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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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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3.11.30 14:23
최근연재일 :
2023.12.3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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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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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글자수 :
174,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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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3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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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2화

DUMMY

마검 다인슬레이프가 붉은 그림자를 남기며 휘둘러졌다.


파각!

날카로운 일격으로 에인헤랴르 하나의 머리가 박살 났다.


유령이라고 해도 생명체를 모방했기에 머리가 사라지자 그대로 소멸해 버렸다.


[에인헤랴르를 처치했습니다.]

[2000토큰을 획득합니다.]


강인한은 에인헤랴르를 처리하면서 그 실력을 가늠했다.


‘신체 능력은 높지만, 기량은 그렇게 뛰어나지 않아. 기술은 있지만, 경험이 부족해.’


오크를 기반으로 단기간에 급성장한 전사 직업의 플레이어를 보는 느낌이었다.


이 정도라면 보조 마법이 없더라도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었다.


‘문제는 숫자가 늘어나는 속도다.’


발할라의 문은 1분마다 새로운 문이 열리면서 100마리의 몬스터가 늘어나게 된다.


언데드 오크가 상대라면 모를까, 에인헤랴르를 1분 동안 100마리 쓰러뜨리는 건 불가능했다.


최예리가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토템을 부수고 있지만, 그래도 부족했다.


‘방법은 하나뿐인가.’


1분 동안 최대한 에인헤랴르를 때려잡아서 10만 토큰을 채우는 것.


현재로서는 이것 말고는 다른 뾰족한 수가 없었다.


10만 토큰을 채우려면 앞으로 21마리를 더 잡을 필요가 있었다.


강인한은 마검을 휘두르며 에인헤랴르를 몰아붙였다.


10배까지 가속된 의식 속에서 에인헤랴르를 향해 끊임없이 쓰러뜨렸다.


마검이 흘린 기운이 유령이 흘린 피처럼 잔상을 남겼다.


[에인헤랴르를 처치했습니다.]

······

[2000토큰을 획득합니다.]


‘아홉, 열, 열하나.’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를 무시하며, 남은 숫자를 센다.


그리고 마침내 21마리째를 사냥하여 보유 토큰이 10만을 넘어서는 순간.


체내에 자리한 빛의 알갱이들이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빛의 알갱이들은 고유 스킬들을 향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보유 토큰 : 10만 950]

[보유 토큰 : 9만 950]

[보유 토큰 : 8만 950]

···


동시에 보유하고 있던 토큰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보유 토큰 : 950]


소모한 토큰이 딱 10만에 이르자.


두 고유 스킬이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아니, 다르다.


둘로 쪼개진 조각이 다시 하나로 합쳐진다는 게 옳은 표현이리라.


완성된 별은 기존의 키워드와는 비교도 안 되는 선명하고 다채로운 빛을 발하고 있었다.


강인한은 그 별의 이름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편집〗.’


그것이 고유 스킬의 행세를 하고 있던 별의 진정한 형태였다.


‘일반적인 키워드와는 달라.’


하나의 키워드만을 담당하는 「단일 키워드」와 여러 개의 키워드를 조합하여 효과를 내는 『복합 키워드』와는 격이 달랐다.


해당 요소에 대한 절대적인 영향력.


그것이 〖핵심 키워드〗가 가진 힘이었다.


편집(編輯)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재료를 수집·정리·구성하여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강인한이 재료(키워드)를 모아서 편집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말할 것도 하나뿐이었다.


‘종말의 미래를 바꾼다.’


그걸 위해 미래(시나리오)를 읽어내고 현재를 바꿔나가고 있었다.


‘지금이라면 고유 스킬의 능력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


고유 스킬은 〖편집〗의 힘을 쉽게 쓸 수 있도록 능력을 쪼개서 한정해 놓은 것이다.


그 과정에서 능력 사용에 제한이 생겨버렸지만, 원래대로 돌아온 지금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편집〗의 힘으로 체내에 있는 키워드를 조합한다.


「인지」+「육감」+「강화」

= 『불릿 타임』


키워드가 조합되자, 시간이 멈추었다.


정확히는 그렇게 느낄 정도로 의식이 가속했다.


지금이라면 총알이 날아온다고 해도 보고 피하는 게 가능했다.


‘이걸로 시간은 벌었다.’


강인한은 한계까지 가속된 시간 속에서 이 상황을 타파할 방법을 떠올렸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발할라의 문을 박살 내는 거다.’


아쉽게도 발할라의 문은 생명체가 아니라 무생물이었기에 지금 보유 키워드로는 어떻게 할 수 없었다.


「파괴」 같은 키워드가 있었다면 한번 시도라도 해봤겠지만.


‘그렇다면 차선책으로 간다.’


바로 에인헤랴르를 전부 쓸어버리는 거다.


이를 위한 새로운 키워드를 조합했다.


「언데드」+「살생」+「강화」

=『언데드 학살자』


학살(虐殺)은 대개 대량살인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학살자라고 불리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생명을 죽여야 할까?


그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게임이 된 세상은 업적 달성을 위한 조건이 따로 정해져 있었다.


1만.


특정 종족의 몬스터를 1만 이상 죽인다면, 학살자 업적을 얻게 된다.


키워드 조합으로 재현한 업적이 법칙이 되어 전신을 휘감았다.


이 순간 강인한은 언데드라는 종족을 죽이는데 이골이 난 학살자였다.


『사냥꾼』은 모든 공격이 해당 종족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그렇다면 『학살자』가 가지고 있는 효과는 무엇일까.


정답은, 피해의 확산이었다.


총탄조차 볼 수 있는 세계 속에서 마검이 에인헤랴르를 베었다.


치명적인 일격은 에인헤랴르를 단숨에 소멸시켰다.


뒤이어 근처에 있던 에인헤랴르에게 소멸한 개체와 같은 위치에 같은 상처가 생겼다.


공격의 연쇄는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다.


연쇄는 70여 마리에 이르는 에인헤랴르가 전멸하고서야 간신히 멈추었다.


[에인헤랴르를 처치했습니다.]

······

[2000토큰을 획득합니다.]


에인헤랴르를 처치했다는 메시지가 계속해서 떠올랐다.


동시에 에인헤랴르의 기운이 흡수되며 토큰으로 정제되었다.


바닥을 기던 토큰이 순식간에 15만 6천까지 늘어났다.


동시에 『불렛 타임』이 종료되며 인지 속도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언데드 학살자』 역시 종료되면서 불길한 기운이 사라졌다.


‘지속력이 너무 떨어지는데.’


『사냥꾼』과 『학살자』는 효과는 뛰어나지만, 단발성이라는 점이 문제였다.


‘빨리 마력 능력치 30까지 올려야겠어.’


마력 능력치 20으로는 세 개의 키워드를 조합하는 게 한계였다.


마력 능력치가 30이 되면 네 개의 키워드를 조합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도검」 키워드를 넣어서 『마검』을 구현할 수 있었다.


강인한은 토큰을 소모해 능력치를 올렸다.


〖편집〗의 능력 덕분에 시스템의 제약을 무시할 수 있었다.


[스킬 ‘마력Ⅲ’이/가 5레벨로 성장합니다.]

[마력이 5 상승합니다.]

[15만 토큰이 소모됩니다.]

[남은 토큰 : 6950]


능력치를 올린 직후, 재차 황금의 파문이 공간에 생겨났다.


강인한은 쏟아지는 에인헤랴르를 환영하기 위해 『언데드 학살자』를 사용했다.


그렇게 한동안 한 사람의 일방적인 학살극이 이어졌다.


* * *


‘저게 대체 뭐야?’


최예리는 강인한의 변화에 경악했다.


대체 뭔 짓을 한 건지, 일격에 에인헤랴르를 쓸어버렸다.


전사의 액티브 스킬인 연격이라도 습득한 걸까?


연격은 공격 시 주위의 적 하나를 동시에 타격하는 스킬이다.


연격 계통의 상위 스킬을 익힌다면 다수를 동시에 공격하는 것도 가능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수십 마리를 동시에 날려버리는 건 이상하지 않아?’


에인헤랴르가 줄줄이 쓰러지는 광경은 마법사가 쓰는 마법보다 더 마법 같았다.


게다가 본인은 조금도 소모한 기색이 없었다.


도리어 여유롭게 다음 적이 나오는 걸 기다릴 정도였다.


최예리는 저도 모르게 도낏자루를 들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뒤처질 뿐이라고 누군가가 귓가에 속삭이는 듯했다.


살고 싶지?


‘살고 싶어.’


그러면 네가 할 일을 해.


최예리는 멈추었던 도끼지를 재개했다.


체력과 기량 능력치를 올리고, 몇 가지 패시브 스킬을 습득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구력 향상과 빠른 재생을 습득해서 지치는 일이 없도록 했다.


무기 숙련과 둔기 전문을 습득하여 도끼질에 박차를 가했다.


자신에게 보조 마법을 사용해 철거 속도를 더 빠르게 했다.


자신의 직업이 마법사라는 것도 잊은 채 발할라의 문을 닫는 데 전념했다.


살고 싶은 이유가 가장 컸지만, 마음 한구석에 다른 이유가 더해졌다.


그건 혼자 남겨지는 게 싫다는 외로움이었다.


* * *


모든 발할라의 문이 철거되었다.


그때까지 강인한이 잡은 에인헤랴르의 수는 3만에 달했다.


단순 계산으로 6천만 토큰을 얻은 셈이다.


강인한은 그렇게 얻은 토큰을 모조리 능력치에 투자했다.


거기에 언데드 학살자의 업적까지 더해지면서 추가로 모든 능력치가 1씩 상승했다.


+

[이름 : 강인한]

[직업 : 편집자]

[체력 : 45]

[기량 : 45]

[마력 : 45]

[보유 토큰 : 1196만 2950]

+


능력치를 올리는데 상당한 토큰을 썼음에도 아직 1천만이나 되는 토큰이 남았다.


이 정도 수준이면 별다른 스킬 없이 능력치 차이만으로 찍어 누를 수 있었다.


‘오히려 이쪽이 힘 조절에 조심할 필요가 있겠어.’


자칫 잘못하면 한 번 휘두른 것만으로 무기가 버티지 못하고 박살 날 수도 있었다.


‘그나마 다인슬레이프가 있어서 다행이야.’


마검의 내구성이라면 능력치 상관없이 마음껏 휘두르는 게 가능했다.


도리어 힘 조절을 잘못해서 던전이 무너지는 걸 걱정해야 할 정도다.


에인헤랴르의 정리가 끝나자, 다인슬레이프가 폭주가 멈추었다.


우웅!

마검은 가짜를 처리했다는 사실에 만족스러운 듯 진동했다.


봉인을 뚫을 정도로 힘을 썼으니 한동안 힘을 빌리기는 힘들 거다.


‘남은 건 보스 몬스터뿐인가.’


〖편집〗 키워드를 얻으면서 상황이 단숨에 호전되었다.


지하철역 던전 쪽도 하루 만에 정리할 수 있을 듯했다.


‘어디까지나 내가 그렇다는 이야기지만.’


강인한은 최예리 쪽을 바라보았다.


240개나 되는 토템을 철거해서 그런지 얼굴이 땀에 젖어 있었다.


입고 있던 코트는 벗어서 허리춤에 묶어둔 상태.


신체에서 나는 열기가 차가운 공기와 만나 흰 김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 모습은 공주나 여왕님이 아니라 여전사를 연상케 했다.


‘잠깐 사이에 상당히 성장했네.’


강인한은 기감을 통해 최예리의 변화를 파악했다.


기운의 크기가 상당히 커져 있었다.


이번에 얻은 24만 토큰을 모조리 성장에 투자한 결과였다.


현재 능력치와 스킬 구성이라면 전사 흉내도 가능했다.


“수고했다.”

“살려면 열심히 해야지 어쩌겠어요.”

“바로 5층으로 올라갈 거니까 준비해.”

“휴식 없이 바로 간다고요?”

“시간이 얼마 없으니까. 빠른 회복 스킬도 찍었을 거 아니야.”

“그거야 그렇지만······.”


최예리는 찝찝한 얼굴로 제 몸을 살폈다.


옷이 땀으로 푹 젖어 있는 게 걸리는 모양이었다.


강인한은 키워드 조합을 사용해서 이를 해결해 주었다.


「룬」+「생성」+「강화」

= 『룬 마법Ⅱ』


허공에 두 개의 룬 문자가 출현했다.


물과 흐름을 의미하는 ᛚ(라구즈).

이동과 기승을 의미하는 ᚱ(라이도).


두 문자를 조합하여 물 조작 마법을 구현했다.


그 결과, 최예리가 흘린 땀이 말끔하게 사라지며 뽀송뽀송해졌다.


갑자기 깨끗해지자, 최예리는 놀란 얼굴로 물었다.


“이번에는 또 뭘 한 거예요?”

“마법으로 깨끗하게 한 것뿐이야.”

“하다 하다 마법까지 써요?”


최예리는 혀를 내둘렀다.


근접전만이 아니라 마법도 쓸 수 있다니.


원래도 그랬지만, 이제는 혼자서 모든 상황에 대처하는 게 가능할 듯했다.


“저 필요 없는 것 같은데 거점으로 돌아가면 안 돼요? 지금이라면 혼자서도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도망치면 이렇게 될 텐데?”


강인한은 마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칼바람과 함께 4층 전시물의 잔해가 날아갔다.


도저히 사람이 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검격이었다.


그 압력을 못 이긴 최예리는 말했다.


“······언제까지고 따라갈 테니까, 제발 저한테 휘두르지 말아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최예리는 자존심을 내려놓고 목숨을 구걸했다.


사람을 절로 겸손하게 만드는 생명의 위협이었다.


작가의말

이번 화를 끝으로 이 작품은 연중됩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신 독자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다음에는 더 나은 모습으로 찾아뵐 수 있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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