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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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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9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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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사생

DUMMY


팬미팅이 시작되었다.


“안녕하세요. 아바타입니다.”


아바타 멤버들이 무대에 올라가서 인사했다.

그리고나서 팬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게임도 하고 노래하고 춤추고 장기자랑하는 등 순서가 이어졌다.


“오늘은 특별 게스트가 있습니다.”


MC가 게스트로 온 헌서를 소개했다.


“얼마전에 단비 군과 같이 합동 시크릿톡 이벤트를 했죠. 에이리프의 헌서입니다.”


헌서가 무대로 나가서 팬들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오늘 제가 온 이유는요. 이벤트를 하면서 단비하고 개인적으로 친해지게 되어서 팬미팅 행사에 축하해주러 왔습니다.”


아바타의 팬들도 합동 이벤트 때문에 헌서를 알고 있었다. 팬미팅 참석자 중에는 헌서를 보러 온 헌서의 팬도 섞여 있었다.


“저랑 이벤트 하던 날 단비가 몸 상태가 안 좋았거든요. 그런데도 열심히 시크릿톡을 해서 참 성실한 친구구나 생각했습니다.”


헌서의 말에 팬들이 놀라서 웅성거렸다.


“단비가 그날 몸이 안 좋았구나.”

“그래서 갑자기 종료했나? 어쩐지.”

“요즘 살도 많이 빠졌어.”

“단비야, 건강 챙겨가면서 해.”


헌서가 단비가 힘들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자, 팬들은 걱정스러워하며 쳐다보았다. 그동안 힘든 티도 내지 못했던 단비는 팬들의 응원에 울컥하는 표정이었다.


헌서는 아바타 멤버들과 싸인회도 같이 했다. 멤버들이 앉아있으면 그 앞을 팬들이 일렬로 지나가며 사인을 받는 행사였다.


단비의 옆에 앉은 헌서는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었다.


팬들이 한 명 한 명 앞으로 지나가며 멤버들과 대화를 하고 사인을 받았다.


단비의 시크릿이 단비의 앞으로 왔다.


“안녕, 우리 단비. 누나야.”


그녀는 자신이 단비를 손안에 쥐고 있다는 듯이 거만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단비는 긴장한 표정으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인사했다. 하지만, 이내 옆에 있는 헌서를 흘깃 보고 용기를 얻었는지 비교적 담담한 표정으로 돌아와서 고개를 끄덕였다.


단비는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단비에게 친근하게 말했다.


“지난번에 샤브샤브집에서 만난 여자애 누구야? 다들 궁금해하더라. 여자친구 아니냐고. 내가 다른 애들한테 아닐 거라고는 했는데, 그래도 궁금해하니까 얘기해줄래?”


단비는 당혹스러웠지만, 침착하게 해명했다.


“초등학교때 같은 반 여자애인데, 거기서 우연히 만났어요.”


“아, 너무 좋아하는 표정이어서 여자친구인가 했지.”


“되게 오랜만에 뜻밖의 장소에서 만나서 좀 놀랐어요.”


“그랬구나. 그때 옷 색깔이 둘이 비슷해서 커플 아이템 아이냐는 말고 있었거든.”


“아니에요. 진짜.”


분명히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 텐데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단비의 시크릿의 질문 공세에 단비는 피곤한 듯이 절망적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 뭐 저런 걸 구질구질하게 해명하고 있지?’


헌서는 옆에서 보면서 어이가 없었다. 단비의 말로는 한두 번도 아니고, 마주치는 사람마다 사진을 찍어올려서 매번 해명하게 만든다고 했다.


‘아주 악질이네.’


단비의 시크릿은 단비와 대화를 마치고 헌서의 앞으로 왔다.


“헌서야, 안녕. 만나서 반가워.”


기선을 제압하려는 듯이 밝은 목소리로 미소를 띠고 헌서에게 어린 아이를 대하듯이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헌서는 비즈니스적인 미소를 지으며 응대했다.


“에이리프 팬미팅때도 뵌 것 같은데요. 영럽 맞으시죠?”


헌서가 자신을 알아보자, 단비의 시크릿은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받아서 기쁜지 활짝 웃었다.


“나를 아는구나? 에이리프는 아직 팬미팅을 두 번밖에 안 해서 별로 못 갔는데.”


“영상통화도 하셨잖아요.”


“그랬지.”


단비의 시크릿은 눈웃음을 치며 헌서에게 말을 걸었다.


“아바타 팬미팅 와보니까 어때?”


“분위기가 많이 다르네요.”


“뭐가 다른데?”


“에이리프는 공식 스케줄 외에 사진을 찍으면 사생활 침해로 고소하는데, 아바타는 안 그러나보네요.”


“뭐라고?”


헌서의 말에 단비의 시크릿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단비의 시크릿이 단비에게 하는 행동이 범죄라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니 펄쩍 뛸 수밖에 없었다.


단비의 시크릿은 분노로 번쩍이는 눈빛으로 헌서를 노려보았다.


단비의 시크릿은 옆에 있는 단비를 쳐다보며 압박하듯이 물었다.


“단비야, 얘가 나보고 너 사진 찍는 게 고소당할 일이라는데? 정말 그러니?”


어금니를 꽉 물고 말하는 게 느껴졌다.


“난 오직 너를 위해서 사비로 내 시간 써가면서 봉사했어. 그런데, 나더러 사생활 침해란다.”


단비는 난처해하며 단비의 시크릿과 헌서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팬과 다른 아이돌, 누구의 편을 들 수가 없는 입장인데, 단비의 시크릿은 단비에게 선택을 강요했다.


“너 내가 지금까지 너한테 어떻게 해왔는지 알지? 생일카페 여느라고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네 생일때마다 선물 해줬잖아. 지하철 광고도 하고. 팬미팅도 컷이 얼마가 되던간에 항상 참석했잖아. 그런데 내가 한 행동이 죄라고? 너를 좋아한 죄밖에 없는데?”


단비의 시크릿은 단비에게 자신이 해준 것들을 열거하며 압박했다.

단비는 얼굴이 창백해져서 두려운 듯이 몸을 덜덜 떨며 시선을 떨궜다.


“저... 저... 그건...”


단비의 시크릿은 단비가 자신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가늘게 뜨고 헌서를 비웃었다.


“우리 사이를 알지도 못하면서 아무 말이나 뱉으면 다야? 단비와 나는 특별한 관계라고.”


헌서는 단비의 시크릿의 말을 자르고 끼어들었다.


“우리 사이요? 아이돌과 팬의 사이죠. 특별하다고요? 그건 본인 생각이고요. 단비가 힘들어하는 게 사생 때문이라는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 선을 넘지는 말아아죠.”


가까이에 있던 팬들이 그 말을 듣고 놀라서 단비의 시크릿과 헌서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단비가 사생 때문에 힘들어한다고? 단비의 시크릿 때문에 단비가 힘들어하고 있단 말이야?’

‘단비가 힘들어 하는 게 단비의 시크릿때문이라니. 전혀 몰랐어. 둘이 사이가 좋은 줄 알았는데.’


헌서는 종이에 사인을 해서 내밀었다.


“이제 시간이 다 됐네요. 이동해주시죠.”


단비의 시크릿은 잔뜩 화가 나서 단비에게 억울한 표정으로 호소했다.


“아니, 단비야. 뭐라고 말 좀 해봐. 내가 이렇게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거니?”


단비의 동공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단비는 억지로 쥐어짜내듯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죄, 죄송...”


그러자, 헌서는 옆에 앉은 단비의 무릎을 한 손으로 눌렀다.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손을 들고 옆에 서 있는 경호원에게 말했다.


“시간 지났는데 계속 여기 계시네요. 저쪽으로 모셔주세요.”


경호원은 다가와서 단비의 시크릿을 일으켜세웠다.


“시간 지났습니다. 이동해주세요.”


단비의 시크릿은 당황해서 단비에게 다급하게 손짓했다.


“아, 아니, 단비야.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헌서는 단비의 무릎을 꽉 잡았다. 아무 반응도 하지 말라는 암시였다. 단비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헌서에게서 힘을 얻었는지, 단비의 시크릿을 외면하고 자신의 앞에 앉은 다음 팬을 향해 억지로 미소지으며 인사했다.


“아, 안녕하세요.”


단비가 다음 팬과 웃으며 대화하자, 경호원은 단비의 시크릿을 막아서며 몰아냈다.


“무슨 일이야?”

“뭘 했는데 저러지?”


멀리 있던 팬들은 단비의 시크릿이 경호원에게 끌려나오자, 웅성거리며 쳐다보았다.

그러자 옆에서 사인을 마치고 나온 팬이 헌서가 한 말을 귓속말로 알려주었다.


“단비의 시크릿이 하는 사생활 침해 때문에 단비가 힘들어한대.”


“진짜? 하긴 그 사람 사생짓이 넘 심하긴 했어.”


단비의 시크릿은 난생 처음 겪는 치욕에 얼굴이 벌게져서 부들부들 떨었다.


팬미팅이 끝나고, 아바타 멤버들과 헌서는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무대에서 물러났다.


“단비의 시크릿이 가만히 안 있을 텐데 어쩌죠?”


단비는 한숨을 쉬며 헌서에게 울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SNS에 내 이상한 사진을 다 풀어버릴지도 몰라요.”


시스템 엔터는 단비를 보호해주지 않으니, 단비의 시크릿이 사진들을 오해하기 좋게 짜깁기해서 올려도 방치할 게 분명했다. 해명은 오롯이 단비의 몫이었다.


“네가 단비의 시크릿에게 끌려다니면 계속 더 기고만장할 거야. 팬과의 관계에서 네가 끌려다니면 안 돼.”


헌서는 단비에게 팬과는 서로 독립된 동등한 관계이고, 그 선을 넘어서는 팬은 진정한 팬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오늘도 봤잖아. 그 사람이 에이리프의 네임드 팬이기도 하지만, 나한테는 함부로 못 하고 너한테만 뭐라하는 거.”


“...알겠어요.”


단비는 뭔가 결심한 듯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헌서의 매니저가 와서 승권의 말을 전했다.


“사장님은 시스템 엔터 장이사님하고 이야기하고 갈 테니, 우리끼리 먼저 루어 엔터로 돌아가라고 하시네요.”


“그래요?”


헌서는 매니저에게 먼저 돌아가라고 했다.


“저는 잠깐 들릴 곳이 있어서요. 먼저 가세요.”


매니저가 돌아가고, 헌서는 아바타 멤버들에게 인사하고 서둘러 시스템 엔터를 나왔다.


“형, 같이 저녁 먹고 가지?”


단비가 헌서에게 식사하고 가라고 했지만, 헌서는 갈 곳이 있었다.


“내일 보자. 오늘은 선약이 있어.”


헌서는 팬미팅 장소 건물을 나와서 후드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를 쓴 채 누군가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장이사한테 숨은 몬스터는 아저씨가 잡을 테니까, 나는 안 가도 되겠지.’


승권이 장이사와 있다고 하니, 몬스터를 잡는 일은 승권에게 맡겨두면 될 것이다.


한편, 승권은 장이사와 시스템 엔터에서 대화를 나눴다. 장이사는 전화를 받고나서 승권에게 말했다.


“팬미팅이 잘 끝났답니다.”


“좋은 이벤트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에 또 뵙죠.”


그들은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승권은 장이사의 방을 나가서 엘리베이터를 눌렀다.

그러나, 엘리베이터를 타는 대신, 그는 복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창문을 열고 올라섰다. 창밖으로 몸을 내밀고 창틀을 딛고 조심스럽게 옆의 창문으로 이동해서 장이사의 방으로 향했다.

장이사의 방을 빼꼼히 들여다보았는데, 방에는 장이사 말고 아무도 없었다.


‘아, 더럽게 춥네.’


해가 지고 차가운 겨울바람에 온몸이 얼어붙을 것 같은데, 건물 벽에 매달려 있으려니 죽을 맛이었다.


‘안 되겠다. 일단 옥상에서 기다리자.’


승권은 옥상으로 기어올라가서 아바타 멤버들이 복귀하기를 기다렸다. 장이사가 팬미팅을 마치고 돌아온 그들에게서 도파민과 세로토닌을 흡수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얼마 후, 아바타 멤버들을 태운 차가 도착했다. 멤버들이 내려서 건물로 들어갔다.


‘가자.’


승권은 건물 벽을 타고 내려가서 거꾸로 매달려 장이사의 방 창문을 들여다보았다. 방에는 단비와 장이사 두 사람만 있었다.


“오늘 단비의 시크릿하고 문제가 있었다며?”


장이사는 단비에게 물었다. 단비는 머뭇거리며 어깨를 움츠리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제 잘못이 아니고요...”


장이사는 낚아채듯이 단비의 말을 끊고 야단쳤다.


“고객은 왕이라는 말 몰라? 팬하고 문제가 생기면 그건 다 네 잘못이야. 그 사람들은 너를 위해 돈과 시간을 쓰는 사람들이잖아. 그런 생각으로 아이돌 할 거면 집에 가.”


단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까지는 장이사의 말이 옳은 줄 알았다. 아이돌이니 참고 견뎌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의 편을 들어주고 경호원을 시켜서 단비의 시크릿을 끌어내고 자신을 보호하는 헌서의 행동을 보니, 장이사와 너무나 비교가 되었다.

뭔가가 마음속에서 허물어지는 기분이었다. 장이사의 언행이 그저 돈을 위한 것일 뿐, 단비는 그에게 착취당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단비는 다 내려놓은 것처럼 초연하게 말했다.


“집에 가라면 가야죠.”


“뭐야? 너 미쳤냐?”


장이사는 이전에 본 적이 없는 단비의 태도에 화가 잔뜩 나서 잡아먹을 듯이 소리쳤다.

그러나, 단비는 결연한 표정으로 그의 눈을 쏘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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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대면식 24.05.24 47 3 12쪽
98 팀 경연 24.05.23 52 3 12쪽
97 개인활동 24.05.22 57 5 12쪽
96 배척과 단합 +2 24.05.21 53 3 12쪽
95 사냥 24.05.20 50 4 12쪽
» 사생 24.05.19 52 4 12쪽
93 아바타 팬미팅 +2 24.05.18 54 3 12쪽
92 미강이의 비밀 24.05.18 53 3 12쪽
91 단비의 시크릿 24.05.17 58 2 12쪽
90 소통 24.05.16 54 4 12쪽
89 단비 24.05.15 57 3 12쪽
88 시크릿톡 24.05.14 61 2 12쪽
87 신년 계획 24.05.13 60 2 12쪽
86 헌터 직업특성 24.05.12 68 3 12쪽
85 깜짝 이벤트 24.05.11 64 4 12쪽
84 신인상 24.05.10 69 3 12쪽
83 연말시상식 24.05.09 67 2 12쪽
82 정글 파티 24.05.08 69 4 12쪽
81 세계관 24.05.07 78 3 12쪽
80 제5세계 24.05.06 88 1 12쪽
79 교감능력 24.05.05 82 3 12쪽
78 팬미팅 24.05.04 93 4 12쪽
77 악개와 몬스터 +1 24.05.03 85 4 12쪽
76 관계성 24.05.02 90 4 12쪽
75 아드레날린 24.05.01 95 4 12쪽
74 후속곡 활동 24.04.30 93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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