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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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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3.11.30 14:23
최근연재일 :
2023.12.3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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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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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4화

DUMMY

오전 10시.

아파트가 거점으로 변화하고 9시간이 지난 시점.


강인한은 거점을 나와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그가 거점 바깥으로 나온 명목은 외부 정찰이었다.


이는 강인한 혼자만의 결정이 아니라, 반상회의 회의 끝에 내린 판단이었다.


현재 아파트 내의 평균 전력은 2단계 토템에서 생성되는 고블린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무장이 변변치 않고, 능력치도 높지 않으며, 스킬도 고작해야 두세 가지가 전부.


이런 상태로 외부로 멀리 나가는 건 죽으러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고로 거점 주변의 약한 몬스터를 사냥하며 내실을 다지는 걸 우선하기로 했다.


물론 외부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거점 내의 최고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강인한에게 외부 정찰을 요청했다.


바깥으로 나갈 예정이었던 강인한은 그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본래라면 강인한 혼자 움직일 예정이었으나, 부득이하게 동행이 있었다.


“어째서 제가 바깥까지 따라와야 하는 거죠?”


동행인은 투덜거리는 것조차 그림이 되는 미녀이자 최우선 감시 대상, 최예리였다.


강인한은 최예리의 불평에 어이가 없다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진짜 몰라서 묻는 거냐?”

“······그쪽이 거점에 없는 동안 이쪽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잘 알고 있네.”

“외부 정찰을 나간다고 해서 한동안 얼굴 안 본다고 좋아했는데.”

“꿈 깨. 이번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쭉 나랑 같이 다닐 거니까.”

“······.”


최예리는 불편한 진실에 인상을 구겼으나, 강인한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현재 거점 내의 최대 불안 요소는 다름 아닌 최예리다.


강인한이 붙어 있지 않으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었다.


폭탄을 거점에 두고 갈 바에야 차라리 가지고 가는 쪽이 정신 건강에 이로웠다.


“혹시나 해서 묻는데, 이번에 얻은 토큰으로 매혹 관련 스킬을 찍은 건 아니지?”

“왜요. 매혹 걸릴까 봐 무서워요?”

“아니, 찍었으면 토큰 날렸다고 놀리려고.”

“그게 무슨 뜻이에요?”

“······.”


강인한은 최예리의 물음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


알려주지 않아도 직접 마주하면 알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상대할 몬스터들, 사이보그 곤충과 언데드 오크는 정신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무리 매력이 넘쳐도 기계와 시체에 통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차라리 수준이 낮더라도 약점이 되는 속성 마법을 쓰는 쪽이 더 효과적이었다.


설령 이번에 얻은 1만 남짓한 토큰을 모조리 매혹 관련에 투자했다고 해도 강인한을 이길 수는 없었다.


마력 능력치 15와 최대로 올린 정신 내성 스킬은 폼이 아니었다.


강인한이 끝까지 대답하지 않자, 최예리는 길길이 날뛰었다.


“궁금하게 말하다 마는 게 어디 있어요!”

“소리 좀 그만 질러라. 그러다가 몬스터가 듣고 오면 어쩌려고.”

“흥, 어차피 나와도 그쪽한테는 한 주먹거리도 안 되잖아요.”

“내가 귀찮게 그걸 왜 잡아.”

“안 잡으면 어떻게 하······.”


최예리는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안색이 급격히 나빠졌다.


“설마 나 혼자 두고 가려는 거 아니죠?”

“······.”


강인한은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지레짐작한 최예리는 그대로 입을 꾹 다물었다.


두 사람은 말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몬스터와 조우하는 일은 없었다.


10분 정도 대로를 따라 걸어가자 멀리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위치는 사거리 쪽이었다.


강인한은 그것이 사이보그 곤충과 언데드 오크가 싸우면서 나는 소리라는 걸 알았다.


그 사실을 모르는 최예리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어 강인한의 귓가에 속삭였다.


“저게 무슨 소리죠?”

“······.”


강인한은 최예리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주위를 살폈다.


마침 적당히 높이의 건물이 근처에 있었다.


‘들키지 않고 움직이려면 좀 더 날랠 필요가 있겠어. 장비도 거치적거리니 집어넣자.’


강인한은 스킬창을 열어서 기량 능력치와 인벤토리 스킬 레벨을 올렸다.


[스킬 ‘기량Ⅱ’이 5레벨로 성장합니다.]

[기량이 2 상승합니다.]

[9000토큰이 소모됩니다.]


[스킬 ‘인벤토리Ⅰ’이 4레벨로 성장합니다.]

[7000토큰이 소모됩니다.]

[남은 토큰 : 450]


강인한은 인벤토리의 빈칸에 들고 있던 장비들을 집어넣었다.


[도끼][대검][방패][장검]


준비를 끝마친 강인한은 다짜고짜 최예리를 둘러멨다.


“자, 잠깐! 뭘 하는 거예요?!”

“입 다물어. 혀 깨문다.”

“네?”


강인한은 최예리의 대답을 듣지 않고 곧바로 벽을 타고 건물을 오르기 시작했다.


최예리는 반사적으로 소리를 지를 뻔했으나, 재빨리 본인의 손으로 입을 막았다.


여기서 소리를 질렀다간 큰일이 난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강인한은 건물의 틈새를 발판 삼아 쓱쓱 위로 올라갔다.


파쿠르 스킬과 더불어 초인적인 신체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건물 옥상으로 올라오니 사거리 아래가 한눈에 보였다.


대로에는 사이보그 곤충들과 언데드 오크들이 한창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세상에.”


상상조차 못한 광경에 최예리는 놀란 토끼 눈을 하며 경악했다.


“설마 저것들이랑 싸워야 하는 거예요?”


최예리의 물음에 강인한 대신 메시지가 대답해주었다.


+

[챕터 퀘스트 - 던전 개척]

[15일 안에 던전 하나를 공략하시오.]

[보상 : 1000토큰]

[실패 시 : ???]

+


“미친.”


최예리는 퀘스트 메시지에 저도 모르게 욕을 뱉었다.


몬스터가 득실거리는 공간에서 던전의 위치를 찾는다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강인한은 바늘이 사막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저기로 간다.”


강인한은 대형마트의 출입구를 가리켰다.


그곳에서는 실시간으로 언데드 오크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대형마트가 던전이에요?”

“보고도 모르냐.”

“보면 알죠! 아는데, 저기를 어떻게 들어갈 거냐고요!”

“외부 주차장 쪽에 있는 뒷문으로 들어갈 거다.”


사거리 대형마트의 외부 주차장에는 대형마트 1층으로 통하는 뒷문이 있었다.


“딱 봐도 싸우느라 바빠서 뒷문으로 들어가는 건 신경도 안 쓸걸.”


실제로 미리보기에서 뒷문으로 잠입하면 별문제 없이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여기서 건물을 몇 개 건너가면 외부 주차장까지는 금방이었다.


강인한이 재차 둘러메려 하자, 최예리가 양팔을 휘저으며 거부했다.


“잠깐, 잠깐만요! 왜 매번 그렇게 짐짝처럼 들어요? 평범하게 공주님 안기나 업어가도 되잖아요.”

“······.”

“대답도 싫어서 진심으로 묻는 거냐고 시선으로 말하는 건 그만둬요!”


최예리는 입고 있던 겨울용 코트를 벗어서 강인한에게 건넸다.


“공주님 안기는 바라지도 않으니까. 제가 업히면 이걸 밧줄 삼아서 묶어줘요.”

“······쯧.”


강인한은 코트와 최예리를 번갈아 보다가 대놓고 혀를 찼다.


귀찮았지만 이 정도도 안 해주면 나중에 무슨 소리를 할지 모른다.


‘분명 어머니나 소영이한테 말해서 잔소리를 듣게 하겠지.’


본인이 어떻게 할 수 없으니 가족들한테 말해서 동정을 사는 더러운 수법이었다.


하는 수없이 원하는 대로 업어준 뒤 코트로 떨어지지 않게 묶어서 고정했다.


최예리는 강인한의 목에 양팔을 둘러서 단단히 고정했다.


등에서 부드러운 무언가가 닿았지만, 강인한은 애써 무시했다.


그대로 건물 옥상에서 도움닫기를 하고는 다른 건물을 향해 점프했다.


그렇게 몇 번 건물을 뛰어넘자 금세 외부 주차장에 도착했다.


당연하게도 대형마트의 주차장은 텅텅 비어 있었다.


강인한은 최예리를 내려준 뒤 밧줄 삼아 사용했던 코트를 넘겨주었다.


“가자.”


강인한은 최예리에게 시선도 주지 않으며 말했다.


어린 시절 여동생을 제외하고 여자를 업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순수하게 기뻐하고 부끄러워했겠지만, 상대가 최예리였기에 감정이 팍 식는 느낌이었다.


최예리는 강인한의 말투와 시선에서 감정을 읽어내고 코웃음을 쳤다.


과연 살의가 넘치는 사람이라도 남자는 남자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거 종종 써먹을 수 있겠는데?’


최예리는 놀릴 건수를 찾았다며 희희낙락했다.


그러나 그 미소는 대형마트 내부로 들어가는 순간 싹 사라졌다.


본래 대형마트 1층은 시계나 반지 같은 액세서리를 파는 매장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던전으로 변모한 지금은 세련된 인테리어는 온데간데없고, 어두침침한 동굴처럼 바뀌어 있었다.


강인한은 인벤토리에서 대검을 꺼내 들었다.


언데드 오크는 말 그대로 살아있는 시체였기에 상처를 입어도 무시하고 공격해온다.


언데드를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중추가 되는 머리를 박살 내거나 목을 날려버려야 했다.


아니면 움직일 수 없도록 신체 자체를 박살 내서 무력화할 필요가 있었다.


대검의 위력이라면 언데드 오크의 머리를 쪼개기에 충분한 위력을 낼 수 있었다.


강인한이 1층에 있는 언데드 오크를 찾아 나서려는데 최예리가 붙잡아 세웠다.


“인핸스 웨폰. 샤프 블레이드. 베어 파워.”


[스킬 ‘인핸스 웨폰(2레벨)’이 적용됩니다.]

[2분 동안 무기의 위력이 40% 증가합니다.]


[스킬 ‘샤프 블레이드(2레벨)’가 적용됩니다.]

[2분 동안 무기의 절삭력이 40% 증가합니다.]


[스킬 ‘베어 파워(2레벨)’가 적용됩니다.]

[2분 동안 체력 능력치가 2 상승합니다.]


최예리가 사용한 스킬은 버프 계통 마법이었다.


미리보기에서나 보던 스킬을 여기서도 보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강인한의 경악 어린 시선을 최예리는 히죽 웃어 보였다.


“어때요. 이 정도면 꽤 쓸 만하죠?”

“이번에 얻은 토큰으로 습득한 거냐?”

“네, 매혹에 투자하지 않고 버프에 몽땅 투자했어요.”

“어째서?”

“그래야 저를 쉽게 버리지 않을 테니까요.”


최예리는 겉치레 없이 솔직하게 말했다.


“그쪽이 저를 죽일 만큼 싫어하는 건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쉽게 죽이지 못하도록 도움이 될 생각이에요.”

“······약았네.”

“칭찬 고마워요.”

“숨어라. 싸우는 동안 신경 못 써주니까.”


강인한은 감사인사 대신 충고를 말하며 던전 안쪽으로 들어갔다.


동굴처럼 변해버린 마트 내부에는 수많은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만큼 언데드 오크가 넘치게 있다는 뜻이었다.


대형마트 던전이 가진 최대 특징은 다름 아닌 물량이었다.


이는 무리를 지어서 활동하는 고블린보다 더 심할 정도였다.


1층에만 못해도 100마리의 언데드 오크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강인한은 숨지 않고 가까이 있는 언데드 오크에게 접근했다.


“그어어어!”


그러자 언데드 오크가 반응을 보였다.


언데드가 되면서 감각이 약해졌지만, 그 대신 살아있는 생명체를 감지할 수 있었다.


언데드 오크들은 강인한의 존재를 인식하자마자 달려들었다.


방금까지 느릿하게 움직이던 게 거짓말 같은 격렬한 움직임이었다.


그 모습은 영화 속의 좀비를 연상케 했다.


실제로 전투 방식도 좀비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


녀석들은 생전의 전투 기술을 잊어버리고 우악스럽게 신체 능력을 앞세워서 싸운다.


그러나 얕보면 큰일 난다.


통각을 상실한 언데드 오크는 제 몸이 망가지는 걸 신경 쓰지 않고 힘을 휘두른다.


잘못해서 잡히기라도 하면 터무니없는 악력에 신체 알루미늄 캔처럼 찌그러질 수 있었다.


강인한은 대검을 중단으로 들며, 다가오는 오크의 숫자를 세었다.


‘세 마리.’


준비운동으로는 딱 좋은 숫자였다.


‘먼저 위력 시험부터.’


최예리에게 받은 버프의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시험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대전사의 대검이 검광을 번뜩이며 움직이는 시체를 향해 휘둘러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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