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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말파이브 님의 서재입니다.

넷플릭스용 미드를 써봤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일반소설

완결

노말파이브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3
최근연재일 :
2021.06.11 19:06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5,226
추천수 :
360
글자수 :
209,536

작성
21.05.12 10:19
조회
659
추천
44
글자
12쪽

2029년 3월 23일

DUMMY

“어렵겠어.”


26년 차 베테랑 소방관이자, 샌프란시스코 49소방서의 소방대장인 스티브는 강렬한 화염 속에 시커먼 연기를 내뿜고 있는 10층짜리 아파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정사각형 형태의 아파트, 출입구는 하나. 화염은 4층 언저리까지 번진 상태였다.


스티브의 시선이 옆 건물로 옮겨갔다. 똑같은 모양의 쌍둥이 아파트, 똑같은 외장재, 옮겨붙는 것은 시간문제.


값싼 가연성 외장재를 사용한 악덕 업자들이 떠올라 욕을 퍼붓던 스티브가 머리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었다.


생존자들은 창문을 열고 옷가지며 수건을 흔들어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지만, 유독가스가 열린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가고 있었다.


“선택이 필요해.”


그의 주변으로 속속들이 도착하는 소방차에서 내린 소방관들이 모여들었다.


“마이클! 소방차를 육안으로 식별되는 생존자 주변과 건물 동쪽에 집중적으로 배치해. 옆 건물로 옮겨붙게 하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자고. 피어스! 사다리차로 생존자 구조 시작해. 미첼! 본부에 지원 가능한 소방차와 사다리차 엠뷸런스 모두 보내 달라하고 헬기 지원도 잊지 마. 사미르! 경찰에 협조 요청하고 옆 건물 인원 전부 대피시켜. 자! 자! 움직여!”


스티브는 목에 걸려있던 헤드셋을 착용하면서 말했다.


“파블로, 드론은?”

“지금 띄웁니다.”


소방차를 따라 마지막으로 도착한 트럭의 지붕이 열렸다. 파블로는 아파트의 설계 도면에 따라 수색반경 지정을 마친 네 대의 드론을 날렸다.


“외부 수색용 드론 날아올랐습니다.”


그는 모니터에 또 다른 드론들을 세팅하며 말했다.


“내부 수색용 드론도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진입해.”


내부 수색용 드론 두 대는 아파트 정문 앞에서 제자리 비행을 하고 있었다. 파블로가 보고 있는 두 개의 모니터 화면에는 ‘장애물’이라는 표기와 함께 알람음이 계속해서 울렸다.


“발사.”


파블로가 낮게 읊조리며 조종기의 버튼을 눌렀다. 드론에서 발사된 쇠구슬들이 아파트 정문의 유리창을 깨자마자, 드론들은 쏟아져 나오는 연기를 뚫고 건물 내부로 사라졌다.


“내부로 진입합니다. 연기 때문에 시야가 매우 좋지 않습니다.”

“알겠네.”


두 대의 드론은 건물 중앙에 나선형으로 이어진 계단의 한 가운데에서 시커먼 연기와 함께 수직으로 상승했다.


뒤따르던 드론은 연기에서 빠져나와 2층 복도로 진입하면서, 샌프란시스코 소방대의 대피 방송을 재생시켰다.


복도를 따라 이동하던 드론이 문이 열려 있는 203호로 들어갔다. 복도와 마찬가지로 집 안에서도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불길에 휩싸인 집안 내부 이곳저곳을 수색하던 드론은, 닫혀 있는 방문 앞에서 잠시 제자리 비행을 하며 일시적으로 대피 방송의 볼륨을 최대치로 높였다.


[샌프란시스코 49소방서에서 알려드립니다.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신속히 대피하십시요! 신속히 대피하십시요!]


수직 상승하던 또 다른 드론도 10층에 도착해 대피 방송을 재생시키고 수색을 시작했다.


“2층 수색 완료했습니다. 화면으로 파악된 생존자 및 동작 센서에 감지된 생존자 없습니다. 건물 외부 수색 마쳤습니다. 파악된 생존자는 총 37명입니다.”

“피어스에게 정보 전송해. 방독면 전달 서두르고, 옥상은 어떤가?”

“옥상에는 8명의 생존자가 확인되었습니다. 피어스? 확인하셨어요?”


피어스는 스마트워치에서 쏘아 낸 3D 영상으로 생존자들의 위치를 체크하며 말했다.


“확인 완료.”


외부 수색용 드론들은 순차적으로 트럭에 돌아와 두 개씩 엮인 방독면에 줄을 내렸다. 줄 끝에 달린 전자석에 전류가 흐르자, ‘딱!’ 하는 소리와 함께 방독면을 엮어 놓은 줄에 매달린 자석에 전자석이 붙었다. 방독면을 붙인 드론들이 생존자들에게 순차적으로 날아갔다.


“10층 수색 완료했습니다. 생존자 확인되지 않습니다. 9층으로 이동합니다.”


파블로는 여덟 개의 모니터 중에서 방독면을 전달하고 있는 외부 수색용 드론들이 보이는 화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당기면 안 돼! 방송하고 있잖아. 숫자를 셀 거라고!”


성급한 두 명의 남자가 손을 뻗어 방독면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드론은 방독면을 당기는 남자들의 힘에 이끌려 건물 쪽으로 끌려갔다. 파블로는 급하게 전자석에 전류를 끊으려 버튼을 눌렀지만, 이미 창틀에 부딪혀 두 개의 프로펠러가 고장 난 드론은 방독면이 떨어짐과 동시에 지상으로 추락했다.


“방독면을 전달 중이던 드론 한 대가 추락했습니다.”

“무슨 일이야?”

“방송에 따르지 않은 사람들이 억지로 방독면을 떼어내려다 창틀에 부딪치고 말았습니다.”

“알았네.”


건물 내부의 저층을 수색하고 있는 드론이 보이는 화면에서 경고문구와 함께 알람이 울렸다.


“열기가 너무 높습니다. 3층의 드론에서 경보가 울리고 있습니다.”


스티브는 아파트 외부의 화염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말했다.


“3층이 발화지점인 것 같아. 버틸 수 있겠나?”

“한번 해보겠습니다.”


파블로는 3층에 있는 드론의 조작을 수동으로 바꿨다. 그는 프로펠러의 출력을 높이고 더 빠르게 수색을 이어갔다.


“3층 수색 마쳤습니다. 4층으로 이동합니다. 9층에도 생존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3층에서 4층으로 수직 상승하는 드론의 바로 위에서 활활 타고 있는 목재 계단 손잡이의 일부분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파블로는 깜짝 놀라 조종간을 횡으로 움직였다.


드론은 시커먼 연기를 뚫고 계단 쪽으로 방향을 틀어 벽 앞에 간신히 멈춰 서서 제자리 비행을 했다. 그때, 드론의 하단부에 달린 카메라에 언뜻 사람들이 잡혔다. 파블로는 재빨리 카메라의 배율을 높였다.


“3층과 4층 사이의 계단에서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발견했습니다. 현재 드론의 방송에는 움직임이 없습니다. 생존 여부 확인하겠습니다.”


드론에서 발사한 바늘이 제일 위쪽에 엎어져 있는 사람의 팔뚝에 꽂혔다.


“심박수가 측정되지 않습니다. 다음 사람 측정하겠습니다.”


바늘을 끊어낸 드론이 두 번째 사람에게 바늘을 발사했을 때, 모니터에서 다시 경고 문구와 함께 알람이 울렸다. 드론의 주변으로 시뻘건 화염이 넘실거렸고, 강력한 열기에 부품들은 녹아내리고 있었다.


“드론이 더는 버티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두 번째 사람의 결과는 어떤가?”

“측정되지 않습니다.”

“몇 사람이 남았지?”

“두 사람이 더 있습니다.”

“두 사람만 더 확인해주게. 고층은 어떤가?”

“8층을 끝내고 7층으로 내려갑니다.”


세 번째 바늘이 발사됨과 동시에 드론은, 일순간 공중에서 정지했다. 그리고 관성에 이끌려 세 번째 사람의 몸통 위로 추락했다.


“드론 추락했습니다.”


스티브는 5층을 덮친 화마를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다른 드론을 보낼 수 있겠나?”

“불길이 너무 거셉니다. 장담할 수 없습니다.”

“피어스? 가용 인원 있나?”

“지금 출발합니다.”

“조심하게.”


스티브의 전신에 아파트를 태우고 있는 불길의 그림자가 일렁거렸다. 그는, 천천히 헬멧을 벗어 이마에 흥건한 땀을 훔쳐냈다.


“내 딸이 있어요! 내 딸이 저 아파트에 있다구요! 제발 빨리요!”


스티브가 고개 돌려 남자를 바라봤다.


어느새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을 뚫고 불길로 뛰어들려는 남자는 경찰의 제지를 받으며 온몸으로 울부짖고 있었다. 스티브는 재빨리 남자에게 다가가 말했다.


“진정하세요. 사람이 있다니요?”

“506호에요. 제 딸이 있어요. 제발 서둘러 주세요. 제발! 서둘러 주세요!”

“확실합니까? 몇 명이나 있습니까?”

“제 딸과 한 명이 더 있어요. 506호라구요. 빨리요. 제발, 부탁이에요. 빨리요. 제발··· 제발······.”


남자는 맥이 풀린 듯, 불타는 건물을 바라보며 주저앉았다.


“피어스? 생존자 확인은?”

“지금 도착했습니다.”


거센 불길을 뚫고 현장에 도착한 두 명의 소방관은 쓰러져있는 사람들의 호흡과 맥박을 일일이 다시 한번 확인했다.


“생존자는 없습니다.”

“피어스 506호에 생존자가 두 명 있다네. 이동 가능한가?”

“이동하겠습니다.”


피어스 소방관과 다니엘 소방관은 화염과 연기를 뚫으며 빠르게 계단을 올랐다. 5층에 이르러 호수를 확인하던 피어스는 다니엘에게 물러나라는 신호를 보냈다.


하아 하아 하아


거친 숨소리.


방독 마스크에는 어느새 입김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피어스는 숨을 깊게 들여 마시고 현관 손잡이 위로 도끼를 내려쳤다. 다니엘은 재빨리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 생존자를 수색했다. 거실 양쪽에 놓인 두 개의 소파 위에는 두 명의 소녀가 누워 있었다. 신속히 소녀들의 생존 여부를 확인한 소방관들은 산소마스크를 각각의 소녀에게 씌웠다.


피어스 소방관은 다니엘 소방관을 바라보며 말했다.


“한번에 내려가야 해.”

“네! 알고 있습니다.”


다니엘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순간 피어스는, 다니엘의 선하게 빛나고 있는 눈동자가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 밝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피어스는 자신의 표정이 궁금했다.


‘지금 내 눈빛도 다니엘처럼 아름다울까?’


피어스는 다니엘에게 힘차게 말했다.


“자! 가자!”

“네!”


두 소방관은 각각의 소녀를 안고 506호를 빠져나갔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911에서 대장을 찾습니다.”

파블로가 소방대장 스티브에게 말했다.


“911? 연결해.”

“현장 책임자 되세요?”

“네. 무슨 일입니까?”

“506호에 두 명이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어요.”

“506호라면 구조 중입니다.”


소리치던 남자는 무릎을 꿇고 땅바닥을 짚은 채로 아파트 현관문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메들린··· 메들린······ 제발······ 메들린!”


아파트 현관문을 뛰쳐나온 피어스 소방관과 다니엘 소방관을 발견한 남자는 소리치며 경찰의 제지를 뿌리치고 달리기 시작했다. 두 소방관은 힘겹게 소녀들을 땅바닥에 내려놓으며 외쳤다.


“엠뷸런스!”


어느새 달려온 남자는 피어스가 내려놓은 소녀를 껴안고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메들린!”

“저희가 환자를 돌볼 수 있게 해주세요.”


구조대원들은 남자를 밀어내고 소녀의 상태를 확인했다. 뒤늦게 남자를 따라온 경찰은 그를 가로막았지만, 운송용 침대로 소녀를 들어 올린 구조대원 중에 한 사람이 남자에게 말했다.


“따님이세요?”

“맞아요! 제 딸이에요!”

“저희와 함께 가시죠.”


화재 현장을 생방송으로 중계하고 있는 카메라는 남자의 모습을 쫓고 있었다. 남자가 엠뷸런스를 타고 떠나자, 연이어 도착하는 소방차와 엠뷸런스를 비추다가 다시, 강렬한 화염에 뒤덮인 아파트를 클로즈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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