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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1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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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아드레날린

DUMMY

도로시의 계정에 들어가서 남긴 글을 보면 악개라는 걸 금새 눈치챌 수 있었다.


[키도 작은 진후를 왜 광고 모델을 시키는 거야? 더스틴이 훨씬 낫지. 인기도 더 많고.]

[언제까지 더스틴이 리더라는 이유로 팀을 위해 희생해야 하지?]

[진후 팬들은 양심도 없네. 더스틴 욕해놓고 진후 응원해달라고?]

[진후 팬들이 먼저 시비 걸어놓고 더스틴 팬보고 악개라고 하는거 어이없네. 그 멤버에 그 팬이네.]


도로시는 더스틴이 나인티나인으로 데뷔해서 활동을 한 2년 내내, 더스틴이 그룹 때문에 피해를 보고 제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한다고 한탄하는 글을 지속적으로 올렸다.

다른 멤버 팬들이 더스틴을 이유 없이 억까한다는 피해의식이 가득한 글도 많았다. 그러면서 본인이 다른 멤버를 깎아내리는 걸 정당화했다.


그런데도 그의 계정에는 수만 명의 팔로워가 있었다.

도로시의 사진과 글을 인용해서 퍼뜨리는 팬이 많았다.

도로시가 더스틴을 지켜줘서 든든하다는 응원글도 있었다.


[도로시 님 덕분에 다른 멤버와 팬들이 더스틴을 만만하게 보지 못하는 거 같아요. 감사해요.]

[나는 오직 더스틴 편이에요. 도로시님처럼 더스틴만 보고 더스틴만 지킬 거예요.]

[도로시님이 아니었으면 더스틴이 이렇게 억울하게 당하고 있는 줄 아무도 몰랐을 거예요. 힘내세요.]


마치 사이비 종교의 광신도들을 보는 것처럼 어질어질했다.


‘나인티나인 멤버들과 스타웨이브 엔터도 상황이 이 정도로 심각하다는 걸 알 텐데.’


승권의 생각처럼 몬스터가 악개의 활동을 오히려 방조하는지도 모른다.


‘도대체 왜?’


몬스터는 악개가 팬덤의 분위기를 해친다는 걸 모르는 걸까? 알면서도 어떤 목적이 있어서 악개를 늘리는 것일 수도 있다.


나인티나인의 방송 순서가 되었다.


그들이 무대에 올라가자, 팬들이 각자 자신의 최애를 보며 소리질렀다.


“진후!”

“더스틴!”

“진후야!”

“더스틴 사랑해!”


마치 스포츠 팬이 스포츠 경기를 응원하는 것처럼 얼굴이 빨개져서 악을 썼다. 일반적인 팬이 자신의 최애를 보고 기뻐하는 것과 달리, 악개들은 자신이 미워하는 멤버를 째려보며 눈빛을 번득였다.


얼굴만 보고 누가 악개인지 짐작하기는 쉽지 않지만, 더스틴과 진후의 악개는 알아보기 어렵지 않았다. 그 정도로 노골적으로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서로를 혐오하는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장내의 분위기는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찼다. 마치 전쟁터처럼 음산하면서도 살벌한 기운이 가득했다.


‘뭐지? 이 느낌은?’


헌서는 헌터의 직감으로 몬스터가 가까이에 있다는 게 느껴졌다.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주의를 집중하니 몬스터가 활동하는 걸 알 수 있었다.

나인티나인 멤버 가운데 몬스터가 있는 게 분명했다.


‘어제는 왜 못 느꼈지?’


아마도 어제는 방송 첫날이라 에이리프의 퍼포먼스에 집중해서 몰랐던 모양이다. 하지만, 오늘 나인티나인과 그들의 팬을 보니, 몬스터가 인간의 호르몬을 흡입하기 위해 마각을 드러내는 걸 감지할 수 있었다.


“꺄아악!”


찢어질 듯한 함성과 함께 나인티나인이 퍼포먼스를 시작했다.


“더스틴!”

“진후야!”


나인티나인 팬들은 자신의 최애를 부르는 목소리가 상대보다 더 크도록 쉬지 않고 이름을 불렀다.

마치 기세로 패싸움을 하는 것처럼 서로의 기에 눌리지 않으려고 팽팽하게 맞섰다.


‘뭔가 있어.’


헌서는 방송현장에서 나인티나인에 숨은 몬스터와 악개들 사이에 교감이 이루어지는 걸 느꼈다. 악개들은 눈빛을 희번득거리며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듯이 신들린 사람처럼 계속 소리를 질렀다. 하도 열정적으로 소리쳐서 얼굴이 번들번들해지도록 땀에 젖을 정도였다.


나인티나인이 공연을 마치고 내려왔다. 멤버들은 숨을 헐떡이며 마이크를 벗었다.


“다음 순서는 에이리프입니다.”


무대에 오른 헌서는 객석을 바라보았다. 방금까지 광란에 빠져 길길이 뛰던 나인티나인의 악개들은 탈진한 것처럼 등을 기대고 조용히 앉아있었다. 조금 전의 결사적인 태도와 달리 우울하고 불행한 표정이었다. 스트레스와 짜증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반면에 에이리프의 팬들은 잔뜩 기대에 차서 행복한 눈빛을 반짝였다. 그들의 기운 덕분인지 장내의 공기가 바뀐 것 같았다. 조금 전의 싸늘한 느낌 대신, 훈훈하고 따듯한 열기가 느껴졌다.


‘신기하네. 그냥 내 느낌이겠지?’


헌서는 바뀐 분위기가 몸의 감각으로 느껴지는 게 신기했다.

팬의 환호에 답하며 자신의 퍼포먼스에 집중했다.


“에이리프 사랑해!”

“너무 좋다.”

“에이리프 덕분에 하루하루가 즐거워.”


에이리프의 팬은 공연 후에 여전히 긴장되고 날이 서있는 나인티나인의 팬과 달리 공연이 끝나고 기쁘고 나른한 표정이었다.

양측 팬이 느끼는 감정이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무대를 마치고 내려온 헌서는 승권에게 조금 전 일을 이야기했다.


“나인티나인 공연 중에 몬스터가 활동하는 게 느껴졌다고?”


“설명할 수 없지만, 그냥 알겠더라고요.”


승권은 헌서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게 맞을 거라고 했다. 헌터들은 일반인과 다르게 아주 정확하지는 않아도 몬스터를 육감으로 미세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


“공연 중에 팬하고 교감하면서 뭔가 하는 것 같았어요.”


“음, 충분히 가능성 있어.”


승권은 몬스터들은 페로몬으로 교신을 하기 때문에 팬과도 그렇게 뭔가 일을 꾸밀 수 있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인간은 페로몬으로 교신하지 못하잖아요?”


“인간도 페로몬처럼 호르몬을 체외로 분비해. 그걸 감지하고 인식할 능력이 없을 뿐이지.”


인간이 체내에 분비한 다양한 호르몬은 여러 경로로 체외로 배출된다. 인간은 그것을 인지하는 감각이 발달하지 못해서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몬스터는 그것을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있었다. 강아지나 고양이같은 동물들이 냄새로 상대를 인지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인간이 흘린 땀과 호흡, 분비물에는 소량의 호르몬이 들어 있어. 몬스터는 그걸 감지할 수 있을지도 몰라.”


“아하...”


헌서는 자신이 보았던 장면을 떠올렸다. 땀을 뻘뻘 흘리며 응원하던 나인티나인의 팬들의 모습이었다. 그들이 흘린 땀에 들어 있는 호르몬을 몬스터가 섭취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몬스터에게는 페로몬 감지 능력이 있어서 공기중의 소량의 호르몬도 흡입할 수 있을 터.


“몬스터가 열성 팬으로부터 호르몬을 섭취하나 봐요.”


헌서의 설명에 승권도 동의했다.


“흠... 일리 있는 가설이야.”


몬스터가 직접 흡혈해서 호르몬을 섭취할 수도 있지만, 공연하면서 팬들이 분비한 땀과 호흡에서 호르몬을 섭취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어째서 몬스터가 일반 팬이 아니라 악개를 선호하고 그들의 활동을 조장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없었다.


“악개하고 일반 팬하고 다른 뭔가가 있는 건가요?”


“그러게. 왜 몬스터가 일반 팬보다 악개를 좋아할까?”


악개가 열성팬이라서 선호한다기에는, 전체 팬덤의 성장에는 악영향을 미치니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승권은 이마를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최근에 게이트 안의 몬스터들의 전투력이 전보다 늘었어. 그것과 연관이 있으려나?”


요즘 들어 게이트 안의 몬스터들의 공격이 더욱 거세졌다고 한다. 전보다 더 거칠고 사납게 돌진하고 물어뜯는다고 했다.


나인티나인에 악개가 늘어난 것과 몬스터의 전투력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지도 모른다.


“나인티나인의 몬스터가 악개에게서 흡입한 호르몬을 게이트 안의 몬스터에게 보내면, 몬스터들이 전투력을 높이는 데 그 호르몬을 활용하겠지. 분명히 악개의 호르몬이 몬스터의 전투력과 관련이 있어. 그러니까 나인티나인의 몬스터가 악개를 일부러 양성하겠지.”


일반적으로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에게서는 엔돌핀, 세로토닌, 옥시토신 등 행복 호르몬이 분비된다. 아이돌만이 아니라 귀여운 동물이나 아기를 봐도 그런 호르몬이 생성된다.

그런데, 악개에게는 일반 팬에게서 생성되는 호르몬 외에 다른 호르몬이 생성되는 모양이다. 의학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지만, 악개와 팬이 느끼는 감정이 다르니, 분비되는 호르몬도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에이리프와 나인티나인이 공연할 때 공기가 달랐어요.”


헌서는 승권에게 에이리프를 좋아하는 팬과 나인티나인의 악개가 뿜어내는 기운이 달랐던 것을 상기시켰다.


“두 집단이 방출한 호르몬이 달라서 그랬나봐요.”


“그렇다 해도 네가 그걸 느꼈다고? 사람이 호르몬을 느낄 수 있어?”


승권이 고개를 갸웃했다. 사람은 몬스터와 달리 페로몬을 감지하고 교신하는 능력이 없다. 헌서가 몬스터처럼 호르몬을 감지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음... 확실하지는 않은데...”


헌서는 말끝을 흐렸다. 자신의 기분상 느낌일 뿐, 진짜 그랬다고 확언할 수는 없었다.


“어쨌든 헌터연구소에 의뢰해서 조사해 볼게.”


승권은 몬스터의 체내의 호르몬 변화를 분석하고, 악개와의 관련성이 있을지 추적하겠다고 했다.


그날 밤, 승권이 헌서에게 헌터연구소에서 온 분석결과를 전달했다.


“몬스터가 악개를 선호하는 이유를 찾은 것 같아.”


연구소의 몬스터 분석 결과를 알려주었다.


“최근에 무차별적으로 헌터에게 돌격해서 공격한 몬스터를 잡아서 혈액을 검사한 건데, 아드레날린이 다량으로 검출되었어.”


아드레날린은 혈관을 확장시켜서 평소에 보기 힘든 강력한 힘을 쓸 수 있게 만드는 호르몬이다.

공포나 분노, 스트레스를 느끼면 분비되어서, 전쟁이나 재난상황, 익스트림 스포츠처럼 극한의 상황에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괴력을 발휘하게 만든다.


“아드레날린 때문에 몬스터들이 더 힘이 세지고 공격성이 증가한 거였어.”


“나인티나인에 있는 몬스터가 게이트 안의 몬스터에게 아드레날린을 전달했을 수도 있겠네요?”


“그렇지. 만약 그렇다면 몬스터가 악개를 선호하는 것도 설명돼. 악개는 싫어하는 멤버로 인해서 분노와 증오의 감정을 느끼고, 그러면 뇌에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될 테니까.”


나인티나인에 있는 몬스터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멤버들 탓을 하며 악개를 늘리면, 악개는 다른 멤버를 증오하며 아드레날린을 분비하고, 몬스터는 공연장에서 그들이 분비한 아드레날린을 흡수해서 게이트 안의 몬스터에게 전달해서 더 공격적으로 만드는 메카니즘인 것이다.


악개가 많아질수록, 악개가 타멤을 증오할수록, 게이트 내부의 몬스터의 힘이 강력해진다. 그래서 몬스터가 악개를 늘리는 데 힘써왔던 것이다.


“그렇다면 역시 더스틴이나 진후가 몬스터겠네요.”


나인티나인에서 가장 인기가 많고 악개가 많은 더스틴과 진후가 몬스터일 가능성이 컸다.


“그럴지도. 다음번 스케줄이 겹칠 때 좀 더 알아보자.”


점점 몬스터의 실체에 다가가는 느낌이었다.


다음날에는 디영이의 생일 축하 라이브 방송이 있었다.

주인공인 디영이가 가운데에 앉고 미강이는 맨 끝에 앉고, 그 둘 사이에 헌서와 일유가 앉았다.


은이사는 디영이와 미강이에게 다시 한번 당부했다.


“장난치지 말고, 진지하게 해. 선 넘지 말고.”


헌서도 그들에게 미리 사인을 정해서 알려주었다.


“디영아. 내가 ‘잠시 댓글을 읽고 소통해 볼까요?’하면 그만 말하라는 뜻이야. 미강이형, 내가 어깨를 잡으면 그만 하고 다음 주제로 넘어가자는 거예요.”


디영이가 찡긋 윙크를 하며 대답했다.


“알았어, 헌서 형. 오늘은 싸우지 말자, 미강이 형.”


“네가 나한테 개기지 않으면 싸울 일이 없지.”


미강이가 입을 비죽거리자, 디영이가 쯧쯧 혀를 차며 검지손가락을 세워서 흔들었다.


“혼난다, 형.”


은이사의 말은 귓전으로 흘려듣고, 여전히 서로를 갈구며 장난치는 두 사람을 보면서, 헌서는 오늘 방송도 험난하겠다 싶어서 이마를 짚었다.

다른 멤버들도 도와주긴 하지만, 미강이와 디영이가 오버해서 싸우는 것처럼 보이지 않게 제지하는 건 일차적으로 리더인 헌서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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