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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0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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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유의 속사정

DUMMY


2주간 음방 활동을 마친 에이리프는 본격적인 데뷔 준비에 들어갔다.


은이사는 데뷔 전에 선공개곡을 내자고 제안했다. 미리 홍보를 통해 관심을 불러일으킨 후에 데뷔앨범을 내는 게 요즘 추세였다.


윌비와 은이사가 선공개곡을 준비하는 동안, 승권은 회사의 자본 규모를 늘리는데 주력했다. 에이리프를 성공시키려면 무엇보다도 홍보와 훌륭한 퀄리티의 앨범을 내는 게 중요했다. 홍보와 앨범 제작은 아이돌 그룹 운영 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였다.


“저도 투자할래요.”


헌서는 자신도 루어 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하겠다고 승권에게 제안했다. 몬스터를 잡아서 번 골드를 모아놓았고, 부모님이 남겨준 유산도 있었다.


“그건 네가 어른이 되어서 게이트에 들어갈 때 좋은 무기를 사는데 써야지.”


승권은 헌서의 돈을 끌어다 쓰는 것이 내키지 않는지 반대했다. 하지만 헌서의 의지는 확고했다.


“어차피 계속 돈 벌 건데요. 지금도 벌고 있잖아요.”


“하지만, 에이리프가 언제까지 활동할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네 돈을 투자하는 건...”


헌서는 단호하게 말했다.


“에이리프는 잘 될 거에요. 제가 그렇게 만들 거예요.”


그를 보고 다른 기회를 포기하고 합류한 멤버들이 있는 이상, 그들의 미래를 망칠 수는 없었다. 반드시 에이리프를 성공시키려고 마음먹었다.


“우린 해낼 거예요. 이런 멤버로 성공하지 못하면 말이 안 돼요.”


승권은 헌서의 결심을 깨닫고 결국 동의했다.


“그래. 알았다. 네 뜻대로 하자.”


헌서의 말대로 에이리프가 무사히 안정궤도에 올라서 활동한다면, 투자를 말린 자신이 오히려 잘못된 판단을 하는 걸 수도 있다.


“우리 한번 잘 해보자.”


승권도 이미 자신의 재산을 일부 투자했기에, 루어 엔터테인먼트는 승권과 헌서가 절반씩 지분을 가진 합작 회사가 되었다.


헌서와 승권이 투자했지만, 여전히 대형 제작사에 맞먹는 홍보와 앨범제작을 위한 비용을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승권은 투자자들을 만나서 루어 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하라고 설득했다.


“에이리프는 분명히 성공합니다. 반드시 뜰 겁니다.”


그러나, 워낙 아이돌 그룹의 성공은 아무도 예상하기 어려워서, 투자자들은 아직 데뷔도 하지 않은 에이리프에 투자하기를 망설였다.


“멤버들의 가능성은 인정하는데요, 아직 데뷔도 안 했고, 멤버 구성도 다섯 명뿐이라서 확신이 안 서네요.”


에이리프는 일반적인 그룹의 규모에 비해서는 소규모 인원이었다. 인원이 많으면 아무래도 다양한 대중의 취향과 선호를 반영할 수 있는데, 인원이 적으면 그만큼 각 멤버가 짊어지는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보컬 멤버가 3명뿐입니까? 이 멤버들로 노래가 되나요?”


“다섯 명으로 백댄서도 없이 무대에 서면 너무 휑하지 않을까요?”


“센터에 세울만한 비주얼 멤버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투자자들은 에이리프의 약점을 지적하며 투자 제안에 고개를 저었다.


그들의 우려는 일리가 있었다.

멤버가 5명뿐이니 운영 비용은 적게 들지만, 음악을 만들거나 안무를 짤 때 개인이 책임질 영역이 늘어났다.

무대가 비어 보이지 않도록 화려한 안무를 해야 하고, 힘든 춤을 추면서 뛰다 보면 잠시도 쉴 틈이 없이 자신이 노래할 순서가 돌아왔다.


“여기 너무 숨차서 노래를 못 하겠어요.”


연습하던 디영이 헉헉거리며 제자리에 멈췄다.


“저쪽 끝에서 이쪽 끝까지 달려와서 위치 바꾸고 곧바로 노래해야 하는데, 도저히 목소리가 안 나와요, 히이잉~”


온제가 들어오면서 각자 센터에 서는 시간이 약간씩 줄긴 했지만, 안무의 난이도가 올라가서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더 힘들어졌다.


“적은 인원으로 꽉찬 무대를 만들려면 대형을 자주 바꿔서 변화를 줘야 해.”


온제는 눈이 심심하지 않도록 기존의 널널한 안무를 쉴 새 없이 움직이도록 바꿨다.


“나 대신 지솔이 형이 앞에 몇 마디라도 불러 주면 안 돼요?”


디영이는 버거운 부분을 지솔이에게 넘기려고 했다.


“지솔이는 바로 다음에 나오잖아. 차라리 헌서가 부르는 게 낫지.”


“헌서는 바로 다음에 댄스브레이크가 나오는데? 헌서 파트가 계속 반복되잖아.”


“그럼 안무를 바꿔야 하나?”


분분한 의견에 온제가 난감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온제와 윌비는 노래를 거의 못 하고, 지솔은 어려운 부분을 도맡아 노래하니, 나머지 부분의 보컬은 디영과 헌서가 커버해야 했다. 그런데, 헌서는 그럭저럭 자신의 파트를 소화했지만, 디영은 긴 보컬 파트를 노래하며 춤을 추기에는 체력과 가창력이 딸렸다.


“보컬이 한 명 더 있으면 좋겠는데. 보컬 3명이 긴 노래를 다 부르는 건 무리에요.”


디영이 숨을 몰아쉬며 연습실 바닥에 벌러덩 누웠다.


보컬이 3명뿐이라 춤추면서 음정변화가 큰 멜로딕한 노래를 소화하기는 힘이 부쳤다.


투자자들에게서 보컬라인을 보강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들었기에 헌서도 생각하고 있었다.


“보컬 한 명 더 영입하면 어떨까요?”


헌서는 멤버들에게 에이리프에 합류할 만한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놀이공원에 출연한 보컬 멤버들 중에서 혹시 추천할 만한 사람 있어요?”


아예 모르는 사람보다는, 멤버들 모두 놀이공원에서 함께 합숙하며 겪어보고 옆에서 실력을 지켜봤던 참가자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영입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일유 형 어때요?”


디영이가 일유를 추천했다.

일유는 춤도 노래도 랩도 잘 하고, 아름다운 외모로 비주얼 센터로 적격이었다.

에이리프에 부족한 보컬과 비주얼 센터 멤버의 요건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놀이공원에서 늘 인기투표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개인 팬도 많아서 에이리프의 팬덤을 늘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파이널 라운드에서 함께 공연했던 6명 가운데 일유만 빠져있는데, 그까지 합류하면 모두 모이는 셈이었다.


“일유 좋지. 그런데 오려고 할까?”


다른 멤버는 모두 일유를 영입하자고 찬성하는데, 온제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가 에이리프에 합류하려고 할 때, 일유가 그를 말렸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일유도 아직 데뷔 소식 없으니까 연락은 해 봐.”


윌비도 찬성했다.


“내가 만나볼게요.”


헌서는 일유에게 메시지를 보내서 만나자고 했다.

그런데 읽긴 했는데 답장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일단 계속 연습을 진행했다.


연습을 마치고나서 헌서는 일유로부터 답장이 온 것을 발견했다.


[내가 따로 시간 내기가 애매해서 그런데, 나 일하는 곳으로 올래?]


헌서는 일유가 일하는 곳으로 찾아갔다.

그곳은 골목길 안쪽의 작은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이었다. 손님이 많지 않은 시간대라 일유와 이야기하기는 어려움이 없었다.


“아까는 점심시간이라 바빠서 답장을 바로 못 했어.”


일유는 앞치마를 두르고 카운터를 정리하며 헌서에게 인사했다.


“형, 여기서 일한 지 오래됐어요?”


“응. 예전부터 일하던 카페야.”


일유는 이곳에서 일한 지 2년째라고 했다.


“여기 사장님이 좋으셔서 내가 급한 일이나 소속사 스케줄로 시간을 바꿔도 뭐라고 하지 않으셔.”


급여는 많지 않지만, 아이돌 연습생을 병행하기에 시간 조정이 편해서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일유는 데뷔 전부터 비주얼과 실력으로 주목받는 연습생이라 당연히 회사로부터 지원을 잘 받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는 줄 몰랐다.

사실 집안에 여유가 있지 않으면 아이돌 연습생 생활도 만만치는 않다. 그래도 일유 정도 데뷔가 확실시 되는 연습생이면 회사에서 활동비를 지원받을 법도 한데, 일을 하고 있다니 의외였다.


“저, 온제 형이 우리랑 같이 데뷔한 거 알죠?”


“응. 너희 프리데뷔 무대 봤어. 잘하더라.”


일유는 에이리프의 동영상을 찾아봤다고 했다.


헌서는 일유에게 에이리프에 참여할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


“형도 아직 계약한 회사가 없으면 우리랑 같이 하면 어떨까 해서요.”


일유는 머뭇거리며 다소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제안해줘서 고마워. 그런데...”


그는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


“밝히기는 곤란한데 다른 회사하고 이야기 중이라서...”


“아니에요. 그럴 수 있죠.”


헌서는 오히려 일유가 솔직하게 의사를 밝혀줘서 좋았다.

일유가 미적거리며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마냥 기다려야 했을 텐데, 곧바로 대답해 주니 신속하게 다른 멤버를 접촉할 수 있다.


대화하면서 일유는 어딘가 정신이 다른 데 팔린 것처럼 멍한 표정이었다. 그는 종종 휴대폰을 보며 고민에 빠졌다.


“형, 혹시 무슨 걱정 있어요?”


헌서는 일유가 걱정되어서 물어보았다.

무슨 말 못 할 사정이 있는 건지 궁금했다.


“응? 아, 아버지가 수술 날짜가 잡혀서... 일 끝나고 바로 병원에 가야 해.”


일유는 아버지가 아프시다고 대답했다.


“그랬군요. 많이 편찮으세요?”


일유와 친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알 만큼은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버지가 아프신 줄은 몰랐다.

그래서 일하고 병원을 오가느라 바쁜 모양이었다.


“원래도 지병이 있으셨는데... 갑자기 심장 수술을 하게 되셨네.”


일유의 표정이 어두울 만했다.


“헌서야.”


그는 몇 번을 망설이다가 어렵게 입을 뗐다.


“혹시 돈 빌릴 만한 곳 있을까? 아버지 수술비가 모자랄 것 같아.”


일유는 물에 빠져 지푸라기라도 잡는 사람처럼 간절한 표정으로 헌서를 쳐다보았다.


“예?”


돈을 빌려달라는 말에 헌서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되물었다.

일유가 그 정도로 어려운 상황인 줄은 몰랐다.

하기야 아버지의 지병이 오래되었다면 일유 집안의 경제 사정이 안 좋을 거라는 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일유의 얼굴만 보면 고급스럽고 명품만 걸칠 것 같은 부티나는 얼굴이라서, 그의 집이 가난할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도웅이나 제빈이 못지 않은 금수저 집안일 것 같은 귀티나는 외모의 소유자인 일유가 가족의 병원비가 없어서 돈을 빌려야 할 정도라니.


일유가 돈에 민감한 것도 그의 사정을 알게 되니 이해가 갔다.

그가 버는 돈에 가족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이니, 성공이 절박할 수 밖에 없다. 조금이라도 실패할 가능성이 있어서는 안 되었다. 그러니 망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대형 기획사를 선택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지금 협의 중인 회사한테 계약금 받으면 바로 갚을게. 금방 갚을 수 있을 거야. 혹시 돈 빌려줄 만한 사람 소개시켜 줄 수 있어?”


아직 미성년자인 헌서에게까지 부탁하는 걸 보면, 일유의 사정이 어지간히 다급한 모양이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헌서는 일유의 상황이 십분 이해되었다. 수술비가 없어 아버지를 잃을지 모른다는 일유의 절박한 심정이 가슴에 와닿아서 남 일 같지 않았다.

헌서도 부모님을 살릴 수 있다면 일유처럼 뭐든 하려고 했을 터.


“제가 빌려드릴게요.”


헌서는 곧바로 입금해주겠다고 했다. 부모님의 유산을 탈탈 털어서 루어 엔터에 투자하긴 했지만, 그의 통장에는 얼마 전에 잡은 몬스터의 골드가 또 입금되어서 돈이 있었다.


“네가?”


시원스러운 헌서의 대답에 일유는 얼떨떨했다.

부모님이 안 계시고 고2인 헌서가 그렇게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니, 의외였다.


“저는 이미 루어 엔터하고 계약해서 계약금을 받았거든요.”


헌서는 대충 둘러대며 일유의 의심을 불식시켰다.


“얼마나 입금해드릴까요?”


일유는 그가 에이리프에 가는 것을 거절했는데, 헌서가 망설임없이 돈을 빌려주겠다니 감동했다. 그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입금해준다니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고마워, 헌서야. 꼭 갚을게.”


일유는 한결 편해진 얼굴로 거듭 고맙다고 감사인사를 했다.


헌서는 일유를 영입하는 것은 실패했지만, 그를 도울 수 있어서 뿌듯했다. 일유와 많은 접점은 없었지만, 그와 같이 공연하면서 그의 옆에 들러붙은 몬스터를 잡을 수 있어서 간접적으로 그의 덕을 본 것도 있었다.


‘만나보길 잘했네.’


그냥 전화로 물어보고 일유가 거절했으면, 일유가 이렇게 힘든 상황에 있는 줄은 모르고 지나갔을 것이다.


비록 일유를 영입하지는 못했지만, 헌서는 무겁지만은 않은 발걸음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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