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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woo3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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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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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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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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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09 적의 적은 친구

DUMMY

협박이라, 로열그룹이 무언가 김병룡 사장의 약점이 될 수 있는 자료를 쥐고 있다고 생각한 나는 이에 대한 해결책을 며칠 동안 고민했다.


그러는 동안에 할아버지께서는 조사에 열을 올리셨지만, 아직 확실하게 로열그룹이 개입했다는 정보를 얻지는 못하셨다.


물론 할아버지께서도 어느 시점부터는 로열그룹이 움직였다는 걸 짐작하고 있으셨지만, 확증이 없는 이상에야 할아버지께서도 나설 순 없는 상황이셨다.


-이 할애비의 친구들이 힘을 쓰지 못하는 걸 보니, 재일교포들이 주축인 로열그룹의 부산 인맥이 움직인 모양이구나.


-마음 같아서는 심격후 그 양반에게 경고라도 하고 싶지만, 짐작만으로 나서는 건 하수란다. 정우야, 때로는 알면서도 눈을 감아야 할 때가 있단다.


할아버지께서는 알면서도 참고 넘어간다는 뉘앙스를 드러내셨다.


‘심증만으로 싸움에 나서면 결국 인심을 잃기 마련이다. 때로는 무조건 싸우기보다는 알면서도 슬쩍 넘어가는 것이 옳기도 하다. 빚을 지워두는 방식 중 하나라고 볼 수도 있으니.’


물론 로열그룹과 전면전까지는 아니더라도 쉽사리 물러나지 않고 맞불을 놓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것도 지금의 할아버지께서 쉽사리 쓰실 순 없는 방식이셨다.


‘워싱턴제과의 김병룡 사장의 약점을 우리도 쥐고 워싱턴제과를 강하게 압박하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할아버지의 가장 큰 인맥이 있는 부산에서 평판이 깎일 수도 있다.’


로열은 은밀하게 접근하여서 소문이 나지 않았지만, 서율은 대놓고 접근했기 때문에 만약 거친 방식을 인수 협상 도중에 동원하면 부산 전역에 나쁜 소문이 퍼질 것이다.


로열그룹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을 것이니, 자칫 잘못하면 워싱턴제과를 인수하고도 로열에 의해서 평판이나 명성에서 크나큰 손해를 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내가 며칠에 걸쳐서 고민하면서 생각해낸 수는 로열과 서율의 전장에 제3의 세력을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로열그룹의 원수라고 말할 수 있는 재벌이자 부산에 영향력이 있는 그룹이 지금 존재했다.


라면, 과자, 호텔, 화학 등으로 현대에서도 100대 그룹 안에 든 심충호 회장의 몽심그룹은 로열그룹과는 사이가 좋지 않기로 유명했다.


‘형제지간인 심격후 회장과 심충호 회장이 원수지간이 된 사건은 재계에서는 아주 유명한 일화지. 형이 동생의 사업에 고춧가루를 제대로 뿌린 격이었으니 말이다.’


심충호 회장은 원래는 형인 심격후 회장의 사업을 돕고 있었는데, 한국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이 개발되고 라면 산업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펼쳐지자 라면 시장에 마음을 빼앗겼다.


심충호 회장은 격렬하게 형인 심격후 회장을 설득하고자 했으나, 심격후 회장은 이제 막 열린 시장에서 막대한 투자를 할 순 없다며 단칼에 거절했다.


그래서 심충호 회장은 지금까지 독자적으로 모아온 자금으로 독단적으로 로열공업이라는 회사를 세웠고 이것이 지금의 몽심그룹의 시초이다.


그러나 문제는 로열공업이 몇 년 죽을 쑤다가 몽심라면이라는 대박 제품을 만들어 낸 이후부터였다.


동생이 만든 회사가 순식간에 엄청난 성공을 거두자, 조금의 손해도 용납하지 못하는 심격후 회장은 이것을 본인의 손해라고 여기고는 보복에 나섰다.


-로열그룹은 내 회사인데, 어째서 충호의 회사가 로열이라는 이름을 가질 수가 있냐?


심격후 회장은 로열이라는 이름을 심충호 회장에게 허락하지 않으면서 완전히 심충호 회장과의 연을 끊고자 했고, 심충호 회장은 엄청난 배신감을 느꼈다.


전생에서 들은 소문에 의하면 심격후 회장이 나중에 노년에 접어들어서 화해를 몇 번 시도했으나, 심충호 회장의 완강한 거절로 결국 생전에 두 형제가 화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는 적어도 식품과 제과라는 분야에 한해서는 몽심그룹이 로열에 비해서 엄청나게 밀린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규모나 매출 등등 여러 지표를 통해서 본다면 아무리 몽심이 제과가 강하더라도 로열보다는 아래다. 그러나 서율과 힘을 합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가 몽심그룹을 아군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는 단지 로열과 원한이 깊다는 것만은 아니었다.


‘궁합, 우리 서율과 몽심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몽심은 라면을 제외하면 주력이 제과나 빙과류 등등이 대부분이다. 반대로 우리 서율은 제과보다는 식품이 주력이다.’


그러나 몽심그룹과의 협력은 할아버지께서 직접 나서셔야지 이야기라도 꺼낼 수 있는 큰 과제였다.


***


서율그룹 본사, 윤명수 회장의 집무실.


평소에 관심이 크지 않았던, 서율제과가 적자가 나자 워싱턴제과 인수와 영남 쪽에 홍보를 크게 하는 등 오랜만에 의욕을 보였던 윤명수 회장은 임원들을 불러 모았다.


정확히는 서율제과의 핵심 임원 5명만 부른 윤명수 회장은 가장 나이가 많은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김 사장, 자네가 직접 협상에 나섰는데 다른 엄한 놈에게 먹잇감을 내주면 어떡하나? 그래서 회유할 방법은 준비했나?”


김병룡 사장을 회유할 방법을 며칠 전부터 주문했었던 윤명수 회장은 서율제과의 김진중 사장을 매섭게 노려봤으나, 김진중 사장은 그저 고개를 깊이 숙이며 사죄의 말만 내뱉었다.


“회장님, 송구스럽습니다.”


-쾅!


강하게 책상을 주먹으로 가격한 윤명수 회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회유가 힘들면 전면전이라도 하자고 말해야 할 것 아니야! 적이 누구인지 뻔히 아는데, 그저 참고 넘어가자고!”


물론 윤명수 회장도 굳이 여기서 힘들게 로열과 싸워봐야 좋을 게 없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으나,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 공격할 방도 하나 없다는 건 심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김진중 사장은 비록 비중이 적은 제과의 사장이지만, 그래도 계열사의 사장을 맡은 그룹 전체에서 20위권 안에 드는 상당한 능력자였다.


그러나 그로서는 함부로 로열그룹을 견제하자고 말할 수가 없었다.


“회장님, 로열그룹이 배후에 있다는 심증은 있으나, 증거가 없습니다. 증거가 없는 추궁은 공허한 외침입니다. 이번 일을 교훈으로 삼고 다시 회사를 정비하겠습니다.”


“강경책 하나 정도는 마련할 수 있지 않나?”


윤명수 회장의 말에서 무언가를 느낀 표정을 지은 김진중 사장은 잠시 고민하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동충그룹과의 친분을 이용해서 영남에서 로열을 확실하게 찍어내는 수가 있습니다. 승산은 충분하나, 문제는 동충에게 얼마나 많은 걸 내어주느냐입니다.”


당사자가 아닌 동충그룹을 참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서율에서 어마어마한 것을 내어주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 윤명수 회장은 고개를 저었다.


“복수심에 눈이 멀어서 득보다 실이 많은 전쟁을 벌일 순 없지. 하지만, 심격후에게 우리가 전의를 잃은 것처럼 보여서도 곤란해. 동충에 자네가 직접 접근해.”


“로열그룹에게 경고를 날리실 생각이시군요. 제가 동충과 접근하면서 일부러 소문을 내겠습니다.”


윤명수 회장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우리가 동충과 손을 잡으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은 로열도 간담이 서늘하겠지. 그래, 이번에 식품에서 돈이 좀 갈 것이니, 신제품이랑 광고 제대로 한번 준비해.”


김진중 사장과 제과의 임원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여서 인사한 다음에 회장을 나섰다.


그들이 떠나간 뒤에, 윤명수 회장은 한참 전화를 잡았다가 놓으면서 생각했다.


‘나중에 로열그룹이 워싱턴제과를 인수하면 심격후에게 전화해서 빚으로 달아놓는 게 최선인가? 승산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고집을 피우며 물러나지 않는 것도 추하니.’


만약 로열그룹이 직접적으로 서율제과에 야료를 부렸다면, 윤명수 회장도 명분 생각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대응할 생각이었으나 지금은 애매했다.


‘김병룡 사장이 본인이 협박당하고 있다고 나에게 알려주면 부산에서 여론을 일으켜서 아주 혼내줄 수 있는데, 쯧.’


아쉬운 감정을 들긴 했지만, 윤명수 회장은 내심 생각해둔 작전이 있었기에, 지금은 일단 로열그룹이 워싱턴제과를 인수하도록 가만히 있고자 했다.


‘원래 생선을 먹을 땐 가시를 조심해야 하는 법. 워싱턴제과를 인수하는 즉시, 내가 로열그룹의 목에 가시를 콱 박아버리면 기분이 좋지는 못할 것이야.’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윤명수 회장은 바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장손의 모습을 보았다.


‘걱정이 많았나 보군. 하긴, 본인이 처음으로 낸 의견인데, 잘 흘러가지 못하니 어린 마음에 신경이 복잡해지는 것도 당연하지.’


윤명수 회장은 바로 입을 열어서 사랑스러운 장손에게 따뜻한 조언을 해주려고 입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순간 그는 장손의 눈빛을 보고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할아버지를 반기는 눈빛 깊숙이 숨겨져 있는 이글거리는 투지.


윤명수 회장은 그것을 느꼈고, 또 감탄했다.


***


기다리시던 할아버지께서 집에 도착하시자 나는 바로 문으로 나서면서 할아버지를 뵈었다.


할아버지께서는 내가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나자 무언가 말씀을 하시려고 하다가 내 눈빛을 잠시 보시더니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음, 몽심그룹을 끌어들이는 방안에 대해서 어서 말씀드려야 하는데. 이대로 로열그룹에게 밀려서 베이커리 사업을 완전히 포기할 순 없어.’


아마도 내 눈빛에서 16살이라는 나이답지 않은 무언가를 느끼신 것은 할아버지셨지만, 온화한 표정으로 내 말을 기다리시는 기색이었기에 나는 본론을 입에 담았다.


“할아버지, 만약 로열그룹이 적이 확실하다면 쓸 수 있는 수가 떠올랐어요.”


내 말에 할아버지께서는 나를 서재로 이끄신 다음에 진지하게 말씀하셨다.


“정우야, 원래부터 총명하긴 했던 것 같지만 퇴원하고 나서 너의 모습을 보니 참으로 놀랍구나. 원래 힘든 고비를 넘기면 가끔은 평소보다 더 비범하게 변하기도 하지. 정우야, 네가 이렇게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의견을 내는 것을 이 할애비는 좋게 생각한단다.”


내가 약간 애매모호한 눈빛을 보내자 할아버지께서는 진지하게 말씀하셨다.


“이 할애비가 어리다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지 않는 고지식한 인물은 아니란다. 그것도 사랑스러운 장손을 말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괜찮은 생각이 있다면 편하게 말해보거라. 이 할애비가 듣고 항상 조언해주마. 너도 사업에 관심이 생긴 것 같으니 말이다.”


“할아버지께서 제 말을 믿지 않으실 것을 걱정하기보다는 제가 낸 의견이 과연 옳을 것인지, 걱정이 들어서요. 신중하게 고민한 의견을 할아버지께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이 할애비는 그저 너의 의견을 참고만 할 뿐이란다. 그러니 크게 걱정할 이유는 없단다, 정우야. 특별한 사람의 의견이라고 무조건 믿어서는 사업을 크게 하지 못한단다. 이 할애비가 충분히 고민해서 회사를 이끌고 있으니, 우리 장손은 그저 할애비와 대화만 나누자꾸나.”


나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에 진지하게 말했다.


“할아버지, 로열그룹이 적인 것 같다고 하셨잖아요? 예전에 들은 격언 중에 지금 상황과 아주 적합한 말이 생각이 났어요. 적의 적은 나의 친구다.”


할아버지께서는 흥미를 숨기지 않으시며 말씀하셨다.


“이 할애비와 비슷한 생각을 했구나. 그래, 상대가 나보다 강할 때는 동맹을 구하는 게 최선이지. 그렇다면 구하기 가장 쉬운 동맹은 내 적을 증오하는 이란다.”


“할아버지께서도 똑같은 방법을 떠올리셨나요? 그러면 로열그룹과 정말로 전면전을 벌이시는 건가요?”


“그것은 좋지 않은 방법이란다. 동충그룹을 생각하긴 했지만, 항상 동맹을 구할 때는 조건이 필요하단다. 로열과 싸워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동충그룹에게 너무 많은 걸 주면 결국 손해를 보지. 이런 것을 항상 주의해야 한단다, 정우야.”


나는 목에 힘을 주면서 말했다.


“동충이 아니라 몽심이라면 어떨까요. 할아버지?”


“심충호 회장이 이끄는 몽심인가? 심격후와 사이가 좋진 않지만, 이 할애비와도 친분이 없단다. 친하지 않은 그들이 과연 우리를 돕는데 얼마나 많은 조건을 요구하겠니?”


“할아버지, 우리에게는 로열과의 전쟁이 그들에게는 그저 단순한 견제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사실 워싱턴제과에 로열이 개입한 걸 그들이 알 방도가 없잖아요.”


할아버지께서는 내 어깨를 두드리신 다음에 말씀하셨다.


“좋은 생각이구나. 적의 적은 친구라는 사실은 누구나 안단다. 하지만 그것을 쓰는 방식은 그 사람의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이지. 이것만으로도 도움이 되었으니 이제 걱정하지 말거라.”


나는 뒤돌아가시는 할아버지의 얼굴을 슬쩍 보고는 깜짝 놀랐다.


‘엄청난 투지와 열의, 전의가 가득한 표정.’


항상 인자한 모습만 보니깐 까먹었던 것 같았다.


1세대 재벌의 투지는 범인보다 훨씬 대단할 것인데 말이다.


작가의말

열심히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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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008 로열그룹이라는 난관 24.09.15 139 2 13쪽
7 007 예상치 못한 경쟁자의 등장 24.09.14 171 3 14쪽
6 006 기발한 해결책 워싱턴제과 24.09.13 201 3 12쪽
5 005 서율제과를 구원하라 24.09.12 234 3 12쪽
4 004 황학철과의 만남 24.09.11 269 4 13쪽
3 003 안개 정국의 답을 말하다 24.09.10 308 4 13쪽
2 002 새로운 이름 윤정우 24.09.09 344 4 12쪽
1 001 이야기의 시작 24.09.09 387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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