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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포장마차 요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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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4.05.08 21:46
최근연재일 :
2024.06.0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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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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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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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글자수 :
133,981

작성
24.06.0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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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5화 멸치국수(완)

DUMMY

재라 인근 산 중턱에 숨겨져 있는 훈련장.


호크와 릴리는 대련을 준비하고 있었다.


호크가 제시한 특별 훈련은 무척 단순하면서도 고된 내용이었다.


바로 훈련장 전체를 사용하는 무제한 대련이었다.


호크가 이런 방식을 채택한 이유는 릴리에게 필요한 것이 실전이라고 판단해서였다.


릴리는 다양한 훈련을 받으며 충분한 토대를 다졌다.


그 실력은 F등급 모험가를 훌쩍 넘긴 상태.


그녀에게 부족한 것은 실전 감각과 자신감이었다.


아츠 숙련에 도달한다면 부족한 자신감을 채울 수 있으리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잠깐 설명할까.”

“설명이요?”

“그래, 아츠에 대한 설명.”


호크는 바닥에 나뭇가지로 그림을 그리며 설명했다.


“아츠 능력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예시는 주사위양.”


아츠 입문하면 얻는 치명적인 실수를 막아주는 실패 예감.


이를 주사위에 비유하자면, 20면체 주사위를 굴렸을 때 1이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츠 숙련으로 얻게 되는 능력을 주사위에 비유하면 어떻게 될까?


“정답은 주사위를 여러 개를 동시에 굴려서 가장 좋은 결과를 취하는 거지.”


그것이 아츠 숙련에서 얻게 되는 능력, 결과 예지의 힘이었다.


“결과 예지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짧은 미래를 볼 수 있는 예지 능력에 가까워.”

“미래를 본다고요?”

“그래, 아츠 숙련에 도달하면 어느 순간 미래의 잔상 같은 걸 보게 될 거야. 그 잔상 중에서 원하는 결과를 선택할 수 있는 거지.”


실패 예감이 치명적인 실수를 막아주는 것이라면.


결과 예지는 성공을 위한 선택지를 늘리는 능력이라 할 수 있었다.


“뭐랄까. 도박사가 좋아할 법한 능력 같네요.”

“아주 틀린 말은 아니야. 이 비유가 유명해진 이유도 주사위 도박에 아츠를 사용한 도박꾼이 있어서거든.”

“그거 이능으로 사기 도박하는 거 아닌가요?”

“바로 맞췄어. 심지어 아츠는 능력을 써도 알아내기가 어렵지.”


아츠 숙련만 되어도 도박에서 무척이나 유리해질 수 있었다.


꽝 패가 나오는 걸 막으면서 여러 패 분배의 결과 중에서 좋은 결과만을 취할 수 있으니까.


“이능이 지나치게 도박이랑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만든 사람이 도박꾼이래요?”

“도박꾼이라면 도박꾼이려나? 아츠를 만든 사람은 농부라고 들었거든.”


4대 이능은 저마다 이능을 만들어낸 창조자가 존재했다.


오러의 창조자는 대륙에 이름을 떨친 수인 대전사였다.


마나의 창조자는 마법의 종주이기도 한 최초의 드래곤 로드였다.


프레이의 창조자는 대륙의 모든 신앙을 하나로 묶은 만신전의 첫 번째 교황이었다.


그리고 아츠의 창조자는 자연과 내기를 하며 작물을 기르는 농부였다.


“다른 이능에 비해 아츠의 창조자만 수수한 느낌인데요?”

“대전사나, 드래곤 로드, 교황에 비해 단순한 농부는 급수가 딸리는 느낌이 들지만, 그 업적을 깎아내릴 수는 없는 법이지.”


도리어 한낱 농부가 대단한 인물들과 나란히 섰으니 그만큼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농사를 망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더 좋은 결과를 내고 싶어서.

항상 평균 이상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

최선의 결과를 내고 싶어서.

그리고 하늘에 닿는 콩나무를 키우고 싶다는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아츠의 창조는 바보 같은 꿈을 한없이 진지하게 추구한 끝에 도달한 결과물이었다.


아츠의 성장은 아츠의 탄생이 그러했듯이, 불가능을 향한 열망에서 시작된다.


“릴리, 너는 아직 훌륭한 모험가가 된 자신을 상상할 수 없지?”

“······.”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그려보도록 해.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자신의 꿈을.”


호크는 장검의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그것은 대련을 시작하겠다는 신호였다.


릴리는 한껏 긴장한 표정으로 에스톡을 뽑아 들었다.


F등급 모험가가 A등급 모험가를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아츠는 그러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고자 하는 이능이다.


실패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 더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


숙련의 영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러한 강한 염원이 필요했다.


“하아아!”


릴리는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해 기합과 함께 호크를 향해 달려들었다.


* * *


호크와 릴리의 대련은 말이 좋아 대련이지 일방적인 사냥에 가까웠다.


호크는 지형지물을 이용해서 서서히 릴리를 압박했다.


가끔 은신을 이용한 암습으로 경각심을 끌어올리게 했다.


릴리는 필사적으로 공세를 막아내며 도망치고 또 도망쳤다.


실패 예감으로 리타이어될만한 치명적인 공격들은 어떻게든 피할 수 있었지만.


대련을 이어갈수록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대로는 안 돼.’


도망치기만 해서는 승산이 바닥인 그대로일 뿐.


상황을 뒤집기 위해서는 이쪽에서 공세를 취해야만 한다.


‘상대가 너무 빨라서 공격 기회는 이쪽에서 잡을 수 없어.’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 공격을 받아치는 것뿐이었다.


숲을 빠져나와 탁 트인 공간으로 나왔다.


코를 찌르는 듯한 악취가 치명적인 위험을 알렸다,


악취가 풍겨오는 방향을 향해 칼끝을 겨누었다.


그러자 어느 순간 호크가 눈앞에 나타난 장검을 휘두르는 게 보였다.


‘······찌른다!’


그렇게 염원하는 순간, 눈앞에 잔상 같은 게 보이기 시작했다.


두 개의 잔상이 서로 다른 궤적의 찌르기를 선보였다.


하나는 반격에 실패하여 그대로 압도당하였고.


다른 하나는 찌르기로 아슬아슬하게 장검을 비껴냈다.


릴리는 본능적으로 후자의 동작을 따라가고자 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앞서 본 잔상과 완전히 동일한 결과가 이루어졌다.


릴리가 공격을 비껴내자, 호크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드디어 해냈구나.”


호크는 지금까지 모든 공격에 일부러 하나의 빈틈을 만들고 있었다.


이쪽을 공격하면 반격이 가능하다고 일부러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하아, 하아, 하아.”


릴리는 거칠게 숨을 고르며,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에 남은 성공의 감촉이 얼얼한 통증처럼 맴돌았다.


“제가, 정말로?”

“그래. 아츠 숙련이 된 거다.”


그 대답에 릴리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지금까지의 고생이 무의미하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동시에 호크가 훈련에 어울려줄 이유가 사라졌다.


그 사실이 못내 아쉬웠다.


“아츠 숙련이 된 기념으로 원하는 요리를 만들어줄게. 뭐 먹고 싶어?”

“······.”


호크의 제안에 릴리는 잠시 고민했다.


지금까지 먹었던 수많은 요리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 끝에 하나의 요리가 떠올랐다.


“······멸치국수.”


처음 호크를 만났을 때 먹었던 요리.


“멸치국수가 먹고 싶어요.”


어째서인지 멸치국수가 무척이나 먹고 싶었다.


“알았다.”


호크는 그 요청에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나 그렇듯이 덤덤한 얼굴로.


* * *


모험가 길드 입구 근처에 세워진 포장마차.


냄비에서 끓는 멸치육수의 구수한 냄새와 소면을 삶는 밀가루 냄새가 풍겨왔다.


다 익은 소면을 건져내 찬물에 잘 씻어낸 뒤 그릇에 담았다.


그 위로 국물과 고명을 얹었다.


고명은 부추무침, 김가루, 참깨, 양념간장이 들어갔다.


호크는 완성된 멸치국수를 릴리에게 건네주었다.


“멸치국수 나왔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릴리는 조심스레 젓가락을 들었다.


호크와 함께 생활하면서 젓가락을 쓰는 법을 배웠다.


아직 어설프지만, 아츠 능력의 도움으로 어떻게든 써먹을 수 있었다.


릴리는 젓가락으로 국수를 잘 휘저었다.


소면의 하얀색, 김의 검은색, 부추의 초록색, 양념간장의 빨간색이 뒤섞여 조화를 이루었다.


그녀의 기억 속에 있는 국수의 모습 그대로였다.


조심스레 젓가락으로 국수를 들어 면을 입안으로 빨아들였다.


후루룩!

면을 빨아들이는 소리가 조용한 포장마차 내부에 울려 퍼졌다.


가늘고 부드러운 소면의 식감과 면이 머금은 육수와 양념의 맛이 입안을 가득 메웠다.


후루룩, 쩝쩝.

후루룩, 쩝쩝.


수인 소녀는 말없이 어설픈 젓가락질로 국수를 먹었다.


어느새 국수가 바닥나고, 국물만이 남았다.


릴리는 빨간 국물을 남긴 없이 들이켰다.


“······꿀꺽, 후우!”


국물을 마시느라 참고 있던 날숨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기억 속의 그 맛 그대로였다.


그리고 이 국수를 맛보는 것이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울면 안 돼. 마지막까지 우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어!’


릴리는 북받치는 감정을 애써 억눌렀다.


그것이 자신에게 여러 가지를 가르쳐준 스승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스승은 생각이 달랐다.


“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

“······네?”

“슬픈 걸 억지로 참아봤자 병들 뿐이야. 차라리 시원하게 우는 게 나을 때도 있어.”


울어도 괜찮다.


그 한마디에 막아놨던 눈물이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나왔다.


“으아아아아!”


수인 소녀는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고마운 사람과의 이별이 너무도 슬프고 아팠다.


호크는 소녀의 울음이 그치기를 말없이 기다려주었다.


위로는 하지 않았다.

충고 역시 마찬가지.


이미 가르쳐줄 수 있는 것은 모두 가르쳐 주었다.


그녀는 이미 한 사람의 모험가로서 자립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었다.


혼자서 달릴 수 있는 아이의 뒤를 계속 잡고 있어서야 홀로서지 못한다.


본래 모험가는 모든 것이 자기책임.

신출내기를 위한 어리광은 여기까지였다.


이제부터는 다른 누구도 아닌 릴리가 스스로 헤쳐 나가야 했다.


그날 포장마차의 표지판은 자리 비움에서 바뀌지 않았다.


* * *


호크는 제라를 떠나기에 앞서 아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모험가 길드를 방문하자, 토니 지부장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토니는 호크의 모습을 보자, 참지 못하고 한숨을 토해냈다.


“후우, 영 촉이 좋지 않더라니. 오늘 떠나는 건가?”

“예, 떠나기 전에 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모험가 시절에도 의뢰를 받고 자주 바깥을 나돌고는 했었지.”

“이래저래 협력 요청이 많았으니까요.”

“은퇴했다 뿐이지 지금도 다르지 않겠지. 다녀오게. 제라 지부는 언제든지 자네의 귀환을 환영할 테니까.”

“예. 다녀오겠습니다.”


호크는 모험가 길드의 접수원을 비롯하여 안면 있는 사람들과도 대화를 나눴다.


몬스터 해체 부서를 방문하자, 시몬이 맞이해주었다.


“그래, 떠난다고? 어디로 가는데?”

“동쪽의 대수림으로 갈 예정입니다.”

“그러면 술은 더 이상 못 얻어먹겠네.”

“몇 병 남겨 놓고 갈까요?”

“너처럼 술 관리에 편리한 아공간 같은 건 없다. 그보다 나중에 볼프람에도 들릴 거 아니냐?”

“예, 한 번쯤 들릴 것 같아요.”

“그러면 거기서 얻은 술로 나중에 한잔하자고.”


시몬은 술잔을 기울이는 손짓을 하며 말했다.


잘 다녀오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모험가가 도시를 떠났다가 돌아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그러니 작별 인사 대신 다음에 마실 술 약속을 잡았다.


잭스, 앨리스, 레베카, 애쉬를 비롯한 모험가들과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안면이 있는 모험가 대다수는 의뢰를 받아 제라를 떠난 상태였다.


아마 기사단이 찾아왔을 무렵에 귀찮은 일에 휘말리기 싫어서 냉큼 의뢰를 받고 떠난 것으로 보인다.


정작 그 기사단을 끌고 온 에밀리아는 볼일을 보자마자 쌩하고 수도로 돌아가 버렸지만 말이다.


아쉽기는 했으나,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다.


모험가를 하다 보면 이런 엇갈림은 흔하디흔한 일이었으니까.


인사를 끝마친 호크는 제라를 나섰다.


대륙을 돌면서 포장마차를 운영한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그리고 호크가 떠난 날, 한 달 가까이 쉬고 있던 한 사람의 모험가가 복귀했다.


“어서 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의뢰를 받고 싶은데요.”

“이름과 등급 그리고 역할군을 알려주시겠습니까?”

“이름은 릴리, 등급은 F등급, 역할군은 길잡이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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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화 멸치국수(완) 24.06.01 25 1 12쪽
24 24화 칼국수(2) 24.05.31 30 1 12쪽
23 23화 칼국수 24.05.30 30 1 11쪽
22 22화 고기야채찜(6) 24.05.29 33 1 12쪽
21 21화 고기야채찜(5) 24.05.28 30 1 13쪽
20 20화 고기야채찜(4) 24.05.27 35 1 12쪽
19 19화 고기야채찜(4) 24.05.26 39 2 11쪽
18 18화 고기야채찜(2) 24.05.25 47 3 12쪽
17 17화 고기야채찜 24.05.24 43 1 11쪽
16 16화 부침개(2) 24.05.23 44 2 12쪽
15 15화 부침개 24.05.22 52 3 11쪽
14 14화 닭튀김(3) 24.05.21 51 3 12쪽
13 13화 닭튀김(2) 24.05.20 54 3 12쪽
12 12화 닭튀김 24.05.19 61 3 12쪽
11 11화 닭꼬치 24.05.18 55 3 12쪽
10 10화 계란찜 24.05.17 64 3 13쪽
9 9화 토스트 24.05.16 66 3 11쪽
8 8화 돈가스 샌드위치 +2 24.05.15 86 5 12쪽
7 7화 돈가스(2) 24.05.14 78 6 12쪽
6 6화 돈가스 24.05.13 90 5 12쪽
5 5화 삼겹살 구이 24.05.12 91 4 12쪽
4 4화 완당(2) 24.05.11 100 6 12쪽
3 3화 완당 +3 24.05.10 115 7 12쪽
2 2화 멸치국수(2) +1 24.05.09 12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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