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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말파이브 님의 서재입니다.

넷플릭스용 미드를 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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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노말파이브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3
최근연재일 :
2021.06.1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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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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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9,536

작성
21.06.03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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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세 번째 공판(2) - 젝키 존스 형사

DUMMY

-해리의 기억, 2호 법정-


“흐흠, 흠.”


해리의 시선이 탁성이 들리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에커튼 변호사가 투명한 유리잔에 담긴 물을 들이켰다.


“흐흐흠. 실례합니다.”


목소리를 가다듬은 그가 증인석 앞으로 걸어갔다.


“형사님? 아무런 이유도 없이 어떤 사람이 미웠던 적이 있으신가요?”

“글쎄요······.”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시죠.”

“떠오르는 기억이 없습니다.”


에커튼 변호사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젝키 존스 형사 쪽으로 인사하듯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공손하게 말했다.


“혹시 제가 미우신가요?”


법정 여기저기에서 작은 웃음소리들이 들렸다.


“아니요. 제가 왜 변호사님을 미워하겠습니까.”


“혹시 제 의뢰인인 제임스 맥커니히 씨를 미워하시나요?”


“재판장님 이의 있습니다.”


“변호인? 무슨 의도죠?”


“재판장님께서는 증인이 제 의뢰인에게 수갑을 채우는 장면을 보셨습니까?”


“뉴스에서 봤습니다.”


“혹시 배심원 여러분께서는 모두 보셨는지요? 혹시 보지 못하신 분 계신가요?”


12명의 배심원 중에 3명의 배심원이 손을 들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리고 배심원 여러분. 증인으로 나온 젝키 존스 형사는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던 저의 의뢰인을 강압적으로, 그것도 교실에서 수갑을 채워 연행했습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경찰서로 출두하겠다고 말했는데도 말이죠. 증인? 꼭 교실에서 수갑을 채워 연행해야만 했습니까?”


“아닙니다. 꼭 그럴 필요는 없었습니다. 제 잘못입니다.”


“그 행동으로 처벌도 받으셨죠?”


“견책 처분을 받았습니다.”


“재판장님? 혹시 그날의 체포 영상을 못 보신 배심원분들과 보았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수 있는 배심원 여러분들을 위해 이 자리에서 볼 수 있을까요?”


“왜 그래야만 하죠?”


“증인은 형사로서 국가의 권력을 대리 수행함에 있어 형이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에 대해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그 영상을 보신다면 제 주장이 거짓이 아님을 여러분 모두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영상을 다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 계속하시죠.”


에커튼 변호사가 배심원단 앞에 섰다.


“이 자리에서 당시의 영상을 보았다면 여러분들도 공감하셨을 텐데 아쉽습니다··· 제가 여러분들에게 꼭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은······ 객관적이고 논리적이며 공정하게 사건을 수사해온 것처럼 증언하고 있는 증인이, 실제로는 지극히 주관적으로 이번 사고를 수사해 왔을지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재판장님! 궤변입니다.”


“재판장님? 조금 더 들어주시겠습니까?”


“진행하세요.”


“증인? 증인은 3월 26일에 샌프란시스코 메디컬센터를 방문했을 때, 외과 의사인 로버트 일먼 씨와도 만나셨죠?”


“네.”


“그럼 릴리 프랭키 양의 몸에 남은 체벌일지 모르는 상처에 대해서도 들으셨겠네요?”


“들었습니다.”


“혹시 릴리 프랭키 양이 경찰서에 찾아오기 이전에 그녀의 아버지를 만나보신 적이 있습니까?”


“아니요.”


“그럼 경찰서로 프랭키 부녀가 찾아왔을 때, 게리 프랭키 씨에게 체벌에 관해 물어보셨습니까?”


“아니요.”


“그렇다면 확실하게 체벌에 대한 수사는 없었군요?”


“네.”


“릴리 프랭키 양이 체벌을 당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네.”


“3월 26일에 릴리 프랭키 양을 만났을 때, 그녀가 메들린 멕기니 양의 성폭행에 대해 뭐라고 진술했다고요?”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릴리 프랭키 양은 거짓말쟁이인가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녀의 진술은.”


에커튼 변호사는 젝키 형사의 증언을 끊었다.


“증거물 17-1번과 18-9번을 요청합니다.”


중앙이 나누어진 스크린에는 릴리의 허벅지에 연하게 남은 멍이 찍힌 사진들이 띄워졌다.


“왼쪽의 사진이 3월 24일에 찍은 사진이고, 오른쪽의 사진이 4월 10일에 찍은 사진입니다. 증인? 릴리 프랭키 양은 저 사진에 대해 뭐라고 하던가요?”


“묻지 않았습니다.”


“증인은 죄를 가려서 수사하시나요?”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 멍들이 사건의 해결에 아주 중요한 단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십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릴리 프랭키 양의 성폭행을 그녀의 아버지가 했을지도 모른다는 추정을 해 보신 적 있습니까?”


“없습니다.”


“재판장님, 증거물 18-5, 18-7, 18-9번을 요청합니다.”


삼 분할된 스크린에 세 장의 사진이 띄워졌다.


“증인? 저 사진들을 설명해 주시죠.”


“릴리 프랭키 양의 몸에 남아있던 멍들입니다.”


“각각 쇄골, 손목, 허벅지에 남아있던 멍입니다. 보시다시피 각각의 멍은 농도도 다르고 형태도 다릅니다. 그렇죠?”


“네.”


“증인은 저 멍들이 동일인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보십니까?”


“아니요. 허벅지의 멍은 릴리 프랭키 양 아버지의 체벌이라고 생각합니다. 손목과 쇄골은 제임스 맥커니히가 만든 것이고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외과 전문의도 동일인인지, 같은 시간대에 만들었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한 저 멍들의 출처를 확연하게 구별해 내셨다고요?”


“정황상 그렇게 보입니다.”


“정황이요? 체벌했을지도 모르는 게리 프랭키 씨에게는 확인해 보지도 않았고, 폭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저의 의뢰인들에 대해서는 릴리 프랭키 양의 진술만을 믿었다? 이게 당신의 수사 기법인가요?”


“두 사건은 별갭니다.”


“이제서야 사건이라고 말씀하시네요. 별개라고요? 어떻게 그렇게 단정 지으실 수 있죠? 게리 프랭키 씨에게는 묻지도 않으셨잖아요?”


“저의 수사 경험상 이번 사건에서 게리 프랭키 씨는 관련이 없습니다.”


“그래요. 그럴 수 있습니다. 제 의뢰인들이 실제로 범인일 수도 있습니다. 제 의뢰인들이 저에게 했던 모든 말들이 온통 거짓말일 수도 있죠.”


에커튼 변호사는 온화한 미소로 배심원들과 방청객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전문가인 증인에게는 범죄의 면면이 아주 쉽게 속속들이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법체계에서 범죄를 판단하고 그 죄의 경중을 따지는 것은 형사가 아닙니다. 증인은 국민 모두의 대리인인 배심원분들과 존경하는 재판장님께 피고인의 범죄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책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어떤가요? 증인의 논리가 객관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까? 자신이 멋대로 용의 선상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 아무리 자신이 생각하기에 범행을 저지른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용의자라고 한들 무죄 추정을 원칙으로 대해야 한다는 국민의 기본권마저 박탈한 증인의 수사가 객관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까? 증인? 자신의 수사가 객관적입니까?”


에커튼 변호사는 증인석의 젝키 형사와 방청석의 게리 프랭키의 한 가운데에 비스듬히 서서 양쪽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몇몇 절차상의 문제가 있을 수 있으나, 저와 제 동료는 객관적으로 수사했습니다.”

에커튼 변호사는 젝키 형사의 정면으로 바짝 다가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만약, 만약에 말입니다. 3월 23일의 그 사고가 일어난 직후에, 증인이 게리 프랭키 씨를 수사했다면, 그래서 그다음의 사건들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면, 그 이후 벌어진 모든 사건은 모두 당신 때문에 일어난 것 아닙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게리 프랭키 씨는 이번 사건의 범인이 아니니까요.”


편안한 표정의 젝키 형사는 차분한 목소리로 답변했다.


해리가 천천히 고개 돌려 게리 프랭키를 바라보았다. 그의 각진 얼굴이 앙다문 치아 때문에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양 무릎 위에 꼭 쥔 두 주먹을 올려놓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그의 오른 주먹 위에 캐서린의 왼손이 올려져 있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리고 배심원 여러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증인으로 나온 젝키 존스 형사의 수사는 객관적으로 볼 수 없습니다. 마치 범죄심리학의 대가인 양 그가 추측한 제 의뢰인에 대한 범죄 동기는, 그가 얼마나 제 의뢰인을 증오하고 있는지에 대한 증거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상입니다.”


“검찰 측? 없습니까? 잠시 휴정하겠습니다.”


법정의 사람들이 수군대는 소리를 배경음으로 증인석에서 나오는 젝키 존스 형사와 해리의 시선이 마주쳤다. 젝키 형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해리에게 눈인사를 건네고 지나쳐갔다. 그리고 해리의 시선에 자연스럽게 게리 프랭키가 들어왔다.


“프랭키 씨 괜찮소?”


게리 프랭키는 캐서린의 손을 가볍게 밀어내고 이마의 땀을 양손 등으로 번갈아 닦았다.


“법정이 덥네요. 원래 이곳은 냉방이 이렇게 시원치 않은가요?”

“오늘은 좀 그런 편인 듯싶소. 나도 좀 덥구먼.”


해리는 게리의 딴청에 부드럽게 맞장구를 쳤지만, 캐서린은 그렇지 못했다.


“저기······. 프랭키 씨?”


캐서린이 조심스럽게 게리를 불렀다.


“말씀하세요. 스미스 부인.”


“증인석에서 모든 질문에 답변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게 무슨 소립니까?”


“대답하시기 곤란한 질문들이 많을 거예요. 그럴 땐 꼭 정직하게 답변하실 필요는 없어요.”


“비겁하게 도망치라는 말씀이세요?”


“도망치라는 말이 아니에요. 보셨잖아요. 당신을 추악한 범죄자로 만들 거라고요, 저 변호사는.”


“상관없어요. 그건 사실이 아닌걸요.”


“진지하게 생각해 주실 순 없나요.”

“나는 딸을 때리기는 했지만, 성폭행한 적은 없어요. 딸이 성폭행당할 때 지켜주지는 못했지만, 딸의 재판에서까지 비겁한 짓을 할 순 없어요. 이건 제 딸을 위한 재판입니다.”


긴장한 게리의 얼굴이 서서히 풀어지면서 옅은 미소를 띄웠다. 그리고 금세 각진 턱 주위의 힘줄이 꿈틀거렸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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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네 번째 공판(1) - 릴리 프랭키 +2 21.06.05 56 3 18쪽
32 세 번째 공판(3) - 게리 프랭키 +2 21.06.04 65 5 12쪽
» 세 번째 공판(2) - 젝키 존스 형사 +2 21.06.03 63 5 10쪽
30 세 번째 공판(1) - 젝키 존스 형사 +4 21.06.02 63 7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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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해리의 힘 21.05.29 72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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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릴리, 기억을 저장하다 +4 21.05.26 88 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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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기억 거래소 +1 21.05.22 97 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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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망설이는 프랭크 +1 21.05.20 114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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