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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woo3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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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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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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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04 황학철과의 만남

DUMMY

홍련호텔 연회장.


연회장 안쪽 깊숙이 있는 방으로 홀로 들어간 윤명수 회장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를 고민하게 만든 인물은 다름이 아닌 그의 소중한 하나뿐인 손자이자 장손인 윤정우였다.


‘이제 나이가 기껏해야 16살, 그것도 병원에 오래 있었기에 뉴스나 신문을 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런 정우가 이런 예사롭지 않은 대답을 내놓을 줄이야.’


윤명수 회장은 당연히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 것인지를 알아내기 위해서 연일 노력을 기울이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서율그룹의 수많은 임원의 의견을 물었으며, 때로는 본인과 오랫동안 깊은 우애를 다진 정계에 있는 친우들에게 정보를 구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들 모두 기존 제도권 인사라고 할 수 있는 유력한 정치인들이 아니라 갑자기 실세가 된 젊은 장군 하나가 대통령의 자리에 앉을 것이라고는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진호석이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는 엉터리와 같은 주장이 장손의 입에서 나오자 윤명수 회장은 가능성을 보았다.


‘이 나라의 절대적인 지배자였던 강정후도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윗선에 찍혀서 한직으로 물러난 소장에 불과했다. 진호석이 강정후보다 인물이 아니더라도 그는 지금 군부의 실세이니 여건은 훨씬 좋은 편이 아닌가?’


강정후라는 사례가 있는 순간부터 윤명수 회장은 1할이 아니라 1푼도 과하다고 생각했었던 진호석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승산을 최소 2할로 잡았다.


거기다가 무신정변 당시의 정세를 예시로 든 것도 윤명수 회장의 마음을 움직였다.


어렸을 때부터 집안이 양반가 출신으로 부산에 땅과 재물이 많은 곳이었기에 윤명수 회장은 당시의 귀한 여러 서책을 접하면서 자식을 다양한 방면에서 쌓을 수 있었다.


그런 그였기에 역사적으로도 예상치 못한 이의 폭주에 기존의 권력자들이 무력하게 무너진 사례들이 많다는 사실 정도는 충분히 떠올릴 수가 있었다.


‘삼국지의 동탁, 이태리의 무솔리니, 불란서의 드골 등등 예상치 못한 인물이 갑자기 부상하는 일은 언제나 있었다. 다시 한번 이변이 일어난다는 것이 완전히 허무맹랑한 말은 아니다.’


물론 윤명수 회장이 어린 손자의 말 한마디로 중대한 결정을 내릴 정도로 가벼운 인물은 아니었지만, 반대로 어린 손자의 말이라고 무시할 정도로 어리석은 인물도 아니었다.


‘때로는 어린아이의 말이라도 경청해야 할 때가 있다. 어른들이 꼭 아이보다 현명한 건 아니다. 아이들의 순수한 시선은 어른들이 가진 편견이 없는 맑은 시선이기에 때로는 더욱 명확할 때가 있는 법이니.’


성군일수록 귀가 열려있고 하찮은 이의 가벼운 말에도 관심을 두는 것이었기에 윤명수 회장은 장손의 의견을 듣고 직접 확인에 나서고자 하였다.


-벌컥.


방에서 나온 윤명수 회장은 바로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안경을 쓴 중년인에게 말했다.


“박 실장, 자네가 조사 하나 빠르게 해줄 일이 생겼네.”


윤명수 회장은 최측근이자 윤명수 회장과 함께 서율이라는 회사의 처음을 함께 일으킨 5명 중 하나인 박창공 비서실장이 눈을 번뜩이며 공손히 대답했다.


“급한 사항이시라면 지금 당장 비서실 직원들을 동원하겠습니다, 회장님.”


그러자 윤명수 회장은 가볍게 손사래를 친 다음에 아주 진지한 어조로 나직하게 말했다.


“이번에는 속도가 아니라 정확해야 해. 진호석이한테 지금 누가 줄을 대고 있는지, 또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정확히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금액은 무제한.”


금액은 무제한이라는 말을 아주 굵은 어조로 강조한 윤명수 회장의 말에 박창공 실장은 담담하게 고개를 숙이면서도 내심 놀란 상태였다.


‘밥, 술, 뇌물 탈이 날 생각도 하지 말고 무조건 살포해서 어떻게든 정보를 알아내라는 의미이시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제대로 들쑤시라는 의미는 진호석에게 마음이 동했다는 것인데.’


의문이 머릿속으로 차오른 박창공 비서실장이었으나, 그는 윤명수 회장의 충직한 오른팔로서 개인적인 판단을 뒤로하고 곧바로 윤명수 회장의 명령을 이행했다.


윤명수 회장과 손을 잡고 서율을 일으킨 5명의 개국공신 중에 가장 나이가 어렸기에 처음부터 윤명수 회장의 보좌 역할을 해온 박창공 실장은 비서에 가장 적합한 유형의 인재였다.


***


한편, 나는 할아버지께서 홀로 방으로 들어가신 이후부터는 식사에 집중하고 있었다.


물론 할아버지께서 들어가신 방이 보이는 자리에서 말이다.


그리고 할아버지께서 박창공 실장에게 아주 진지한 얼굴로 무어라고 말씀하시는 걸 보자 나는 곧바로 내 목에 걸린 모래시계를 슬쩍 뒤집었다.


뒤집힌 모래시계가 빛나자 나는 마음속으로 질문을 던졌다.


‘언제 할아버지께서 진호석에게 줄을 대실까?’


일단 이 질문부터 시작해서 구체적인 질문들로 이어갈 생각이었다.


잠시 후, 모래시계가 환하게 빛을 발하다가 잦아들었고 나는 머릿속으로 답변을 받았다.


‘5일이라. 신중하신 것인지, 아니면 정보수집만 하신 채로 바로 행동에 나선 것인지 조금 애매하군. 어쨌거나,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니 나도 준비를 해야겠군.’


모래시계의 모래가 병원에서 실험했었던 간단한 질문들보다는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일단 2개의 질문 정도는 더 던져도 여유롭다고 판단한 나는 바로 모래시계를 다시 뒤집었다.


‘내가 진호석 정부의 핵심 요인이나 일심회의 일원과 가장 빨리 만날 수 있는 날이 언제일까?’


그리고 모래시계의 답을 받은 나는 깜짝 놀란 마음을 억누르느라 고생했다.


‘3일이라니, 그렇다면 할아버지께서 아주 빠르게 담판을 지으신다는 것인데.’


줄을 댄 시기는 5일 후, 그러나 내가 핵심 요인과 만나는 시기는 3일 후.


내가 우연히 그들과 따로 만날 확률은 아주 낮으니 결국 3일 후 내가 거물을 만나는 이유는 당연히 하나밖에 없었다.


‘할아버지께서 거물을 집으로 초청하신 다음에 협상을 시도하시는 것이 3일 후, 진호석이 받아들이는 것이 5일 후. 그렇다면 이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여기서부터 내 사고는 여러 가능성을 향해서 순식간에 뻗어나갔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있었기에, 나는 그 경우의 수들을 전부 가늠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3일 후에 만날 거물에게 확실한 인상을 새길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생각을 정리한 나는 다시 연회에 집중하고자 자리에서 일어나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인사를 건넸다.


다행히 또래들이 모여있는 곳이 있었기에 그들과 슬쩍 어울리다가 연회가 파할 순간이 오자 다시 할아버지 곁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연회가 끝나고 나서부터는 나는 다시 일상에 적응해야 했다.


병실 생활이 끝났으니 당연히 학교 등 바쁜 학생의 일과를 소화해야 하겠으나, 나에게 다행이었던 것은 할아버지를 비롯해 아버지와 어머니까지도 내 몸 상태를 걱정하신다는 점이었다.


“내가 교장이나 이사장에게 연락해서 정우를 좀 잘 챙기라고 말해도 병실에 오래 있었던 애가 체력이 괜찮겠나? 장남, 아무래도 집에서 공부시켜야 하지 않겠나?”


아버지는 학교에 가지 않는 것 자체는 떨떠름한 기색이었지만, 아직 퇴원한 지 별로 지나지 않아서 누가 보아도 연약해 보이는 내 몸을 둘러보시더니 말씀하셨다.


“일단 이름만이라도 올려두고 잠깐 집에서 공부시키다가 괜찮아지면 학교로 보내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고교 동문 하나도 없는 건 쪼매 그렇지 않습니꺼?”


어머니는 이미 나에게 의중을 물으셔서 내가 고등학교에 크게 욕심이 없다는 걸 들으셨기에 은근히 할아버지의 뜻에 힘을 실어주셨다.


“일단은 정우가 집에서 얼마나 공부를 잘하는지부터 확인한 다음에 이야기하셔도 되지 않겠습니까? 혼자서도 공부 잘해서 대학 잘 갈 수 있으면 아버님 말씀대로 해도 될 것 같은데요.”


그래서 다음 날, 나는 우리 집으로 불려온 여러 과목 선생님들과 대면할 수가 있었다.


미리 방에 있는 교재들을 보면서 감을 되찾은 나는 자신감이 있었다.


‘원래의 김윤찬의 지식만으로는 턱도 없었겠지만, 윤정우가 정말로 몸이 아픈데도 공부는 놓지 않았던 모범생이어서 다행이군. 거기다가 윤정우의 기억도 엄청 선명하니.’


과외 선생들의 면면도 화려했다.


전직 명문고 교사들부터, 대한민국 일등 대학인 한국대학교 학생들로 이루어진 그들은 이미 아버지나 어머니께 언질을 들었는지 저마다 시험지 한 뭉치씩을 들고 있었다.


곧바로 문제들을 풀기 시작한 나는 생각대로 그리 어렵지 않게 문제들을 풀어나갈 수가 있었고, 아버지께서 안심하실 정도의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음, 일반적인 수준의 시험들은 모든 과목에서 전부 90점이 넘습니다. 마지막에는 준 시험지는 일부러 어려운 문제들로만 구성한 것인데도 최소 88점입니다. 이 정도면 열심히 1년에서 2년 정도만 공부하면 한국대도 노릴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 말을 들은 할아버지는 입꼬리가 쫘악 올라가셨다.


“아니, 지금 16살인 정우가 1년이나 2년 열심히 공부해서 한국대에 들어갈 정도라면은 남들보다도 더 일찍 한국대에 들어간다는 거 아이가?”


이렇게 할아버지께서는 바로 내가 학교로 가지 않고 집에서 공부하는 것을 허락하셨고, 나는 내심 아주 만족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명문고의 동창들과 끈끈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이지만, 1980년인 지금 검정고시는 엄청난 흠도 아니니.’


사실 나중에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검정고시의 이미지가 좋지 않게 굳어진 것이지, 2024년에 거물로 활동하던 정치인 몇몇은 검정고시 출신자들도 있었다.


물론 그들은 당연히 명문대를 나오거나, 법조인 애초에 실력이 뛰어나니 일부러 남들보다 빨리 대학에 가고자 응시한 이들이지만 말이다.


고등학교 생활을 포기하지만, 반대로 할아버지와 더욱 밀접하게 지낼 수 있는 3년이라는 시간을 얻게 되는 것이니 손해는 아니었다.


만약 내가 은근히 할아버지에게 계속 영향력을 끼쳐서 서율그룹을 더욱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게 한다면은 오히려 엄청난 이득을 본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집에서 가정교사들과 공부를 시작하며 새로운 생활을 이어갈 동안, 할아버지는 회사와 집을 자주 오고 가시면서 바쁘게 움직이시는 것처럼 보였다.


‘십중팔구, 진호석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으실 것이다.’


***


서율그룹 본사.


연회가 있었던 날에서 2일이 지난 지금 박창공 실장이 회장실에 있는 윤명수 회장에게 서류 여러 장을 전달하며 공손히 말했다.


“회장님, 명령하신 사항에 대한 조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윤명수 회장은 재빨리 서류들을 살핀 다음에 날카로운 어조로 물었다.


“성아그룹의 김윤석과 흑문건설의 주철수 이렇게 두 명이 진호석의 가장 중요한 후원자라. 음,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중구나, 최태산, 서표훈에게 붙은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그리 재계의 지원이 많은 편은 아닙니다. 흑문건설은 100대 그룹에 간신히 든 기업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진호석이 정치인이 아니라 군인이라는 점, 성아 정도의 그룹이 움직였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립니다.”


성아그룹, 1980년 현재 재계 서열 16위에 해당하는 기업 집단으로서 현재 회장인 김윤석 회장은 정치에 잠시 몸을 담았던 적도 있어서 재계에서 소문난 정치 전문가였다.


윤명수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성아의 김윤석 그 양반은 권력의 냄새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잡아내는 인물이야. 거기다가 명문대학 총장에, 전직 장관들에, 현직 차관 대다수가 진호석과 친하다는 것도 확실하다면 우리도 일단 연줄 정도는 만들어야 하지 않겠어?”


박창공 실장 본인이 직접 조사한 서류를 바탕으로 말하는 윤명수 회장의 말에 박창공 실장은 바로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룹의 인맥을 총동원해서 최대한 빠르게 자리를 만들겠습니다.”


***


3일 후, 종로에 있는 윤명수 회장의 저택.


딱 보아도 성질이 대단해 보이는 인물이 당당한 걸음걸이로 저택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윤명수 회장 일가 전체가 나와서 그를 맞이했다.


나는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지만, 할아버지가 그의 성씨를 말하자 그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어서 오시오, 황 장군.


‘황씨 성을 가진 일심회의 유일한 거물은 황학철 장군이다. 12월 12일 쿠데타에 참가한 인물 중에서 진호석보다 계급이 높았던 3명 중 하나이자 감사원장이라는 막강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군림한 거물 중의 거물.’


이것이 나와 황학철의 첫 만남이었다.


작가의말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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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011 동맹을 활용하는 방법 NEW 10시간 전 18 2 12쪽
10 010 윤명수 회장의 실력 24.09.17 51 2 13쪽
9 009 적의 적은 친구 24.09.16 80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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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007 예상치 못한 경쟁자의 등장 24.09.14 139 3 14쪽
6 006 기발한 해결책 워싱턴제과 24.09.13 168 3 12쪽
5 005 서율제과를 구원하라 24.09.12 203 3 12쪽
» 004 황학철과의 만남 24.09.11 238 4 13쪽
3 003 안개 정국의 답을 말하다 24.09.10 278 4 13쪽
2 002 새로운 이름 윤정우 24.09.09 310 4 12쪽
1 001 이야기의 시작 24.09.09 350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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