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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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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3.11.30 14:23
최근연재일 :
2023.12.3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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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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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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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8화

DUMMY

생성된 고블린이 가지고 있는 건 나무 몽둥이와 하반신의 거적때기가 전부였다.


지금 수준으로는 가장 약한 고블린만 생성할 수 있는 듯했다.


“케륵!(인간!)”


고블린은 강인한을 보자마자 무턱대고 달려들었다.


강인한은 반사적으로 십부장검을 인벤토리에서 꺼내 고블린의 목을 날렸다.


고블린은 제대로 대응도 못하고 그대로 죽어버렸다.


‘이거 불러내는 거랑 제어하는 게 별도인 건가?’


이래서야 반쪽짜리 능력이었다.


그렇게 내심 실망하고 있을 때였다.


[고블린을 처치했습니다.]

[10토큰을 획득합니다.]


“어?”


강인한은 눈앞에 메시지를 의심했다.


방금 처치한 고블린은 강인한이 불러낸 고블린이었다.


그런데 토템에서 생성된 고블린처럼 처치하면 토큰을 준다고?


‘잠깐만 이렇게 되면······.’


강인한은 계속해서 고블린을 생성하고 사냥하기를 반복했다.


고블린 5마리를 잡는 동안 빠짐없이 토큰이 나왔다.


강인한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고블린 자체는 별거 아니었지만, 그 진가는 다른 데 있었다.


“토큰이 복사된다고?”


이건 원하는 순간, 원하는 만큼 토큰을 얻을 수 있는 돈 복사 버그나 다름없었다.


강인한에게는 별거 아니었지만,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이야기가 달랐다.


모든 토템이 철거된 뒤에도 지속해서 토큰을 수급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이거라면 물자가 떨어져도 즉석에서 보충할 수 있겠어.’


물이나 식량 같은 생활 물자는 상점창에서 싼값에 판매하고 있다.


당장 물 1.5리터만 해도 10토큰에 구매할 수 있었다.


‘문제는 키워드 조합의 사용 한도다.’


강인한은 키워드 조합을 사용하자, 나타났던 메시지를 떠올렸다.


키워드 조합을 사용할 때마다 횟수가 하나씩 차감되었다.


총 6번 키워드 조합을 사용했으니 남은 횟수가 5번 남았다.


‘이전부터 느낀 거지만, 양쪽 모두 패시브 스킬의 범주를 넘어서지 않았나?’


본래 패시브 스킬은 상시 적용되거나 특정 조건에서 효과를 발휘한다.


그러나 편집자의 직업 고유 스킬들의 2레벨 능력은 패시브 스킬답지 않았다.


효과를 임의로 발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액티브 스킬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완전히 액티브 스킬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액티브 스킬은 마력이라는 자원을 사용해 효과를 발휘한다.


그러나 저 두 스킬은 마력을 소모하지 않았다.


그 대신 하루에 쓸 수 있는 시간 제약과 사용 횟수가 달려 있었다.


액티브 스킬에 저런 제약이 붙는다는 건 듣도 보도 못했다.


‘하지만 마냥 나쁜 건 아니야.’


방식이 다를 뿐, 어느 쪽도 사용 한계가 있다는 건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마력 소모로 인한 두통이 없는 쪽이 나았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지 고민하자.’


직업 고유 스킬의 능력과 사용 한도는 마력 능력치에 비례한다.


고로 직업 고유 스킬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능력치에 적극 투자할 필요가 있었다.


강인한은 보유한 토큰을 능력치를 올리는 데 사용했다.


‘먼저 마력부터.’


[스킬 ‘마력Ⅱ’가 5레벨로 성장합니다.]

[마력이 4 상승합니다.]

[1만 4000토큰이 소모됩니다.]

[남은 토큰 : 1만 7300]

[마력 능력치가 현재 구간에서 올릴 수 있는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


마력을 15까지 오르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튜토리얼에서 올릴 수 있는 능력치는 15까지가 한계였다.


강인한은 체력을 15까지 올리고, 남은 토큰으로 기량을 올렸다.


[스킬 ‘체력Ⅱ’가 5레벨로 성장합니다.]

[체력이 4 상승합니다.]

[1만 4000토큰이 소모됩니다.]


[스킬 ‘기량Ⅱ’가 2레벨로 성장합니다.]

[기량이 1 상승합니다.]

[2000토큰이 소모됩니다.]

[남은 토큰 : 1300]


그 많던 토큰이 순식간에 녹아내렸지만,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튜토리얼 1일 차임에도 7일 차의 능력치를 3분의 2나 따라잡았으니까.


7일 차에 이른다면 미리보기에서 경험한 7일 차보다 강해질 수 있으리라.


이는 미리보기 2레벨 능력의 한계였다.


현재 능력이 미래 경험보다 앞서게 되면 미래의 능력을 불러올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지금은 현재랑 미래의 스킬이 겹치지만, 미래에 익히지 않은 스킬을 익히면 어떻게 될까?’


강인한은 여유가 되는대로 불러오기의 범주가 어디까지인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


남은 건 고블린들이 떨어뜨린 장비들을 챙겨서 위로 올라가는 것뿐이었다.


지하 주차장의 볼일은 모두 끝마친 강인한은 던전을 뒤로하고 지상으로 향했다.


* * *


강인한이 지하 주차장을 나오자, 던전을 덮고 있던 어둠의 장막이 사라졌다.


서리불꽃의 제단이 던전을 유지하는 핵의 역할도 겸하고 있었다.


제단이 사라졌으니 던전 자체가 사라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지하 주차장의 입구로 돌아온 강인한은 끌고 온 짐들을 내려놓았다.


운반해야 할 물건이 워낙 많았기에 고블린들이 쓰던 갑옷을 대충 엮어서 만든 썰매에 실어서 끌고 왔다.


썰매 바닥에 얼음 조각들을 배치해 미끄러지기 쉽게 만들어서 생각보다 수월하게 가져올 수 있었다.


하지만 던전 바깥으로 나오자, 얼음이 순식간에 녹아 없어졌다.


던전 바깥으로 나오면서 서리불꽃의 영향력이 완전히 사라진 탓이었다.


가져온 장비들에 날붙이가 많은 만큼 품에 안고 옮기는 것도 어려웠다.


‘반상회 쪽에 도움을 구해야겠는데.’


도구를 쓸 수 없다면 인력으로 해결하면 그만이었다.


어차피 가져온 물건 대다수는 강인한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쓸 물건이었다.


강인한은 도와줄 사람을 찾아 외부 주차장을 나섰다.


1층 편의점 근처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무슨 일인가 있어서 가보니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마침 그곳에는 아는 얼굴도 보였다.


“줄을 지켜주세요! 보급품은 모두에게 돌아갈 정도로 있습니다!”


나태수가 모여 있는 사람들이 모두 들을 수 있도록 소리쳤다.


강인한은 나태수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태수 씨.”

“아, 인한 씨. 볼일은 다 마치셨나요?”

“네, 지하 주차장에 있던 던전을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이 행렬은 뭔가요?”

“반상회 측에서 편의점의 물자를 나눠주고 있는 겁니다.”


튜토리얼이 시작된 지 반나절이 지났다.


전자기기가 모조리 마비되었으니 각 가정에 그 여파가 고스란히 나타났을 거다.


그나마 식량 쪽은 겨울이라서 피해가 적겠지만, 문제는 식수 쪽이었다.


생수를 사 먹는 집이라면 모를까, 대다수는 식수는 물론 생활용수도 부족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1000토큰이 있었지만, 스킬과 장비 구매에 모두 소모해 1토큰도 남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미리보기에서 본 미래에서는 그 때문에 여러 사람이 죽었지.’


토큰을 얻기 위해 고블린과 싸우다가 죽고, 식량과 물을 약탈하기 위해 서로 싸우다 죽었다.


3일 차에 이르렀을 때는 살아남은 이들이 고블린을 잡아 자급자족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을 쌓게 되었다.


직후에 박영범과 최예리의 파벌 싸움이 터져버려서 또다시 피바람이 불었지만.


‘고블린 생성만 잘 이용하면 미래의 참상이 재현되는 일은 없겠지.’


나아가 고블린과 직접 싸워보면서 전투 경험도 쌓을 수 있을 거다.


초기의 고블린은 숫자와 폭력성이 무서운 거지, 신체 능력은 별거 없으니 연습 상대로는 제격이었다.


“철호 씨를 찾고 있습니다만,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회장님이라면 저쪽에 계세요. 안쪽에서 물자를 확인하고 있으시거든요.”


나태수는 편의점 안쪽을 가리켰다.


강인한은 감사 인사를 한 뒤 김철호를 만나기 위해 편의점 쪽으로 향했다.


편의점 안쪽에서는 물자 확인과 운반 작업이 한창이었다.


김철호는 그 속에서 종이 서류를 뒤적이며 한창 확인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는 강인한을 발견하자, 하던 일을 잠시 멈추었다.


“죄송합니다. 보시다시피 해야 할 일이 산재해 있는지라.”

“괜찮습니다. 물자를 확인하고 있는 것 같은데, 수량은 충분한가요?”

“솔직히 말씀드려서 부족합니다.”


김철호는 어두운 얼굴로 답했다.


편의점이라고 해도 작은 규모의 점포다.


보관된 물자가 적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번 한 번은 어떻게든 할 수 있겠지만, 다음은 없다고 봐야 했다.


“그런 철호 씨에게 좋은 소식이 세 가지 있습니다.”

“세 가지나 있다고요?”

“첫 번째 좋은 소식은 지하 주차장을 막고 있던 장벽이 사라졌다는 겁니다.”

“그거 다행이네요. 지하 주차장에 있는 차량에서 기름을 빼내 난방 연료로 쓸 수 있겠어요.”

“난방 기구를 구하는 건 별개의 문제겠지만요.”

“지금 상황에서는 그조차도 감지덕지니까요.”


강인한이 전한 소식에 김철호의 표정이 한결 나아졌다.


“두 번째 소식은 던전 공략으로 얻은 장비들입니다. 도검류부터 투석구에 단궁까지 다양한 장비를 얻었어요.”

“장비가 그만큼 많았다는 건, 이번에도 힘든 싸움을 하셨군요.”

“고생하기는 했지만, 그만큼 얻는 것도 많았습니다.”


반상회 사람들이 사냥으로 고생했던 이유 중 하나가 제대로 된 무기가 없어서였다.


장비에 써야 할 토큰도 아낄 수 있으니, 전력 상승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장비는 어디에 두셨나요?”

“외부 주차장 쪽에 모아뒀습니다.”

“나중에 사람을 보내서 운반하겠습니다.”

“장검 몇 자루와 뼈 지팡이는 빼달라고 해주세요. 저랑 동생이 쓸 겁니다.”

“알겠습니다. 미리 말해두지요.”


두 번째 소식을 듣자, 김철호의 얼굴에 웃음이 돌아왔다.


“첫 번째랑 두 번째 소식이 이 정도면 마지막 소식은 어떤 좋은 이야기인지 기대되네요.”

“마지막 소식은 앞의 소식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소식입니다.”

“오오, 어떤 소식인가요?”

“듣고 놀라지 마세요. 저한테 고블린 생성 능력이 생겼습니다.”

“······네?”

“저한테 고블린 생성 능력이 생겼습니다.”

“아니, 못 들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 대체 어쩌다가 그런 능력을?”

“지하 주차장에 있던 던전을 깼더니 보상으로 주더군요.”


던전의 핵이던 서리불꽃의 제단을 부수고 얻은 능력이니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믿기지 않는다면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강인한은 김철호가 제지하기도 전에 능력을 사용했다.


“키워드 조합.”


[「고블린」+「생성」]

[『고블린 생성』]

[남은 사용 횟수 : 4]


두 개의 키워드가 합쳐지자, 공간의 일그러짐이 발생했다.


“케륵!”


이윽고 고블린이 튀어나오자, 강인한은 이를 낚아채 단숨에 목을 꺾어버렸다.


서류와 물자가 있는 곳이었기에 난동 부리기 전에 제압한 것이다.


“보셨죠?”

“······.”


김철호는 그 광경을 보고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고블린 생성이라는 엉뚱한 능력도 그렇지만, 튀어나온 고블린을 순식간에 처리한 강인한도 경악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결국 김철호는 생각을 포기하고, 솔직하게 묻기로 했다.


“죄송합니다만, 상황을 못 따라가겠네요. 그 능력이 어째서 좋은 소식인 겁니까?”

“토템의 재생성과 무관하게 고블린을 잡고 토큰을 획득할 수 있으니까요.”

“아아······!”


강인한의 설명에 김철호는 감탄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게임처럼 변해버린 세상에서 토큰은 새로운 화폐나 다름없었다.


그런 토큰을 언제든지 원하는 만큼 얻을 수 있다는 건 사기나 다름없었다.


“이건, 확실히 좋은 소식이네요.”

“그렇죠?”

“고블린은 얼마나 소환할 수 있나요?”

“앞으로 4마리 더 부를 수 있습니다. 재사용 주기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고요.”

“나중에 함께 시험해 보죠.”

“알겠습니다. 지금부터 집에서 쉴 예정이니, 여유가 되는대로 연락해 주세요.”


강인한은 김철호와의 대화를 마치고, 편의점을 나왔다.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아파트의 비상계단을 올랐다.


계단을 올라가던 중 위에서 내려오는 두 사람분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계단을 내려온 사람들은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한 사람은 여동생인 강소영이었고, 남은 한 사람은.


“제가 왜 여기 있어?”


최예리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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