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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7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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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상우의 비법

DUMMY

“비결은 그냥 보여주는 거야.”


상우는 멤버가 친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헌서는 이미 그 방법을 시도했었는데 효과가 없었기에 고개를 갸웃했다.


“우리도 멤버끼리 친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데도 안 통하던데요? 사이 좋다고 해도 안 믿더라고요.”


미강이와 디영이의 불화설을 잠재우고 두 사람의 팬들이 서로 미워하지 않도록 하려고 온갖 방법을 시도했다. 둘이 라이브 방송도 하고 셀카도 찍고 챌린지도 하고 별별 수단을 동원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아무리 말로 친하다고 해봐야 소용없어.”


“진짜로 둘이 친한데 안 믿는다니까요?”


상우는 답답해하는 헌서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팬들은 표정에서 다 느껴.”


“표정이요? 그게 말이 안 되잖아요. 관심법을 쓰는 것도 아니고.”


미강이와 디영이의 표정을 가지고 팬들이 트집 잡아서 싸운 게 한두 번이 아니라서 헌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관심법까지는 아니지만, 팬들도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건 알아.”


상우는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그는 헌서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예를 들면 카메라 앞에서 너랑 나랑도 이렇게 대화하고 친한 모습 보일 수 있지. 하지만, 과연 팬들이 너랑 나랑 진짜 친하다고 생각할까?”


실제로 상우와 헌서는 몇 번 대면했을 뿐이고, 이렇게 사적으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건 몇 분 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카메라 앞에서 서로 대화하며 친한 모습을 연출하려면 얼마든지 가능했다.

그러니 카메라 앞에서 보이는 모습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팬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걸 보고 느껴.”


눈을 마주치고 웃고 떠들며 즐겁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팬들이 멤버들끼리 친하고 팀웍이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뜻이었다.


“정말 에이리프 멤버들이 사이가 좋은 건 맞아?”


상우의 질문에 헌서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정말... 우리 멤버들이 사이가 좋은 걸까?’


에이리프 멤버들은 싸운 적도 없었다. 일하는 데 있어서 이견이 있어도 신속하게 의견을 교환해서 합의에 이르렀다. 업무적으로는 이보다 더 잘 맞을 수 없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서로에 대해 많이 아는 편은 아니었다.

아이돌 놀이공원을 통해서 알게 되고 서로 같이 일한 지 1년도 되지 않았다. 편하게 말하고 친하다고 생각하지만, 관계의 깊이가 연습생 시절부터 10년가까이 동고동락한 버디와 같을 수는 없었다.

만난 이후로 지금껏 프리데뷔하고 데뷔하고 곧바로 컴백하며 일정을 맞추기 위해 연습하기 급급해서, 서로의 개인사를 챙길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헌서가 미강이의 자폐 스펙트럼에 대해서 알게 된 것도 불과 몇 달 전이고, 그나마도 다른 멤버들은 여전히 알지 못했다.

일유의 가난한 집안 사정을 아는 사람도 헌서뿐이었다.


‘나도... 말하지 못하는 비밀이 있지.’


헌서는 몬스터를 잡기 위해서 헌터 신분을 위장하고 있다. 멤버들 가운데 그 비밀을 아는 사람은 일유 뿐이었다.


‘멤버끼리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걸 팬도 아는 걸까? 내가 멤버들에게 솔직하지 못한 걸 팬도 느끼는 걸까?’


성공을 위해 정신없이 달려오느라 멤버들이 서로에 대해서 알 시간이 부족했다. 그런 노력도 없었다. 함께 일해오고 있었을 뿐이었다.


상우는 헌서가 고민하는 지점을 아는 듯이 말을 이었다.


“팬은 아이돌의 거울이야. 최애가 하는 말과 행동을 따라해. 물론 팬은 개별적인 인격체라 다 따라오는 건 아니지만, 따라오는 사람도 있고, 그런 사람에게 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지.”


팬덤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이 모인 집단이다. 그러니 결국 자기가 동경하는 아이돌을 닮고 아이돌처럼 사고하고 행동하게 된다.


헌서는 자신을 돌아보았다. 그룹에서 나이도 어린데 리더가 되어서 몬스터를 잡기 위해 그룹을 성공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멤버들에 대한 관심은 그 다음이었다.


‘내가 멤버들에게 관심이 없으니까 팬들도 다른 멤버들에게 관심이 없는 지도.’


스스로 반성이 되는 면이 있었다.

멤버들이 형들이고 연습생 경험도 그보다 오래되었으니, 알아서 잘 하겠지 하고 무심했던 측면도 있었다.

몬스터를 잡는 일에 더 관심을 두어서, 에이리프 멤버들에게는 덜 관심을 쏟은 측면도 있었다.


다른 에이리프 멤버들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뭉쳤지만, 어디까지나 데뷔를 위해서였다. 실력이 뛰어나고 성격이 모나지 않는다 싶어서 모였을 뿐, 다른 멤버의 개인 사정에 대해서는 별로 많이 알지 못했다.


“어때? 할 수 있겠어?”


상우는 에이리프가 당장 버디와 같은 팀웍을 가질 수는 없다고 여기는 듯했다.


“우리는 중학생 시절부터 8, 9년을 함께 했어. 그 시간을 이제 알게 된 지 1년 밖에 안 된 너희가 따라잡을 수 있겠어?”


헌서는 쉽사리 대답할 수 없었다. 사람의 마음은 힘으로 우격다짐으로 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쉽지 않겠네요. 어쨌든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록 갈길이 멀지만, 가야 할 방향을 알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헌서는 눈앞이 환해진 기분이었다.


촬영이 끝나고 회사로 돌아오는 내내 멤버들끼리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다. 그냥 시간이 가면 저절로 친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았다.

에이리프가 결성된지 반년이 넘었고, 아이돌 놀이공원에서 만난지 1년이 넘었다. 그동안 조금씩 더 가까워지기는 했지만, 친한 멤버들끼리만 친하고, 그 이상은 더 가까워지지 않는 것 같았다.


헌서는 자신의 고민을 승권에게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세상을 더 오래 산 승권이니 도움되는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 멤버들이 친한 걸까요? 멤버들끼리 더 가까워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갑자기 왜 그런 고민을 해?”


승권은 의아한 듯이 물었다.


“지금도 사이좋고 잘하고 있잖아? 누가 싸웠어?”


“아뇨.”


헌서는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몰랐지만, 느끼는 대로 이야기했다.


“버디를 보니까 멤버들끼리 사이가 돈독하고, 그런 게 팬덤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더라고요. 솔직히 좀 부러웠어요.”


“너희 정도면 꽤 친한 편 아니야? 싸우지도 않고, 의견조율도 잘하고, 농담도 편하게 하고.”


승권의 말대로 이번 경연을 준비하면서 에이리프 멤버들끼리 손발이 잘 맞는다는 걸 헌서도 느꼈다. 서로 거리낌없이 의견을 내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수용적인 자세로 개선해나갔다.


하지만, 일에서 팀웍이 좋고, 멤버들끼리 사이가 좋다는 것과는 또 다른 무언가가 버디에는 있는 것 같았다.


“우리도 친하긴 한데, 어릴 때부터 친구여서 서로 비밀이 없는 버디하고는 다른 것 같아요. 버디는 처음 회사에 들어와서 미숙하던 모습부터, 평가받고 울고불고하는 모습까지, 서로 부끄러운 밑바닥을 다 보면서 자라서 가족같더라고요.”


에이리프도 사이가 나쁜 건 아니지만, 버디에 비하면 함께 보내온 세월의 깊이가 달랐다.


“우린 좀 더 개인주의적이고,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존중해서 알려 하지 않고, 비밀도 많고요. 나부터도 멤버들한테 헌터라는 걸 알리지 않고 있잖아요. 그런 상황이 팬덤에도 영향을 주는 게 아닐까 싶어요.”


승권은 잠시 침묵하며 생각에 잠겼다.


“아이돌 일이 일반적인 회사 일하고 좀 다르긴 하지.”


회사에서는 각자 맡은 일만 하면 톱니바퀴처럼 맞아 돌아가며 일이 굴러간다.

하지만, 아이돌 산업은 기계적으로 물건을 찍어내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사업이었다.

사람의 감정과 예술을 다루는 일이라서, 헌서의 말대로 팀 분위기를 더 좋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할 지점이 있었다.


“그런데, 뭘 어떻게 해야 더 친해지는 건데?”


“저도 그걸 몰라서 묻는 거예요. 지금 우리 팬들끼리 서로 자주 싸우고 멤버를 미워하는 악개가 많은 건 우리 멤버들 관계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 해서요.”


“그동안 서로 라이브 방송도 하고 서로 친한 모습 보여줬잖아?”


“그런데 별로 효과가 없었죠.”


사람은 몬스터처럼 페로몬으로 감정을 교환하지 않고 말로 생각을 표현한다. 그래서 말을 하고 대화를 하면 그걸로 감정이 모두 전달되었다고 흔히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말이 전달하는 내용에는 30% 영향을 받고 표정과 제스처에서 70%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에이리프 멤버들이 하는 말보다 표정, 제스처, 행동 하나하나가 팬들의 감정에 미묘한 변화를 일으키고, 그것들이 누적되어서 지금의 팬덤 분위기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버디 리더 말로는 팬들은 최애가 다른 멤버를 대하는 모습을 닮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너희가 서로를 미워한다는 건데, 그렇지는 않잖아?”


“그러니까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어요.”


지금도 팬덤은 커지고 있으니, 헌서의 고민을 그냥 기우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승권은 헌서가 쓸데없는 고민을 한다고 넘기지 않았다.


“그럼 우선 멤버들하고 한 명 한 명 깊이 대화를 해 봐. 속마음을 들어보면 또 다를 수 있어.”


승권은 자신이 헌터로 일한 경험을 말해주었다.


“헌터 길드도 몬스터를 잡아서 돈을 벌기 위해서 모인 조직이지. 그런데 어떤 길드는 사냥도 잘하고 돈도 잘 버는데, 어떤 길드는 멤버들이 자주 다치고 돈도 못 벌기도 하거든. 그 차이가 스킬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야.”


그는 헌서의 아버지와 같이 길드를 하면서 겪었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사실 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같이 길드를 하셨는데, 두 분이 집에서 부부싸움을 하고 온 날은 어딘가 분위기가 싸했어. 두 분이 티를 안 내려고 해도 길드원들한테는 다 느껴지더라고.”


헌서도 어렸을 적에 보았던 부모님의 모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 가운데 또렷이 기억나는 사건이 있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두 분이 싸우던 목소리가 뇌리에 박혀 있었다.


‘왜 미리 얘기를 안 했어? 얘기를 했어야지.’


‘얘기했으면? 그럼 헌서를 낳지 말자고 했을 거잖아.’


‘헌서한테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잖아?’


‘아직까지는 아무 문제도 없잖아.’


그때는 잠결에 들은 데다 어려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자신에 관한 문제로 부모님이 언성을 높였던 적이 있었다.

그 때 단 한 번의 기억 뿐이지만, 헌서는 부모님이 자신으로 인해서 말다툼을 했던 게 커서도 계속 기억났다.


평소에 사이가 좋은 부모가 사소하게 말다툼을 해도 아이들은 무서워하고 걱정하는 것처럼, 멤버들끼리의 사소한 농담과 불쾌한 표정도 팬에게는 마음에 걸리고 근심거리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이왕 아이돌의 팬을 할 거라면, 버디처럼 늘 다정하고 화목하고 행복한 그룹의 팬을 하는 쪽이 마음 편할 것이다.


미강이와 디영이처럼 티격태격하고 투닥거리며 장난치는 관계도 나름대로 재미가 있겠지만, 아이돌에게서 가족같은 따듯함을 느끼고 싶어하는 팬이라면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는 그룹의 팬이 되기를 선택할 것이다.


헌서는 바쁘다고 미룰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해결책을 찾았으면 바로 실행에 옮기는 게 그의 성격이었다.


“내일 멤버들하고 MT를 다녀올게요.”


헌서는 멤버들끼리 시간 제한 없이 서로의 속마음을 더 터놓고 말할 수 있게 MT를 가겠다고 했다.


“MT?”


갑작스러운 헌서의 말에 승권이 눈이 휘둥그레지며 되물었다.


“경연이 일주일밖에 안 남았는데 MT를 간다고?”


다른 팀은 밤새 연습에 몰두할 때 놀러 간다니, 승권이 황당해할 만도 했다.


“그런다고 확 친해지기라도 해? 하룻밤 같이 논다고 갑자기 10년지기 친구가 되냐고.”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죠.”


헌서는 굳게 입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돌을 직업으로 하고, 에이리프를 오래 함께하는 그룹으로 키워나갈 거라면, 관계성을 한 층 높이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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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팀웍 24.05.29 44 4 12쪽
103 MT 24.05.28 46 3 12쪽
» 상우의 비법 24.05.27 45 3 12쪽
101 버디의 강점 +1 24.05.26 45 4 12쪽
100 우주전쟁 24.05.25 51 5 12쪽
99 대면식 24.05.24 49 4 12쪽
98 팀 경연 24.05.23 54 4 12쪽
97 개인활동 24.05.22 60 6 12쪽
96 배척과 단합 +2 24.05.21 55 4 12쪽
95 사냥 24.05.20 52 5 12쪽
94 사생 24.05.19 54 5 12쪽
93 아바타 팬미팅 +2 24.05.18 57 4 12쪽
92 미강이의 비밀 24.05.18 55 4 12쪽
91 단비의 시크릿 24.05.17 60 3 12쪽
90 소통 24.05.16 57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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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헌터 직업특성 24.05.12 70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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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정글 파티 24.05.08 71 5 12쪽
81 세계관 24.05.07 80 4 12쪽
80 제5세계 24.05.06 91 2 12쪽
79 교감능력 24.05.05 87 5 12쪽
78 팬미팅 24.05.04 97 6 12쪽
77 악개와 몬스터 +1 24.05.03 89 6 12쪽
76 관계성 24.05.02 94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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