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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woo3838
작품등록일 :
2024.08.2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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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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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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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007 예상치 못한 경쟁자의 등장

DUMMY

할아버지께서 서둘러 회사로 가시자, 나는 서율제과가 워싱턴제과를 언제 인수할 것인지부터 알아보고자 모래시계를 뒤집었다.


모래시계가 환하게 빛나자 나는 질문을 던졌다.


‘언제 서율그룹이 워싱턴제과를 인수해?’


모래시계의 모래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나는 인상을 쓸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많은 양의 모래가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곧 인수에 성공할 것 같은데, 중요한 질문이었다는 말인가? 설마?’


갑자기 든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알 수 없습니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나는 허무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인수에 실패한다고?”


잠시 멍을 때리다가 정신을 차린 나는 주방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께 시원한 매실차 한잔을 받아든 다음에 방으로 들어가서 생각에 잠겼다.


‘인수에 실패했다면 이유는 크게 두 갈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당사자인 워싱턴제과의 사장이 할아버지께 기업을 넘기기를 거부하는 경우다. 창업자가 본인의 회사를 굳이 남에게 넘길 이유는 없었고, 흔한 경우이기도 했다.


부채가 막중한 것도, 위기 상황도 아니니 할아버지께서 거금을 제안해도 흔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첫째의 경우라면은 그리 나쁜 상황은 아니다.


다른 대안을 탐색하면 되고, 할아버지께서 가만히 손을 놓고 있으실 분은 아니시니 말이다.


하지만 첫째의 경우는 어디까지나 긍정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다른 재벌이 워싱턴제과를 인수한 것이라면 최악의 흐름이다.


물론 다른 최악의 경우로는 서율제과가 워싱턴제과를 인수하기 전에 문을 닫는 상황이 있었지만, 전생에서는 2024년까지 건재했었던 서율제과이니 그런 가능성은 없었다.


나는 생각을 정리하면서 그럴듯한 경우의 수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1. 할아버지께서 워싱턴제과와 인수 협상에 나섰으나, 협상이 길어지면서 소문이 났다.


2. 서율제과의 경쟁사들이 견제를 위해서 일부러 훼방을 놓으려고 시도했다.


3. 워싱턴제과 측에서 인수액을 더 높이려고 일부러 다른 재벌들에게 접근했다.


4. 서율의 담당 임원이나, 할아버지께서 인수전을 위해서 활용하신 인맥 중 하나가 정보를 넘겼다.


5. 다른 그룹이 뒤늦게 흥미를 보였는데, 할아버지께서 승부에서 밀리셨다.


이런 가설들을 생각해낸 나는 워싱턴제과가 만약 다른 재벌에게 넘어가게 되었다고 가정했을 때, 범인으로 동충그룹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았다.


‘할아버지께서 인맥을 빌미로 압박을 가하셨는데, 동충그룹 민우현 회장이 이에 크게 반발하여서 전면전에 나선 것일 수도 있다.’


머리가 점점 복잡해지고 있었지만, 시간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갔다.


***


며칠 후.


공부에 집중하면서 할아버지와 계속 제과에 대해서 담소를 나눈 나는 할아버지를 걱정하는 마음과 어린 소년이 흔히 가지는 호기심을 이용해서 계속 할아버지께 제과 관련 상황을 물었다.


그리고 오늘 할아버지의 표정이 평상시보다 확연하게 밝아지셨기에, 나는 아침 식사가 끝나고 나서 할아버지께 물었다.


“할아버지, 오늘 기분이 특히 다른 날보다 더 좋아 보이세요. 좋은 소식이라도 있는 건가요?”


내 말에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인자한 미소와 함께 말씀하셨다.


“우리 장손이 말했던 워싱턴제과 말이다. 김병룡 사장이 팔 생각이 있는 모양이더구나. 물론 아직 미련이 남은 것 같지만, 그건 지분을 남겨주거나 임원 자리를 주면 해결이 되니.”


나는 속으로는 내심 긴장하면서도 겉으로는 호기심을 드러내면서 물었다.


“할아버지, 그러면 할아버지께서 직접 부산으로 내려가시는 건가요?”


내 물음에 할아버지는 웃으시면서 대답하셨다.


“이 할애비가 직접 나서지는 않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나설 거란다. 이 할애비는 나중에 계약이 성사되면은 내려갈지도 모르겠구나.”


그룹 전체로 보면 큰 건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넓은 관점에서 본다면은 베이커리 사업의 성장 동력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니만큼 할아버지께서도 나름 중진을 보내실 것이다.


임원 그것도 사장단 수준의 인시라면은 적어도 할아버지가 살아있으신 지금 배신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역시 워싱턴제과 측에서 다른 재벌에게 손을 벌리게 되거나, 아니면 우리를 주시하고 있던 경쟁자가 기민하게 행동에 나서는 경우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나는 할아버지를 염려하는 모습을 보이며 말했다.


“할아버지, 워싱턴제과 인수가 잘 풀리지 않는다면 손해가 더 커지는 건 아닌가요? 괜히, 제가 한 말 때문에 할아버지 회사가 손해를 보면 곤란하잖아요.”


그러자 따스한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신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원래 회사를 인수할 때는 속전속결이 가장 중요하단다. 물론 큰 회사라면 그만큼 따질 것도 많겠지만, 워싱턴제과 정도라면 이 할애비의 회사들이 쉽게 소화할 수 있으니 말이다. 괜히 소문이 나서 다른 놈들이 숟가락을 들이밀면 곤란해진단다.”


할아버지께서 이미 다른 회사의 스틸을 경계하고 있으신 상황이라는 점에서 나는 다시 한번 큰 충격을 받았다.


‘할아버지께서 어느 정도는 주의하고 있으신 상황에서 당하셨다는 말인가? 만만치 않은 인물이 서율제과를 견제하고 있다. 도대체 누구지?’


처음에는 동충의 민우현 회장을 용의선상에 올렸으나, 다시 생각해보니 만약 그가 범인이라고 한다면은 이상한 부분이 많이 존재했다.


‘우선 시멘트 사업에 진심인 그가 시멘트 회사 인수를 앞둔 이 시점에서 갑자기 워싱턴제과에 돈을 쓸 이유가 없다. 또 내가 아는 그는 모략을 즐기는 야심가보다는 정직한 상인에 가까운 인물이다.’


또 민우현 회장이 무시할 수 없는 거인인 것은 사실이지만, 할아버지의 본진인 부산에서 할아버지를 완벽하게 물 먹일 정도의 실력자는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할아버지께서 본인의 인맥 일부분을 민우현 회장에게 알려주셨다는 건 생각보다 친분이 깊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연회에서 보았을 때도 꽤 깊은 관계처럼 보였고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민우현 회장이 뒤통수를 쳤다고 생각하기에는 민우현 회장 본인도 잃을 게 적지 않아서 마음에 걸렸다.


민우현 회장이 아니라면,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워싱턴제과를 노릴까?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던 나는 이번에는 할아버지가 아니라 아버지께 갔다.


***


지금은 서율방직의 사장을 맡고 있으신 아버지에게 제과는 그리 익숙한 주제는 아니었기에, 나는 할아버지에 대해서 먼저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도했다.


“학교에 가지 못해서 친구들을 사귀지 못하는 건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요즈음 할아버지와 이야기도 많이 할 수 있어서 좋기도 해요.”


“친구는 뭐 대학에서 사귀어도 된단다. 정 마음에 걸리면 아버지가 연회나 행사가 열릴 때 데리고 가마. 그건 그렇고, 요즘 할아버지랑은 무슨 이야기를 주로 나누고 있니?”


나는 약간 설레는 얼굴을 드러내며 기쁜 어조로 말했다.


“우연히 할아버지의 고민을 들었는데, 제가 생각한 방법이 할아버지의 마음에도 드신 것 같아요. 이번에 서율제과 관련해서 할아버지께 제 생각을 말씀해 드렸거든요.”


아버지는 놀란 표정을 지으시다가, 잠시 후 고개를 끄덕이시며 말씀하셨다.


“요즘 제과가 급박하게 움직이는 것 같더니, 우리 정우도 관련이 있었구나. 하긴, 적자는 나지 않을 것 같던 회사가 갑자기 적자가 크게 나니 당황스러운 상황이지.”


“네, 새벽에 목이 말라서 주방으로 가던 길에 우연히 할아버지께서 소리치시는 걸 듣고는 계속 그 주제에 대해서 할아버지와 이야기하다가 워싱턴제과에 대해서 말씀드렸어요.”


아버지는 잠시 골똘히 생각하시다가 말씀하셨다.


“아, 제과에서 갑자기 돈을 모으는 이유가 워싱턴제과 인수였구먼. 그래, 우리 장손이 벌써 이렇게 회사 일에 흥미가 있으니, 앞날이 밝구나.”


나는 약간 염려하는 기색을 드러내면서 말했다.


“아버지, 그런데 막상 할아버지께서 제 말을 듣고 움직이시는 것 같으시니, 괜히 긴장도 되고 신경이 가더라구요. 혹시 어떻게 일이 흘러가는지 알려주실 순 없을까요?”


일반적인 요구는 아니었지만, 정말로 조심스러운 태도로 말을 꺼낸 나를 보시고는 아버지께서는 잠시 생각하시다가 호탕하게 결정을 내리셨다.


“어차피 집에서 볼 거면 유출 같은 문제는 없겠지. 또 어떻게 흘러가지는 정도라면은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니. 간단한 서류 정도는 금방 주마. 그런데 너무 신경 쓰는 건 아니니? 요즘 공부를 몇 시간씩이나 하던데, 체력이 되겠니?”


“학교도 가지 않으니, 공부는 꾸준히 열심히 해야죠. 사실, 제가 막연하게 머릿속으로 생각만 한 걸 할아버지께서 어떻게 실현하실지도 궁금하고요. 이런 것도 중요한 공부가 될 수도 있잖아요?”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신 아버지께서 강하게 내 어깨를 양손으로 잡으신 다음에 말씀하셨다.


“그래, 그런 자세가 중요하단다. 본인이 말한 것은 끝까지 자기가 챙기는 책임감, 이런 것에 네가 나중에 성인이 될 때 큰 힘이 되어줄 수 있단다.”


그렇게 아버지께 퇴근하실 때마다 서류를 챙겨오시겠다는 약조를 받은 나는 그날부터 신경을 곤두세웠다.


‘무언가 작은 낌새라도 서류에서 보이는 즉시, 모래시계의 능력을 이용해서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워싱턴제과의 창업주인 김병룡 사장의 의사였다.


일단 할아버지의 제안에 흥미를 보여서 협상장에는 나타났지만, 종국에 마음이 돌변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만약 김병룡 사장이 끝까지 팔 의지가 있다고 한다면 그때부터는 구체적으로 누가 워싱턴제과를 노리는지 알아내야 한다.


사실 모래시계의 대답을 들었을 때부터 동충그룹 민우현 회장에 대한 대비책은 몇 가지 생각했으나, 다른 인물이 범인일 경우에는 막막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었다.


***


며칠 후.


아직 서류에 드러날 정도로 문제가 생기지는 않은 것 같았다.


서류에서 딱히 알아낼 것이 없었던 나는 과연 누가 워싱턴제과를 노릴 것인가에 집중했다.


‘할아버지나 아버지께 부산에서 유명한 회사들을 물었고, 또 내 현생과 전생의 기억 전부 합쳐서 최대한 후보를 특정하고자 노력한 결과 유력한 후보 몇몇이 나왔다.’


우선은 제과업계에서 서율과 경쟁하고 있고 또 빵집도 소유하고 있는 석림식품과 퀸제과였다.


석림식품의 로마크라상은 2024년에도 우리나라에서 항상 순위권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였다.


퀸베이커리는 2000년도에 들어서는 무너지고 말았으나, 생크림 케이크라는 무기를 필두로 90년대에 1등의 자리를 놓치지 않은 무시할 수 없는 회사이다.


‘사실 이 두 회사라면 어느 정도는 충분히 수습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들이 부산에서 할아버지와 정말로 붙을 생각을 품을 것인지는 미지수여서 그들은 가장 가능성이 낮은 후보였다.’


그다음으로는 호치그룹도 존재했다.


‘호남의 대표 기업이자 서율과 대립하고 있는 호치가 치고 나왔을 수도 있다. 다만, 호치그룹은 호남 기업이었기에, 그들이 굳이 영남에 어렵게 진출할지는 의문이었다.’


마지막으로는 지금 내가 생각하기에는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로얄그룹. 일본에 본진을 둔 그들의 자금력은 1980년 현재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들이 작정하고 나선다면은 아주 힘든 싸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일본의 사업을 정리하지 않은 채로 한국에서도 기업을 시작한 로열그룹은 특유의 안정적이고 현물을 우선하는 경향으로 인해서 다른 그룹보다 확장이나 규모에 집착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의 재계 서열은 실제 위상보다 저평가가 되었다는 말이 많았는데, 그래도 로열은 한국에서도 거의 항상 15위 안에 드는 위엄을 보여주었다.


또한 나중에 2세 체재로 바뀌면서 한국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을 때는 항상 10대 그룹 안에 드는 것에 성공한 로열그룹의 위상은 1980년이나 2024년이나 마찬가지로 대단했다.


***


2일 후.


나는 서류에서 이상한 구석을 발견하고는 미간을 좁힌 채로 생각에 빠졌다.


-일부러 김병룡이 사장이 시간을 끌려는 느낌이 살짝 든다. 아마 아직 회사를 팔려는 마음을 확실하게 정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이 된다.


이 문장을 읽은 나는 배후에 숨어있던 서율의 경쟁자가 마수를 워싱턴제과로 뻗었다고 확신했다.


‘지금까지의 서류로 보면 김병룡 사장은 후하게 값을 쳐주기만 한다면 사업을 넘길 생각이 있었다. 또 부사장 정도의 직위를 통해서 완전히 경영에서 배제하지도 않겠다는 제안에 만족스러운 기색을 보였다고도 했다.’


생각을 거듭할수록 경쟁자의 수작이라는 생각이 든 나는 모래시계를 뒤집고는 질문을 던졌다.


‘로열그룹이 워싱턴제과를 인수하는 시점은?’


-1980년 4월 11일.


나는 허탈하면서도 우려가 섞인 어조로 중얼거렸다.


“이것 참, 굳이 다른 회사들로 이름을 바꾸어 가면서 질문을 던질 수고는 하지 않아도 되니 다행인가? 로열이라, 빙의한 지 보름 정도 지났는데 이런 난관을 만나다니.”


이제 적은 인지했으니, 나도 전쟁을 준비해야 했다.


단지, 할아버지께 이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리는 선에서 해결이 될 문제가 아니라는 걸 짐작한 나는 각오를 단단히 했다.


‘베이커리 산업을 지금 선점해두면 분명히 서율에게는 나중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또 어차피 재벌로서 살아가면은 계속 더 높은 순위의 그룹과 충돌할 수밖에 없지.’


로열그룹과의 대결, 두렵기는 하지만 물러날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작가의말

열심히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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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7 예상치 못한 경쟁자의 등장 24.09.14 140 3 14쪽
6 006 기발한 해결책 워싱턴제과 24.09.13 170 3 12쪽
5 005 서율제과를 구원하라 24.09.12 205 3 12쪽
4 004 황학철과의 만남 24.09.11 239 4 13쪽
3 003 안개 정국의 답을 말하다 24.09.10 279 4 13쪽
2 002 새로운 이름 윤정우 24.09.09 311 4 12쪽
1 001 이야기의 시작 24.09.09 354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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