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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말파이브 님의 서재입니다.

넷플릭스용 미드를 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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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노말파이브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3
최근연재일 :
2021.06.1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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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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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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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꼭두각시놀음 + 메들린의 기억

DUMMY

-릴리의 증언 직후, 찰스 브레이어 판사실-


해리가 브레이어 판사실로 들어섰다.

“해리 스미스 씨? 여긴.”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해리는 브레이어 판사의 말을 자르고 양복 속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일라이자 핸더슨 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해리 스미스입니다. 브레이어 판사님 사무실로 지금 바로 오세요.”

“네?”


뚜 뚜 뚜.


해리는 근엄한 표정으로 비스듬하게 서서 브레이어 판사를 바라봤다.


“판사님 실례했습니다. 핸더슨 검사는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필립 에커튼 변호사를 불러 주시겠습니까?”


해리는 기세등등한 목소리로 정중히 브레이어 판사에게 명령했다.



-5분 후, 브레이어 판사실-


“재판장님? 무슨 일로······ 스미스 씨?”


에커튼 변호사가 판사실로 들어서다가 해리를 보고 놀라서 물었다.


“제가 변호사님을 불러 달라고 했습니다.”


“스미스 씨? 이제 말씀 해 주시죠. 대체 무슨 일입니까? 스미스 씨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매우 부적절한 일이라는 건 잘 알고 계시죠?”


소파의 상석에 앉아 있는 브레이어 판사가 말했다.


“증거가 있습니다.”


해리는 문 앞에 서 있는 에커튼 변호사를 마주 보는 소파에 앉아 짐짓 여유 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증거가 있다면 검사님께 넘길 일이지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매우 특별한 증거물이기에 그럴 수 없었습니다. 에커튼 변호사님? 여기 앉으시죠.”


해리가 맞은편 소파에 앉아 있는 핸더슨 검사의 옆자리를 권했다.


“스미스 씨? 지금은 휴정 중이니 검사님께 증거물에 대해 말씀하세요. 다들 법정으로 가시죠.”


“‘기억’입니다.”


“다들 기억을 증언하고 있어요. 스미스 씨.”


핸더슨 검사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피해자 메들린 멕기니의 아버지는 제 사위인 프랭크 멕기니입니다. 그는 컴퍼니 에잇의 수석 연구원이기도 해요. 프랭크는 딸의 기억을 저장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볼 수도 있죠.”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요?”


에커튼 변호사는 여전히 선 채로 핏대를 세웠다.


“내가 당신에게 헛소리나 할 사람으로 보입니까?”


편안한 표정의 해리가 에커튼 변호사를 바라봤다.


“난 변호사요. 그런 사람을 수도 없이 봐 왔지.”


“난 지금 이 자리에서 당신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는 겁니다.”


“기회?”


“에커튼 변호사님은 돈을 좋아하시지요?”


“돈 싫어하는 사람이 있소?”


“다른 두 분은 어떠세요? 당장은 아니더라도 미래에 하실 큰일을 생각하신다면 넉넉한 자금이 필요하시지 않겠습니까? 오늘 재판이 끝나고 다음 재판이 시작될 때까지 컴퍼니 에잇의 주식을 사실 수 있을 만큼 사세요. 이 기술은 다음 재판에서 세상에 공개되고, 곧 판매 될 예정입니다. 이 기술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여기 있는 사람들과 제 아내, 릴리 프랭키, 그리고 프랭크 멕기니 뿐입니다.”


“스미스 씨. 당신 말대로 기억을 저장하고 볼 수 있는 기술을 컴퍼니 에잇에서 개발 중이고, 곧 시중에 판매 될 예정이라면······ 당신은 지금 컴퍼니 에잇의 내부 정보를 이용해서 우리에게 청탁을 하고 있는 겁니다.”


브레이어 판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바로 그겁니다. 검사님 나를 기소하세요. 그리고 나의 재판에서 지금 이 자리의 ‘기억’을 공개 할 겁니다.”


“뭐라는 거요? 당신 기억도 저장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그럼 지금 당장 보여 주면 되겠네.”


에커튼 변호사는 해리를 몰아붙이면서 슬그머니 좀 전에 해리가 권한 소파에 앉았다.


“찰스 브레이어 판사님! 일라이자 핸더슨 검사님! 내 아내가 그러더군요. 법조인들은 명예를 중시하는 사람들이라 그들을 설득해서 기억을 증거로 인정받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을 거라고 말예요. 역사적으로 길이길이 회자될 판결의 악역을 원하는 판사나 검사는 없을 거라고요. 그래요, 볼 수 있는 ‘기억’이 증거로 채택된 적은 없었죠. 그렇다면 ‘처음’으로 ‘기억’이 법정에서 공개 될 이번 재판에서 주인공이 되어 보시면 어떻겠습니까?”


“스핑크스의 수수께끼? ······ 정말 존재해요? 멕기니 양의 기억이?”


핸더슨 검사가 경직된 얼굴로 물었다.


“맞아요, 핸더슨 검사님. 메들린의 기억은 분명히 저장되어 있습니다. 제 제안을 거절하셔도 기억을 보실 순 있을 겁니다. 물론, 저의 재판에서 지금 이 자리의 기억을 보시게 되겠지만요. 그 재판을 주재하는 판사는 아마도 브레이어 판사님이 아니시겠죠? 판사님? 인류의 역사에 각인 될 재판을 무시해버린 판사가 아니라, ‘처음’이 되어 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브레이어 판사가 넋 나간 표정으로 안경을 밀어 올리며 침을 꿀꺽 삼켰다.


“프랭크 멕기니는 당신들이 이 기술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검사님께서는 프랭크를 다음 재판의 증인으로 신청해 주세요. 그리고 여러분들께서는 프랭크를 압박하셔서 제 손녀의 기억을 법정에서 공개하게 만들어 주시면 됩니다. 저는 여러분들께서 걱정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다. 공개하게 만드시되, 그 기억이 사실인지 조작인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시간을 들여 검증하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물론, 지금도 믿지 못하고 계신다는 걸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해리는 지금 이들의 두뇌가 만들어 내고 있을 장밋빛 미래가 훤히 보였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이들도 당분간은 쉽게 잠들지 못 하리라.


“자! 이제 저는 법정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브레이어 판사님, 핸더슨 검사님. 여러분은 길이길이 기억될 역사적인 재판의 판사와 검사가 되시는 겁니다. 그리고 에커튼 변호사님은 계산이 빠르시니 잘 아시겠죠? 당신의 역할이 가장 중요합니다. 프랭크를 자극해 주세요. 그동안 재판에서 해 오셨던 대로 말이죠.”


해리는 이들이 상의할 시간을 주기 위해 출입문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문을 열었을 때, 에커튼 변호사가 물었다.


“당신은 뭘 얻게 되는 거요?”


해리가 돌아서서 말했다.


“정의.”


다시 돌아선 해리가 문을 닫고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완벽한······.”


해리의 얼굴에 서서히 미소가 번졌다.




2029년 5월 22일 화요일, 61일째.


-현재, 2호 법정-


암막이 내려진 어두운 법정은 고요했다. 조금 전의 소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물론 모두가 스크린을 주목하고 있었다. 추리영화의 트릭을 찾아내려 신경을 곤두세운 관객들처럼.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함께 영상이 스크린에 나타났다. 차 안에서 찍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영상엔 언덕 정상 부근에 위치한 오아시스 아파트가 보였다. 눈치 빠른 몇몇은 놀란 듯, 오아시스 아파트가 아니냐며 수근거렸다. 그럴만했다. 아파트는 불에 타기 전의 온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니까.


“여기야?”


앳된 소녀의 목소리, 곧바로 제임스의 얼굴이 보였다.


“응. 왼쪽 건물.”


67년식 머스탱은 오아시스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주차를 마친 제임스와 모습이 보이지 않는 소녀는 차에서 내려 나란히 걸었다. 엘리베이터 앞에선 소녀가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몇 층이야?”

“오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사람들의 탄성이 법정을 가득 메웠다. 엘리베이터 내부에는 정방형의 거울이 달려 있고, 마침내 메들린의 모습이 보였다. 기억 속 메들린은 거울에 바짝 붙어 손가락으로 눈썹을 치켜 세우고 있었다. 제임스는 메들린을 뒤에서 안았다.


메들린을 관찰하는 사람들은 카메라가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찾고 있었다. ‘저 청자켓의 단추에 숨겨져 있나?’, ‘저 목거리의 펜던트가 수상해.’, ‘폴로 티 단추?’, ‘머리띤가?’. 그때 눈썹을 매만지던 메들린이 여러 번 눈을 감았다 떴다. 동시에 법정은 찰나의 순간순간에 암흑에 빠졌다. 몇몇은 진짜 기억일지도 모른다고 생각 했다.


띠 띠띠 띠.

띠리링.


506호 앞에 선 제임스가 비밀번호를 눌러 문을 열었다. 집 안에 가득 들어찬 연기가 저질스런 가사에 비트가 세련된 최신 유행의 힙합 음악과 함께 아파트 복도로 쏟아져 나왔다.


“왔냐?”


재판과정에서 묘사된 집 안의 광경이 자욱한 연기 속에 모습을 드러냈다. 거실 양 쪽에 놓여 있는 소파, 그 가운데 놓인 탁자. 벽 쪽에 붙어 있는 소파엔 오스틴과 릴리가 꼭 붙어 앉아 대마초를 피우고 있었다.


“얼마나 피워 덴 거야?”

“두 개째. 냉장고에 술 있어.”


메들린은 그들의 건너편 소파에 앉았다. 흑갈색 인조가죽 소파는 곳곳이 헤져 거미줄 같은 속살을 드러냈다.


“안녕 이쁜이.”

“안녕. 여기 더럽다.”


메들린은 거실 바닥에 굴러다니는 쓰레기들을 훑어보며 말했다.


“신경 쓰지 마. 한 대 말아줄까?”

“아냐 난 됐어. 누구야?”

“여긴 릴리. 저긴 메들린.”

“안녕.”


릴리는 메들린 쪽으로 길게 연기를 내뱉으며 손을 흔들었다.


연인들은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웃음소리와 흥겨운 분위기, 탁자 위에 쌓여가는 맥주캔들. 빠지지 않는 연기는 흰 커튼을 거쳐 거실을 비추는 태양 빛에 물들어 느릿느릿 부유했다. 어느새 대화는 끊어지고, 양 소파의 커플들은 서로를 애무하기에 바빴다. 메들린은 슬쩍, 헐떡이기 시작한 건너편 커플을 훔쳐봤다. 제임스는 메들린을 앞으로 누이고 머리칼을 만지며 사랑스런 눈길을 보내다 다시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메들린은 눈을 감았다.

한동안 거친 신음소리와 쪽쪽이는 소리만이 암흑 속의 법정을 울렸다. 다시 메들린이 눈을 떴을 때, 그녀는 그녀의 미니스커트와 무릎 사이에 걸린 흰 팬티를 발견했다. 메들린은 황급히 제임스의 손을 잡았다.


“아직도 아니야?”


메들린은 데님 미니스커트 때문에 팬티를 입기가 불편했다. 소파 위에서 버둥거리며 팬티를 입다 일어선 그녀는 옷매무새를 다잡고 다시 소파에 앉아 제임스에게 말했다.


“미안해.”


제임스는 말없이 담배에 대마초를 섞고 있었다. 메들린은 그에게 꼭 붙어 앉아 팔짱을 끼지만 제임스는 그녀를 밀어내고, 메들린은 재차 그에게 붙어 팔장을 꼈다. 메들린은 제임스의 팔뚝에 기대어 오스틴과 릴리를 보았다. 오스틴은 릴리의 몸 위에서 그녀의 양쪽 가슴을 움켜쥐고 격렬하게 앞뒤로 움직였다. 갑자기 브레이어 판사가 법봉을 두드리며 말했다.


“촬영하지 마세요. 경고했습니다. 저 사람 핸드폰 압수하시고 퇴장시키세요.”



인생이 늘 그렇게 아이러니하듯이, 평소라면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히는 자욱한 담배 연기가 붉게 물든 노을에 투영되어 석양을 받은 구름처럼 떠다니는 거실은 묘하게 아름다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오스틴 이리 와 봐.”

“왜?”


오스틴은 피우던 담배를 캔 안으로 밀어 넣고 제임스를 따라 부엌으로 갔다. 목이 깊게 패인 헐렁한 티셔츠에 팬티만 입은 릴리는 소파에 길게 누워 상승하는 담배 연기를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다. 청춘 영화의 한 장면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릴리는 아름다웠고, 메들린도 그런 생각이었는지 한동안 후우 연기를 뱉어내는 릴리만이 스크린을 채우고 있었다.


“술이나 마시자. 자, 여기.”


부엌에서 맥주캔을 여럿 들고 온 제임스가 메들린에게 맥주를 건넸다. 곧바로 그는 자신의 맥주캔을 메들린의 캔에 부딪치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메들린도 이미 따져 있는 캔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탁자 위로 내려 놓았다.


“술이나 마시자니까? 마셔.”


제임스가 또다시 거칠게 맥주를 들이켰다.


“안 마셔? 그럼 집에 가.”

“마실게.”


메들린은 탁자 위에 놓인 맥주를 들어 몇 모금을 삼키고 다시 내려 놓았다. 제임스는 손에 쥔 맥주캔을 우그려 바닥에 던지고 새로운 맥주를 집어 들었다.


“천천히 마셔.”

“자. 너도 마셔.”


제임스는 메들린 쪽으로 맥주를 흔들면서 그녀를 재촉했다. 메들린은 머뭇거리다 이내 캔을 들고 맥주를 조금 들이켰다.


“다 마셔.”

“천천히 마실게.”

“그것만 다 마셔. 이제 끝이야.”

“끝?”

“술 그만 마실 거라고. 그러니까 얼른 마시자. 좀 쉬다 데려다줄게.”

“알았어. 이제 화 풀 거지?”

“자. 쭉 들이켜. 화해하자.”


웃고 있는 제임스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낭만적인 거실의 분위기와는 매우 이질적인 그의 웃음에서 법정 안의 사람들은 이제 곧 일어날 일을 직감했다.


“다 마셨어?”

“다 마셨어.”


제임스는 메들린이 마시던 캔을 흔들어 확인했다.


“이리 와.”


제임스는 메들린의 손을 잡아 당겨 그녀를 안았다. 메들린은 제임스의 무릎 위로 올라가 양손으로 그의 머리칼을 쓸어넘기고는 가만히 두 눈을 응시했다.


“넌 참 예뻐.”


그들은 다시 키스를 하기 시작했고, 메들린은 눈을 감았다. 어두운 법정 안의 사람들은 몇 분 동안이나 시커먼 스크린을 바라만보고 있었지만,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아······.”

“왜?”

“나 좀 취한 것 같아.”

“뭐가?”

“어지러워. 기분이 좀······ 이상해.”

“그래? 여기 누워봐.”


메들린은 소파에 누워 천장을 보고 있었다.


“야 오스틴! 약발 듣나 보다.”

“약? 무슨 소리야?”


제임스가 화면 안으로 불쑥 들어왔다. 그는 소파에 누워 있는 메들린을 내려다보며 차가운 웃음을 짓다가 사라졌다.


“뭐 하는 거야!”


제임스는 태연히 메들린의 치마를 내리고 있었다. 메들린은 그를 제지하려 하지만,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제임스 왜 그래. 나 이상해. 집에 데려다줘.”


“오 주나 기다렸어. 내가! 너를! 오 주나 기다렸다고. 말이 돼? 기다리게 할 수 있는 건 나야. 니가 아니라 나라고.”


“나 집에 갈래.”


메들린이 간신히 소파에서 일어서려 했을 때, 제임스의 손바닥이 메들린의 뺨을 강하게 후려쳤다. 그녀는 소파 팔걸이에 얼굴을 부딪치며 바닥으로 떨어 졌다.


“갈 수 있으면 가 봐. 가라니까? 왜 못가?”


프랭크는 눈을 감았다. 다시는 보고 싶지도 떠올리고 싶지도 않은 그날의 기억은 소리에 반응해 선명히 재생됐다. 부스럭거리는 소리, 살이 비벼지는 마찰음, 거친 숨소리와 소름 끼치는 신음소리······.


‘빌어먹을! 기억을 잊을 수 없다는 건······.’


법정 안에는 낮은 탄식이 연이어 터졌다. 어떤 이들은 입을 틀어 막았고, 어떤 이들은 몸을 떨었다. 또 어떤 이들은 그들 내부에서 솟아오르는 정의로운 마음과는 달리 발기하고 있는 자신의 몸에 수치심을 느꼈다.


스크린에 가득 들어찬 제임스의 붉은 얼굴에서 미세한 땀방울들이 모여 메들린의 얼굴에 연달아 떨어 졌다. 메들린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다. 그저, 자신의 몸 위에서 헐떡이는 제임스를 보고 있는 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러다 메들린의 고개가 힘없이 옆으로 돌아갔다. 이제 메들린은 건너편 소파의 정사를 법정에 중계했다. 릴리는 스크린에 투사된 자신의 모습이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불과 두 달 전의 일이었음에도, 완전히 다른 사람을 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런 의지 없이, 시야에 들어오는 장면만을 담아내고 있는 것처럼 고정되어 있던 메들린의 눈동자가 조금씩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릴리와 오스틴의 전신을 비추던 스크린은 릴리의 얼굴을 중심으로 커플의 상반신만을 보여 주며 고정 됐다. 오스틴의 몸짓에 집중하던 릴리가 아주 잠깐 메들린 쪽을 돌아봤다. 몇 초 후 다시, 고개 돌려 메들린을 바라본 릴리는 그녀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릴리는 메들린의 무심한 눈에 자신의 눈을 맞췄다.


‘저 때부터였을까? 내가 달라지기 시작한 건? 나는······ 나만의 슬픔 속에 갇혀 있었던 것만 같아. 다른 사람을 생각할 겨를 따위는 내게 없었어. 메들린 미안해······ 나는 앞으로도 계속 변해 갈게.’


영상은 아랫부분부터 점차 뿌옇게 번져 갔다. 이내 릴리도, 오스틴도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스크린의 밝은 부분이 서서히 줄어들었다.


그렇게 메들린은 눈을 감았다.


작가의말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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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꼭두각시놀음 +2 21.06.10 53 2 14쪽
37 해리의 마지막 꼭두각시 +2 21.06.09 41 2 10쪽
36 네 번째 공판(4) - 제임스 맥커니히 +2 21.06.08 50 2 18쪽
35 네 번째 공판(3) - 제임스 맥커니히 +2 21.06.07 5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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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네 번째 공판(1) - 릴리 프랭키 +2 21.06.05 56 3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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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망설이는 프랭크 +1 21.05.20 114 8 10쪽
15 릴리의 약점 21.05.20 131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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