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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말파이브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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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노말파이브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3
최근연재일 :
2021.06.11 19:06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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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9,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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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6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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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네 번째 공판(2) - 릴리 프랭키

DUMMY

2029년 5월 15일 화요일, 54일째


-2호 법정-


핸더슨 검사가 유리잔을 들고 릴리 앞에 섰다.

“물 한 잔 마실래요?”

“네? 네, 감사합니다.”


릴리는 물잔을 받아들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물잔을 돌려 받은 검사가 자신의 자리에 물잔을 되돌려 놓고 다시 릴리 앞으로 돌아와 물었다.


“증인? 시작할까요?”


“네.”


“증인은 메들린 멕기니 양의 가족들이 증인과 증인의 아버지이신 게리 프랭키 씨에게 왜 그런 친절을 베푼다고 생각하시죠?”


“그건 아마도······.”


릴리는 캐서리과 해리를 반사적으로 찾았다. 그들은 꼭 붙어 앉아서, 따뜻함과 안쓰러움이 담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를 믿어 주시니까요.”


“릴리 프랭키 양은 어떠신가요? 증인도 캐서린 스미스 씨나, 해리 스미스 씨, 프랭크 멕기니 씨를 신뢰하시나요?”


“그럼요. 저는 그분들을 믿어요.”


핸더슨 검사는 배심원석 근처로 다가가 설명했다.


“어떤 일들은 그동안 가까이 지내온 사람들에게 오히려 더 말하기 곤란한 상황이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있는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증인은 아버지나 친구들이 아니라 새롭게 알게 된 사람들에게 먼저 사실을 말한 거겠죠?”


“맞아요.”


“그날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시는 것 조차 힘든 일이시겠지만, 병상에 있는 메들린 멕기니 양과 본인 자신을 위해서 다시 그날의 기억들을 되짚어 보죠.”


“네.”


“증인은 3월 23일 오후 6시경에 메들린 멕기니 양이 제임스 맥커니히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을 때, 맞은편 소파에서 멕기니 양이 성폭행 당하는 순간을 처음부터 끝까지 목격하셨다고 진술하셨습니다.”


“네.”


“당시에는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하셨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저는 당시에 대마초를 피웠었고, 맥주도 마셨었는데··· 뭐랄까 몽롱하고 나른한 정신상태에서 메들린을 봤었고······ 그때는······ 그때 저의 기분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어요. 아무런 의지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제 눈앞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이 영화나 꿈처럼 느껴졌어요. 그러다가 메들린의 슬픈 눈이 보였어요. 저는 그 눈을 한참 바라봤었는데··· 한참 후에야 제가 얼마나 멍청한 일을 하게 되었는지 알게 됐어요.”


“피고인들이 집을 나간 후에는 증인도 잠이 드셨다고요?”


“네.”


“깨어나 보니 병원이었고요?”


“네.”


“젝키 존스 형사는 증인을 만나 진술을 들었을 때, 그러니까 증인이 깨어난 다음날 이었죠? 매우 혼란스러워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때는 왜 거짓말을 하신 건가요?”


“그날 있었던 일을 아빠에게 숨기고 싶었어요. 저는··· 자라오면서 착한 아이어야만 한다는 생각을 늘 해오고 있었어요. 그런데 늘 잘 안됐어요. 아빠가 저 때문에 곤란한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해왔었는데··· 병원비 문제도 있었고, 아빠가 저를 더 미워하게 되면, 그때는 진짜로 절 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메들린의 문제는 생각도 못 했어요. 정말이에요.”


“음··· 그날 증인이 술을 마시고 대마초를 피우고 남자 친구였던 오스틴 잭슨 씨와 성관계 한 것을 아버지에게 숨기고 싶었다는 말씀이신 거죠?”


“맞아요.”


“증인은 메들린 멕기니 양이 깨어났으면 하는 마음으로 병원에 가신 거죠?”


“제가 바라는 건 그것 뿐이었어요.”


“만약 메들린 멕기니 양이 깨어나게 되면 그날의 사건을 경찰에서 수사하게 될 테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증인이 숨기고 싶어 했던 그날의 행적을 아버지에게 들키게 될 텐데요?”


“어쩔 수 없는 일이 잖아요. 비교할 가치도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어요.”


“그렇게 생각 하셨다면, 메들린 멕기니 양이 깨어나기 전에 신고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해보셨을 텐데요? 왜 신고하지 않으셨죠?”


“좀 복잡했어요.”


“자세히 설명해 줄래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메들린이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어요. 깨어나면 함께 말하려고 했었는데, 정말 깨어나지 못하면 어쩌나 두렵기도 했고, 메들린이 깨어나지 않았는데 저 혼자 신고한다고 해서 달라질게 있을까? 무슨 소용일까? 뭐 이런 생각들이 많았어요. 저는 혼자 나설 생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릴리의 슬픈 두 눈에 촉촉이 물기가 스며들었다.


“메들린 멕기니 양은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죠?”


“네. 아직이에요.”


“너무 길어지네요······. 4월 6일에 있었던 일을 얘기해 볼까요? 제임스 맥커니히 씨가 집으로 찾아왔다고요?”


“맞아요. 저는 병원에 가는 버스를 타려고 버스 시간에 맞춰 집을 나갈려고 했는데, 초인종이 울렸어요. 제임스는 할 얘기가 있다고 집으로 들어 가자고 했어요. 저는 버스 시간도 있었고 제임스 분위기도 좀 이상하고 해서 싫다고 했는데, 제임스는 막무가내로 집 안으로 들어갔어요.”


“힘드시더라도 좀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겠어요?”


“제임스는 제 방으로 가더니 왜 자꾸 피하냐고 했어요. 전 피한 적도 없고, 할 얘기도 없다고 말했어요. 제임스는 병실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꼬치꼬치 물었어요. 저는 대충 얼버무렸는데 갑자기 옆에 앉으라고 하더니 키스를 하고 덮칠려고 했어요. 몸싸움을 하면서 저항했는데, 소리친다고 말했더니 해보라고 하면서 제 방에 있던 방망이를 휘둘렀어요. 그러면서 자기는 우리 아빠처럼 방망이로 때리는 건 별로라면서 제 따귀를 때리고 메들린 얘기를 했어요. 제대로 맞았으면 안 걸렸을 텐데 빗맞는 바람에 얼굴에 상처가 남아서 걸렸다고 말했어요. 저는 아빠한테 말할 거라고 그만하라고 말했는데, 아빠를 폭행과 성폭행으로 신고할 거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더 이상 저항 할 수가 없었어요.”


릴리는 차분하고 담담하게 그날 있었던 일을 증언했다.


“그랬군요. 그런데 정말 피고인 제임스 맥커니히가 메들린 멕기니 양에 대해 제대로 맞았으면 안 걸렸을 거라고 말했나요?”


핸더슨 검사가 제임스 바로 앞에 서서 물었다.


“네. 그 말을 하면서 메들린에게 욕까지 했는걸요.”


“놀랍네요. 그리고 사흘 후인 4월 9일에 집에 또 찾아왔던 거구요?”


“맞아요.”


“그날은 어떤 일이 벌어진 거죠?”


“똑같은 시간이었어요. 이번에는 초인종을 누르지도 않고 병원 가는 시간에 맞춰 현관문 옆에 서 있다가 제가 나오자마자 저를 놀라키더니 집 안으로 들어갔어요. 제임스는 너무 노골적으로 성적인 얘기를 꺼냈는데, 이틀 전에는 분명히 그만 올 거라고 했었거든요. 속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제는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도움을 청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화장실에 다녀온다는 핑계로 오스틴에게 전화를 걸어서 도와달라고 말했어요. 저는 제임스에게 자포자기한 것처럼 보이면서 시간을 끌었어요.”


릴리는 그날의 기억이 너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날 제임스의 표정이 선명히 그려지자 분노가 스멀스멀 차 오르기 시작했다. 릴리는 애써 외면하고 있던 제임스를 노려보며 증언을 이어나갔다.


“저는 제임스를 저의 방으로 데려갔어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초인종 소리가 났는데, 제임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나가 보라는 거예요. 저는 재빨리 현관문을 열었어요. 오스틴 얼굴을 보자마자 ‘이제는 됐다. 살았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제 방에서 둘이 싸우는 소리가 났어요. 저는 제 방으로 천천히 걸어갔어요. 그런데 저 둘은 입으로 싸우는 소리를 내면서 장난을 치고 있었어요. 저는 그걸 보고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 앉고 말았고요. 그때 제임스가 ‘오늘은 오스틴이 오자고 한 거야 이 병신아!’라고 말했어요.”


“그리고 두 사람에게 성폭행을 당한거구요?”


“맞아요. 저는 울다가 정신을 잃었는데, 깨어나 보니 8시가 넘어 있었어요. 아빠가 집에 빨리 왔다면, 아빠 침실에 발가벗겨져 누워있는 저를 보고 경찰에 신고하셨을 거예요. 그런데 저는 깨어나자마자 아빠에게 들킬까 봐 미친 듯이 방을 치우기 시작했어요. 아······ 제가 막 정신없이 치우고 있었어요. 그 난장판을요. 제가 너무 한심했어요.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어요. 그런데 저는······ 아빠가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지만 제 방에서 나가지 못했어요. 아빠에게는 정말 말하지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다음날 프랭크 아저씨를 찾아갔던 거예요.”


“프랭크 멕기니 씨를 말씀하시는 거죠?”


“네. 저는 사실 캐서린 할머니나 해리 할아버지에게 말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프랭크 아저씨께 말하고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었는데, 마침 그날이 메들린 생일이어서 모두 함께 계셨던 거예요.”


“그래서 그 자리에서 그 동안의 일들을 고백하신 거군요. 오늘 증언 잘 들었습니다. 이상입니다.”


“증인은 내려가셔도 좋습니다. 잠시 휴정합니다.”


브레이어 판사가 두드리는 법봉 소리에 맞춰 법정은 소란스러워졌다. 증인석에서 걸어 나오는 릴리를 스미스 부부가 기다리고 있었다.


“괜찮니?”

“괜찮아요. 저 어땠어요?”


릴리는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려 노력했다.


“잘했어.”


캐서린은 릴리를 꼭 껴안았다.


“병원으로 갈까?”

“아니요. 아직 남았잖아요.”

“꼭 보지 않아도 돼.”

“아니에요. 제임스가 뭐라고 하는지 지켜볼 거예요.”


릴리의 두 눈에 강한 의지가 엿 보였다. 캐서린은 그런 그녀를 더는 설득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화장실 다녀올래? 아님 뭣 좀 마실까?”


“괜찮아요. 앉아 있을래요.”


“그럴래?”


“난 바람 좀 쐬고 올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둘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해리가 릴리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법정 밖으로 나갔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잠시 후, 2호 법정-


“당신이 오지 않아서 걱정하던 참이야. 회사에 급한 일이라도 생겼어?”


해리가 대꾸는 않고 환한 미소를 띄웠다. 그리고 릴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니, 아니야. 릴리 걱정에 나도 스트레스를 받았었나? 복통이 좀 있어서······.”


“이제는 괜찮아?”


해리는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해리는 법관 전용 통로를 통해 법정으로 들어오는 에커튼 변호사와 핸더슨 검사, 브레이어 판사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모두 일어나 주세요.”


“모두 앉아 주세요. 변호인? 증인 준비 되셨죠?”


“재판장님. 증인 심문 전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저희는 메들린 멕기니 양의 아버지인 프랭크 멕기니 씨를 다음 재판의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재판장님. 이의 있습니다. 사전에 협의 되지 않은 증인이므로 반대합니다.”


“핸더슨 검사님? 이 재판에 꼭 필요한 증인입니까?”


“꼭 필요합니다. 그리고 공판 당일에 신청하는 증인도 아니기 때문에 변호인 측에서는 준비할 시간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랭크 멕기니 씨를 증인으로 채택합니다. 제임스 맥커니히 씨는 증인석으로 나와주세요.”


릴리는 캐서린에게 귓속말로 물었다.


“프랭크 아저씨가 증인이래요. 어쩌죠?”


캐서린은 고개를 숙이면서 릴리를 향해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괜찮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해리는 가만히 팔짱을 끼고 두눈을 감았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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