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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고 님의 서재입니다.

개방 상거지 헌터가 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마치고
작품등록일 :
2020.10.20 09:01
최근연재일 :
2020.10.27 14:15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7,529
추천수 :
168
글자수 :
62,102

작성
20.10.2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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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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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 개방거지 공청

DUMMY

[1] 개방거지 공청



[휘비적~ 휘비적]


[끙~]


‘에잉, 쉽게 나오지 않는구나'


코 파는 젊은 거지, 누더기 같은 옷에, 머리는 제멋대로 비죽비죽, 얼굴 곳곳에 때 구정물이 말라붙어 이목구비를 알아보기 어렵게 하였으나, 자세히 보면, 수려한 눈썹과 눈, 오똑하고 단정한 코, 입매무새 까지 비율이 좋은 잘생긴 얼굴이었다.


'엇... 쩐득쩐득한 감촉...그렇지 이 느낌이지~켈켈’


한동안 콧구멍 깊이 휘젓던 손가락은 순간 조심조심 멈추었다.


“브텅따”


콧구멍에 손가락을 넣은 채, 신이나 입 밖으로 낸 소리여서, 발음이 뭉개졌다.


멈췄던 손가락은 천천히 미세한 각도를 만들며, 흔들림이 없이 콧구멍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흐흐흐흐, 나온다. 나온다”


손가락에 풀처럼 붙은 찐득한 코딱지를 시작으로 딱딱하고 물렁한 길다란 코딱지가 길게 늘어져 나왔다.


“월척이로세”


[따닥 따닥]


곧 조그마한 돌 부스러기가 희희낙락하는 젊은 거지의 이마를 두 번 두드렸다.


“쯧쯧, 해괴한 짓거리가 줄기는커녕, 날이 갈수록 심해지니 심히 걱정이로다.”


팔에 턱을 괴어 옆으로 늘어져 있는 꼬장꼬장 마르고 자그마한 덩치의 늙은 거지,


홀쭉한 볼에, 굽은 코, 눈은 부리부리하며, 미간에 깊이 패인 주름은 성정을 대변하듯, 젊은 거지를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헤헤헤, 다 스승님 덕분입니다요”


“땍! 이런 모자란 놈을 보았느냐. 그런 소리, 두 번 다신 입 밖으로 내지 말거라.”


“헤헤헤헤”


“케헴, 그러고 보니 허기가 지는구나~ 뭐든 요깃거리 좀 가져오너라”


늙은 거지는 제 할 말만 하곤, 슬그머니 뒤로 돌아누웠다.


“헤헤헤 스승님, 벌써 허기가 지십니까요?”


젊은 거지는, 분명 방금 전에 식사를 끝낸 늙은 거지에게 반문했지만, 답이 없었다. 하지만, 젊은 거지는 무엇 때문에 스승이 다시 요깃거리를 찾는지 알고 있었다.


늙은 거지는 먹을거리가 개고기가 아니면 좀처럼 반기지 않는 고약한 식성을 가진 개방의 전대 방주였는데, 방금 전 식사는 고깃거리 없는 그런 식사여서 다시 준비하라는 것이었다.


[에휴~]


젊은 거지는 손가락에 주렁주렁 매달린 찐득한 코딱지를 대충 바지에 문지르곤,


동굴을 나오며 허리를 쭉 펴곤, 건들건들 팔자걸음을 하며 궁시렁거렸다.


“으이그 어디서 개를 잡나~ 이 근방엔 씨가 말랐는데 ..그냥 대충 드시지~”


“옛끼놈~ 내 너를 어찌 키웠더냐~ ..”


궁시렁 거림을 그대로 들었음이다.


“아이쿠 스승님 알다 마다요~ 얼른 다녀오겠습니다요”


젊은 거지는 움찔거린 채 얼른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피하였다.


곧, 귀에 피딱지가 날만큼 들었던 옛 이야기 타령을 들어야 했기에 급히 자리를 내 뺀 것이었다.


젊은 거지의 발걸음은, 낭떨어지에 난 동굴을 뒤로하고, 쏜살같이 절벽을 시원스레 밟으며 쭉쭉 뻗으며 올라갔다.


자리를 내 뺀, 젊은 거지는 죽을 운명으로 태어난 자로,


늙은 거지인, 전대 개방 방주 덕으로 숨을 붙여, 그 인연으로 방주의 손에 키워지며 자연스레 제자가 된 자였다.


...


늙은 거지, 개방 전대 방주 구구개 이위자,


그는, 누은 채, 동굴 벽에 미세하게 흘러나오는 연한 붉은기운을 무심히 바라보다,


곧, 누웠던 몸을 꼿꼿이 일으켜 세월이 묻어난 손으로 기운이 흘러나오는 벽을 쓸었다.


벽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실오라기처럼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오래되었다. 내일이면 공청이 모든 것을 흡수하겠구나.’


“클클클. 그러고보니 붉은 양기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오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여년이 지났구나”


“애썼다. 내일로 안녕인게야, 끌끌”


희미한 양기가 겨우 남은 초라한 벽을 보고 하는 말이었으나, 실은 20년간 애쓴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전대 방주 구구개는 제자 공청을 처음 만났을 때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인적 없는 산속, 아기 울음소리를 듣곤 홀린 듯 다가가 공청을 처음 만났다.


푸른 기운이 온몸에 넘쳐나는 아기는 그 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곧 숨이 멎을 듯 울음소리가 점점 줄어들었고, 아기를 낳은 어미는 이미 숨을 거두었는지 미동도 없었다.


아기 어미의 복색은 이질적인 것이 나중에야 인근 고려의 복색임을 알게 되었다.


처음 보는 극음의 신체, 곧 요절할 것이 분명한 핏덩이 아기였다.


허나 천운이었던가, 자신이 발견한 극양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벽이 있는 동굴, 그곳이라면 아기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자신은 방주의 직을 직전제자에게 넘기고 남은 여생, 그 미지의 힘을 탐하기 위해 동굴로 향하던 길이 아닌가.


모든 무림인이 그러하듯, 가슴 깊이 무에 대한 욕망이 올라왔지만, 그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자신이 갈무리 할 수 없는 극양의 기운.


이는 꼭 아기를 위해, 안배를 한 운명 같은, 그런 상황이라 여겨지는 것이었다.


자신의 시대는 이미 저물었으며 노욕이었다.


그렇게, 공청은 구구개를 만나 천운으로 삶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이름은 구구개가 지어준 것으로, 청의 기운을 담았다 하여 공청이라 지었다.


...


스승의 타령 앞에, 질색하며 내빼던 공청의 눈은, 어느새 안광이 번득이며 사방을 훑으며 산을 내려갔다.


내려가는 중, 깊은 산중이라 혹시라도 노루나 맷돼지를 잡으면 개고기를 대신할 요량이었다.


타고난 극음의 체질에 옥현귀진현공으로 극양의 기운을 20년 갈무리 하였으니 내공에 있어선 후기지수중 독보적인 수준이었고,


내공을 펼쳐 낼 타구봉법도 구결과 초식을 막힘없이 펼쳐낼 수준이 되어있었다.


그래서인지, 공청은 이 세상, 스승 외에는 겁 없는 천둥벌거숭이 같은 정신상태였다.


그런 공청이었기에, 산을 내려가며 펼쳐내는 보법인 취팔선보는 빠름을 중시하는 보법이 아님에도, 넘쳐나는 내공을 낭비하듯, 호쾌하며 쾌속으로 운용하였다.


공청은 한 시진을 내리 달렸다.


‘젠장, 노루는커녕 그 흔한 토깽이 새끼마저 코빼기도 안 보이는구나.’


공청은 마을 어귀에 다 달아선 내지르던 속도를 줄였다.


이목을 끌어 좋을 것 없고, 마을에서 미친놈 마냥, 뛰어다닐 순 없는 법,


곧, 허리에 둘러맨 천을 풀어 머리에서 어깨까지 비스듬히 걸치곤, 흐느적거리며 마을로 들어섰다.


공청은 주변을 둘러보며 고개를 좌우로 주억거렸다.


거지를 찾는 것이었다.


곧 얼마 지나지 않아 공청을 보곤 슬금슬금 피하는 거지를 찾았다.


“으~이!”


어눌하고 미적지근한 공청의 외침이었다.


길 가는 이들은 공청을 한번 힐끗거릴 뿐, 곧 관심을 끄고 제 갈 길을 갔지만, 자리를 피하던 거지는 걸렷다는 듯 멈칫 거리며 돌아섰다.


그 거지의 표정은 누가 시킨 듯 해맑았다.


“아이구~ 아이구~ 성님 오셨네~ 헤헤헤”


거지는 누가 보더라도 공청보다 나이가 많아 보였지만 능글맞게 공청을 성님이라 불렀다.


공청은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거리며 바닥에 가래침을 캬악 하고 뱉었다.


“끌끌, 왔지 왔어, 오늘은 개만 잡고 갈 거야~ 알아서 준비해”


...


[천하제일 개잡놈은 구구개 이위자로 나는 그 발 끝에도 미치지 못함이로다.]


뒷골목에서 삥이나 뜯던 삼류건달이, 포박되어 조리돌림 당할 때 한 말이었다.


공청은 어려서부터 구구개의 손에 자라, 하는 행태가 하나하나 아주 제멋대로인 구구개 판박이였다.


그런 구구개를 빼닮은 공청은 이곳 마을에 수시로 나타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으면 포악질을 일삼으니, 수 많은 거지들 사이에 개차반으로 유명하였는데, 그 중 대표적인 행패가, 개를 잡아 오라는 것이었다.


“성님 아이고 말도 마셔~ 누구 덕으로 이젠 개새끼 씨가 말라서 더 이상 키우는 집이 없으요~”


“어허 아직 있잖아~ 저기 감나무집 위로 개새끼 짖는 소리를 같이 듣지 않았던가 으잉”


양 눈썹을 일그리며 공청은 곧바로, 자신의 대가리를 거지 가슴팍에 팍 밀어붙였다.


이곳, 거지들 사이에서는, 포악질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로 유명하였다.


거지는 이런 일이 일상이라는 듯 가슴을 튕겨 공청의 머리를 떨쳐냈다.


이 거지는 다른 보통의 거지완 다르게, 공청과 어느 정도 밀고 당기기를 할 줄 아는 거지였던 것이다.


“아따, 성님 그 집이 어딘지 모른다요? 백리세가요 백리세가, 그 담벼락을 어찌 넘으려 그려요”


“개가 없으니 그런 것 아닌가, 여까졍 내려와 그냥 돌아가면 거 알지 않능가”


“성님이야 날고 재빨라 별 일이야 있겠냐마는, 나는 그 개방도도 아니고 그냥 진짜 상거지 아닙니까요. 그랬다간, 난 그냥 죽은 목숨입니다요....”


[카악 퉤]


“에이 쉬벌 ~ 죽긴 뭘 죽어, 글고 나라고 좋아서 이러냐, 거기 말곤 개가 없잖혀 산짐승이라도 잡아 갈랬는데 겨울이라 그런지 코빼기도 안보이고 나보고 어쩌란 말이야”


‘아니 그걸 왜 나한테 따져, 이 미친놈이~’


거지는 속마음을 내색치 않고 비굴한 표정으로 애원했다.


“그럼 성님 혼자 하시고~ 나좀 살려주시오~”


공청은 한손에 든 말라비틀어진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한 지팡이를 만지작 거리며 거지를 노려보았다.


“어디보자~”


그러자 거지는 눈동자를 크게 내며 역정을 팍 내었다.


“아따 성님! 내가 개새끼여~ 왜 몽둥이 들고 날 노려보고 그려요!”


“켈켈켈, 요 지팡이가 자네 엉덩짝이 궁금하다니, 내 말리고 있음이야”


거지는 울상이 되었다.


“그게 아니고 진짜로 나보고 어쩌라고 그럽니까요”


“아따 이놈아! 네놈은 백리세가 입구에서 구걸만 하면 되지 않냐~ 여튼 개새끼는 내 알아서 채갈 것이야”


“여기 마을서 개가 사라지면 성님하고 나하고 첫 번째로 의심받을 것인디, 성님이야 그런적 없다고 딱 잡아 때고 모른척하면 그만이지만 난 백리세가엔 뻗댈 자신이 없으야”


“그람 자네 그냥 개방에 들어오게, 내 연줄을 놓아줄터이니~”


“개방에 가입하면 진짜 거지가 되는 건데, 마지막 남은 나의 자존심으로 그건 힘듭니다요”


거지가 자존심을 핑계 삼아 거절하였지만, 실상은 개방거지의 엄격한 규율 때문에 가입을 거절하는 것이었다.


‘잡놈의 새끼, 누구 좋으라고 가입하라는겨’


그리고 결정적으로 여기는 국경의 경계가 불문명한 각 국의 완충지로 개방의 힘이 전혀 미치지 못하는 곳이어서, 거지에게는 가입에 따른 실만 있지 아무런 득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도 저것도 싫으면 알아서 개 한 마리만 가져와”


“시부럴~”


“지금 나 들으라 욕한거야?”


“아니 성님! 어디든 개새끼가 남아 있음 진즉에 거기로 갔겠지라, 이젠 백리세가 말곤 씨가 말랐다니깐요”


“켈켈켈, 일단 맞고 시작하자”


“자~ 잠깐”


“할텨?”


거지는 자리에 쭈구리고 않아 한숨을 푹 쉬고는, 낮고 진득한 목소리로 공청을 불렀다.


“성님~ ”


공청은 뜸들이지 말고 말하라 눈치를 줬다.


[크흠~ 카악 퉤~]


공청의 가래침보다 더 껄쭉한 침이 바닥에 붙었다.


“오리는 구할 수 있을 것 같는디, 오리는 안 되남요”


“으흐~ 안될 거야 있나~ 그런데 영감이 다른 고기는 영 내켜하지 않고~”


[캬악~ 퉤~]


공청도 지팡이에 기대어 마주 쭈굴 치고 앉았다.


“여기까졍 내가 내려와서 오리나 가져가려니 영 억울해서 그러제~ 내 일럴줄 알았다면 장백을 넘어 고려마을에 가서 개를 잡았지~”


[카악~ 퉤~]


“에휴, 두... 두 마리”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99 다오랑
    작성일
    20.11.11 11:09
    No. 1

    ^작가님 추천 꾹! 건필 파이팅^^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물물방울
    작성일
    20.11.29 05:45
    No. 2

    늦었지만 연재시작을 축하합니다. 고려와 송은 국경일 맞댄 적이 없는데. 뭐 소설이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러려니하고 읽어야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마치고
    작성일
    20.11.29 11:12
    No. 3

    몰입에 방해 될 수 있겠습니다. ㅎㅎ
    정리되는데로 설정 수정해보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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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 감독관 공청 +1 20.10.27 208 4 11쪽
13 [13] 헌터관리청 +1 20.10.26 212 4 9쪽
12 [12] 돌아온 공청 +2 20.10.25 223 5 8쪽
11 [11] 돌아온 공청 +2 20.10.24 228 6 8쪽
10 [10] 최상급 마물 +2 20.10.23 238 4 12쪽
9 [9] 최상급 마물 +2 20.10.23 235 5 10쪽
8 [8] 만정산으로 +2 20.10.21 237 5 10쪽
7 [7] 만정산으로 +4 20.10.21 254 5 9쪽
6 [6] 만정산으로 +4 20.10.21 284 7 9쪽
5 [5] 제우스의 방패 +2 20.10.20 337 9 9쪽
4 [4] 제우스의 방패 +2 20.10.20 396 10 13쪽
3 [3] 공청과 개장국 +2 20.10.20 459 11 10쪽
2 [2] 현대로 넘어온 공청 +2 20.10.20 539 12 9쪽
» [1] 개방거지 공청 +3 20.10.20 698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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