로 기틀을 다졌으며, 초코파이 하나만으로도 국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제과 회사로 자리를 잡았다.


거기다가 군납용 건빵으로 이름을 떨친 풍술제과를 인수하면서 다양한 제품군을 취급하게 된 동충제과는 현대에서는 10년이 넘게 세계 제과 회사 순위 15위권 안에 드는 기염을 토했다.


호남의 자존심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재벌인 호치그룹의 호치제과도 한때는 국내의 식품회사 중에서는 시가총액이 가장 비싼 회사로 나름 오랫동안 군림했었던 저력이 존재한다.


이렇게 앞서 설명한 4개의 회사만으로도 벅찬 상황이지만, 일본에서 껌으로 재벌이 된 우리나라 최고의 식품과 유통 회사를 가진 로얄그룹도 문제였다.


내 기억에 따르면 로얄그룹은 서율그룹과 사이가 그리 좋지 못하니 말이다.


‘할아버지의 본진이 부산인데, 로얄도 한국에서는 본진이 부산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제과뿐만이 아니라 식품과 음료 등을 포함한 거의 모든 유통산업에서 충돌할 수밖에 없다.’


가장 쉬운 방법은 순위권에 있는 회사를 인수해서 덩치를 키우는 것인데, 무작정 돈으로 승부를 보는 것은 상책이 아니다.


‘만약 돈으로 제과 시장에서 붙으려고 한다면은 로얄그룹에게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시장이라는 것이 돈만 쓴다고 해서 마음대로 흘러가지도 않으니.’


미래를 알고 있는 내가 쓰기 쉬운 방법은 곧 대박이 날 제품을 미리 알려주어서 서율제과가 최초로 개발하게 하는 것인데, 서율제과가 당장 흔들리는 상황에서 쓸 순 없는 방법이다.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에만 필요한 시간이 최소 1년에서 2년은 걸릴 것이다. 그렇다면 장기적인 계획으로 나중에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급히 쓸 수 있는 임시방편이 필요하다.’


내가 열심히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을 때, 할아버지께서는 이미 해법을 찾으신 것 같았다.


내 표정을 보자마자 내 의중을 알아차리신 것인지, 할아버지께서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시면 나에게 말씀하셨다.


“정우야, 천천히 고민해도 된단다. 이 할아버지가 이미 손을 써두었으니, 제과가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란다, 허허.”


나는 정말로 순수하게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아무리 고민해도 마땅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던데, 정말 대단하세요! 새로운 광고라도 찍는 건가요? 아니면 행사라도 하는 건가요?”


고개를 끄덕이신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우리 서율은 영남 기업이란다. 적어도 영남에서만큼은 다른 회사들보다 이름값이 있지. 부산을 중심으로 영남권에 할인행사와 사은품을 돌릴 예정이란다.”


그리 대단한 해결책은 아니었지만, 할아버지의 표정에서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느낀 나는 질문을 이어갔다.


“할아버지, 할인행사라면 다른 회사들로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연회장에서 만난 동충그룹 민우현 회장님도 엄청난 부자시잖아요? 로얄그룹 회장님은 일본에서도 알아주는 부자시고요.”


그러자 할아버지께서는 짙은 미소를 지으면서 나에게 한 수 알려주신다는 느낌으로 말씀하셨다.


“정우야, 이 할애비의 비법을 알려주마. 우리나라는 지연이라는 게 있단다. 이 할애비는 부산에서 태어나고 부산에서 자랐고, 평생을 영남 사람들만 도왔지. 다른 이들과 이 할애비의 이름은 적어도 부산과 영남에서만큼은 무게가 다르단다.”


나는 일부러 아리송한 얼굴로 물었다.


“동충그룹도 부산에서 시작한 회사잖아요? 로열도 부산이 본진이라고 들었는데요? 같은 영남 기업이면 맛있는 걸 사람들이 사지 않을까요?”


내 물음에 할아버지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시면서 말씀하셨다.


“영남의 분위기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전부 이 할아버지의 친우들이란다. 또 로열과 동충 모두 약점이 존재한단다.”


그들의 약점은 대충 예상은 간다.


“로열그룹은 부산 기업처럼 보이지만 일본 기업 쪽으로 몰면 틈을 만들 순 있을 것 같네요. 그런데, 동충에는 무슨 약점이 있나요?”


“민우현 회장은 이북 출신이란다. 타지 사람이 부산에서 사업을 키우려면 능력과는 별개로 지역의 연줄이 필요하지. 민우현 회장에게 부산의 인맥을 제공한 사람이 바로 이 할애비란다.”


나는 할아버지의 말에 저절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와아! 그러면 민우현 회장님은 할아버지께서 제과 시장에서 경쟁에 나서도 제대로 된 반격은 하지 못하겠네요.”


“어느 정도 선은 지켜야겠지. 하지만 초코파이라는 확실한 영역만 보장해주면 지금은 큰 반발이 없을 것이란다. 사실, 동충은 지금 제과보다는 시멘트에 흥미를 보이고 있단다.”


동충그룹의 역사에 대해서 대강은 알고 있었던 나는 할아버지가 빠르게 승부에 나서시려는 것이 타이밍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동충그룹은 시멘트 사업에 거의 전 자산에 가까운 투자를 해서 본진인 제과 사업마저도 휘청일 정도였다. 애초에 시멘트에 돈이 하도 들어가서 제과는 신경도 쓸 수 없겠지.’


하지만 반짝 효과를 볼 수 있어도, 서율제과가 제과 시장에서 강호로 떠오를 정도의 해결책은 확실히 아니었다.


‘애초에 할아버지께서는 제과에 큰 비중을 두진 않으신다. 전생에서 서율제과에서 오래 일했던 임원에게 들었던 말로는 서율제과는 목표 자체가 그리 크지 않았었다고 하니.’


서율제과의 초창기 전략은 아주 간단했다.


맛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적당한 제품을 갖춘 다음에 서율제분을 이용해서 단가를 낮추고 영남에 적극적으로 어필해서 적당한 이윤을 남기는 것.


제분을 확장하면서 밀가루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동시에 이왕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라면 익숙한 식품 관련 분야에서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단순한 이유로 세율제과가 세워졌다.


할아버지를 앞에 두고 생각하던 나는 갑자기 기발한 생각이 번뜩이듯이 떠올랐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할아버지께 말했다.


“할아버지, 장기적으로 서율제과가 돈을 많이 벌려면은 확실한 대책이 필요한데, 기술력이나 신제품으로는 경쟁자들을 상대로 확연한 우위를 점할 순 없겠지요?”


할아버지께서 고개를 끄덕이시면서 수긍하자 나는 본론을 입에 올렸다.


“그렇다면 생각을 살짝 비틀어서 전장을 다른 곳으로 바꾸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전장을 바꾼다는 내 말에 할아버지께서는 일단 흥미를 보이셨다.


“흥미로운 이야기구나. 전장을 바꾼다는 것은 새로운 활로를 찾아낸다는 의미인데, 사실 정말로 쉽지 않은 방법이란다. 일단은 조금 자세히 듣고 싶구나.”


아직 무르익지는 않은 시장이지만, 서율도 진출했고 곧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 분명한 시장이 있었다.


“빵집, 요즈음 베이커리라고 하던가요? 서율빵집도 있으니, 나름 익숙한 전장이지요. 아직 큰 격차가 나지 않은 이곳이라면 퀸베이커리나 석림의 로마크라상을 압도할 수도 있겠지요.”


로얄이나 동충이 아직 빵집에는 진출하지 않았었고, 퀸제과와 석림식품이 상대라면 자금력에서 서율그룹이 우위에 있었다.


또한 이제 막 태동하는 시기인 빵집 시장에서는 한번 우위를 점하면 사람들에게 빵집은 서율이 제일이라는 인상을 새길 수도 있었다.


물론 그저 돈만 푼다는 식으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돈을 어떻게 현명하게 써서 점유율과 매상을 끌어올리는가가 가장 중요했다.


할아버지도 그것을 알고 있으셨기에, 약간은 진지하게 말씀하셨다.


“어지간한 방식으로는 효과가 없을 것이란다. 이제 막 돈이 모이는 곳이라서 크게 투자하면 역으로 손해를 보기도 쉽지. 정우야, 이렇게 특이한 발상을 떠올린 것은 칭찬해 주고 싶구나. 하지만 생각을 깊게 할 필요도 있단다.”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할아버지께서는 진지하게 조언하셨다.


“퀸과 석림을 확실하게 제압할 무기가 없다면 이 할애비도 빵집에 돈을 쓰면서 승부를 걸 순 없단다. 돈을 쓰는 것 자체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뛰어난 발상은 아무나 떠올리지 못하는 것이란다. 사업에는 그런 탁월한 발상이 필요한 순간이 많단다.”


경청할 가치가 있는 훌륭한 조언이었기에 가슴에 깊이 새긴 나는 할아버지에게 승부수를 던졌다.


“구체적인 방안까지는 아니지만, 제 나름대로 생각한 것이 있습니다.”


내 말을 들으신 할아버지께서는 놀란 얼굴을 보이시더니 말씀하셨다.


“우리 장손이 확실히 난 놈은 난놈이구나! 생각이 어른만큼 깊으니 말이다, 하하하!”


꿀꺽.


긴장해서 크게 침을 한번 삼킨 내가 입을 열었다.


“부산에서 아주 유명한 빵집이 하나 있습니다. 단순한 동네 빵집 수준이 아니라 기업이라고 부를 정도의 빵집이 말입니다. 명동으로 본점을 이전한 위싱턴제과를 인수하시죠?”


워싱턴제과를 인수하자고 말한 이유는 단순히 인수합병을 통해서 덩치를 키우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만이 아니었다.


명동으로 본점을 이전하긴 했지만, 서울 일부를 제외하면은 여전히 워싱턴제과의 점포들은 대부분 부산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만약 부산에 기틀이 잡힌 워싱턴제과에 할아버지의 자금력과 서율의 명성까지 합쳐진다면 적어도 부산에서만큼은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철옹성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부산에서 확실하게 다른 빵집들을 눌러버리면 그 소문이 영남 전역에 퍼질 것이고, 영남에 전역에 퍼진 소문이 전국에 영향을 미치는 건 순식간일 것이다.


할아버지께서도 꽤 진지하게 내 말을 받아들이신 것 같으셨다.


따악! 타악!


손가락을 책상에 튕기시면서 고민에 빠진 할아버지께서 순전히 내 말로 이렇게 진지하게 변하시지는 않으셨을 것이다.


‘십중팔구, 워싱턴제과가 어떤 회사인지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으셨기에 더욱 진지하게 생각하시는 것이겠지. 부산 대표 빵집으로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위싱턴제과를 할아버지께서 모르실 리가 애초에 없으니 말이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내 어렴풋한 기억에 따르면 1950년 전후에 워싱턴제과가 생겼을 것이다.


전생에 70년 정통의 워싱턴제과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 것 같으니 말이다.


할아버지께서는 머릿속으로 어느 정도는 셈을 마치셨는지 손가락을 멈추신 다음에 벌떡 일어나셔서 내 어깨를 두드리셨다.


“정우야, 어린 네가 이렇게 식견과 안목이 있을 줄은 몰랐구나. 물론 실현 가능할지, 정말로 효과가 좋을지, 부작용이나 다른 변수는 없을지 따져야 할 것이 아직 많이 있지만, 16살인 네가 이 정도까지 생각한 것만으로도 참으로 놀랍구나, 허허.”


나는 내 어깨를 두드리신 다음에 회사로 가시겠다면서 집을 나서시는 할아버지께서 중얼거리시는 말을 듣고는 미소는 감출 수가 없었다.


-이것 참, 김병룡이가 아직 나를 잊지 않았겠지? 워싱턴제과라, 쉽게 얻을 수 있다면 나쁠 건 없지.


곧 서율제과가 진창에서 빠져나와 제과 업계의 선두주자로 비상할 준비를 마칠 것 같았다.


작가의말

열심히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시간을 보는 재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 011 동맹을 활용하는 방법 NEW 10시간 전 18 2 12쪽
10 010 윤명수 회장의 실력 24.09.17 51 2 13쪽
9 009 적의 적은 친구 24.09.16 80 2 13쪽
8 008 로열그룹이라는 난관 24.09.15 108 2 13쪽
7 007 예상치 못한 경쟁자의 등장 24.09.14 139 3 14쪽
» 006 기발한 해결책 워싱턴제과 24.09.13 170 3 12쪽
5 005 서율제과를 구원하라 24.09.12 205 3 12쪽
4 004 황학철과의 만남 24.09.11 239 4 13쪽
3 003 안개 정국의 답을 말하다 24.09.10 279 4 13쪽
2 002 새로운 이름 윤정우 24.09.09 311 4 12쪽
1 001 이야기의 시작 24.09.09 354 4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