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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포장마차 요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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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4.05.08 21:46
최근연재일 :
2024.06.01 22:30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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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0
추천수 :
80
글자수 :
133,981

작성
24.05.22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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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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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15화 부침개

DUMMY

호크가 포장마차 장사를 시작하고 3주가 흐른 시점.


오늘도 무사히 포장마차 아침 영업을 끝마쳤다.


호크와 릴리는 뒷정리를 하면서 오늘의 매상에 관해 이야기했다.


“오늘은 토스트가 많이 팔렸네.”

“오랜만에 날씨가 풀려서 그런 것 같아요.”


한창 추운 날씨가 이어지다가 오랜만에 날씨가 푸근해졌다.


이런 날씨에는 따뜻한 국물 요리보다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토스트가 인기였다.


‘좀 더 추이를 보고, 날씨가 풀리면 메뉴를 바꾸는 것도 좋겠네.’


새로운 메뉴에 대해서 생각하던 호크는 뜬금없이 말했다.


“······최근 너무 고기만 먹은 것 같은데.”

“네?”


릴리는 무슨 뜻인가 싶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에 호크는 릴리에게 물었다.


“오늘 아침에는 뭘 먹었지?”

“팬케이크에 계란프라이, 베이컨을 먹었죠.”

“어제저녁은?”

“오랜만에 평범하게 소고기 스튜랑 빵을 먹었잖아요.”

“어제 점심은?”

“남아있던 코카트리스의 살코기로 샌드위치를 먹었죠.”


호크는 릴리의 기억하는 한도 내로 먹은 것들을 나열하게 했다.


그 결과, 국수 같은 면 요리를 제외하면 하나같이 고기가 들어가는 요리뿐이었다는 게 판명되었다.


이에 호크는 결론 내렸다.


“근 3주 동안 너무 고기만 먹었어.”

“샐러드 같은 것도 챙겨 먹지 않았나요?”

“그건 어디까지나 함께 먹는 결들인 반찬에 가까운 거니까. 내가 말한 건 메인 반찬 쪽 이야기야.”

“하지만 고기가 말고 먹을 게 있나요?”

“채소가 메인인 요리 같은 것도 있으니까. 말하니까 갑자기 먹고 싶어지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특정 요리가 먹고 싶은 충동 같은 게 올라오는 때가.


이번에는 맹렬하게 채소가 먹고 싶어졌다.


‘이럴 때 가장 좋은 건 한식이지.’


된장찌개나 김치찌개 같은 찌개류 하나에 밥과 나물을 함께 먹는 거다.


아니면 각종 나물을 고추장과 참기름에 쓱싹 비벼 먹는 것도 좋다.


‘문제는 양념이 다 떨어졌단 말이지.’


된장찌개에 쓸 된장은 물론, 비빔밥에 넣어 먹을 고추장도 떨어졌다.


무엇보다 쌀이 없다는 게 제일 문제였다.


‘2주 가까이 쌀을 못 먹었어.’


이곳의 주식은 밀이기에 쌀을 구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왕국 수도 같은 곳이면 몰라도, 변경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래서야 요리의 레퍼토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팔고 있는 음식들의 식재료는 재고가 충분해서 다행이지만.’


적어도 제라를 떠나는 전까지는 충분히 버틸 수 있으리라.


‘제라를 뜨기 전에 릴리가 아츠 입문을 넘어서 숙련이 되면 좋겠는데.’


릴리가 아츠에 입문한 뒤로 길잡이에 필요한 기술들을 가르쳐주면서 아츠의 실패 예감에 익숙해지게 했다.


여기서 아츠의 다음 단계에 들어선다면 모험가로서 1인분은 하고도 남았다.


그때는 모험가 업무를 재개해 단독으로 의뢰를 받는 것도 가능하리라.


‘물론 어디까지나 희망 사항에 불과하지만.’


길어야 2주 만에 아츠 숙련자가 되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재능을 살려 극적인 성장이 가능한 오러나 마나면 또 모를까.


아츠는 입문하고 나면 타고난 재능보다는 시간과 노력이 더 중요한 이능이었다.


왜냐하면 끊임없는 시도를 통해 경험을 축적으로 성장하는 이능이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숙련으로 나아갈 단서는 찾아주고 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래야지 마음 놓고 식재료를 보충하러 도시를 떠날 수 있을 테니까.


호크가 말없이 지긋이 바라보자, 릴리는 시선에 무언가 의도가 있지 않을까 고민했다.


‘채소를 먹고 싶다고 말씀하신 뒤로 계속 보시는데 의견을 말하라는 걸까?’


고기가 주식인 늑대 수인이다 보니 채소 요리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하다못해 괜찮은 식재료라도 떠올리기 위해 애썼다.


‘양배추?’


샐러드 같은 걸 자주 해 먹는 채소이기는 하지만, 메인으로 삼기에는 부족한 감이 많은 재료였다.


자체적인 맛이 없다보니 다른 식재료와 함께 써야 했다.


‘그럼 감자?’


감자는 이래저래 만들 수 있는 요리가 많았다.


감자튀김, 감자샐러드, 매쉬드 포테이토 같은 거 말이다.


다만 호크는 감자를 채소보다는 밀이나 쌀 같은 곡물에 가까운 느낌으로 취급했다.


‘으음, 그밖에 다른 채소가 뭐가 있지?’


호크는 릴리의 앞날을 걱정했고, 릴리는 채소 재료를 고민했다.


대화 부족으로 인한 엇갈림은 포장마차 내부를 조용하게 만들었다.


조용해진 포장마차는 바깥의 소리를 잘 들려왔다.


그렇기에 천막을 두들기는 소리에 곧바로 반응할 수 있었다.


툭, 투둑, 투두둑.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에 릴리와 호크의 시선이 천장을 향했다.


소리가 나는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이내 연속성을 띠기 시작했다.


솨아아아아!

바깥에서 들려오는 빗소리에 릴리는 입구 근처에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분명 아침까지만 해도 쨍쨍했던 하늘은 어느새 먹구름으로 가득했다.


이래서야 한두 시간으로는 그칠 것 같지 않았다.


“갑자기 비라니.”


릴리는 질색하며 말했다.


그녀는 비가 오는 날이 싫었다.


털이 젖고 몸이 무거워지지 않는가.


차라리 눈이 오는 쪽이 더 나았다.


“우우, 우산이나 우비 안 챙겨왔는데······.”

“저녁 장사 끝나면 빌려줄게. 날씨가 이래서야 의뢰하러 나간 사람들도 고생하겠네.”


갑자기 내리는 호우 같은 악천후는 모험가 활동에 여러모로 지장을 주기 마련이다.


약초 채취 등을 이유로 야외로 나간 이들은 급히 마을로 복귀하며.


몬스터 토벌을 나간 모험가들도 의뢰를 일시 중단하고 근처 마을에서 휴식을 취했다.


이런 궂은 날씨 속에서 활동을 이어가는 이들은 크게 두 부류였다.


날씨의 영향을 신경 쓰지 않는 바보이거나 날씨의 영향을 덜 받는 수단이 있거나.


전자는 경험이 얕은 신참내기가 많은 편이며, 후자는 중견 이상의 실력자가 대다수였다.


“비도 오니까, 훈련장에 가는 건 그만두자.”

“그러면 오늘 훈련은 쉬는 건가요?”

“아니, 다른 걸로 대체할 거야.”


호크는 릴리에게 도마와 식칼 그리고 껍질을 벗긴 감자를 건넸다.


“감자를 가능한 얇게 채 써는 게 목표야.”


호크는 본보기로 감자를 채 써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먼저 감자를 적당한 길이가 되게끔 통으로 잘랐다.


그다음 원하는 두께가 되도록 감자를 얇게 채 썰었다.


호크는 완성된 감자채를 릴리에게 보여주었다.


“이게 가장 이상적인 두께야.”

“대체 얼마나 얇게 썬 거예요?”

“대충 0.2밀리미터 정도 될 거야.”

“초심자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인데요?!”

“네 말대로 무척 어려운 작업이야. 자칫하면 손가락을 벨 수도 있어. 그러니까 시키는 거기도 하지만.”

“······설마 실패 예감을 써서?”


릴리는 호크가 무슨 의도로 감자를 채 썰라고 했는지 깨달았다.


아츠의 실패 예감을 끊임없이 사용해서 이상적인 두께로 감자를 채 썰라는 뜻이었다.


호크는 대답 대신 싱긋 웃어 보였다.

긍정을 뜻하는 미소였다.


이렇게 되면 물러설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는 릴리는 울상을 지으며 감자를 채 썰기 시작했다.


호크는 릴리가 작업하는 걸 잠시 봐주다가 이내 주방으로 돌아갔다.


호크는 호크대로 따로 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 오는 날이면 갑자기 먹고 싶어지는 요리가 있지.’


호크가 만들려는 요리는 바로 부침개였다.


전(煎)이나 찌짐이라고도 불리는 이 요리는 재료에 따라서 김치전, 배추전, 녹두전, 호박전 등등 다양한 파생이 존재했다.


그중에서 호크가 만들고자 하는 부침개는 감자채전과 부추전이었다.


감자채전에 쓸 감자채는 릴리가 준비하고 있으니, 호크는 부추전을 준비할 생각이었다.


‘오늘은 채소를 먹고 싶은 기분이니까. 해산물 없이 채소만 쓰자.’


호크는 인벤토리에서 부추전의 재료들을 꺼냈다.


이번에 쓸 야채는 부추, 당근, 양파, 청양고추였다.


먼저 당근, 양파, 부추를 잘 씻은 다음 비슷한 길이가 되도록 썰어주었다.


‘청양고추는 많이 넣으면 매우니까. 하나만 썰어서 넣자.’


청양고추라고 부르고 있지만, 정확히는 청양고추의 맛을 최대한 재현한 고추였다.


청양고추는 특유의 칼칼하고 말끔한 매운맛으로 느끼함을 잡아주는 등 쓰임새가 많은 식재료였다.


부추전에 청양고추를 넣는 이유도 훌륭한 악센트가 되어 주기 때문이었다.


호크는 썰어둔 야채들은 큰 그릇에 옮겨 담아 잘 섞어주었다.


가루가 들어간 뒤에는 잘 섞이지 않기에 지금 섞어둘 필요가 있었다.


이렇게 잘 섞인 채소들에 밀가루를 넣어서 재차 섞어주었다.


소금을 넣어서 적당히 간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제 원하는 농도가 될 때까지 물을 넣어서 섞어주면 반죽이 완성된다.


만약 부드러운 식감을 원한다면 여기에 계란을 넣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호크는 겉이 바삭한 부침개를 좋아하기에 계란을 넣지 않았다.


반죽이 완성되었으니, 이제 남은 건 굽는 일뿐이었다.


호크는 불을 붙인 화로에 프라이팬을 올린 뒤 기름을 넉넉하게 둘렀다.


그리고 적당히 예열된 프라이팬에 반죽을 올렸다.


촤르르륵!

부침개가 기름에 자글자글 익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소리야말로 비 오는 날에 부침개를 만드는 이유였다.


바깥에서 들려오는 빗소리와 부침개가 익는 소리가 합주를 시작했다.


그 감미로운 소리에 조심조심 감자를 썰던 릴리마저 시선이 돌아가게 했다.


호크는 뒤집개를 사용해 반죽을 펼쳐서 최대한 얇게 만들어주었다.


약한 불에 부침개가 노릇노릇하게 익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바닥에 닿은 면이 적당히 익는 순간, 뒤집개를 넣어서 뒤집어주었다.


그걸 본 릴리가 말했다.


“그거 뒤집개 안 쓰고 뒤집을 수 있나요?”

“가능하지. 그렇게 하면 주변에 기름이 다 튀어서 안 하는 거지만.”


호크는 부침개가 적당히 익자 시범을 보유주기로 했다.


프라이팬을 원을 그리며 살살 움직이자, 부침개가 그릇 안에 든 물이 출렁이는 것처럼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렇게 부침개가 3분의 1 가까이 삐져나온 순간.


가볍게 스냅을 주어 부침개를 공중에 띄워 올렸다.


부침개는 그대로 180도 뒤집어지더니 부드럽게 프라이팬 위로 착지했다.


“오오!”


릴리는 부침개 곡예에 저도 모르게 감탄하며 손뼉을 쳤다.


부침개를 프라이팬만으로 뒤집는 것은 누구나 한 번쯤 해보고 싶은 멋과 로망이 있는 일이었다.


호크는 양면이 잘 익은 부침개를 접시에 옮겨 담고 찍어 먹을 소스를 준비했다.


부침개에 찍어 먹을 소스는 당연히 간장이었다.


순수하게 간장만 써도 좋고, 이것저것 넣어서 만든 양념간장도 좋다.


어떤 간장에 찍어 먹을지는 순전히 취향이었다.


호크의 경우, 간장에 설탕과 식초를 넣은 간장을 선호했다.


호크는 부추전이 든 접시와 간장이 든 종지를 식탁으로 옮겼다.


“나머지는 먹고 나서 해.”

“네!”


릴리는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잽싸게 식탁 앞에 앉았다.


호크는 부침개와 함께 먹을 막걸리와 잔을 준비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부침개를 즐기려는 때였다.


포장마차에 방문객이 찾아왔다.


쏟아지는 비를 뚫고서 달려왔는지 전신 우비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후드를 벗자, 얼굴을 완전히 가리는 두툼한 투구가 드러났다.


낯익은 갑옷의 형상에 호크가 입을 열었다.


“레베카?”


빗속을 뚫고 찾아온 손님의 정체는 철벽(鐵壁)의 이명을 지닌 A등급 모험가.


하프엘프 성기사 레베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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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고기야채찜(2) 24.05.25 47 3 12쪽
17 17화 고기야채찜 24.05.24 43 1 11쪽
16 16화 부침개(2) 24.05.23 44 2 12쪽
» 15화 부침개 24.05.22 52 3 11쪽
14 14화 닭튀김(3) 24.05.21 5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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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 닭튀김 24.05.19 61 3 12쪽
11 11화 닭꼬치 24.05.18 55 3 12쪽
10 10화 계란찜 24.05.17 64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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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돈가스(2) 24.05.14 78 6 12쪽
6 6화 돈가스 24.05.13 90 5 12쪽
5 5화 삼겹살 구이 24.05.12 91 4 12쪽
4 4화 완당(2) 24.05.11 100 6 12쪽
3 3화 완당 +3 24.05.10 115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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