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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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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3.11.3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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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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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4,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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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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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1화

DUMMY

고블린 챔피언이 비틀거렸다.


그 모습에 최예리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통했나?”

“통하겠냐.”


강인한은 그 희망 사항을 부정했다.


고블린이라고 해도 상위 몬스터다.


주술사처럼 마력 능력치가 높지는 않지만, 정신 공격에 대한 대비 정도는 해놨을 터.


아니나 다를까 고블린 챔피언의 눈 초점이 금방 돌아왔다.


대전사(大戰士)는 자신에게 수작질을 부린 마법사를 노려보았다.


그 날카로운 시선에는 누가 봐도 진득한 살의가 담겨 있었다.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최예리는 슬그머니 뒤로 물러났다.


“실패한 것 같은데 괜찮은 거 맞죠?”

“그래, 여기까지 예상대로야.”


강인한은 고블린 부대를 훑어보았다.


고블린 챔피언이 정신 공격 받자, 이쪽을 향해 이목이 쏠렸다.


부대 전체가 출입구 통로 근처에서 멈춰 있는 상황.


‘이걸로 주의는 충분히 끌었다.’


굳이 핏자국을 잔뜩 남기고, 최예리까지 데려와서 매혹 마법을 쓴 이유가 무엇인가.


고블린 부대가 다른 곳에 신경을 못 쓰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다소, 아니 상당히 야만적이고 잔인한 방식이었지만, 그만큼 효과가 탁월했다.


강인한은 머리 위로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마술사가 공연을 선보이듯 손가락을 튕겼다.


딱!

지하 주차장에 메마른 소리가 메아리쳤다.


뒤이어 그 신호를 기다렸다는 듯이 출입구 근처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케륵?(뭐지?)”


뒤늦게 고블린 부대가 소리를 감지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1톤이 넘어가는 중형 차량이 있었다.


“케헥?!”


고블린 부대는 기겁했다.


그러나 피하기에는 너무 늦은 뒤였다.


쾅!

SUV가 통로 근처에 있던 고블린 부대와 충돌하며 격렬한 소리를 냈다.


“캬아악!”

“케에엑!”


차량과 충돌한 고블린들이 여기저기서 비명을 질러댔다.


소리에 비해 차량 충돌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도리어 문제는 2차 피해 쪽이었다.


도망치다가 넘어져서 뒤쫓아 오는 아군에게 깔린다거나, 튕겨 날아가거나 놓친 병장기가 아군을 찌르는 등의 사고가 다발했다.


결과적으로 부대 후방에 있던 15마리가량의 고블린이 전투 불능 상태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부대 전체가 혼란에 빠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강인한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인벤토리에서 단검을 꺼내 흩뿌렸다.


한눈을 팔고 있던 고블린 대다수가 단검을 막아내지 못했다.


[고블린 방패병을 처치했습니다.]

[700토큰을 획득합니다.]

[고블린 창병을 처치했습니다.]

[700토큰을 획득합니다.]


몇몇은 단검이 급소에 박혀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


죽지는 않더라도 단검이 박히거나 베여서 상처를 입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케, 켁?!”


뒤이어 단검을 맞은 고블린들이 고통에 겨워하며 몸을 비틀었다.


강인한이 던진 단검은 고블린들이 사용하던 독이 묻은 단검이었다.


마비 독에 노출된 고블린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은 채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함정과 기습으로 대강 20마리 정도의 고블린이 무력화되었다.


고블린 챔피언은 부하들을 통솔하며, 강인한을 노려보았다.


보란 듯이 손가락을 튕기는 행동.

직후에 내려온 차량.

혼란을 틈타 던진 독 단검.


사전에 계획된 것처럼 일련의 과정이 너무도 매끄럽게 이어졌다.


누가 봐도 이번 일을 계획한 원흉, 하다못해 실행범으로 보였다.


고블린 부대의 적대적인 시선을 한 몸에 받은 강인한은.


“좋아, 이 정도면 할 거 다 했다. 철수!”

“자, 잠깐, 짐짝처럼 어깨에 짊어질 필요는 없잖아요!”

“두고 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


그대로 최예리를 둘러메고는 아래쪽 통로로 부리나케 도망쳤다.


실컷 휘저어놓은 다음, 뒤도 안 보고 도망치는 모습은 고블린 부대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케르륵!(쫓아라!)”


고블린 챔피언의 지시가 떨어지자, 고블린 부대가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고에 휘말리고, 독 단검에 찔려서 움직이지 못하는 이들은 그 자리에 방치됐다.


뛰어난 지휘관이라면 적을 추격하기보다 아군을 추스르는 걸 택했으리라.


그러나 고블린 챔피언은 뛰어난 전사이지, 뛰어난 지휘관이 아니었다.


계속되는 자극과 도발은 대전사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 오판은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다.


“······내려갔지?”

“다 내려갔어.”


고블린 부대가 지하 2층으로 사라지자, 지하 1층에 숨어있던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지하 주차장에 방치된 자동차나, 방화문 안쪽에 숨어 있었다.


평소라면 고블린 특유의 후각으로 그들의 존재를 알아차렸을 거다.


그러지 못한 것은 여기저기 뿌려진 짙은 피 냄새 때문이었다.


강인한이 생성한 고블린들로 피칠을 한 건 고블린들은 도발하는 동시에 냄새를 지우기 위해서였다.


숨어 있던 이들은 두 개의 조로 나뉘어 곧바로 계획대로 행동에 들어갔다.


첫 번째 조는 바닥에 널브러진 고블린들에게서 무기를 회수한 다음, 마무리를 지었다.


“배운 대로 확실하게 급소를 노려!”

“젠장, 연습했는데도 익숙해지지 않네.”

“케흑!”

“커헉!”


잘 관리된 무기가 도리어 주인의 목숨을 빼앗는 순간이었다.


한편 두 번째 조는 준비해 둔 차량을 지하 2층 통로 쪽으로 밀었다.


차량이 지하 2층으로 내려가는 걸 확인한 뒤, 잽싸게 첫 번째 조에 합류했다.


“빨리 처리하고 내려가자고!”

“작전 진행에 맞춰야 하니까, 서둘러!”

“이 뒤에 할 일은 지하 2층 방화문을 자동차로 막는 거지?”

“그래. 힘쓰는 걸로는 이거보다 더 빡셀걸?”

“부디 작전대로 되어야 할 텐데.”


* * *


강인한은 고블린 부대를 뒤에 붙인 채 지하 2층을 향해 내달렸다.


지하 2층에 도착한 순간, 어깨에 짐짝처럼 얹혀 있던 최예리가 움직였다.


“매혹, 매혹, 매혹!”


최예리는 뒤쫓아 오는 고블린 부대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매혹 마법을 사용했다.


그러자 선두에 있던 고블린 세 마리가 멍한 얼굴로 발걸음을 멈추었다.


“케륵!(왜 멈춰!)”

“케르륵!(밀지 마!)”


선두가 멈춘다고 해서 달리던 관성이 멈추지는 않는다.


달려오던 후열이 멈춘 전열과 충돌하면서 대참사가 벌어졌다.


예상치 못한 장애물에 일부가 넘어지고, 넘어진 고블린들은 후열에 의해 깔려 죽었다.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연쇄와 혼란은 고블린 부대가 지하 2층으로 내려올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으윽, 머리 아파!”


한편 참사의 발단이 된 최예리는 지나친 마법의 사용으로 두통을 호소했다.


스킬 사용으로 인한 마력 고갈이었다.


“으으, 내가 왜 이 고생을 해야 하죠?”

“네 업보.”

“······조금만 상냥하게 말해주면 안 돼요?”

“네 주제에?”

“못 됐어, 진짜.”


강인한은 최예리의 투덜거림을 무시했다.


투덜거릴 수 있다는 건 아직 여유가 있다는 증거였다.


“슬슬 마무리다.”


강인한은 일부러 고블린들이 들으라고 손가락을 튕겼다.


딱!

그 소리에 고블린들이 흠칫 몸을 떨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내려온 통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SUV가 고블린들을 향해 돌진했다.


“케륵! 케륵!(비켜! 비켜!)”

“케르륵!(피해라!)”


고블린 부대의 혼란이 더욱 가중되는 건 말할 것도 없었다.


저 혼자 살겠다고 필사적인 몸부림으로 아군을 짓밟아댔다.


그 과정에서 죽어 나가는 고블린이 속출했다.


“어딜 튀려고.”


강인한은 도망치는 고블린을 노려서 단검을 던졌다.


[고블린 창병을 처치했습니다.]

[700토큰을 획득합니다.]

[고블린 방패병을 처치했습니다.]

[700토큰을 획득합니다.]

······


혼란 속에서 고블린들의 숨통을 끊는 것은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다.


덕분에 쏠쏠하게 토큰을 챙길 수 있었다.


얼추 세어봤을 때 지하 2층까지 40마리의 고블린이 죽은 듯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죽은 숫자가 많았다.


그만큼 작전이 제대로 먹혀들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혼란은 오래 지속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곳에 고블린의 대전사가 있기 때문이다.


“캬아아아악!”


부대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고블린 챔피언이 울부짖었다.


그러자 고블린 부대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아군의 혼란을 진정케 하는 액티브 스킬, 전사의 외침이었다.


부하들이 진정되자, 고블린 챔피언은 차량을 정면에서 막아섰다.


“케륵, 케륵 케르륵······!(이딴 같잖은 술수에······!)”


대전사는 분노로 이를 갈면서 대검을 치켜들었다.


“케륵!(강격!)”


고블린 챔피언의 대검에 붉은 기운이 휘감겼다.


대전사는 망설임 없이 대검을 휘둘렀다.


콰직!

철이 으깨지는 소리가 울렸다.


그건 벤다기보다는 후려쳤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압도적인 힘으로 SUV가 완전히 박살 나는 동시에 뒤로 튕겨 날아갔다.


고블린 챔피언은 콧김을 내뿜고는 강인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시선에는 고작 이게 다냐는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


‘다른 놈들을 쓰러뜨려도 너 하나만 살아있으면 문제없다, 이거지?’


개인이 다수를 압도한다.


이 뒤틀린 종말 속에서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인간을 넘어선 능력치와 스킬의 보정이 이를 가능케 했다.


고블린 챔피언이라면 고블린 부대 하나와 맞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강인한이 괜히 고블린 챔피언에게 단검을 던지지 않은 게 아니다.


도저히 맞출 수 있는 빈틈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야.’


고블린 챔피언과 싸우기에 앞서 고블린 부대의 숫자를 최대한 줄여야 했다.


“간다.”

“아, 잠깐, 어깨에 짊어지지 말라니까!”


강인한은 최예리의 항의를 무시하며 어깨에 짊어졌다.


그리고 비상계단으로 이어지는 방화문을 열어젖히며 위로 뛰어 올라갔다.


“케르륵!(쫓아라!)”


고블린 챔피언의 명령에 고블린 부대가 움직였다.


아파트 계단을 배경으로 한바탕 추격전이 벌어졌다.


* * *


강인한은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무기를 쓰지 않고 고블린들을 쓰러뜨릴 수 있을까.


‘계단에서 위에서 옷장 같은 가구를 밀어버리면 그대로 휩쓸리지 않을까?’


그 방법을 떠올린 건 자동차로 밀어버린다는 발상을 떠올렸을 때였다.


미리 배치해 둔 가구를 층계참에서 미는 것뿐이라면 일반인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사람들은 이 의견에 동의했고, 비상계단의 일정 구간마다 가구를 배치했다.


“온다!”

“밀어!”


강인한이 계단을 올라오자, 층계참에 대기 중이던 사람들이 가구를 힘껏 밀었다.


기우뚱 기울어진 가구는 그대로 계단 위로 넘어지더니 쿠당탕 소리를 내며 계단을 미끄러져 내려왔다.


“꽉 잡아!”

“꺄아악!”


강인한은 내려오는 가구를 피하고자 비상계단의 벽면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최예리는 아크로바틱한 움직임에 전신이 흔들리자, 비명을 질렀다.


“케륵!(뭐야!)”

“케륵!(또냐!)”


강인한을 뒤쫓던 고블린들은 가구의 압도적인 질량에 짓눌리고 말았다.


“타격 완료!”

“안쪽으로 들어가, 얼른!”


사람들은 가구를 밀어내자마자 곧장 방화문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뒤이어 문 너머에서 무언가를 끄는 소리가 들려왔다.


방화문 너머에 가구를 세워서 출입을 막아버린 것이다.


“케르륵 케륵.(귀찮게 됐군.)”


계단을 올라가던 고블린 챔피언은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완전히 적의 술수에 놀아나 버렸다.


이대로 뒤쫓아가봤자 설치된 함정에 부대가 소모될 뿐이다.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가서 지하에서 재정비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어느새 지하로 통하는 출입문이 자동차를 겹겹이 쌓은 바리케이드에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대전사는 모르지만, 지하 1층에 숨어있던 이들의 공작이었다.


올라가는 걸 멈추고 눌러앉는 것도 생각해 봤다.


하지만 저쪽에서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을 리 없었다.


계단 위에서 싸우는 건 고블린 챔피언에게 전적으로 불리했다.


공간이 좁았기에 대검을 마음껏 휘두를 수 없었다.


“케르륵!(올라간다!)”


결국 고블린 챔피언은 강인한을 뒤쫓아 옥상까지 올라가는 길 이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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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23.12.21 67 2 12쪽
22 22화 23.12.20 76 2 11쪽
» 21화 23.12.19 7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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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23.12.17 80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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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23.12.15 88 3 13쪽
16 16화(수정) 23.12.14 96 3 12쪽
15 15화 23.12.13 105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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