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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세계

DUMMY


연습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헌서는 신인상 라이벌인 제5세계를 검색했다. 에이리프가 그들에 비해 가진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려는 의도였다.


‘이렇게 특이한데, 왜 인지도가 낮을까? 프로모션도 열심히 돌리고, 이 정도면 기억에 남을 법도 한데.’


사진을 보니 10명의 멤버들은 각자 다른 재질과 모양으로 디자인된 의상을 입고 있었다. 마치 판타지 영화 캐릭터처럼 어떤 멤버는 활을 들고 화살통을 메고 있고, 어떤 멤버는 칼을, 다른 멤버는 창을 들고 있었다. 그 외에도 마법지팡이, 수정구슬, 꽃이 달린 나뭇가지, 약병 등 평소에 보기 드문 소품을 들고 있었다.

한번 보면 인상에 확 남을 개성있는 의상에 특이한 소품까지. 신인상을 받을 만큼 특별한 그룹이었다.


‘음악은 어떤가?’


음악을 들어봤는데, 딱히 좋다 안 좋다 말하기 어려웠다. 대중음악이라기보다는 영화음악같은 웅장한 분위기여서 좋아할 사람은 좋아하겠지만, 길거리나 가게에서 틀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공연 영상을 보니 멤버들의 기량은 뛰어나지도 모자라지도 않고 평범했다.


한마디로 매니아 엔터테인먼트에서 기획에 공을 들였지만 방향이 대중성과는 거리가 있고, 기획 말고 나머지는 특별할 게 없는 보통의 그룹이었다.


MV를 보니, 이런 격차가 두드러져보였다.

SF나 판타지 영화를 보는 것처럼 시네마틱한 배경이 열리고, 그 안에서 10명의 아이돌이 등장해서 각자 어떤 인물을 담당했다.


영상만 보고 상황을 알 수는 없지만, 가상의 공간에 많은 인물이 등장해서 서로 갈등하고 싸우는 모습이 나왔다.


“뭔진 모르겠지만 멋지긴 하네.”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헐리웃 영화 드라마 시리즈를 보는 것처럼 스케일이 컸다. 멤버들의 움직임도 그냥 안무를 하는 게 아니라, 어떤 배역을 맡아서 스토리를 연기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퍼포먼스에 서사와 감정을 입히니, 춤만으로 퍼포먼스하는 것보다 몰입되었다.


‘신인상 노릴 만한데?’


제5세계의 MV를 본 헌서는 블록버스터와 같은 스케일과 압도적인 물량에 감명을 받았다.


‘우리도 저렇게 멋진 MV를 찍으면 좋겠는데.’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제5세계의 영상이 무척 매력적이고 환상적이었다. 돈을 들인 거대한 세트와 배경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이 있었다. 멤버들의 연기가 그리 인상적이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긴장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었다.


‘왜 이렇게 멋지지?’


MV를 다시 돌려보면서 헌서는 자신이 어느 부분에서 짜릿함을 느꼈는지 되짚어보았다.


‘여기서 왜 이런 표정일까?’

‘이 사람 배신당한 건가?’

‘왜 화난 표정으로 가는 거지?’

‘왜 성이 폭발한 거야?’

‘마지막에 나무 새싹이 나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영상을 보면 볼수록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 떠올랐다. 영화적인 연출력과 소설같은 스토리가 결합해서 밀도 있는 감동을 주었다.


헌서는 은이사에게 제5세계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제5세계? 알지. 왜?”


“MV도 그렇고 의상도 멋지더라고요. 돈을 많이 들여서가 아니라, 뭔가 계속 생각하게 만들어요. 우리도 그렇게 멋진 MV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은이사는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회사의 기획력이지.”


은이사는 제5세계의 장점을 이미 알고 있었다.


“매니아 엔터가 신인 아이돌 기획 전문이라, 컨셉도 잘 잡아.”


제5세계의 기획사인 매니아 엔터는 치밀하게 컨셉과 세계관을 짜서 그것을 결과물 전반에 적용했다. 그러다보니, MV, 음악, 안무, 사진, 의상 등이 자연스럽게 하나의 컨셉으로 연결되어서 일관성을 가졌다.


“제5세계를 보니, 컨셉이 되게 중요한 것 같네요.”


헌서는 은이사가 말하는 게 한 번에 와닿지는 않았지만, 제5세계는 에이리프가 갖고 있지 못한 어드밴티지를 가지고 있는 건 확실해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호기심과 흥분이 자극되고 재미있고 신기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터.

음악과 멤버들의 기량이 평범한 수준인데도 MV가 이렇게 깊은 인상을 남기다니, 기획의 힘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세계관이지. 컨셉은 에이리프도 있잖아.”


에이리프도 선공개곡, 데뷔곡, 후속곡 활동할 때마다 기획 회의를 통해 컨셉을 정했다. 선공개곡은 스쿨룩에 청량한 느낌이었고, 데뷔곡은 좀 더 신나고 강한 비트에 도시 속의 사회 초년생의 에너지를 컨셉으로 했고, 후속곡은 감성적인 발라드로 정해서 가을 느낌이 물씬 나는 포근한 컨셉으로 활동했다.

그러니 컨셉과 기획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제5세계는 그보다 훨씬 세부적인 설정까지 설계해서 완전히 하나의 세계를 창조했다.


“요즘 KPOP은 노래하고 춤만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 각자 세계관도 있거든.”


“세계관이요?”


게임에서나 세계관이 나오는 줄 알았는데, 아이돌 그룹에 세계관이라니.


“게임도 세계관이 있으면 더 재미있는 것처럼, KPOP음악도 세계관이 있으면 음악을 더 즐길 수 있으니까.”


사실 게임에 몰입하다보면 세계관에 별로 관심을 기울이게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쩌다가 좋아하는 캐릭터나 게임 배경을 연상시키는 그림을 보면, 내가 플레이했던 게임 장면이 생각나면서 게임과 캐릭터, 배경, 스토리를 하나의 경험으로 통합해서 인식하며, 마치 그 세계의 일원이 된 것처럼 벅차오르는 기분이 들곤 했다.


‘그러네. 비슷한 면이 있네.’


KPOP도 음악만 듣거나 춤영상만 보기도 하지만, MV를 보고 거기에 나온 배경과 설정과 스토리를 떠올리면 더욱 신비롭고 황홀한 느낌이 들곤 한다.


“그럼 우리도 세계관을 만들면 어때요?”


헌서는 적극적으로 건의했다.

제5세계가 그렇게까지 훌륭한 음악이나 뛰어난 역량의 멤버들로 이루어진 그룹이 아닌데도 아름다운 영상과 서사가 어우러져 멋진 결과물이 만들어진 걸 보니, 에이리프도 세계관을 도입하면 그들보다 훨씬 인상적인 결과물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세계관을 만드는 게 그렇게 쉽지는 않아. 역효과도 있고.”


은이사는 신중하게 접근했다.


“물론 우리도 만들 수 있지. 하지만, 제대로 만들려면 꽤 세심하게 기획해야 해. 잘못 만들면 세계관에 잡아먹히거나, 세계관끼리 충돌이 나서, 오히려 안 좋게 작용할 수도 있거든.”


“세계관에 잡아먹혀요?”


헌서는 무슨 뜻인지 몰라서 되물었다.


“제5세계도 약간은 그런 셈이지.”


은이사는 제5세계가 어째서 대중들에게 별로 인지도가 없는지 생각해보라고 했다.


“특이한 세계관을 대중들이 좋아하느냐 하면 꼭 그렇지도 않거든.”


사람들 가운데는 SF 판타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현실적이지 않은 영화를 재미없어하고 기피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에게는 제5세계의 세계관이 오히려 진입장벽이 되는 셈이었다.


“그렇군요.”


에이리프가 세계관을 만든다면 좋아할 사람도 있지만, 아예 보려고 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니까 누구나 어려움 없이 편하게 접근하도록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세계관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는 거로군요.”


헌서의 말에 은이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잘 이해했네. 대형기획사에서 여러 사람이 달라붙어도 쉽지 않은데, 우리같은 중소기획사에서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제대로 소화를 못 할 수도 있어. 앨범 작업하기도 역량이 벅찬데 세계관까지 넣었다가 죽도 밥도 안될 수 있거든.”


그러면서도 은이사는 헌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래도 네 말대로 한번 논의는 해 보는 게 좋을 것 같구나. 가볍게 시도해 볼 수도 있고.”


우선 멤버들과 세계관 도입에 대해서 논의하고, 의견 수렴을 해보자고 했다.


헌서는 메시지를 보내서 회의를 소집했다.


[내일 연습시간까지 KPOP 세계관을 각자 조사하고 마음에 들거나 하고 싶은 세계관이 있으면 공유해주세요.]


헌서의 요청에 멤버들의 반응은 각각이었다.


[디영 : 세계관? 우리 게임하는 건가요?]

[온제 : 세계관하면 좋지.]

[일유 : 사실 나도 세계관 있었으면 싶었어.]

[지솔 : 웅... 어렵다.]


윌비와 미강이는 늘 그렇듯이 읽씹하고 답장이 없었다.


그래도 다음날, 모두 각자 조금씩 세계관에 대해서 알아보고 온 듯했다.


“검색해봤는데, 여전히 세계관이 뭔지 모르겠어요.”


디영이가 모호한 개념에 고개를 갸웃했다.


“쉽게 말하면 영화 시놉시스 같은 거라고 보면 돼. 거기에 맞춰서 음악과 MV를 만드는 거야.”


은이사의 설명에 지솔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춤추고 노래하고 가사 쓰고 소통하고 사진찍기도 바쁜데 시놉시스까지 짜라고요?”


“아니, 우리가 다 한다는 게 아니라...”


헌서는 제5세계의 세계관 설명을 예시로 가져와서 멤버들에게 보여주었다. 5개의 세계에서 모인 영웅들이 외계에서 온 적을 물리치기 위해서 서로 싸우기도 하고 협력하기도 하는 히어로 스토리였다.


[태초에 10개의 세계가 있었다. 각 세계는 차원의 문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그 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은 선택받은 자들뿐이다. 10개의 세계는 전쟁으로 서로를 멸망시키고 새로 탄생하기를 반복했다. 이 전쟁이 멈추고 평화가 찾아오기 위해서는 각 세계에 흩어져 있는 세계수의 일부분을 한곳으로 모아야 한다. 첫 번째 세계는 세계수의 씨앗을 가지고 있으며, 두 번째 세계는 세계수의 잎사귀를 가지고 있으며, 세 번째 세계는...]


글을 읽어보니 영상으로 볼 때보다 더 복잡하고 골치 아팠다. 온제가 한숨을 쉬었다.


“도대체 이게 뭔 소리야?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세계관 컨셉을 하고 싶다던 일유도 복잡한 세계관에는 부정적이었다.


“이건 좀 과한데? 이해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지솔이도 복잡한 세계관 도입을 그다지 내켜 하지 않았다. 오히려 팬들의 정서에서 멀어질 것을 우려했다.


“세계관에 시선이 가면,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감정이 전달이 안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스토리에 끼워맞추는 음악으로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윌비도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자고 했다.


“우리의 생각이 잘 반영된 세계관으로 할 수 없다면 걍 하지 마. 할 거면 천천히 고민해서 제대로 하자.”


헌서는 멤버들의 의견을 존중해서 더 고민하기로 했다.


“그래요.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


회의를 마치고 헌서는 다시 한번 제5세계의 MV를 돌려보았다. 그의 눈에는 훌륭해 보였지만, 지솔이나 다른 멤버에게는 큰 감흥이 없는 듯했다.


‘내 눈에는 멋져 보였는데, 다른 사람한테는 왜 반응이 별로일까?’


세계관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걸 직접 확인한 셈이었다.

다른 그룹의 세계관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조사해보았다. 알아보니, 꽤 상세한 세계관을 가진 그룹이 더러 있었다.


‘몰랐는데 여기 세계관은 스릴러 미스터리 컨셉이었네.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하는 재미가 있네.’

‘여기는 가상세계 컨셉이구나. 거울을 통해서 현실과 연결되는 또 다른 세상이 있었어.’

‘환생 세계관이었군. 멤버들이 보이지 않는 실로 연결되어있네. 붉은 실이 인연의 의미였구나.’


음악이나 퍼포먼스 영상만 볼 때는 몰랐는데, 관심 갖고 MV를 들여다보니, 설정을 이모저모 뜯어보는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세계관이 재미있긴 한데...’


영화를 보고 나면 여운이 오래 가는 것처럼, 열성 팬은 세계관에 푹 빠져서 숨은그림찾기를 하는 것처럼 몇 달이고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며 시간을 보낼 것이다.

하지만, 라이트한 팬에게는 다가가기 부담스러운 장애물일 수도 있었다.


‘어떻게 세계관을 만들어야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느끼고 좋아할 수 있을까?’


헌서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세계관을 구축할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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