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공기재단사님의 서재입니다.

극한직업 아이돌 헌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공기재단사
작품등록일 :
2024.02.17 19:25
최근연재일 :
2024.06.22 21:31
연재수 :
128 회
조회수 :
20,272
추천수 :
556
글자수 :
709,950

작성
24.05.04 22:52
조회
90
추천
4
글자
12쪽

팬미팅

DUMMY

무대에 올라간 에이리프는 평소에 하던 대로 행사 공연을 잘 마쳤다.


홍보행사는 음악방송이나 콘서트와 달리 팬보다 일반인이 더 많이 와서 처음에는 분위기가 다소 썰렁했다.

하지만, 노련한 무대매너와 실력, 에너지 넘치는 퍼포먼스를 보이자, 금새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멤버들에게 시선이 고정되었다.


“쟤네 놀이공원에 나왔던 사람들이구나?”

“데뷔곡 좋던데, 후속곡도 좋다. 앨범 다 들어봐야지.”

“와, 멋지다. 팬 될 거 같아.”


우연히 행사에 온 일반인이 에이리프에게 관심을 보이고 이름을 기억했다.


이렇게 행사를 하거나 음방 무대에 설 때마다 에이리프의 팬클럽 가입자가 꾸준히 늘었다.


며칠 후, 음악방송에 간 헌서는 매점에서 나인티나인의 멤버 진후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더스틴 선배는 괜찮으신가요?”


“응.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데, 그래도 조심하기 위해서 당분간 활동은 쉬기로 했어.”


몬스터에게 감염되었던 사람들은 육체적으로는 빨리 회복되었지만, 호르몬 변화로 감정적으로 힘들어했다. 그러니 대중 앞에 서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다.


“더스틴 선배 팬들이 실망이 크겠네요.”


나인티나인은 더스틴과 진후의 개인 팬들이 떠받치고 있었는데, 더스틴이 활동을 중단했으니 그의 개인 팬들이 무척 상심할 것이 분명했다. 나인티나인의 활동에도 타격이 갈 터.


“그렇지. 아무래도 분위기가 좀 가라앉았지.”


“선배님 탓하는 악개도 있던데 괜찮으세요?”


더스틴의 활동 중단을 진후 때문이라고 욕하는 악개도 있는 것 같았다. 아무런 근거가 없지만, 자신들의 속상한 마음을 그에게 돌리며 화풀이를 했다.


“며칠 그러다 조용해졌어. 지금까지 내가 당한 억까에 비하면 새발의 피야. 어치파 나인티나인은 이번 활동이 마지막인데 마무리 잘 해야지.”


진후는 오히려 더스틴의 악개의 숫자나 활동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악개를 선동하던 네임드였던 도로시가 사라졌다. 계정을 닫고 떠난 홈마도 있고, 더스틴이 활동에 복귀할 때까지 활동을 쉬겠다고 한 악개도 있다고 했다.

더스틴이 활동하지 않고, 그들의 분노와 원한을 부채질하는 도로시가 없으니, 악개도 흥분할 동력이 떨어졌다.

대부분은 꿈에서 깬 것처럼 냉정하게 자신의 현실을 돌아보고 일상으로 돌아간 모양이었다.


“그동안 팬미팅에서 나를 싫어하는 팬하고 얼굴 마주 보기 힘들었는데, 이젠 그 사람들하고 팬미팅에서 마주칠 일 없을 것 같아.”


진후는 다소 가벼워진 표정으로 말했다.


“악개한테 까이는 걸 직업이니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그런 일 없으니까 좋긴 하네. 에이리프를 보니까 팬들끼리 사이도 좋아보이고, 악개가 별로 없는데도 팬덤이 단단해보여.”


“저희도 악개가 없지는 않아요. 겉으로 티내지 않을 뿐이죠.”


“티를 안 내는 게 어디야.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아. 회사와 멤버들이 대처를 잘 하고 있나보네.”


나인티나인을 보니 팬덤 분위기가 그룹의 성장에 무척 중요한 요소였다. 팬들끼리 사이가 안 좋으면 그룹을 홍보하는 시간보다 다른 팬과 멤버를 까는 데 더 시간과 열정을 쏟게 된다. 그 분위기를 못 견디고 떨어져나가는 팬도 있을 터. 말을 편하게 하지 못하고 서로 눈치를 보며 입을 다무는 팬이 늘어나면 입소문이 나기 어렵고 그룹의 성장은 정체되기 마련이다.


헌서는 에이리프의 팬들이 최대한 서로 상처받지 않고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마음 편하게 팬활동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룹의 성장세를 좌우하는 입소문을 내기 위해서는 자유롭고 편안하고 따듯한 분위기의 팬덤이 중요한 요소였다.


루어 엔터는 며칠 후에 있을 팬미팅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이번 팬미팅의 성공에 에이리프의 앞날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프라인으로 팬미팅에 올 정도면 열성적인 팬이다. 그들이 그룹에 대해 어떻게 입소문을 내주고 SNS와 커뮤니티에서 얼마나 열정적으로 홍보해주느냐가 국내 팬덤을 키워나가는 데 결정적이었다.


첫 팬미팅은 팬들에게 각 멤버들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팬미팅에서 실수하지 않도록 여러 차례 스피치 연습하고,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법도 숙지했다.


“다들 표정 관리 잘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멘탈 잡고 집중해.”


은이사는 다소 무례하게 구는 팬이 있으면 지켜보는 경호원과 매니저가 상대할 테니, 직접 나서지 말라고 당부했다.


“오버하지 말고. 난감한 상황에서는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나아.”


은이사가 주어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는 모두 알고 있었다. 미강이와 디영이였다. 두 사람은 서로 손가락으로 옆구리를 찌르며 키득거리고 장난치다가, 은이사가 눈치를 주자 웃음기를 빼고 행동을 멈추었다.


‘설마 저런 장난도 팬들이 싫어할까?’


헌서는 팬들이 어느 정도 선의 장난에 기분 나빠할지 알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하고 쓰읍 입맛을 다셨다.


그러다가 문득 얼마 전 몬스터를 잡고 습득한 스킬이 머리에 떠올랐다. 교감능력 강화 스킬이었다.


‘교감능력이라. 이거 혹시 쓸모 있지 않을까?’


팬과의 교감능력을 강화시켜주어서 팬미팅을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어디 효과가 있나 한번 써보자.’


헌서는 스킬을 발동했다.


[교감능력 강화 스킬이 활성화 되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기분이 오묘해졌다. 온 몸의 세포가 민감해지는 게 느껴졌다.

가슴이 울렁거리기도 하고, 의욕이 솟았다가, 긴장되었다가, 기쁘기도 하고, 여러 가지 감정이 짧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왜 이래? 이거 도움되는 스킬 맞아?’


헌서는 급변하는 자신의 기분에 당황해서 스킬을 중지할까 잠시 생각했다. 팬미팅에 집중해야 하는데, 이렇게 기분이 오락가락해선 안 될 것 같았다.


그때, 헌서의 귀에 말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떨린다. 실수하면 어떡하지.”


지솔이가 팬들 앞에 서서 말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안절부절하며 손을 맞잡아 비비고 있었다.


헌서의 머릿속에 지솔이의 기분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았다. 지솔이의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 손에 식은땀이 나는 것까지도 보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어? 교감능력 스킬 때문에 느껴지나?’


그때, 짜릿하고 기분좋은 흥분이 느껴졌다. 헌서는 고개를 돌려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디영이가 팬을 어서 만나고 싶다며 들떠서 조잘거렸다.


“팬분들 보여드리려고 애교 5종 세트 준비해왔는데, 빨리 하고 싶다. 박수쳐주고 환호해주시겠지? 아하하, 너무 신난당~”


디영이의 기쁜 마음이 헌서에게 느껴지면서 덩달아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혈관이 확장되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이 조금 전에 긴장해서 심장이 뛰는 것과는 달랐다.


‘주변 사람들 감정이 그대로 느껴지네.’


교감능력 강화 스킬의 사용법을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그 사람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아차릴 수 있는 것 같았다.


헌서는 조용히 말없이 앉아서 혼자 음악을 듣는 윌비를 쳐다보았다. 윌비도 첫 팬미팅에 심적으로 흥분한 상태였지만, 겉으로 티를 내지 않으려고 음악을 듣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숨이 가쁘고 손끝이 살짝 떨리는 게 느껴졌다.


‘뭐야.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윌비 형도 떨고 있네.’


헌서는 혼자 미소 짓다가 일유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일유는 팬들에게 줄 작은 선물로 구슬 팔찌를 몇 개 준비해왔고, 그것을 포장하고 있었다.


‘더 밝은 색깔 구슬로 할 걸 그랬나? 아냐. 이 색깔이 더 예뻐.’


팬들이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쩌지 걱정하는 마음과 함께, 받고 기뻐할 거라는 기대에 설레는 마음이 동시에 느껴졌다.


그 옆에서는 미강이가 컵라면을 먹고 있었다. 뜨거운 라면을 후후 불어 식혀 말없이 입에 넣었다.


‘미강이 형의 감정도 알 수 있으려나?’


평소에 진지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장난칠 때 외에는 말 자체를 많이 하지 않는 미강이여서 속마음을 알기 어려웠다.


헌서는 미강이의 감정을 느끼려고 집중했다. 그러자, 미강이의 감정도 서서히 느껴졌다.


미강이는 별로 동요하지 않고 먹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맛있다. 역시 공연 전에 먹는 라면이 꿀맛이야.’


컵라면의 맛을 음미하고 배가 불러오는 것에 대해 만족하고 있었다. 그 외에는 별다른 감정의 기복이 느껴지지 않았다.


‘미강이 형은 볼수록 신기해.’


교감능력 강화 스킬을 써도 미강이의 속마음을 알기 어렵다니. 연구대상이었다.


팬미팅을 시작할 시간이 되었다.

강당에 팬들이 꽉 들어찼다. 팬들은 저마다 응원하는 최애의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나 전하고 싶은 선물과 편지 등을 들고 있었다.


“놀이 본능 각성! 안녕하세요, 에이리프입니다.”


멤버들이 꾸벅 인사하자, 떠나갈 듯한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평소에 음악방송에서는 여러 그룹의 팬이 섞여 있어서 이렇게까지 반응이 열광적이지 않았는데, 오늘은 에이리프의 팬만 모여있어서 그 뜨거운 열기에 지붕이 불타버릴 것만 같았다.


“일유 잘생겼다.”

“헌서야! 여기 봐줘!”

“디영이 사랑스러워.”

“온제 멋지다!”

“지솔아, 안녕?”

“미강이 귀여워.”

“윌비! 파이팅!”


눈을 반짝이며 꿈꾸는 것처럼 행복해하는 팬들로 넓은 강당이 가득 찬 것을 보니, 에이리프로 데뷔했다는 게 실감났다.


팬미팅 순서는 먼저 가볍게 소개하고 토크를 하고, 중간에 공연도 하고, 게임도 하고, 마지막에 멤버들 사인을 받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멤버들이 여러 가지 토크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돌 그룹의 컨셉에 관한 주제도 있었다.


[가장 자신있는 컨셉과 자신없는 컨셉은?]


멤버 별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컨셉과 그렇지 못한 컨셉을 꼽는 순서였다.


청량, 큐트, 다크, 섹시, 감성, 힙합, 학교 등 여러 컨셉이 예시로 나왔다.


“윌비 형은 큐트 컨셉 잘 못할걸요?”


디영이가 말하자, 윌비가 고개를 저었다.


“난 큐트는 할 수 있어. 그런데 청량이 자신 없어.”


윌비의 말에 지솔이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


“맞아. 지난번에 청량 컨셉 포토 찍는데, 윌비 형이 어찌나 부끄러워하던지, 진짜 웃겼어요.”


“큐트는 그냥 대놓고 귀엽게 웃으면 되는데, 청량은 어색하고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윌비는 쑥스러워하며 머리를 쓸었다.


“온제 형은 다 잘 할 것 같은데?”


“음, 난 감성이 좀 자신 없어. 감성은 그 분위기 살리는 게 어려워서. 모든 컨셉을 다 잘 소화할 것 같은 멤버는 지솔이 아냐?”


온제의 말에 지솔이가 고개를 저었다.


“나는 갑자기 하라고 하면 잘 못하겠어요. 미리 어떤 컨셉을 할 거라고 알려주면 준비해서 할 수 있는데, 갑자기 하라고 하면 머리가 텅 비고 아무 생각도 안 나요.”


지솔이는 디영이가 뭐든 잘한다고 칭찬했다.


“디영이가 어떤 컨셉이든 잘 소화하고, 갑자기 뭘 하라고 시켜도 잘하는 거 같은데요.”


칭찬을 좋아하는 디영이는 헤헷 웃으며 기뻐했다.


“일유는 어때? 일유 하면 섹시인데 다른 것도 다 잘 어울려.”


온제의 말에 디영이가 대답했다.


“일유 형은 다 잘 소화할 것 같아요. 헌서 형도 다른 건 다 잘할 것 같은데, 큐트가 구멍이네.”


“그건 인정.”


헌서도 자신이 귀여운 표정을 잘 못한다는 건 자인했다. 헌터의 본성 때문인지, 애교는 정말 구멍이었다.


솔직하게 서로에 대해 이야기하고 쿨하게 인정하는 모습에 팬들의 눈에도 하트가 뿅뿅 떠올랐다.


‘애들 너무 착하다.’

‘어쩜 저렇게 순수하고 귀엽지?’

‘잘하는 것 못하는 거 서로 스스럼없이 말하는 게 진짜로 친한가 봐.’

‘이 그룹은 오래 가겠네. 팀웍이 좋은 게 느껴져.’


멤버들이 평소에 친하게 지내고 서로에 대해서 잘 아는 모습이 팬에게 신뢰감을 불러일으켰다.

에이리프를 좋아하면 행복한 팬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을 주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극한직업 아이돌 헌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8 팀 경연 24.05.23 48 3 12쪽
97 개인활동 24.05.22 52 5 12쪽
96 배척과 단합 +2 24.05.21 48 3 12쪽
95 사냥 24.05.20 47 4 12쪽
94 사생 24.05.19 48 4 12쪽
93 아바타 팬미팅 +2 24.05.18 51 3 12쪽
92 미강이의 비밀 24.05.18 49 3 12쪽
91 단비의 시크릿 24.05.17 54 2 12쪽
90 소통 24.05.16 49 4 12쪽
89 단비 24.05.15 52 3 12쪽
88 시크릿톡 24.05.14 58 2 12쪽
87 신년 계획 24.05.13 56 2 12쪽
86 헌터 직업특성 24.05.12 64 3 12쪽
85 깜짝 이벤트 24.05.11 61 4 12쪽
84 신인상 24.05.10 65 3 12쪽
83 연말시상식 24.05.09 63 2 12쪽
82 정글 파티 24.05.08 67 4 12쪽
81 세계관 24.05.07 75 3 12쪽
80 제5세계 24.05.06 86 1 12쪽
79 교감능력 24.05.05 81 3 12쪽
» 팬미팅 24.05.04 91 4 12쪽
77 악개와 몬스터 +1 24.05.03 84 4 12쪽
76 관계성 24.05.02 86 4 12쪽
75 아드레날린 24.05.01 90 4 12쪽
74 후속곡 활동 24.04.30 89 4 12쪽
73 나인티나인 +1 24.04.29 90 4 12쪽
72 악개 24.04.28 102 4 13쪽
71 라이브 방송 24.04.27 109 5 12쪽
70 팬클럽 모집 24.04.26 122 5 12쪽
69 사필귀정 24.04.25 122 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