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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님의 서재입니다.

극한직업 아이돌 헌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공기재단사
작품등록일 :
2024.02.17 19:25
최근연재일 :
2024.06.30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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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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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9,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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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9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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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팀웍

DUMMY

지금껏 말없이 앉아있던 미강이가 불쑥 말을 꺼냈다.


“나도 헌서한테 할 말 있는데.”


“뭔데, 형?”


헌서가 고개를 들어서 그를 쳐다보았다.


“헌서가 시크릿톡을 안 해서, 나도 안 해도 되어서 좋다고.”


부담스럽고 신경쓰이는 시크릿톡 서비스를 혼자만 안하기는 애매했는데, 헌서 덕분에 같이 안할 수 있게 되어서 좋다고 했다.


“엄마한테 그렇게 말했더니, 엄마가 그럴 때는 헌서한테 고맙다고 말하는 거라고 하셨어. 고마워, 헌서야.”


감정표현이 별로 없던 미강이가 모처럼 진지하게 말하니, 멤버들이 모두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미강이는 초조한 듯이 몸을 흔들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런데, 사실 나는 다른 사람하고 말하는 게 좀 불편하고 어려워.”


“그건 나도 그래, 미강아. 내성적인 사람들이 그렇지, 뭐.”


지솔이가 옆에서 위로하자, 미강이는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게 간단하지 않아. 나는 문제가 많아.”


그는 옅은 한숨을 쉬며 잠시 입을 움찔거렸다.


“난 어려서 경증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았어. 그래서 사람의 감정을 읽는 게 어려워.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게 힘들어.”


미강이의 고백에 모두 놀라서 방안에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그동안 유독 팬과 마찰이 잦고 구설수가 많았던 걸 생각하면 납득이 갔다.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타인의 감정이 미강이에게는 수학공식처럼 복잡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에이리프 활동하면서 문제도 많았고, 그때마다 내가 아이돌을 계속 할 수 있을까, 그만둘까도 생각했어.”


미강이가 아이돌을 그만둘 생각까지 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미강이도 은이사에게 피드백을 받고 팬에게 욕먹을 때마다 멘탈이 조금씩 무너졌을 것이다.

속상한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몰라서 웃으며 흘려버리곤 해서 괜찮은 줄 알았지만, 결국은 시크릿톡을 하면서 버티던 정신력이 붕괴되어, 병원에 실려가기까지 했다.


“내가 탈퇴하면 모두한테 더 좋을까. 내가 에이리프에 피해만 주는 게 아닐까. 내가 너무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벌였나.”


미강이의 말에 멤버들은 아니라며 그를 말렸다. 호불호가 갈리는 말투로 구설수에 오르기 했지만, 미강이가 악의를 가지고 그런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건 아니지. 미강아.”

“진짜 아니야. 네가 얼마나 팀에 중요한데.”

“너 없으면 우리 음악이 달라져. 네가 들어오기 전 음원하고 들어오고 난 다음의 음원을 들어봐.”

“너를 좋아하는 팬도 많아.”


디영이는 미강이가 그런 생각까지 하고 있는 줄 몰랐는지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안 돼. 미강이 형. 포기하지 마.”


그는 미강이의 팔을 붙들고 엉엉 울었다. 미강이의 상황을 모르고 그가 엉뚱한 소리를 할 때마다 놀리며 장난쳤던 게 후회되었다.


“형이 있어야 돼. 내가 더 잘할게.”


미강이는 손톱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팬들한테도 다 말해버릴까도 생각했는데, 그게 오히려 팀에 피해를 주게 될 것 같아서 말을 못 했어요.”


미강이가 질병이 있는 걸 알게 되면, 미강이의 안티들은 더 그 사실을 퍼뜨리고 괴롭힐 터. 그것을 구실로 팀의 이미지를 조롱하고, 미강이에게 탈퇴하라고 더 집요하게 괴롭힐 것이다.


멤버들도 미강이가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걸 밝히는 건 지금 단계에서는 좋지 않은 생각이라고 동의했다.

그런 말을 굳이 할 필요 없이, 지금까지 했던 대로 하면 된다고 격려했다.


“괜찮아, 미강아. 지금까지도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 할 수 있어.”

“그런 게 뭐가 중요해. 팬은 지금의 네 모습 그대로를 좋아해. 우리고 그렇고.”


멤버들의 따듯한 말에 진심이 느껴졌는지, 감정 전달이 느린 미강이도 조금씩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는 눈물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멤버들한테 고맙고 미안해요.”


처음으로 미강이의 상황을 듣고, 멤버들에 대한 진실된 감정을 느끼니, 멤버들도 미강이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아냐, 미강아. 나야말로 형인데 그동안 너한테 무심했던 것 같아.”


온제는 미강이에게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며 오히려 미안해했다.

마음속으로 쟤 왜 저러나 하고 말았지, 속마음을 물어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했다.


지솔이도 팀 내에서 유일한 동갑 친구인 미강이와 가깝게 지내지 못한 것에 아쉬워했다.


“그냥 나처럼 내성적인 성격이라 혼자 있는 걸 편안해하는 줄 알았어. 네가 그런 고민을 하는 줄은 몰랐어.”


같은 메인보컬 포지션이라, 미강이가 그에게 경쟁심을 느껴서 자신을 멀리하는 걸로 오해했다고 했다.


“아니야. 나 네 목소리 좋아해.”


미강이는 지솔이에게 조금 쑥스러운 듯이 말했다.


“너랑 노래하는 거 재미있어서 좋아.”


지솔이는 불쑥 들어온 미강이의 칭찬에 귀가 빨개져서 어쩔 줄 몰랐다.

그러더니 옅은 한숨을 쉬며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솔이 형도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요.”


헌서가 눈치를 채고 그에게 고민을 말하라고 했다.


“나도 좀 걱정되는 게 있는데...”


지솔이는 초조하게 양손을 비비고 식은 땀을 흘렸다.


“이번 경연에 참여한 팀 중에 나랑 좀 안 좋았던 과거가 있는 사람이 멤버로 있는 팀이 있어.”


지솔이는 떠올리기도 싫다는 듯이 눈을 질끈 감았다.


“그 사람하고 마주치고 싶지 않은데... 떨려서 경연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돼.”


“누군데요?”


“누구라고 지목하긴 좀 그렇고... 우리하고 마지막으로 경연하는 레블에 한 멤버랑 좀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서, 마지막에 레블하고 경연 때는 내가 큰 역할을 맡지 않았으면 좋겠어.”


지솔이는 굳이 과거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싶지는 않고, 그냥 자신의 파트를 적게 분배해달라고만 부탁했다.


“알겠어, 지솔아. 편곡할 때 고려할게.”


윌비가 지솔이의 파트를 배려하겠다고 대답했다.


각자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나누니, 알게 모르게 멤버들의 사이가 더 가까워진 것 같았다. 방 안에 훈훈한 분위기와 의욕이 감돌았다.


“우리 경연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놀이공원에 이어서 우주전쟁도 우리가 접수하자.”


멤버간에 신뢰와 믿음이 형성되니, 어떤 말을 해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좋은 방향으로 해석했다. 편하게 말하고 스스럼없이 서로에게 다가가게 되니, 연습할 때도 시너지가 나고 스피드가 붙었다.


미강이와 디영이의 관계도 어딘가 모르게 변화했다.

초등생처럼 툭툭 건드리고 자존심 건드리며 장난치며 놀던 사이가 다소 부드러워졌다.

미강이는 여전히 디영이를 놀리며 장난을 걸었지만, 디영이가 장난을 받는 방식이 예전과 달라졌다.


“여기 과자 먹으면서 다 흘린 거 디영이 너지?”


바닥에 흩어진 과자 부스러기를 보고 미강이가 디영이를 놀리자, 디영이는 발끈해서 받아치던 이전과 달리, 능글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미강이 형은 나만 바라보고 있었구나? 흐흣.”


“뭐?”


“형이 나 좋아해서 그러는 거 알아. 아휴, 이놈의 인기란.”


디영이는 미강이가 자신에게 장난을 거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알게 되었다. 인간관계를 부담스러워하는 미강이가 타인에게 먼저 농담을 한다는 건 큰 발전이었다. 상대방을 신뢰하고 편안하게 여기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디영이를 만만하게 봐서 놀리는 게 아니라, 미강이가 정신적으로 가장 의지하는 사람이 디영이라 장난을 치는 것이었다.

그 마음을 이해하게 되니 디영이도 미강이의 장난을 단순히 재미로만 받아들이지 않게 되었다.


한결 부드럽게 대화하는 그들을 보면서 헌서는 미소지었다.


‘MT 오기를 정말 잘했네.’


다른 멤버들도 서로 더 따듯하게 바라보는 것 같았다.

서로를 고마워하고 의지하는 속마음을 알게 되니, 저절도 정이 깊어졌고, 다른 멤버들에게 인정받고 신뢰받는다는 걸 느끼니 자신감도 더 충만해지는 것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어제 말한 부분을 수정해서 연습하는데, 멤버들 모두 에너지가 펄펄 넘쳤다.


미묘하게 달라진 멤버들의 표정과 분위기를 보니 헌서는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팬에게도 우리가 이렇게 더 친해졌다고 자랑스럽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녀왔습니다.”


“으음?”


환하게 웃으며 MT에서 돌아온 멤버들을 본 승권은 얼떨떨해서 눈이 커졌다. 하루만에 텐션이 업되어서 돌아온 멤버들을 보니 무슨 일이 있었나 싶었다.


“사장님, 사랑해요. 앞으로도 MT 또 보내주세요.”


디영이가 손하트를 만들며 승권에게 윙크했다.


“너무 재미있었어요.”


모두 방금 롤러코스터에서 내린 사람들처럼 눈이 반짝반짝하고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같은 사람들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하루 만에 분위기가 변해서 온 그룹을 보니, 믿어지지 않았다.


그는 헌서의 옷소매를 옆으로 끌고 가서 나지막하게 물었다.


“헌서야, 너 뭐 어떻게 한 거야?”


헌서가 무슨 스킬이라도 써서 멤버들의 텐션을 끌어올린 게 아닌가 의심했다.


“왜 저렇게 애들이 기분이 업 됐어?”


“얘기가 잘 됐어요.”


헌서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승권에게 버디를 상대할 전략을 공유했다.


“오늘 저녁부터 경연 날까지 매일 라이브 방송을 켤 거예요.”


“뭐? 라이브 방송?”


승권은 떨떠름해서 되물었다. 하필 켜기만 하면 팬들이 싸워대는 라이브 방송을 한다니 굳이 해야하나 싶었다.


“연습하느라 피곤할 텐데 괜찮겠어?”


“투표랑 조회수에서 버디에게 밀리지 않으려면 팬덤의 힘을 모아야죠.”


팬에게 우주전쟁의 투표와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서 적극 동참해달라고 호소할 요량이었다.


“괜히 준비없이 라이브 방송 했다가, 미강이랑 디영이 팬들이 또 싸우면 어떡해? 그냥 조용히 지나가는 게 낫지 않아?”


승권은 미강이와 디영이가 라이브 방송에서 티격태격할 때마다 양쪽 팬의 항의메일에 시달려서 이골이 나 있었다.


“이젠 그럴 일 없을 거예요.”


자신있는 헌서의 말에 승권은 긴가민가 하면서도 직원에게 라이브 방송 공지를 올리고 준비를 하도록 지시했다.


연락을 받은 은이사는 긴장한 표정으로 옆에서 라이브 방송을 지켜보았다. 혹시나 미강이와 디영이가 옥신각신하거나 문제 되는 발언을 하면 말을 끊기 위해서였다.


“안녕하세요. 팬 여러분. 여기는 연습실입니다.”


헌서는 멤버들과 함께 인사를 나누고 팬에게 근황을 전했다.


“우리 어제 MT 갔는데 너-무 좋았어요.”


늘 그렇듯이 디영이가 조잘거리며 분위기를 즐겁게 이끌었다.


“아이디어 회의도 하고, 맛있는 고기도 먹고, 밤에는 수다도 떨었어요.”


디영이가 말을 많이 하면, 미강이가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농담하며 놀리는 게 정해진 수순이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미강이가 빙글거리며 디영이를 골렸다.


“디영이가 고기 제일 많이 먹었어요.”


그러면 디영이가 ‘형이 더 많이 먹었잖아.’하고 똑같이 받으면서 초딩 싸움이 되곤 했다.


채팅창에는 미강이의 발언에 화난 디영이 팬이 댓글을 올렸다.


[미강이 왜 또 저래?]

[디영이 괴롭히지 마.]


그런데, 이제는 디영이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키 크려고 그러는 거지. 많이 먹고 형처럼 커질 테니까 기다려.”


그러자, 이번에는 미강이 악개가 기분 나쁜 투로 댓글을 달았다.


[참, 나. 디영이는 왜 미강이 키를 가지고 그래?]

[미강이 키에 열등감 있나?]

[디영이가 미강이만큼 클 수 있을 거 같아? 어림없지.]


그런데, 다음에 바로 이어진 디영이의 말이 반전이었다. 채팅창은 댓글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연습실에서 미강이 형이 가끔 저 업어주거든요? 그런데 내가 업으면 형 다리가 땅에 끌려요. 내가 많이 먹고 키 커지면 불편하지 않게 업어줄게, 미강이 형.”


이제까지 보인 적 없는 다정한 디영이의 말에 팬들이 감동했다. 웃는 이모티콘을 올리며 반응했다.


[미강이랑 디영이가 서로 업어주면서 노는 구나. 귀여워.]

[아, 디영이 말이 따스워.ㅠㅠ 디영이 업어준다니 미강이도 착하다.]


그러자 미강이도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그래. 많이 먹고 얼른 키 커.”


[애들 사이좋아서 보기 좋다.]

[역시 둘이 친하다니까.]


악개들이 머쓱해지게 채팅창에는 하트와 이모티콘이 계속 올라왔다.


디영이와 미강이의 변화된 모습에 팬의 채팅창에도 행복한 기운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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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몬스터 하우 24.05.31 44 3 12쪽
105 돌연변이 24.05.30 47 3 12쪽
» 팀웍 24.05.29 46 4 12쪽
103 MT 24.05.28 47 3 12쪽
102 상우의 비법 24.05.27 47 3 12쪽
101 버디의 강점 +1 24.05.26 46 4 12쪽
100 우주전쟁 24.05.25 54 5 12쪽
99 대면식 24.05.24 51 4 12쪽
98 팀 경연 24.05.23 54 4 12쪽
97 개인활동 24.05.22 60 6 12쪽
96 배척과 단합 +2 24.05.21 55 4 12쪽
95 사냥 24.05.20 52 5 12쪽
94 사생 24.05.19 55 5 12쪽
93 아바타 팬미팅 +2 24.05.18 57 4 12쪽
92 미강이의 비밀 24.05.18 55 4 12쪽
91 단비의 시크릿 24.05.17 60 3 12쪽
90 소통 24.05.16 57 5 12쪽
89 단비 24.05.15 59 4 12쪽
88 시크릿톡 24.05.14 63 3 12쪽
87 신년 계획 24.05.13 63 3 12쪽
86 헌터 직업특성 24.05.12 70 4 12쪽
85 깜짝 이벤트 24.05.11 66 5 12쪽
84 신인상 24.05.10 71 4 12쪽
83 연말시상식 24.05.09 69 3 12쪽
82 정글 파티 24.05.08 71 5 12쪽
81 세계관 24.05.07 80 4 12쪽
80 제5세계 24.05.06 92 2 12쪽
79 교감능력 24.05.05 89 5 12쪽
78 팬미팅 24.05.04 98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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