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포장마차 요리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완결

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4.05.08 21:46
최근연재일 :
2024.06.01 22:3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1,679
추천수 :
80
글자수 :
133,981

작성
24.05.24 22:30
조회
42
추천
1
글자
11쪽

17화 고기야채찜

DUMMY

개인 창고.


B등급 이상의 상위 모험가에게만 제공되는 모험가 길드의 특별 서비스로 모험가 개인에게 할당된 특수한 창고다.


이 창고가 특별한 이유는 모험가 길드만 방문하면 어디서든지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알기 쉽게 비유하자면 온라인 RPG 게임의 캐릭터 공유 창고 같은 느낌이다.


상위 모험가들은 사용하지 않는 재화나 장비 등을 이곳에 보관했다.


이는 호크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철문이 열리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반짝반짝 빛나는 재화의 산이었다.


일상적으로 쓰이는 금화부터 보석이나 귀금속에 이르기까지.


호크가 모험가를 하면서 평생 벌어둔 돈이 이곳에 모여 있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마법 도구와 장비들이 이곳에 보관되어 있었다.


‘우선 인벤토리를 비우자.’


호크는 당분간 쓰지 않을 요리 도구나 식재료를 비롯하여 던전 공략에 필요 없는 물건들을 꺼냈다.


개인 창고에는 여러 물품을 보관하기 위한 특별 조치가 되어 있기에 식재료 같은 걸 보관해도 문제없었다,


‘악마를 숭배하는 사교도가 상대라면 성수(聖水)나 성유(聖油)는 필수로 챙겨야겠고. 날씨를 감안해서 마법 도구도 챙겨야겠네.’


사전에 레베카에게 던전의 환경에 대해서 들어두었다.


호크는 거기에 맞춰서 완드 같은 마법 도구를 준비했다.


‘이번 일은 잠입에 가까워. 기본 장비는 은밀 보조로 가자.’


평소 입는 갑옷과 장검을 착용하고, 나머지 장비들을 선별했다.


선택된 것은 주변 환경에 녹아들기 쉬운 어두운 녹색 계통의 신발, 망토, 장갑이었다.


하나같이 은밀 기동을 도와주는 효과가 있는 특수 장비들이었다.


‘다른 세팅으로는 생존 중점과 퇴마 특화로 하면 되겠지.’


호크는 핏빛의 코트, 장갑, 머리띠와 은빛으로 반짝이는 망토, 팔찌, 조끼를 챙겼다.


그밖에도 상황에 따라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종류의 무기를 챙겼다.


인벤토리의 소모품 잔고를 확인하고 보충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걸로 당장 할 수 있는 준비는 끝났다.’


남은 건 상황에 따라서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직 시간이 좀 남았나. 나중에 먹을 도시락이라도 준비해야겠다.’


일반적인 던전 공략이었다면 여러 가지를 준비했을 거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급박한 만큼 이쪽의 존재를 들키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었다.


고로 인벤토리가 있다고 해도 거창한 요리를 준비하는 것은 금물이었다.


가능하면 냄새가 나지 않고, 뒤처리가 필요 없으며,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요리가 좋다.


‘구체적으로는 샌드위치, 부리토 같은 게 적당하려나.’


빵이나 토르티야에 속을 채워 넣어 먹는 샌드위치나 부리토는 끼니를 때우기 좋은 요리였다.


호크는 개인 창고를 나와서 모험가 길드 바깥에 있는 포장마차로 복귀했다.


* * *


모험가 길드 입구 옆 포장마차.


릴리는 혼자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술에 취해 잠들어 있었지만, 강제로 깨워져서 레베카의 정화성사로 숙취까지 말끔하게 해소되었다.


‘볼일이 생겨서 모험가 길드에 다녀온다고 했는데, 괜찮은 걸까?’


포장마차를 나서는 호크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기에 내심 불안감을 가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호크가 돌아왔다.


이전에 잭스와 대련했던 때보다 충실한 장비를 착용하고서.


릴리는 무언가 일이 있음을 짐작했다.


그래도 이를 내색하지 않고 호크를 맞이했다.


“호크 씨. 다녀오셨어요. 볼일은 다 끝나신 건가요?”

“아니, 아무래도 한동안 자리를 비워야 할 것 같아.”

“네? 그러면 포장마차는······.”

“한동안 영업 정지인 셈이지.”


호크는 품에서 뼈 목걸이를 꺼냈다.


“이건, 훈련장에 입장할 때 필요한 증표잖아요?”

“자리를 비우고 있는 동안 그곳에서 혼자 훈련하고 있어. 식비도 제공할 테니까 짧은 유급 휴가라고 생각해.”

“······.”


릴리는 말없이 뼈 목걸이를 받았다.


손에서 느껴지는 무게가 한없이 무겁게 느껴졌다.


호크가 강하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가 돌려줄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었다.


“······돌아오실 때까지 잘 가지고 있을게요. 그러니까 무사히 돌아오세요.”

“물론이지. 다녀와서 성대하게 먹자.”


호크는 주방으로 향하며 말했다.


“포장마차 정리하기 전에 먹을 걸 준비할 생각인데 도와줄래?”


릴리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앞으로 위험한 일을 하러 가는데 소풍이라도 가는 것처럼 도시락을 만든다니.


흔들리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이 사람답다고 해야 할까.


“뭘 만드실 건데요?”

“샌드위치나 부리토 같은 거. 개인적으로 쌀이 있다면 여러 가지 다른 것도 준비해 볼 수 있었을 텐데 말이지.”


호크는 입맛을 다시면서 아쉬움을 표했다.


“지금은 시간이 촉박하니까. 없는 걸 아쉬워하기보다는 할 수 있는 걸 하는 수밖에.”

“저도 옆에서 도울게요.”


릴리는 호크와 함께 도시락 만들기에 들어갔다.


* * *


약속 시간 10분 전.


도시락 준비까지 끝마친 호크는 릴리의 배웅을 받으며 모험가 길드 로비로 향했다.


로비에는 진작 준비를 끝마친 A등급 모험가들이 일찌감치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는 게 지루했는지 앨리스가 인상을 찌푸리며 한 소리했다.


“늦어.”

“미안, 도시락을 준비하다 보니.”

“간식은?”

“사탕이라면 있는데 먹을래?”

“좋아, 그걸로 용서해 줄게.”


앨리스는 사탕을 반으로 쪼개서 아트라와 나누어 먹었다.


그사이 호크는 다른 이들과 작전 회의를 시작했다.


“우선 정보 교환부터 던전의 상세 위치는?”

“요타 요새 근처에 있어. 근처까지 가면 던전 침식의 영향으로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을 거야.”

“요타 요새라면 여기서 북쪽인가. 꽤 거리가 있네.”


레베카의 대답에 호크는 머릿속에서 지도를 펼쳐 위치를 확인했다.


“왕국과 공국의 경계선에 있는 곳이네.”

“사교도의 발견이 늦은 이유도 경계선 인근이라서 그랬던 모양이야.”

“하긴 관할이 겹치면 이래저래 서로 눈치를 보기 마련이지.”


호크는 거리를 가늠해 보더니 가장 빠른 이동 수단을 떠올렸다.


“좋아, 이동은 아트라를 이용하자.”

“응?”


옆에서 조용히 사탕을 먹고 있던 앨리스와 아트라가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괜찮겠어? 내 운전은 좀 거친데.”

“지금은 다른 무엇보다 속도가 우선이니까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물론 단순히 아트라를 타고 이동할 생각은 없었다.


힘을 완전히 개방한 아트라에 더해 이것저것 강화를 걸 예정이었으니까.


이를 설명하자, 앨리스는 아트라 쪽에 시선을 두었다.


아트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것저것 해준다면 타도 괜찮다고 하네.”

“좋아, 우선 빗속을 지나쳐야 하니까. 그걸 위한 준비부터.”


호크는 인벤토리에서 나무로 된 막대기를 꺼냈다.


저장된 마법을 쓸 수 있는 마법 도구, 완드였다.


완드를 가볍게 휘두르자, 막대기 끝에서 빛이 뿜어져 나와 일행을 뒤덮었다.


[마법 도구 전문가]

[단체 방수]


“다수의 인원이 물에 젖지 않게 해주는 2위계 마법. 이걸로 우산이나 우비가 없더라도 비에 젖는 일은 없을 거야.”

“언제 봐도 신기하다니까. 마법사도 아니면서 완드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니.”

“감으로 파박 쓰는 것뿐이야. 실제로 나처럼 쓸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잭스의 말에 호크는 어깨를 으쓱였다.


상태창을 통해서 얻은 스킬 덕분이었지만, 마법사가 아니면서 마법 도구를 쓰는 사례는 이전부터 존재했다.


마법 도구의 활성화는 마나의 전문 영역이었으니까.


단지 호크처럼 모든 마법 도구를 마법사같이 쓸 수 있는 게 아닐 뿐이었다.


방수 처리를 끝난 일행은 그대로 모험가 길드를 나섰다.


쏟아지는 빗속을 정면으로 돌파했지만, 물 한 방울 묻지 않았다.


마치 보이지 않는 투명한 막이 빗줄기를 막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일행이 발걸음을 멈춘 곳은 도시의 바깥이었다.


“좋아, 아트라. 오랜만에 마음 놓고 몸을 쭉 펴보자!”


앨리스는 아트라를 손에 들고 있는 힘껏 던졌다.


포물선을 그리며 하늘을 날아간 아트라가 환한 빛을 뿜었다.


이윽고 빛이 가라앉자, 아트라의 본래 모습이 드러났다.


그것은 모험가 길드 건물보다 거대한 거미였다.


이것이 왕급 환수가 크기를 억제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이런 거체가 거리를 활보하면 도시가 쑥대밭이 되어버릴 위험이 있었다.


아트라는 갑자기 변한 사이즈에 적응하듯 몇 차례 제자리를 돌더니 이내 일행이 올라타기 쉽게 몸을 낮추었다.


앨리스를 필두로 모든 인원이 올라타자, 호크는 완드를 여러 개 꺼내 마법을 걸었다.


[마법 도구 전문가]

[투명 장막]

[장거리 이동]

[공중 걸음]

[균형 안정화]


지정한 대상의 일정 범위를 투명하게 만들어주는 투명 장막 마법.


장시간 이동 속도를 올려주는 장거리 이동 마법.


공중에 발판이 있는 것처럼 걸어 다닐 수 있게 해주는 공중 걸음 마법.


탈것의 흔들림을 없애주어 쾌적한 이동을 가능케 하는 균형 안정화 마법까지.


이것으로 아트라는 주위에 들키지 않게 투명한 상태로 빠르게 공중을 날아다닐 수 있었다.


한 가지 문제라면 거체 때문에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 소리가 난다는 점이었다.


그 부분은 레베카 쪽에서 해결해 줄 수 있었다.


“레베카, 침묵성사로 주위의 소리를 지워줄 수 있겠어.”

“알겠어.”


레베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신에게 기적을 탄원했다.


“태양신 솔라시여, 하늘을 달리는 당신의 빛처럼 소리 없이 다가가는 발걸음을 허락하소서.”


기도를 끝마치자, 아트라의 몸에 닿고 있는 손에서 따뜻한 빛이 퍼져나갔다.


“이걸로 움직여도 소리가 나지 않을 거야.”

“좋아. 앨리스, 출발하자. 방향은 북쪽. 세세한 방위는 가면서 설명할게.”

“좋았어. 출발이야, 아트라!”


주인의 명령에 거대한 털북숭이 흰 거미는 공중을 밟고서 하늘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 *


이동을 시작한 지 1시간이 지났을 무렵, 호크가 이변을 감지했다.


“잠시 정지.”


아트라가 정지하자, 호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지평선 너머를 바라보았다.


[멀리 보기]


망원경의 배율을 바꾼 것처럼 먼 풍경이 서서히 선명하게 보였다.


‘저건, 바다인가?’


지평선 너머로 있을 리 없는 게 보였다.


그것은 물이었다.

대량의 물이 대지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얼핏 보면 호수인 줄 착각할 수 있겠으나.


멀리서 풍겨오는 바다 특유의 비린내가 호수가 아니라고 부정하고 있었다.


‘먹구름도 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는 건가.’


호크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구름의 흐름을 파악했다.


명백히 바다가 있는 쪽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거기서 호크는 어떤 위화감을 느꼈다.


‘일반적인 던전 침식이라면 비구름과 바다가 함께 움직이는 게 정상이야.’


그런데 어째서 비구름만 침식보다 빠르게 퍼져나간 걸까?


‘저 비구름은 던전 침식과는 별개의 작용이라는 걸까?’


그럴듯한 가설이었으나 확신하기에는 정보가 부족했다.


“우선 내려가서 애쉬와 합류하자.”


호크는 혼자서 사교 집단을 감시하고 있을 A등급 모험가를 떠올렸다.


그 무뚝뚝한 얼굴의 궁수라면 무언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 포장마차 요리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매일 오후 10시 30분에 연재합니다. 24.05.08 30 0 -
26 완결 후기 +1 24.06.01 42 2 1쪽
25 25화 멸치국수(완) 24.06.01 24 1 12쪽
24 24화 칼국수(2) 24.05.31 30 1 12쪽
23 23화 칼국수 24.05.30 30 1 11쪽
22 22화 고기야채찜(6) 24.05.29 33 1 12쪽
21 21화 고기야채찜(5) 24.05.28 30 1 13쪽
20 20화 고기야채찜(4) 24.05.27 35 1 12쪽
19 19화 고기야채찜(4) 24.05.26 39 2 11쪽
18 18화 고기야채찜(2) 24.05.25 47 3 12쪽
» 17화 고기야채찜 24.05.24 43 1 11쪽
16 16화 부침개(2) 24.05.23 44 2 12쪽
15 15화 부침개 24.05.22 51 3 11쪽
14 14화 닭튀김(3) 24.05.21 51 3 12쪽
13 13화 닭튀김(2) 24.05.20 54 3 12쪽
12 12화 닭튀김 24.05.19 61 3 12쪽
11 11화 닭꼬치 24.05.18 55 3 12쪽
10 10화 계란찜 24.05.17 64 3 13쪽
9 9화 토스트 24.05.16 66 3 11쪽
8 8화 돈가스 샌드위치 +2 24.05.15 86 5 12쪽
7 7화 돈가스(2) 24.05.14 78 6 12쪽
6 6화 돈가스 24.05.13 90 5 12쪽
5 5화 삼겹살 구이 24.05.12 91 4 12쪽
4 4화 완당(2) 24.05.11 100 6 12쪽
3 3화 완당 +3 24.05.10 115 7 12쪽
2 2화 멸치국수(2) +1 24.05.09 129 5 11쪽
1 1화 멸치국수 24.05.08 192 5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