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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포장마차 요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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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4.05.08 21:46
최근연재일 :
2024.06.01 22:30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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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3
추천수 :
80
글자수 :
133,981

작성
24.05.3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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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4화 칼국수(2)

DUMMY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의뢰를 마치고 복귀하던 호크가 길바닥에 쓰러져 있던 에밀리아를 발견하면서였다.


호크는 기사단 소속임을 한눈에 알아차리고 에밀리아를 치료해 주었다.


당시 에밀리아는 왕국 기사단 소속의 정예기사 리아라고 자칭했다.


‘나중에 공주님이라는 걸 알았을 때는 여러모로 깜짝 놀랐었지.’


그녀가 무슨 연유로 홀로 거리에 쓰러져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호크는 그 이유를 묻지 않았고,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에게 에밀리아는 도움이 필요한 환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그 태도가 마음에 들었던 건지 에밀리아는 함께 수도까지 동행해달라며 호크를 지명해 의뢰했다.


딱 봐도 귀찮은 일이었기에 거절하려 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많은 돈을 제시했다.


‘당시에는 C등급 모험가였으니 빈말로도 풍족하다고는 할 수 없었지.’


그렇게 돈에 홀려서 의뢰를 수락한 호크는 에밀리아와 함께 왕국 수도까지 올라갔다.


수도로 향하는 상인 집단에 손님으로 동승하여 이동하였기에 전투에 나서지는 않았다.


그 대신 다친 사람들을 간단하게 치료해 주거나 요리를 도맡았다.


당시 호크의 요리는 동행한 사람들에게 큰 호평이었다.


‘우두머리를 맡고 있던 상인 아저씨가 여행길에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건 큰 축복이라고 했었지.’


그때 호크가 해준 요리 중에서 에밀리아가 가장 마음에 들어 했던 게 바로 칼국수였다.


밀가루가 들어간 요리를 전반적으로 좋아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게 면 요리임을 알게 된 것도 그때였다.


왕국 기사단에 복귀한 이후 에밀리아는 기사단에 들어오지 않겠냐고 제안했었다.


호크는 그 제안을 잠깐의 고민도 없이 거절했다.


어딘가에 얽매이는 것은 그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무엇보다 기사단에 들어가면 은퇴 후에 포장마차를 연다는 장래 계획이 틀어질 게 분명했다.


그래도 제안을 거절한 것에 대한 마음의 빚은 있었기에 잠시 손님으로 지내달라는 부탁은 받아들였다.


호크는 손님으로 지내면서 이래저래 일손을 도왔다.


구체적으로는 주방장과 협력하여 기사단의 식생활을 개선한다던가.


부서진 문고리를 비롯한 자잘한 고장을 수리해 준다던가.


그랬더니 기사단 내부에서 호크에 대한 평가가 급격히 올라갔다.


호크로서는 손님이라고 얌전히 있는 게 좀이 쑤셔서 일손을 도왔을 뿐이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수도 구경이라도 하고 가라며 손님으로 눌러 앉힌 것도 공주님의 계략이었던 거겠지.’


호크가 다방면에 대응 가능한 유용한 인재라는 걸 기사단의 일원들에게 보여주어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려던 게 아닌가 싶다.


‘뭐 그것도 사건에 휘말리면서 완전히 무산되었지만.’


어쩌다 보니 기사단 내부에 숨어 있는 스파이를 발견해 버리는 바람에 이래저래 휘말린 끝에 파란이 일어났다.


그때 호크는 스파이로 분장해 역으로 적의 본거지에 잠입했다.


그리고 본거지에 설치된 온갖 함정들을 역이용해 적들을 일망타진했다.


계속해서 분장을 바꿔서 적들을 유도하고 혼란을 일으킨 것은 덤이었다.


‘트릭스터라는 이명을 얻게 된 것도 이 사건을 해결하면서였지.’


이 이상 수도에 있으면 코가 꿰일 것 같아서 후다닥 제라로 복귀하기는 했는데.


에밀리아의 관심도가 올라가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이번에도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으면 좋겠는데.’


최악의 경우, 왕국을 벗어나 다른 나라로 떠나는 것도 시야에 넣어두었다.


* * *


에밀리아는 가볍게 콧노래를 부르며 포장마차로 향하고 있었다.


가벼운 발걸음은 그녀의 기분이 들떠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녀의 뒤를 따르던 부관에게는 여러모로 생소한 광경이었다.


“그렇게 기분 좋으신 겁니까?”

“물론이지. 오랜만에 먹는 칼국수니까.”

“칼국수를 만드는 방법이라면 호크가 세세하게 레시피를 적어서 알려주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하지만 호크가 만든 그 맛은 어째서인지 나지 않더군. 아마 손맛의 차이라는 거겠지.”


사람은 가끔 특정 요리가 먹고 싶어지는 순간이 온다.


에밀리아에게는 그게 호크가 만든 칼국수였을 뿐이었다.


“굳이 이렇게 직접 방문하는 것보다 호크를 기사단으로 끌어들이는 게 낫지 않습니까?”

“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지만, 호크의 성미를 생각하면 그럴 수 없더군. 강압적으로 나가는 순간, 왕국에서 탈출해 버릴 테니까.”


에밀리아는 당연하다는 듯이 호크의 생각을 읽어냈다.


부관 역시 상관의 말을 부정하지 못했다.


필요하다면 단신으로 적진에 잠입해 변장을 수시로 바꾸며 적을 교란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 남자다.


마음만 먹는다면 변장으로 모습을 바꾸고 왕국에서 탈출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포장마차 근처에 도착하자 육수와 밀가루 냄새가 풍겨왔다.


두 사람이 다가오는 기척을 느끼고 호크가 한발 먼저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맛있는 냄새에 에밀리아의 입가가 절로 느슨해졌다.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가자, 호크가 변함없는 태도로 말했다.


“어서 오세요.”


왕족이 손님으로 찾아왔음에도 그의 태도는 흔들리지 않았다.


호크에게 있어서 에밀리아는 한 사람의 손님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무정하다 싶을 정도로 메마른 태도에 에밀리아는 묘한 안심감을 얻었다.


저 변하지 않는 태도야말로 에밀리아가 호크를 마음에 들어 하는 이유였다.


에밀리아가 자리에 앉자, 부관 역시 익숙하다는 듯이 에밀리아에게서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았다.


“다녀왔네. 준비는 끝나가나?”

“예, 이대로 한 차례 끓이기만 하면 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음, 이 기다리는 시간도 즐거우니 걱정 말고 직분을 다하게.”


에밀리아는 요리가 나오는 것을 느긋하게 기다리며 식탁에 준비된 주전자에서 물을 따라 마셨다.


“오, 물이 따뜻하군. 은은한 향과 맛이 나는 걸 보니 차의 일종인가?”

“예, 겨울에는 따뜻한 물을 찾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별도로 냉수도 준비해 놓았으니, 취향대로 드시면 됩니다.”


호크는 대답을 하면서 완성된 칼국수를 두 사람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릇에 담긴 칼국수 위에는 검은 김가루가 흩뿌려져 있었다.


“칼국수 나왔습니다. 양념간장은 취향에 따라서 넣어 드세요.”


호크는 양념간장이 담긴 뚝배기를 두 사람에게 건네주었다.


에밀리아는 준비된 숟가락으로 양념간장을 한 스푼 떠서 칼국수에 넣었다.


그리고 젓가락으로 김가루와 양념간장이 잘 섞이도록 비벼주었다.


젓가락을 쓰는 법은 호크와 수도로 향할 때 배웠다.


정확히는 호크가 하는 것을 보고 흉내 냈다는 게 옳은 표현이리라.


몸 쓰는 것은 자신 있었기에 이런 자잘한 동작은 손쉽게 재현할 수 있었다.


양념간장이 풀리면서 감자와 칼국수의 전분으로 뿌옇던 국물이 빨갛게 물들었다.


칼국수가 잘 섞인 것을 확인한 에밀리아는 거침없이 칼국수의 면을 빨아올렸다.


후루룩!

호쾌한 소리와 함께 면이 입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칼국수 특유의 쫄깃한 면발이 입안에서 춤을 췄다.


씹을수록 느껴지는 양념간장과 면의 맛이 퍼져 나왔다.


끝을 장식하는 것은 육수에서 우러나오는 청양고추의 알싸한 맛이었다.


식감에서 시작해 양념의 맛으로 넘어가 국물의 맛으로 마무리되는 연계.


단순하면서도 속이 시원해지는 맛의 연속성이야말로 에밀리아가 원하던 것이었다.


‘다음은 애호박과 감자.’


에밀리아는 숟가락으로 애호박과 감자를 퍼서 먹었다.


잘 익은 애호박과 감자는 걸리는 것 없이 부드럽게 씹혔다.


국물을 흠뻑 머금은 채소들은 면에는 없는 식감과 맛을 자아냈다.


에밀리아는 순식간에 건더기를 먹어 치우고, 국물까지 몽땅 들이켰다.


“······후우!”


속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날숨과 함께 탄성이 절로 나왔다.


만족스러운 한 그릇이었음을 알리는 소리였다.


동시에 본격적인 식사를 알리는 신호이기도 했다.


“한 그릇 더.”

“알겠습니다.”


호크는 준비해 둔 다음 칼국수를 내놓았다.


포장마차 내부에는 한동안 후루룩 소리가 울려 퍼졌다.


* * *


에밀리아의 식사는 칼국수를 50그릇을 해치우고서야 끝났다.


한 종류의 요리만 계속 먹으면 질릴 법도 하건만, 용케도 저만한 양을 혼자서 먹어 치웠다.


“잘 먹었네.”

“감사합니다.”

“······이전의 제안, 받아들일 생각은 없나?”


에밀리아가 두서없이 말했다.


못 먹는 감을 찔러나 보자는 느낌이었다.


호크는 언제나처럼 대답을 돌려주었다.


“예, 저는 지금이 더 좋으니까요.”

“그래, 자네는 그런 성격이었지.”


에밀리아는 속이 후련하다는 듯한 얼굴을 했다.


그녀로서는 드물게도 감정을 얼굴에 드러냈다.


“자네는 어디 한 곳에 붙잡아두기에는 너무 자유로운 영혼이니까 말이야. 제라에는 얼마나 머물고 있었지?”

“대강 한 달 정도 되었네요.”

“자네치고는 오래 머물고 있었군. 슬슬 떠날 생각이겠지?”

“예, 원래부터 그럴 예정이었으니까요.”


호크는 가만히 한 지역에 있는 것이 드물었으니까.


필요하다면 다른 나라까지 가서 던전 공략을 했었을 정도다.


모험가 길드에 기록된 그의 행적이 이를 방증하고 있었다.


그리고 에밀리아는 기사단의 권한으로 그 모든 기록을 열람하고 기억했다.


“다음은 어느 지역을 갈 예정인가?”

“동쪽의 대수림으로 갈 생각입니다.”

“엘프들이 거주하는 곳이군. 드루이드를 만나러 가는 건가?”

“예, 채소가 슬슬 다 떨어져 가는지라.”


채소는 물론이거니와, 간장 같은 양념류도 슬슬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쌀도 얻고 싶었기에 다음 행선지를 대수림으로 정한 것이다.


“바로 떠나지 않았던 건, 아침에 봤던 수인 소녀를 돌보고 있어서인가.”

“예, 어쩌다 보니 가르치게 된 후배입니다. 가능하면 D등급 모험가 수준으로 키운 뒤에 가고 싶었거든요.”


아츠 숙련의 영역에만 들어간다면 혼자서도 잘해 나갈 수 있을 거다.


‘슬슬 한 단계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몰아붙일 때인가.’


릴리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시간이 부족한 만큼 빡세게 굴릴 필요가 있었다.


“······보아하니 뭔가 하려는 것 같은데, 망가지지 않게 적당히 하도록.”

“당연히 망가뜨릴 생각은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필요해서 하는 일이니까요.”

“뭐, 자네니까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만. 이만 일어나도록 하지. 재차 말하지만, 잘 먹었네.”


에밀리아는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포장마차를 떠났다.


부관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공주님의 뒤를 따랐다.


호크는 평소처럼 자리에 남은 그릇들을 치우며 청소에 들어갔다.


특별한 손님이 찾아온 포장마차는 오늘도 평범하게 마무리되었다.


* * *



에밀리아가 떠난 다음 날, 릴리는 호크에게서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제라를, 떠나신다고요?”

“원래부터 한 달가량 체류하다가 떠날 예정이었으니까.”

“······.”


릴리도 내심 알고는 있었다.


호크가 언젠가 떠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설령 그가 떠나지 않더라도 언젠가 독립해서 홀로서기를 해야 했다.


그 시기가 조금 이르게 찾아왔을 뿐이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포장마차 종업원을 하면서 어떻게든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호크가 떠나면 다시 모험가로 복귀해야겠지만, 과연 모험가로서 해나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릴리의 표정에서 속내를 읽은 것일까.


호크는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떠나기 전에 아츠의 경지를 높일 수 있는 특별 훈련을 할 생각이야.”


특별 훈련.

이름만 들어도 힘들게 분명한 훈련이었다.


하지만 훈련을 통과한다면 더 나은 자신이 될 수 있으리라.


릴리는 잠시 생각 끝에 각오를 다졌다.


“할게요. 특별 훈련.”


호크를 바라보는 릴리의 두 눈에는 의지가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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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칼국수 24.05.30 30 1 11쪽
22 22화 고기야채찜(6) 24.05.29 33 1 12쪽
21 21화 고기야채찜(5) 24.05.28 30 1 13쪽
20 20화 고기야채찜(4) 24.05.27 35 1 12쪽
19 19화 고기야채찜(4) 24.05.26 39 2 11쪽
18 18화 고기야채찜(2) 24.05.25 48 3 12쪽
17 17화 고기야채찜 24.05.24 43 1 11쪽
16 16화 부침개(2) 24.05.23 44 2 12쪽
15 15화 부침개 24.05.22 52 3 11쪽
14 14화 닭튀김(3) 24.05.21 51 3 12쪽
13 13화 닭튀김(2) 24.05.20 5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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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화 닭꼬치 24.05.18 55 3 12쪽
10 10화 계란찜 24.05.17 64 3 13쪽
9 9화 토스트 24.05.16 66 3 11쪽
8 8화 돈가스 샌드위치 +2 24.05.15 86 5 12쪽
7 7화 돈가스(2) 24.05.14 78 6 12쪽
6 6화 돈가스 24.05.13 90 5 12쪽
5 5화 삼겹살 구이 24.05.12 91 4 12쪽
4 4화 완당(2) 24.05.11 100 6 12쪽
3 3화 완당 +3 24.05.10 115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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