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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포장마차 요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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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4.05.08 21:46
최근연재일 :
2024.06.0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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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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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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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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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화 완당

DUMMY

호크가 포장마차를 개업한 지 사흘이 흘렀다.


포장마차의 매상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애매한 수준이었다.


첫 방문 손님은 많았지만, 재방문하는 손님이 많지 않았다.


호크는 어째서 손님들이 재방문을 하지 않는지 분석했다.


‘요리가 맛이 없는 건 아니야.’


취미로 영업하는 포장마차이지만, 맛없는 음식을 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도리어 취미이기 때문에 타협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이는 요리인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실제로 손님들의 맛 평가도 대체로 좋은 편이었다.


‘가격 문제도 아니야.’


국수의 가격은 모험가 길드 식당이나 인근 술집의 메뉴와 비교했을 때 전혀 비싸지 않았다.


도리어 혼자서 장사하는 만큼 인건비 같은 게 없으니 싼 축에 속했다.


이렇게 낮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식재료를 직접 발품 팔아서 구했기에 가격이 낮거나 공짜나 다름없어서였다.


그렇다면 맛과 가격, 어느 쪽도 문제가 없는데도 손님이 찾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국수라는 메뉴 자체와 포장마차에서 제공되는 식기 때문이었다.


‘설마 국수의 면을 포크로 먹는 게 문제였을 줄이야.’


국수에 쓰이는 소면은 얇고 가늘었다.


그래서 포크로 소면을 뜨면 주르륵 아래로 빠져나가 버린다.


그렇기에 포크로 소면을 먹기 위해서는 나름의 요령이 필요했다.


가령 그릇에 가능한 얼굴을 가까이해서 퍼먹듯이 먹는다던가 말이다.


‘이 단순한 걸 뒤늦게 눈치채다니.’


호크가 소면을 사용한 요리를 불특정 다수에게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전에는 혼자서 먹거나 젓가락을 쓸 줄 아는 이들에게 주다 보니 눈치채는 게 늦고 말았다.


‘이러면 국수 대신 다른 메뉴를 준비해야겠네.’


포크나 숟가락을 쓰는 걸 염두에 두고 메뉴를 선정할 필요가 있었다.


‘슬슬 겨울이니까 국물이 있는 따뜻한 음식이 좋겠어.’


호크는 국물 있는 요리 중에서 몇 가지 후보를 떠올렸다.


‘추운 날에 숟가락으로 먹는 음식이라면 수제비나 완당이지.’


수제비와 완당은 국수에 사용하던 육수를 그대로 사용하는 게 가능했다.


어느 쪽도 재료를 국물에 넣고 끓이는 요리이기 때문이다.


수제비의 경우, 만들기도 간단해서 지금 당장 시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반면에 완당은 수제비와 달리 손이 가는 요리였다.


완당은 만둣국에 가까운 요리로, 얇은 밀가루 피에 여러 가지 소를 넣어서 싼 것을 육수에 끓여서 먹는 음식이다.


‘수제비보다는 완당이 끌리는데.’


수제비 쪽이 품이 덜 들었지만, 호크는 제가 끌리는 대로 메뉴를 정했다.


완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소에 쓸 재료를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야채와 향신료는 재고가 충분했지만, 고기는 남아있는 게 없었다.


‘잠시 가게 문 닫고 나가봐야겠다.’


호크는 포장마차를 통째로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모험가 길드 뒤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향하는 곳은 모험가 길드의 몬스터 해체 부서였다.


* * *


모험가 길드의 뒤편에 있는 창고처럼 보이는 커다란 목조 건물.


호크는 그곳의 문을 두드렸다.


“시몬 아저씨 계세요?”


그러자 안쪽에서 민머리에 체격이 건장한 중년이 나왔다.


“누군가 했더니 호크 너였냐.”

“오랜만입니다, 호크 아저씨.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나야 소식 없으면 잘 지내는 거지. 그러는 너는 요즘 어때?”

“모험가 은퇴했어요.”

“진짜? 은퇴한다고 노래를 부르더니 기어코 했구나. 토니 그 친구 속앓이 좀 했겠는데.”


시몬은 킬킬거리며 웃으며 호크를 창고 안으로 들여보내 주었다.


창고 안에 들어서자, 몬스터의 시체들이 갈고리에 매달려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코를 찌르는 피 냄새와 짐승 냄새가 호크의 방문을 환영했다.


몬스터 해제 부서는 이름 그대로 몬스터를 해체해 부산물을 만들고 관리하는 부서였다.


몬스터는 단순한 해수가 아니기에 다양한 쓰임새가 존재했다.


가죽, 이빨, 뼈는 장비에 사용되며, 그 밖에 피나 장기는 약재로 사용된다.


몬스터의 살코기는 종류에 따라서 식용으로 쓰는 것이 가능했다.


당장 모험가 길드 식당에서 쓰는 고기도 몬스터 해체 부서에서 넘긴 몬스터 고기들이었다.


“모험가 은퇴한 거면 고기 보러 온 거냐?”

“네, 제가 고기 비축 안 하고 그때마다 사서 쓰는 거 아시잖아요.”

“잘 알지. 이것저것 다 욱여넣다 보니 아공간 용량이 부족하다며.”

“고기야 모험가 길드에서 구할 수 있지만, 나머지는 다른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이번에 들어온 고기 상태는 어때요?”

“그게 말이다······.”


시몬은 말끝을 흐리더니 직접 보는 게 빠르겠다며 호크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쇠로 된 문을 열자, 바깥의 겨울 날씨보다 서늘한 공기가 퍼져 나왔다.


상하기 쉬운 부산물들을 보관하는 냉장 보관실이었다.


시몬은 냉장 보관실에 있는 고기들을 보여주었다.


고기의 종류는 호크가 알고 있는 종류였다.


로크 버드, 빅혼 보어, 매드 불.

각각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에 해당하는 몬스터들의 고기였다.


고기를 살피던 호크는 어떤 사실을 알아차렸다.


고기의 질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다.


“이거 말고 다른 고기는 없나요?”

“보관 중인 고기는 이게 전부다.”


대답해 주는 시몬의 표정 역시 좋지 않기는 매한가지였다.


“요즘 모험가들의 포획과 갈무리 실력이 크게 떨어졌어.”


몬스터 사냥은 모험가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이다.


하지만 몬스터를 처치하는 것은 몬스터 사냥의 일부에 불과했다.


등급이 낮은 몬스터를 포획해서 모험가 길드로 이송하는가 하면.


사냥한 몬스터를 즉석에서 해체해 부산물을 채취하기도 했다.


이렇듯 현지에서 곧바로 몬스터의 사체를 해체하는 것을 ‘갈무리’라고 불렀다.


보통 포획과 갈무리는 D등급 이상의 중견 모험가가 주로 담당하는 편이었다.


“포획되어서 온 몬스터들은 전투 흔적이 쓸데없이 많고, 입고된 부산물들은 기초적인 피 빼기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게 대다수야.”


로크 버드, 빅혼 보어, 매드 불.

이 세 종류의 몬스터는 D등급이었다.


수요가 많은 만큼 갈무리에 도전하는 모험가가 많은 몬스터들이기도 했다.


그리고 도전자들의 대다수는 갈무리 경험이 없는 초심자였다.


즉 제대로 된 품질의 부산물을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세대 교차가 크긴 크더라. 제대로 포획과 갈무리가 되는 모험가들이 은퇴하거나 상위 등급으로 올라가 버렸으니.”


시몬은 혀를 끌끌 찼다.


“너처럼 포획이나 갈무리를 염두에 두고 사냥하는 모험가가 없더라.”

“그건 제가 특이한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하다못해 검광(劍狂)이나 궁귀(弓鬼) 놈도 그 정도는 했어!”

“A등급 모험가를 기준으로 해도 말이죠.”


시몬의 투덜거림에 호크는 쓴웃음을 지을 따름이었다.


돌이켜 보면 그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하던 모험가들은 유독 실력이 좋았다.


우스갯소리로 모험가 길드의 황금기라고 불렀을 정도였다.


“아무튼 고기가 이 모양이니, 사 갈 생각은 없지?”

“이 정도 고기로는 만족할 수 없으니까요.”

“그러면 직접 포획해 오는 걸 추천한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메가혼 보어가 나타났다고 하니까.”


메가혼 보어는 빅혼 보어의 상위종에 해당하는 C등급 몬스터였다.


“인근 산에서 빅혼 보어가 나타났다고 들었는데 그것도 혹시?”

“그래, 메가혼 보어가 나타나면서 무리 이동을 했거나 영역 확장을 한 거겠지. 이대로 놔두면 몬스터 대량 발생으로 이어질 거다.”


고작 일주일 만에 모험가 은퇴를 번복하는 것은 모양새가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메가혼 보어를 잡아야 한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빅혼 보어가 일반적인 돼지라면 메가혼 보어는 최고급 흑돼지였다.


이 기회를 놓치면 언제 다시 기회가 찾아올지 알 수 없었다.


“······아직 메가혼 보어 토벌 의뢰 받은 사람 없죠?”

“그래, 아마 내일 아침쯤에 선발대를 겸한 의뢰를 모집할 거다.”

“아무래도 지부장님과의 면담이 필요할 것 같네요.”


호크는 식재료 확보를 위해 임시 복귀를 결심했다.


* * *


호크의 임시 복귀는 무사히 승인되었다.


모험가 길드 입장에서는 다수의 모험가에게 의뢰를 주기보다는 A등급 모험가에게 의뢰를 주는 편이 여러모로 형편이 좋았다.


그쪽이 행정력 소모와 자금 소모가 적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토니 지부장이 쌍수 들고 환영했을 정도였다.


일주일 만에 입는 장비는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몸에 착 감기는 느낌이었다.


‘머리띠, 망토, 장갑, 허리띠, 신발, 갑옷, 무기. 모두 문제없네.’


한 차례 장비 점검을 마친 호크는 빅혼 보어의 목격 정보가 있는 산으로 향했다.


산에 도착하자 호크의 눈에 미세하게 남은 발자국 같은 찾기 힘든 흔적들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흔적 쫓기]라는 스킬의 힘이었다.


이 스킬의 힘으로 조금이라도 흔적이 남아있다면 얼마든지 추적할 수 있었다.


‘빅혼 보어가 온 곳은 이쪽인가?’


호크는 빅혼 보어의 흔적을 되짚어가며 추적을 시작했다.


빅혼 보어가 이동한 길은 사람이 다니지 않는 험지였다.


제대로 정돈되지 않은 길은 조금만 실수해도 미끄러져 굴러떨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험지 답파] 스킬이 있는 호크에게는 평지와 다름없는 길이었다.


3시간 동안 흔적을 쫓아 이동한 끝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호크는 높은 나무 위의 가지로 올라가 주위를 살폈다.


거대한 몸집에 한 쌍의 큰 뿔을 가진 멧돼지 몬스터, 빅혼 보어가 무리를 짓고 있는 것을 포착했다.


무리의 중심에는 빅혼 보어보다 2배 가까이 큰 몬스터가 있었다.


이번 목표인 빅혼 보어의 상위 몬스터 메가혼 보어였다.


빅혼 보어가 사람과 맞먹는 높이의 멧돼지라면, 메가혼 보어는 대형 마차와 맞먹는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저만한 덩치가 무리를 이끌고 내려온다면 인근 마을이 쑥대밭이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러니 여기서 단숨에 처리한다.’


[기척 차단]

[무음 동작]

[도약]


호크가 나뭇가지 위에서 소리 없이 뛰어올랐다.


소리 없는 움직임은 바람처럼 자연스러워 몬스터들은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다.


언제 뽑았는지 모를 장검을 양손으로 쥔 채 그대로 메가혼 보어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부륵?!”


메가혼 보어가 살기를 감지했지만, 눈치챘을 때는 너무 늦은 뒤였다.


[암습]

[무력화 일격]


새하얀 궤적을 그린 장검이 메가혼 보어의 머리를 후려쳤다.


벤다기보다는 때리는 것에 가까운 손맛.


죽이는 것이 아니라 무력화를 목적으로 한 공격이었다.


“끼에엑······.”


메가혼 보어의 입에서 힘 빠지는 울음소리가 새어 나오더니 집체만 한 몸뚱이가 허물어지듯 쓰러졌다.


쿵!

묵직한 충격과 함께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뀌이익!”

“뀌이익!”


갑작스러운 습격에 우두머리가 쓰러지자, 빅혼 보어들은 동요를 감추지 못했다.


습격한 적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감각을 곤두세웠다.


[흔적 죽이기]

[사각 은신]


그러나 흙먼지가 가라앉은 곳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빅혼 보어 무리의 시점에서는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일순 느껴졌던 기척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소리나 냄새마저 일절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유령이 찾아왔다가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호크는 아직도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단지 빅혼 보어 무리의 시야에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死角地帶)에 숨었을 뿐이었다.


[흔적 지우기] 스킬로 냄새 같은 자잘한 흔적까지 지워버렸으니 찾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우두머리를 처리했으니, 남은 건 잔당 소탕뿐인가.’


호크는 자신을 찾아 헤매는 빅혼 보어 무리를 무감정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가 이곳을 찾은 순간부터 무리의 운명은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날 산에서는 돼지 멱따는 소리가 수도 없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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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고기야채찜(5) 24.05.28 30 1 13쪽
20 20화 고기야채찜(4) 24.05.27 3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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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고기야채찜(2) 24.05.25 47 3 12쪽
17 17화 고기야채찜 24.05.24 42 1 11쪽
16 16화 부침개(2) 24.05.23 44 2 12쪽
15 15화 부침개 24.05.22 51 3 11쪽
14 14화 닭튀김(3) 24.05.21 50 3 12쪽
13 13화 닭튀김(2) 24.05.20 54 3 12쪽
12 12화 닭튀김 24.05.19 61 3 12쪽
11 11화 닭꼬치 24.05.18 55 3 12쪽
10 10화 계란찜 24.05.17 64 3 13쪽
9 9화 토스트 24.05.16 66 3 11쪽
8 8화 돈가스 샌드위치 +2 24.05.15 86 5 12쪽
7 7화 돈가스(2) 24.05.14 78 6 12쪽
6 6화 돈가스 24.05.13 90 5 12쪽
5 5화 삼겹살 구이 24.05.12 91 4 12쪽
4 4화 완당(2) 24.05.11 100 6 12쪽
» 3화 완당 +3 24.05.10 115 7 12쪽
2 2화 멸치국수(2) +1 24.05.09 12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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