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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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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3.11.30 14:23
최근연재일 :
2023.12.3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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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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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34
글자수 :
174,250

작성
23.12.2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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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5화

DUMMY

대검이 벼락처럼 언데드 오크의 머리에 내리꽂혔다.


칼날이 머리부터 사타구니 아래까지 직선을 그었다.


전신이 두 동강 난 언데드 오크는 단말마도 남기지 못한 채 검은 재가 되어 소멸했다.


[언데드 오크를 쓰러뜨렸습니다.]

[200토큰을 획득합니다.]


강인한은 대검과 사라지는 언데드 오크의 시체를 번갈아 보았다.


아무리 부패가 진행 중이었다고 해도 뼈마저 베어버렸다.


그 과정에서 두부를 베는 것처럼 손에 걸리는 느낌이 하나도 없었다.


마법으로 대검의 위력과 절삭력이 올라간 덕분이었다.


이 정도 성능이라면 어디를 공격해도 쉽게 베어내는 게 가능했다.


“그어어어!”


강인한이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 남은 오크 두 마리가 달려들었다.


양쪽에서 동시에 공격하는 합공이었다.


‘이번에는 올라간 체력 쪽을 확인해 볼까.’


강인한은 대검으로 하단 자세를 잡았다.


그대로 아래에서 위로 휘두르는 사선 베기가 작렬했다.


대검이 긴 호를 그리며 오른쪽 언데드 오크의 목을 날렸다.


천장을 향해 치켜 올라가며 대검에 관성이 붙었다.


몸을 잡아끄는 관성을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신체 능력으로 억누르며 힘의 방향을 바꾸었다.


그대로 머리 위로 치켜든 대검이 대각선으로 내리꽂히며 왼쪽 오크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연속 공격을 받은 언데드 오크들은 무엇에 당했는지 알지 못한 채 소멸했다.


[언데드 오크를 쓰러뜨렸습니다.]

[200토큰을 획득합니다.]

[언데드 오크를 쓰러뜨렸습니다.]

[200토큰을 획득합니다.]


눈앞의 언데드 오크를 모두 쓰러뜨린 강인한은 몸 상태를 확인했다.


본래 대검은 크기와 무게 때문에 조금만 자세가 틀려도 신체에 큰 부하가 걸린다.


연속 공격에 이르러서는 제대로 된 자세를 잡아도 신체에 가해지는 부담이 컸다.


그런데 억지로 비튼 공격이었음에도 관절이나 근육에 무리가 가는 느낌이 없었다.


‘알고 있었지만, 효과가 상당해.’


평범한 언데드 오크는 버프가 없어도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


그러나 마법사의 보조가 있다면 훨씬 손쉽게 이길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 여자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것 같아서 영 탐탁지 않지만.’


강인한은 최예리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마지못해 인정했다.


동시에 이 상황에 기시감을 느꼈다.


‘매혹의 마녀도 초반에는 보조 마법을 미끼로 아군을 늘렸었지.’


강인한은 최예리가 숨어 있는 쪽을 곁눈질했다.


지금의 최예리와 미래의 마녀가 다르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공통점이 늘어나니 저도 모르게 겹쳐 보게 되었다.


자연히 살기가 일어나고 죽여 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후우······.”


강인한은 호흡을 고르며 평정심을 되찾으려고 애썼다.


‘스스로 정한 기준이잖아. 그걸 어기면 어쩌자는 거야.’


그렇게 스스로를 타일렀다.


지금은 최예리가 아니라 싸움에 집중할 때였다.


강인한은 애써 정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어깨에 대검을 걸친 채 다음 사냥감을 찾아 동굴 내부를 살폈다.


준비 운동이 끝났으니 본격적인 사냥에 들어갈 차례였다.


‘우선 100마리부터.’


강인한은 현재 1층에 있는 언데드 오크를 모조리 쓸어버릴 작정이었다.


* * *


“우와아아.”


최예리는 강인한이 싸우는 광경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강인한은 수많은 언데드 오크를 상대로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맞서 싸웠다.


일대다수임에도 압도하는 것은 강인한 쪽인 상황.


대검의 길이와 무게를 활용한 회전 베기가 연신 작렬하며 언데드 오크들을 믹서기처럼 갈아버렸다.


잘 싸우는 거야 알고 있었지만, 버프를 걸어주니 날아다니는 수준이었다.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잘 싸울 수 있지?’


최예리는 저게 같은 인간인지 의문이 들 지경이었다.


모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최예리는 전사나 사냥꾼이 아닌 마법사였으니까.


마법사는 보통 몸을 쓰기보다는 액티브 스킬을 사용한다.


그렇기에 무기로 싸우는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강해지는지 모를 수밖에 없었다.


플레이어의 전투 기술은 기본적으로 패시브 스킬에서 비롯된다.


가령 무기 숙련을 습득하면 무기에 대한 기본적인 사용법이 몸에 새겨진다.


도검 전문을 습득하면 오랜 기간 검술을 수련한 사람처럼 움직일 수 있다.


강인한은 여기에 더해 미리보기를 통한 경험까지 갖추고 있었다.


길어야 15일에 불과한 짧은 시간이지만, 그 경험의 밀도는 터무니없이 짙었다.


미래에서 언데드 오크를 수없이 사냥하며, 어떻게 하면 잘 잡을 수 있는지 체득했다.


그 경험은 미래에서 현재로 이어져 언데드 오크 무리를 압도적으로 찍어 누를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이 사실을 알 리 없는 최예리는 강인한이 박영범보다 더한 전투 병기처럼 보였다.


‘앞으로 놀릴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야겠다.’


최예리는 그렇게 생각하며 슬슬 끊어지려는 보조 마법을 재차 걸었다.


마법을 6번 썼을 뿐인데 머리가 띵한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마법을 3번 정도 더 쓰면 마력이 고갈될 거다.


‘토큰 생기면 마력 능력치나 마력 회복 속도를 올려야겠는데.’


문제는 혼자서 토큰을 획득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점이었다.


이제 와서 공격 마법을 습득하려고 해도 남아 있는 토큰이 없었다.


결국 다른 사람에게 토큰을 양보받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즉 강인한에게 토큰을 나눠 받아야 한다는 소리다.


‘하지만 저 사람이 토큰을 나눠줄까?’


보조 마법이 쓸모 있다는 건 증명되었다.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처럼 날뛰고 있는 게 그 증거였다.


그러나 이해득실과 강인한이 느끼는 감정은 별개였다.


강인한은 최예리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싫어한다.


이러한 감정은 논리나 이성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였다.


‘아까 이쪽을 곁눈질할 때 살기가 짙어진 느낌이었지.’


사정을 모르는 최예리로서는 아리송한 일이었다.


버프를 받아서 강해지면 좋은 거 아닌가.


그런데 어째서 그녀를 향한 살기가 짙어진단 말인가.


‘설마 내가 유능해지면 쉽게 죽일 수 없게 되니까 그런 건가?’


정신 나간 논리였지만, 최예리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증오하는 사람을 싫어할 이유가 늘어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으니까.


‘아까 업혔을 때 반응을 생각하면 애교나 미인계가 통하지 않을까?’


최예리는 가능성을 검토해 보다가 이내 무리라고 결론지었다.


애교를 부려봤자 가뜩이나 없던 정나미만 떨어질 게 뻔했다.


미인계의 경우는 더 심했다.


우연한 접촉이면 몰라도, 의도적인 낌새가 조금이라도 느껴진다면 가차 없이 목을 벨 게 분명했다.


결국 최예리가 할 수 있는 건 강인한이 토큰을 나눠주기를 하늘에 비는 수밖에 없었다.


* * *


[총 100마리의 언데드를 처치했습니다.]

[업적 ‘언데드 사냥꾼’을 달성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능력치가 1씩 상승합니다.]


1층에 있던 몬스터를 모두 잡은 강인한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100마리나 움직이는 시체를 처리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3분 남짓.


이것이 가능했던 건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었다.


하나는 최예리가 걸어준 보조 마법이었고, 다른 하나는 대검이었다.


‘확실히 다수를 상대할 때는 대검을 사용하는 게 편해.’


대검은 사용할 수 있는 장소가 한정되어 있지만, 그만큼 위력적인 무기였다.


큼지막한 크기와 이를 이용한 검술은 다수의 적을 단숨에 처리할 수 있었다.


여기에 보조 마법까지 더해지니 위력이 미쳐 돌아갔다.


한 번 대검을 휘두를 때마다 두세 마리씩 썰려 나가는 게 기본일 정도다.


물론 그만큼 체력 소모도 심했지만, 강인한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인간을 뛰어넘은 신체 능력에 더해 빠른 회복 스킬을 통한 실시간 체력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원래라면 적당히 사냥하다가 한 번 빠져야 했는데, 버프 덕분에 빨리 끝났네.’


언데드 오크 100마리를 목표로 잡은 것은 업적도 있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언데드 사냥꾼 업적에서 키워드를 수집합니다.]

[랜덤하게 하나의 키워드를 획득합니다.]

[이미 보유 중인 키워드는 수집 목록에서 제외됩니다.]


바로 키워드 수집 스킬의 발동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서였다.


[『언데드 사냥꾼』]

[「언데드」 「살생」]


언데드 사냥꾼 업적은 고블린 사냥꾼과 비슷한 구성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언데드」 키워드를 획득하였습니다.]


그렇기에 획득 키워드는 확정이나 다름없었다.


「언데드」는 「고블린」과 같은 종류의 키워드였다.


언데드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 대신 두통을 유발한다는 뜻이다.


‘지식을 주는 건 좋은데, 이 두통 좀 어떻게 안 되나?’


강인한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참으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정보계 키워드는 다 좋은데 이놈의 두통이 문제였다.


그래도 던전에 숨겨진 요소를 파악하려면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두통이 잦아들자, 강인한은 대형마트 던전에 대한 정보를 교차 검증했다.


‘지하 1층 식료품 매장에 중간 보스가 있단 말이지.’


지하 1층은 특수한 증표가 있어야만 진입할 수 있었다.


그 증표는 3층으로 올라가야 입수할 수 있었다.


‘서두르면 중간 보스까지 어떻게든 갈 수 있을 것 같네.’


강인한은 빠르게 일을 처리하기 위해 1층의 토템을 찾았다.


언데드 오크의 토템은 기존의 토템과 흡사했으나 한 가지 차이점이 있었다.


바로 토템에 감겨 있는 검고 기다란 천이었다.


검은 천에는 검붉은 글씨가 적혀 있었는데 피비린내가 나는 걸 보면 피를 잉크 삼아 쓴 듯했다.


악취미적인 장식이었지만, 저것도 주술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 필요한 물건이었다.


실제로 언데드 오크의 토템은 고블린의 토템보다 성능이 뛰어났다.


언데드 오크의 토템은 1단계에서 한 번에 20마리의 몬스터를 생성할 수 있었다.


몬스터를 생성하는 주기도 12시간이 아니라 6시간으로 반으로 줄어들었다.


그 성능만큼 철거하면 얻을 수 있는 토큰도 많아졌다.


강인한은 곧장 인벤토리에서 도끼를 꺼내서 토템을 철거했다.


[언데드 오크의 토템을 철거했습니다.]

[해당 구역에서 최초로 토템을 철거했습니다. 2시간 동안 철거 보상이 2배가 됩니다.]

[4000토큰을 획득합니다.]


예상했던 대로 최초 철거 보너스가 붙었다.


튜토리얼 때보다 지속 시간이 줄어들었지만, 문제 될 게 없었다.


2시간이면 보스 몬스터는 몰라도 중간 보스까지 공략할 자신이 있었다.


게다가 최초 철거 보너스는 키워드 수집이 발동하는 조건이기도 했다.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언데드 오크의 토템에서 키워드를 수집합니다.]

[랜덤하게 하나의 키워드를 획득합니다.]

[이미 보유 중인 키워드는 수집 목록에서 제외됩니다.]


[『언데드 오크의 토템』]

[「언데드」 「오크」 「주술」 「룬」 「나무」 「뼈」 「직물」]

[「룬」 키워드를 획득하였습니다.]


언데드 오크의 토템에는 7개의 구성 요소 중 키워드로 획득한 것은 「룬」이었다.


검은 천에 쓰인 내용을 알 수 없는 글자가 바로 룬 문자였다.


보스 몬스터인 언데드 오크 네크로맨서 역시 룬 문자를 사용했다.


룬 문자는 과거에 실제로 사용되었던 고대 문자다.


그러나 세상이 게임처럼 변하면서 새로운 쓰임새가 추가되었다.


특정한 방식으로 룬을 새기면 마법적인 힘을 사용하는 게 가능해진 것이다.


이른바 룬 마법이라고 부르는 사용법이다.


‘마력으로 글씨를 새긴 뒤 추가로 마력을 사용해서 발동시키면 된다고?’


얼핏 보면 방법 자체는 무척이나 쉬워 보였다.


그러나 한 가지 중대한 문제가 있었다.


‘스킬이 아니라 마력만 따로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강인한, 아니 플레이어는 마력을 직접 조작하는 법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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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23.12.21 6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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