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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말파이브 님의 서재입니다.

넷플릭스용 미드를 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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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노말파이브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3
최근연재일 :
2021.06.1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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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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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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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해리의 마지막 꼭두각시

DUMMY

2029년 5월 15일 화요일, 54일째


-메들린의 병실-


똑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자마자 문이 열렸다.


“아저씨! 큰일 났어요.”

“무슨 일이니?”

“아저씨가 증인이 됐어요.”

“증인?”

“네! 검사님이 아저씨를 증인으로 채택해달라고 판사님께 말했고, 판사님은 허락했어요. 어쩌죠?”


스르륵 문이 다시 열리고, 스미스 부부가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들었어?”

“검사가 저를 증인으로 신청했다구요?”

“좀 곤란하게 됐어.”


캐서린은 소파 위에 핸드백을 올려놓고 메들린의 병상으로 다가섰다.


“506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묻겠죠?”


“아마도······.”


“답변을 하지 않아도 될까요?”


“그럴 수는 있는데······ 재판에선 불리하게 작용될 수도 있어. 아마도 그럴 거야. 변호사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어.”


“릴리? 오늘 증언은 잘 했니?”


“그럼요. 연습을 얼마나 했는데요.”


“그 변호사가 많이 괴롭혔어?”


“대부분은 할머니가 예상한 대로였어요. 그런데 아주 이상한 얘기를 하더라고요.”


“뭔데 그러니?”


“제가 메들린 대신에 아저씨 딸이 되려고 다 꾸민 일이래요. 보실래요? 오늘 재판은 검사님이 아주 잘해서 우리가 이길 수도 있대요. 그렇죠 할머니?”


“맞아. 그런데 그래서 더 이상해. 왜 검사는 갑자기 프랭크를 증인으로 신청했을까? 재판이 이제야 유리해진 듯 보이는데 말이야.”


“이 재판을 꼭 이기고 싶어서 그런 것 아닐까? 그 검사는 우리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걸 알고 있잖아.”


메들린 곁의 해리가 그녀에게 시선을 떼지 않고 말했다.


“프랭크가 끝까지 숨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 딸의 일이기 때문에? 왜 우리의 부탁을 들어주는 듯하다가 재판 말미에 와서 생각을 바꾼 걸까?”


캐서린이 이상하다는 듯 되물었다.


“부탁을 꼭 들어준다고는 말하지 않았어.”


해리는 여전히 메들린을 애잔하게 내려다 보면서 대답했다.


“그래도 좀 이상해······.”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레 메들린에게로 모였다. 살아있지만, 살아있지 않은 그녀를 바라보면서 제 각각에게 떠오르는 희망과 불안의 감정 역시 그녀에게로 모여들었다.


“릴리? 이제 재판 좀 틀어줄래?”

“알겠어요. 루이즈?”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오늘 오후 1시부터 기억을 재생해 줘.”

“프라이빗 모드를 원하세요?”

“아니야. 티비에 연결해 줘.”


TV가 켜지고, 화면에는 릴리의 기억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저랑 메들린 마사지 해요.”

“그러자꾸나.”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잠시 후-


“검사의 심문이 인상적이군요.”


“그렇지? 준비를 잘 해왔어. 배심원들도 수긍하는 눈치였어.”


“현재 상태에서 재판을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세요.”


“음······. 6대4 정도라고 봐. 확신할 순 없지만, 이길 수 있어.”


“제가 506호에 대한 답변을 회피한다면요?”


“져······. 질 거야. 아마 변호사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너를 증인으로 신청하지 않은 검사가 고마웠을 거야. 변호사도 네가 그날 메들린과 통화가 되지 않았음에도 그곳에 사람이 있다고 소방관들에게 구조요청을 한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어. 그런데 검사 측에서 너를 증인으로 부르지 않았다? 이것을 변호사는 어떻게 이해했을까? 네가 그곳에 메들린과 릴리가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남아 있는 증거는 없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어. 혹시나 증거가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증거로 제출된 상황도 아니고, 너를 증인으로 부르지만 않는다면 이 사실은 묻어둘 수 있지. 그런데 갑자기 검사가 너를 증인으로 신청했어 변호사는 불안하겠지. 헌데 네가 증인으로 법정에 나가 506호에 대한 답변을 회피한다? 내가 변호사라면, 그리고 상황이 불리하다고 여긴다면, 506호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질 거야. 너는 계속해서 답변을 하지 않을 거고······. 모든 증인 심문이 끝난 상태에서 배심원들에게 남을 이미지를 생각해보라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검사의 패착이야 이건.”


“출석하지 않는다면요?”


“오히려 그 방법이 나아 보여. 불출석 사유서를 작성해서 서면으로 제출하면 돼. 거부당할 수도 있지만 메들린이 아직도 일어나지 못하고 있고, 네 건강상의 문제도 있다는 것을 판사에게 어필하면 거부하진 못 할 거야.”


“알겠어요.”


“갈 거야?”


“프랭키 씨가 생각나네요.”


“출석할 생각이구나?”


“릴리? 아버님은 참 멋있는 분이시더라.”


“아빠가요?”


“법정에서 그렇게 말씀하셨어. 딸을 지켜주지는 못했지만, 딸을 위한 재판에서는 비겁해질 수 없다고 말야.”


“진짜요?”


“멋있더라.”


“잘 생각해 봐, 프랭크? 저녁 식사는 어떻게 할 거야? 다 같이 먹을까?”


“저는 괜찮아요. 병원 식당에서 먹으면 돼요.”


“그럴래? 알았어. 우린 이제 가볼게.”


“릴리랑 맛있는 것 먹고 들어가. 난 프랭크에게 할 이야기가 있어.”


“알았어. 내일 보자 메들린.”


“내일 올게요. 메들린 안녕.”


릴리와 캐서린이 병실 밖으로 나갔다.


“하실 말씀이 뭔가요?”

“부탁이 있네.”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네요.”


프랭크는 비꼬듯이 말했다.


“자네는 내가 마땅찮은가?”

“네.”

“벌써 54일이 지났어. 지금 자네의 삶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나?”

“제 인생입니다.”

“지금 자네의 모습은 애나가 죽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네.”

“달라요. 그때의 저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언제까지 이대로 살 수는 없어.”

“맞아요. 그렇지만 당신의 강요가 저를 정상으로 만들 순 없어요.”

“강요하고 싶지 않네.”

“강요하고 계세요.”

“이제 받아 들이게.”

“뭘요?”

“이제 더 이상 우리가 메들린에게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있어요. 고작 54일이 지났을 뿐이에요. 저는 계속 메들린 곁에 있을 겁니다.”

“메들린 곁에 있지 말라는 소리가 아니네.”

“그럼요?”

“메들린 곁에만 있을 순 없다는 말이야. 계속 병원에만 있을 텐가?”

“시간이 필요해요.”

“시간? 애나가 죽었을 때, 자네는 술과 마약에 찌들어 있었지. 이 년이 지나서야 자네는 우리에게서 메들린을 되찾아갔네. 그때는 메들린이 있었어. 애나가 죽었지만 메들린이 있었다고! 이제 자네에겐 무엇이 남았지?”

“메들린은 죽지 않았어요.”

“메들린은 죽지 않았어. 하지만 자네는 애나가 자네 곁에서 사라진 그날부터 죽어있었네. 그동안 자네의 인생을 돌아보게. 보통 사람들의 보통의 일상이 자네에게 적용되었던가? 자네는 고작 37살이야. 데이트를 하지 않은지 도대체 얼마나 됐나? 그 기술을 메들린 때문에 만들었다고? 정말 그런가? 애나의 자살을 아직도 믿지 못하는 자네가 정말 메들린 때문에 그 기술을 만들었을까? 자네에게 있어 기억을 저장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애나에 대한 속죄일 뿐이야. 온전히 기억해낼 수 없는 과거의 기억에 매몰되어 있고 싶은 것 뿐이라고. 다만 그 대상이 메들린이었을 뿐이야, 애나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메들린이었던 것 뿐이라고! 아닌가? 아니라고 말해 보게.”


“애나는 자살하지 않았어. 절대로 그랬을 리 없어.”


프랭크는 정신 나간 눈빛으로 읊조리듯 말했다.


“이제 그만하게.”

“대체 뭘 그만하라는 겁니까.”

“이제 애나에게서 벗어나게. 그리고 메들린에게서도······ 자네의 인생과 애나 그리고 메들린의 인생을 분리 시켜야만 해. 자네는 해야 할 일이 있어.”

“결국엔 그 얘기 군요. 당신은 참 잔인해.”

“내가 잔인하다구? 그래, 난 너에게 있어 잔인한 사람인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너는 어떤 사람이지? 나도 애나의 자살을 믿고 싶지 않았어. 난 그 아이의 아버지야. 네가 메들린의 아버지이듯 나도 그렇다고. 니 말대로 애나가 자살하지 않았다고 믿고 싶어. 그 어떤 싸이코패스가 완전 범죄를 저지른 거라 믿고 싶다고. 이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그래. 내 자식이 그랬을 리 없다고 생각한다고! 넌 그 기술을 완성해야만 해. 앞으로 생겨날 셀 수도 없이 많은 일들에 대한 끝도 없는 의심을! 원망을! 고통을! 끝장낼 수 있는 잔인한 진실을 보여줘야만 하는 책임이 너에게 있다고! 알겠어? 누구보다 잔인한 사람은 바로 너야.”


해리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프랭크는 대꾸 없이, 불안한 표정으로 메들린의 왼손을 쓰다듬고만 있었다. 해리는 메들린에게로 시선을 옮기다 흠칫 놀랐다.


‘메들린이 울고 있는 건가? 그럴 리 없잖아. 그렇지만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 낼 것만 같은 얼굴이야. 미안하다 아가. 네 아빠는 앞으로 나아가야만 해.’


“애나와 메들린이 자네에게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나. 이제 가보겠네. 메들린 오늘 일은 미안하구나.”


해리는 메들린의 이마에 키스를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프랭크는 여전히 넋 나간 사람처럼 메들린의 손을 쓰다듬고 있었다.


‘프랭크. 넌 하게 될 거야. 내가 하게 만들 거야.’


해리는 불현듯 젊은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자신의 첫 사업기획서를 보기 좋게 무시했던 어느 투자자의 건물. 그 텅 빈 복도를 대리석이 깨져라 큰소리를 내며 걸어갔었다. 가난했지만 자신감이 넘쳤고, 냉정하려 했지만 흘러넘치는 야망을 주체할 수 없었던 그 시절. 그가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구둣발 소리가 병원 복도에 유난히도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작가의말

하아. 이제 다 왔네요. 고맙습니다. 읽어주셔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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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꼭두각시놀음 +2 21.06.10 53 2 14쪽
» 해리의 마지막 꼭두각시 +2 21.06.09 42 2 10쪽
36 네 번째 공판(4) - 제임스 맥커니히 +2 21.06.08 50 2 18쪽
35 네 번째 공판(3) - 제임스 맥커니히 +2 21.06.07 52 3 12쪽
34 네 번째 공판(2) - 릴리 프랭키 +2 21.06.06 59 3 12쪽
33 네 번째 공판(1) - 릴리 프랭키 +2 21.06.05 56 3 18쪽
32 세 번째 공판(3) - 게리 프랭키 +2 21.06.04 65 5 12쪽
31 세 번째 공판(2) - 젝키 존스 형사 +2 21.06.03 61 5 10쪽
30 세 번째 공판(1) - 젝키 존스 형사 +4 21.06.02 63 7 18쪽
29 두 번째 공판(2) - 오스틴 잭슨 + 산부인과 전문의 21.06.01 51 5 15쪽
28 두 번째 공판(1) - 오스틴 잭슨 +4 21.05.31 64 7 11쪽
27 해리, 원하는 것을 얻다 +4 21.05.31 80 8 8쪽
26 첫 번째 공판(2) - 외과 전문의 + 벌써 끝났어요? +4 21.05.30 93 9 13쪽
25 첫 번째 공판(1) - 외과 전문의 +2 21.05.29 84 9 13쪽
24 해리의 힘 21.05.29 72 8 7쪽
23 손가락질 +6 21.05.28 105 9 11쪽
22 릴리, 기억을 저장하다 +4 21.05.26 88 8 16쪽
21 젝키의 실수 21.05.26 86 8 10쪽
20 그래도 아버지 +1 21.05.25 99 9 8쪽
19 우리가 지켜줄게, 릴리 21.05.23 89 7 11쪽
18 기억 거래소 +1 21.05.22 97 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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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망설이는 프랭크 +1 21.05.20 114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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