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포장마차 요리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완결

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4.05.08 21:46
최근연재일 :
2024.06.01 22:3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1,675
추천수 :
80
글자수 :
133,981

작성
24.05.20 22:30
조회
53
추천
3
글자
12쪽

13화 닭튀김(2)

DUMMY

‘더럽게 힘드네.’


호크는 검격의 폭풍에 맞서며 생각했다.


아츠는 실패를 부정하는 이능이다.


치명적인 실패를 피하고, 항상 일정 이상의 성과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아무리 최선의 결과를 낸다고 해도 반드시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알기 쉽게 주사위를 굴려서 더 높은 쪽이 나오면 이기는 게임을 예시로 들어보자.


이쪽에서 6면체 주사위로 항상 6을 나온다고 하자.


상대 역시 6면체를 사용한다면 상대가 6을 내지 않는 이상 게임에서 이길 수 있으리라.


그러나 상대가 20면체 주사위를 사용한다면 어떨까?


아무리 6을 낼 수 있다고 해도 이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호크와 잭스와 싸움이 이와 같았다.


아니, 어떤 의미로 이것보다 더 심했다.


주사위 게임은 하다못해 이길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니까.


일대일 대련이라는 변수 창출이 극도로 어려운 싸움.


연막 투척 같은 잔재주를 부리기에는 버티는 것조차 빠듯한 상대.


아무리 수단의 가짓수가 많다고 해도 상성을 찌를 방법이 없다면 압도적인 하나에 짓눌릴 뿐이다.


그래도 호크는 포기하지 않고 위험한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최선의 결과를 누적하여 어떻게 지지 않도록 버티고 또 버텼다.


한 번이라도 빈틈을 보인다면 비집고 들어갈 수 있다.


호크는 답답한 심정을 억누르며 기회를 엿보았다.


잭스의 검술은 검에 미쳤다는 소리를 듣는 만큼 빈틈이 없었다.


아츠 사용자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움직임이 정교했다.


그런 검사에게 실수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바람이었다.


‘그러니 검술이 아닌 다른 쪽을 공략한다.’


호크는 잭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러를 주목했다.


‘만약 오러 부스트가 갑자기 끊긴다면 어떻게 될까?’


올라간 신체 능력이 급감하면서 어긋남이 생길 수밖에 없으리라.


거기에 잭스의 오러 운용은 검술에 비교하면 여러모로 손색이 있었다.


거기에 호크의 승산이 있었다.


호크는 오러의 흐름을 면밀히 살폈다.


일반적인 아츠 사용자라면 오러를 자세히 본다고 해서 그 흐름이나 구조를 파악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호크는 달랐다.


그에게는 상태창이 함께하고 있었으니까.


[신비 인지]

[정밀 관찰]


호크는 검광의 연격을 받아내며 오러의 흐름을 끊임없이 살폈다.


그렇게 마침내 원하는 기회가 찾아왔다.


오러의 잔흔에서 흐트러짐이 발견되었다.


호크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승부수를 던졌다.


[페인트]


첫수는 상대를 속이기 위한 포석이었다.


체력이 떨어지면서 공격을 완전히 쳐내지 못한 것처럼 호크의 자세가 크게 흔들렸다.


얼굴에서 잠깐 드러났다가 사라진 동요와 당황의 기색.


호크는 표정까지 연기하며 상대의 오인을 유도했다.


거기에 낚인 잭스는 그대로 공세에 박차를 가했다.


그것이 흐트러진 오러의 흐름을 더욱 크게 벌린다는 것도 모른 채.


‘지금이다!’


호크는 흔들렸던 자세를 바로잡으며, 흐트러진 오러의 흐름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평범한 공격이라면 오러의 흐름에 간섭할 수 없겠지만.


호크에게는 상태창을 통해 얻은 능력이 있었다.


[암습]

[신비 파훼]


장검에 의해 오러의 흐름이 끊어졌다.


그러자 잭스의 오러 부스트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갑자기 찾아온 신체의 탈력은 잭스로 하여금 빈틈을 만들었다.


호크는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장검을 휘둘렀으나.


깡.

장검은 허무하게 갑옷에 의해 막혔다.


자세히 보면 갑옷의 표면에 오러가 흐르는 게 보였다.


오러 인핸스.

오러의 강화를 신체가 아닌 다른 물체에 부여하는 기법이었다.


실전이었다면 여기서 곧바로 반격이 날아왔겠지만.


“이런, 져버렸네.”


잭스 쪽이 시원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피해가 없었다 해도 일격을 허용한 이상 승부에서 진 것이라며 말이다.


“역시 너랑 대련하면 배우는 게 많다니까.”


잭스는 대련에서 졌음에도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승부에서 진 것보다 대련에서 자신의 취약점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만약 다음 대련이 있다면 이번처럼 도중에 오러의 흐름이 흐트러지는 일은 없으리라.


‘이 녀석이랑 싸우면 이게 문제야.’


어떻게든 약점을 찾아서 찌르면, 다음에는 그 약점이 사라지거나 희미해진다.


매번 발전하는 상대의 새로운 약점을 찾는 것도 일이었다.


‘비장의 수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저 녀석도 마찬가지니까.’


이번 대련에서 호크와 잭스는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만약 전력을 다했다면 어느 한쪽이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걸 서로가 알고 있기에 적당히 손대중한 것이다.


호크는 구경하고 있던 릴리에게 다가갔다.


“잘 봤어?”

“네, 대단했어요!”

“어때, 아츠에 대한 감이 잡혀?”

“어느 정도는요.”

“그래, 그러면 실전을 겪을 차례네.”


호크는 고개를 돌려 앨리스에게 말했다.


“앨리스. 릴리랑 대련을 해줬으면 해.”

“뭐?”

“네?!”


예상치 못한 제안에 앨리스와 릴리 양쪽 모두가 놀랐다.


앨리스의 날카로운 시선이 호크에게로 넘어갔다.


“나보고 쟤랑 대련하라고?”

“그래.”

“내가 왜?”

“코카트리스의 살코기로 만든 요리로 한 턱 낼게.”

“좋아. 알았어.”


호크가 코카트리스의 살코기를 만든 요리를 조건으로 걸자, 앨리스는 냉큼 이를 받아들였다.


훌륭한 손바닥 뒤집기였다.


“아니, 저는 아직 한다고 안 했는데······!”


릴리는 질색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앨리스와의 대련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앨리스는 그녀에게 천적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릴리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지금 나란 대련하기 싫다는 거야?”

“아니요, 그게, 그러니까, 그······. 하, 하겠습니다!”


앨리스가 노려보자, 릴리는 마지못해 대련을 받아들였다.


대련이라고는 하지만, 정면에서 붙으면 릴리에게 승산이 없었다.


그렇기에 승리 조건을 다르게 설정했다.


3분 동안 방법을 가리지 않고 릴리가 버틸 수 있느냐로 말이다.


“대련을 해달라고 했을 때는 뭔가 싶었지만, 조건을 들으니까 대충 무슨 의도인지 알겠네.”


앨리스는 호크의 의도를 눈치챘는지 삐뚜름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요컨대 아츠에 입문할 때까지 몰아붙이라는 거잖아. 그거야 쉽지.”


딱!

앨리스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 신호에 아트라가 앨리스의 품에서 뛰쳐나왔다.


아트라는 환한 빛에 휩싸였다.


이윽고 빛이 가라앉자, 대형 마차 수준으로 거대해진 아트라의 모습이 드러났다.


“거, 거미가 커졌어?!”

“그야 왕급 환수니까. 크기 조절 정도는 기본이지. 이것도 중급 정도로 억제한 거야.”

“저게 전부가 아니라고요?!”


앨리스의 설명에 릴리는 경악했다.


저게 억제한 수준이면, 완전히 해방했을 때 크기는 대체 어느 정도란 말인가.


“그렇게 입을 헤 벌린 채 놀라고 있어도 되겠어?”

“네?”

“지금부터 아트라가 너를 쫓을 거거든.”

“아······!”

“어디 3분 동안 잘 버텨 봐.”


앨리스가 신호를 보내자, 아트라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대한 거미가 여덟 개의 다리를 움직이며 접근하는 광경은 공포 그 자체였다.


“끼야아아악?!”


릴리는 새된 비명을 지르며 전력을 다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아츠 입문을 위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의 시작이었다.


* * *


추격전의 승자는 당연하게도 아트라였다.


C등급 몬스터 수준의 환수를 감당하기에는 릴리의 실력이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성과가 없지는 않았다.


끊임없이 생존본능이 자극된 결과, 릴리는 실패 예감을 터득하여 아츠 입문에 성공했다.


“으어어어어.”


그 대가로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타격의 원투 펀치로 완전히 뻗어버리기는 했지만.


빠르게 아츠에 입문한 걸 생각하면 싼값이었다.


“고생한 만큼 포상이 있어야겠지.”


호크는 릴리의 회복을 위해서 얼른 코카트리스의 살코기로 요리를 하기로 했다.


이번에 호크가 만들 요리는 닭튀김, 즉 치킨이었다.


치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닭고기의 염지였다.


염지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치킨을 만들어도 맛이 밍밍해질 수 있었다.


‘잭스와 대련하러 가기 전에 코카트리스의 살코기를 미리 손질해서 밑간을 해뒀지.’


지금쯤이면 적당히 간이 뱄을 터.


호크는 거대한 냄비를 꺼내 화로 위에 올렸다.


그리고 냄비에 튀김용으로 준비해 둔 기름을 넉넉하게 부었다.


화로에 불을 올리고 기름이 적정 온도가 될 동안 치킨의 튀김옷을 준비했다.


닭튀김의 튀김옷에는 호크가 직접 만든 수제 튀김가루를 사용할 예정이었다.


튀김가루라고 말해도 밀가루와 전분 가루, 거기에 소금과 후추 같은 향신료를 섞어서 만든 혼합물이다.


재료만 있다면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다.


호크는 튀김가루를 두 개의 큰 그릇에 나누어 담았다.


그릇 하나에 물을 넣고 잘 섞어서 튀김 반죽을 만들었다.


그리고 완성된 튀김 반죽에 염지와 손질이 끝난 코카트리스의 살코기를 넣고 버무렸다.


튀김 반죽에서 고기를 건져 올리자, 분홍색 살코기가 새하얀 반죽으로 치장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대로 고기를 별도로 튀김가루를 담아두었던 그릇에 투하.


고기끼리 들러붙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튀김가루를 끼얹었다.


이렇게 해야지만 튀김옷의 결이 살아있는 크리스피한 치킨을 만들 수 있었다.


고기에 튀김가루가 묻은 모습은 고운 모래사장에서 막 건져낸 진주처럼 보였다.


‘준비는 끝났다. 남은 건 치킨을 튀기는 것뿐.’


충분히 가열된 기름에 튀김옷을 묻힌 고기를 넣었다.


차르륵!

기름에 튀김이 익어가는 감미로운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올라왔다.


그 냄새는 넋이 나가 있던 수인 소녀의 정신마저 되돌릴 정도였다.


“맛있는 냄새······.”


제정신을 차린 릴리는 고개를 들더니 군침을 삼켰다.


치킨의 감미로운 향기에 취해 있는 것은 그녀만이 아니었다.


잭스, 앨리스, 아트라 역시 눈을 감은 채 치킨 냄새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호크는 그 시선을 느끼며 입가에 느슨한 미소를 그렸다.


‘튀김은 기다릴 때도 즐거운 법이지.’


치킨이 튀겨지는 동안, 호크는 함께 먹을 소스를 준비했다.


이번에 사용할 소스는 양념과 간장, 두 종류였다.


‘치킨은 후라이드, 양념, 간장이 기본이지.’


호크는 인벤토리에서 소스의 분량을 확인하고는 혀를 찼다.


“쯧, 소스 재료가 거의 다 떨어졌네.”


소스에 사용되는 간장이나 고추장 같은 재료들은 호크 혼자서 만든 게 아니었다.


이 분야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드루이드의 협력이 있었다.


‘조만간 한 번 찾아가야겠어.’


호크는 두 개의 냄비를 꺼내서 화로에 올렸다.


각 냄비에는 간장 소스와 양념 소스의 재료들이 들어갔다.


간장치킨 소스는 간장, 설탕, 물엿, 물, 다진 마늘과 다진 생강이 사용되었고.


양념치킨 소스는 고추장, 케첩, 설탕, 물엿, 물, 고춧가루, 다진 마늘, 간장이 사용되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물엿이지.’


치킨 소스 특유의 끈적거리는 식감은 물엿에서 비롯된다.


물엿은 설탕과 물만 있다면 손쉽게 만들 수 있었다.


설탕과 물을 냄비에 넣고 끓여서 식혀주면 그만이었다.


호크는 소스가 잘 섞이도록 휘휘 저어주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냄비 속의 소스들이 살살 끓어올랐다.


완성된 소스는 잠시 내버려두고 다 익은 치킨을 건져냈다.


황금빛으로 먹음직스럽게 익은 치킨은 아름다운 무늬를 드러냈다.


호크는 치킨의 기름기를 털어낸 뒤, 일부를 소스가 들어있는 냄비에 넣었다.


그리고 약한 불에서 볶듯이 치킨과 소스를 섞어주었다.


후라이드, 양념, 간장의 삼종 치킨의 완성이었다.


“닭튀김 나왔습니다.”


호크는 세 종류의 치킨을 네 개의 그릇에 옮겨 담아 일행에게 제공했다.


“잘 먹겠습니다!”


합창과 함께 포크가 일제히 치킨을 향해 떨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 포장마차 요리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매일 오후 10시 30분에 연재합니다. 24.05.08 30 0 -
26 완결 후기 +1 24.06.01 42 2 1쪽
25 25화 멸치국수(완) 24.06.01 24 1 12쪽
24 24화 칼국수(2) 24.05.31 30 1 12쪽
23 23화 칼국수 24.05.30 30 1 11쪽
22 22화 고기야채찜(6) 24.05.29 33 1 12쪽
21 21화 고기야채찜(5) 24.05.28 30 1 13쪽
20 20화 고기야채찜(4) 24.05.27 34 1 12쪽
19 19화 고기야채찜(4) 24.05.26 39 2 11쪽
18 18화 고기야채찜(2) 24.05.25 47 3 12쪽
17 17화 고기야채찜 24.05.24 42 1 11쪽
16 16화 부침개(2) 24.05.23 44 2 12쪽
15 15화 부침개 24.05.22 51 3 11쪽
14 14화 닭튀김(3) 24.05.21 50 3 12쪽
» 13화 닭튀김(2) 24.05.20 54 3 12쪽
12 12화 닭튀김 24.05.19 61 3 12쪽
11 11화 닭꼬치 24.05.18 55 3 12쪽
10 10화 계란찜 24.05.17 64 3 13쪽
9 9화 토스트 24.05.16 66 3 11쪽
8 8화 돈가스 샌드위치 +2 24.05.15 86 5 12쪽
7 7화 돈가스(2) 24.05.14 78 6 12쪽
6 6화 돈가스 24.05.13 90 5 12쪽
5 5화 삼겹살 구이 24.05.12 91 4 12쪽
4 4화 완당(2) 24.05.11 100 6 12쪽
3 3화 완당 +3 24.05.10 114 7 12쪽
2 2화 멸치국수(2) +1 24.05.09 129 5 11쪽
1 1화 멸치국수 24.05.08 192 5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