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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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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3.11.30 14:23
최근연재일 :
2023.12.3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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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4,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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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8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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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0화

DUMMY

+

[히든 퀘스트 - 전사의 결투]

[오크 히어로와의 결투에서 승리하시오.]

[보상 : 다인슬레이프의 사용 권한]

[실패 시 : 사망]

+


히든 퀘스트의 내용은 간단했다.


오크 히어로와의 결투.


이는 다르게 보면 마검을 소유하기에 적법한지 알아보는 시험이었다.


‘마검의 사용 권한. 이것만 있으면 다인슬레이프를 문제없이 쓸 수 있어.’


봉인된 다인슬레이프는 본래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기에 이상할 정도로 튼튼한 무기에 불과했다.


이 봉인은 보스 몬스터를 쓰러뜨리면 자연히 풀리게 된다.


문제는 봉인이 풀린 뒤다.


본래의 힘을 되찾은 마검은 자격이 없으면 만지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만지는 순간 생채기가 생기고, 손잡이를 잡으면 손목이 날아가 버린다.


사실상 아무도 쓸 수 없는 애물단지다.


정규 루트에서 다인슬레이프는 옮기는 것조차 불가능해 그 자리에 방치되었다.


하지만 히든 퀘스트를 클리어해 자격을 얻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동행의 보조를 받고 싶습니다만, 괜찮겠습니까?”

“문제없다. 뛰어난 동료를 두는 것도 전사의 덕목이니까.”


오크 히어로의 허락을 받은 강인한은 최예리를 불러서 버프를 부탁했다.


[스킬 ‘인핸스 웨폰(5레벨)’이 적용됩니다.]

[5분 동안 무기의 위력이 100% 증가합니다.]


[스킬 ‘샤프 블레이드(5레벨)’가 적용됩니다.]

[5분 동안 무기의 절삭력이 100% 증가합니다.]


[스킬 ‘베어 파워(5레벨)’가 적용됩니다.]

[5분 동안 체력 능력치가 5 상승합니다.]


최대치까리 올린 보조 마법이 적용되자, 기감을 통해 기운의 변화가 확인되었다.


토큰을 소비해서 스킬을 습득했던 때와 달리, 일시적으로 크기를 부풀리는 느낌이었다.


준비를 끝낸 강인한은 철창을 열고 감방 안으로 들어갔다.


감방 내부는 생각보다 넓어서 대검을 휘둘러도 문제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방은 죄수의 마지막 결투를 위해 준비된 방이었다.


죄수와 도전자, 어느 쪽도 물러날 수 없도록 아슬아슬한 간격이었다.


사용하는 무기는 양쪽 모두 대검.


무기로 인한 간격 차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밖에 체격 등의 차이는 감방이라는 환경적 요인에 의해 상쇄되었다.


남은 건 순수하게 신체 능력과 기술의 숙련도뿐.


강인한과 오크 히어로가 동시에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강인한은 인지 가속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렸다.


10배 가속된 의식이 상대의 일거수일투족을 쫓았다.


보조 마법으로 강화된 신체 능력이 이를 뒷받침했다.


여기에 살생의 길이 상대의 약점을 알려주었다.


이쪽의 전력을 모르는 상대라면 순식간에 죽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강인한은 살생의 길을 따라 대검을 휘둘렀다.


대검과 대검이 교차하는 순간, 검신을 타고 미끄러지며 베어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충돌과 동시에 살생의 길이 끊어졌다.


10배 가속된 의식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볼 수 있었다.


충돌 순간, 오크 히어로가 대검의 손잡이를 위로 들면서 가드 부분으로 공격을 막아냈다.


뒤이어 이쪽의 공격을 옆으로 비켜내는 동시에 공격해 왔다.


그 일련의 움직임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강인한은 황급히 대검을 움직여 공격을 막아냈다.


공격은 막아냈으나 충격을 완전히 받아내지 못해 뒤로 밀려났다.


그 결과, 철장에 등이 닿았다.


오싹한 느낌이 등줄기를 타고 올랐다.


인지 가속이 없었다면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일격을 허용했으리라.


‘저쪽도 인지 가속을 쓸 수 있는 건가?’


그런 기색은 없었다.


그보다는 반사적으로 대응한 느낌이었다.


단지 그 대응이 직접 보고 움직인 것처럼 완벽에 가까웠을 뿐.


‘마치 이쪽이 어떻게 움직일지 알고 있는 것처럼 움직였어.’


공방이 이어질수록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이쪽의 공격을 모조리 틀어막고, 역으로 기다렸다는 듯이 반격해 압박한다.


그 과정에서 살생의 길이 몇 번이고 보였다가 지워지기를 반복했다.


체스나 바둑에서 수를 읽히고 있는 것 같은 감각.


‘나처럼 직접 보고 대응하는 게 아니야. 예측과 경험으로 역수를 잡고 있는 거다.’


신체 능력은 보조 마법을 받은 강인한 쪽이 뛰어났다.


족쇄로 인한 제약으로 마력이 바닥을 기면서 두통을 앓고 있을 거다.


반응 속도나 기술의 정밀성은 동격이었다.


단순히 기반 능력만 따지면 강인한 쪽이 우세했다.


그럼에도 수세로 몰리는 건 도리어 강인한 쪽이었다.


이 결과를 만들어낸 것은 한 가지 압도적인 차이가 나는 게 있어서였다.


바로 경험이다.


지금까지 넘어온 전장의 수라고 바꿔 말할 수 있었다.


자신보다 강한 상대와도 싸워봤을 거고, 지금보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싸워봤을 거다.


기감이 감지한 기운의 명암, 업보가 이를 증명하고 있었다.


“성정만큼이나 공격이 너무 올곧다.”


오크 히어로가 말했다.


“어디를 공격할지, 무엇을 생각하는지 뻔히 보여.”

“······.”


강인한은 말없이 이를 악물었다.


말하지 않아도 실시간으로 수법을 읽히는 걸 느끼고 있었다.


‘알고 있었지만, 정면에서 싸워서는 승산이 없어.’


대검 하나로 이기기에 무기를 단련해 온 연륜이 달랐다.


상대는 도검의 취급에 통달한 달인이었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


가지고 있는 수단을 재차 점검하며 승산을 계산한다.


이에 오크 히어로가 말했다.


“너는, 전사가 아니다.”

“······무슨 뜻이지?”

“말 그대로의 의미다. 신체가 받쳐주고, 기술도 그럭저럭 있다. 하지만 정작 그 정신은 전사와는 거리가 멀다.”


온갖 방편을 생각하고 이성으로 싸우는 것은 전사가 아니라 지휘관이나 마법사의 방식이다.


전사란 무릇 생사의 갈림길 속에서 자신이 쌓아 올린 무(武)와 본능을 믿고서 앞으로 전진 하는 이들이다.


“다른 수단을 떠올릴 여유가 있다면, 이미 있는 것을 전력으로 써라. 그렇지 않다면 이길 수 있는 싸움도 이기지 못한다.”


오크 히어로의 충고는 뼈아팠다.


확실히 강인한은 전사가 아니었다.


며칠 전만 해도 일상을 영위하던 사람이다.


그나마 활약할 수 있었던 건 미리보기를 통해 얻은 경험 덕분이었다.


‘아마 나는 백날 깨어나도 전사가 될 수 없겠지.’


뒤에서 싸움을 지켜보고 있는 최예리가 바로 그 증거였다.


죽이지 않아도 되는 목숨은 가능하면 죽이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설령 미래의 적이었다고 해도.


그건 상냥함일 수 있으나, 다르게 보면 안이함이나 우유부단함이었다.


‘그렇다면 더더욱 내가 정한 길을 마지막까지 관철할 수밖에 없어.’


능력치, 스킬, 보조, 키워드에 이르기까지.


이기는 데 필요한 패는 이미 모두 모였다.


그렇다면 남은 일은 이기는 상황을 어떻게 연출하느냐 뿐.


‘이미 있는 것을 전력으로 쓰라고? 그래, 어디 끝까지 가보자고.’


강인한은 뒤를 생각하지 않고 전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격마다 전력을 다했다.


무게 배분을 통한 후속 대처?


인지 가속을 통한 대응으로 해결했다.


이로 인한 부하는 압도적인 신체 능력으로 억눌렀다.


“그래, 그거다!”


오크 히어로는 강인한의 돌격에 기뻐하며 맞상대했다.


강인한의 전력을 다한 공격은 오크 히어로라도 마냥 무시할 수 없었다.


쉽게 흘려내기 어려운 데다, 잘못 막으면 그대로 치명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경험을 통한 예측으로 대응한다면, 대응이 못 따라잡을 정도로 밀어붙이면 그만이야!’


강인한은 치명상이 아니라면 공격을 받는 것조차 감수하고 역으로 파고들었다.


봉인된 마검은 칼날이 비단으로 감겨 있기에 둔기나 다름없었다.


상처는 타박상을 넘지 않았기에 빠른 회복을 믿고서 무시했다.


난타전으로 들어가자, 오크 히어로의 대응도 바빠졌다.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며, 칼이 부딪치는 살벌한 소음이 연신 울려 퍼졌다.


신체 능력을 앞세운 맹공과 경험을 통한 대응.


승부의 천칭은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대로 난타전이 지속되면 승부는 조금이라도 물고 늘어지는 쪽이 가져가게 된다.


그러나 강인한은 그런 불확실한 내기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래서 승부수를 던졌다.


아래에서 위로 사선으로 휘두르는 올려 베기.


“무르다!”


오크 히어로는 거기에 대응하여 검을 움직였다.


그리고 두 검이 충돌하기 직전.


‘대검 보관.’


강인한이 들고 있던 대검이 사라졌다.


충돌은 사라지고, 대검이 허공을 벤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듯이 강인한이 거리를 좁혔다.


‘뭣?!’


오크 히어로의 정신은 놀랐지만, 육체는 착실하게 대응을 이어갔다.


대검의 궤적이 바뀌며 강인한에게 향했다.


그러나 강인한이 대검에 닿는 일은 없었다.


‘방패 반출.’


느닷없이 나타난 방패가 대검의 공격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장검 반출.’


뒤이어 남은 손에 나타난 장검이 얼굴을 향해 휘둘러졌다.


오크 히어로는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빼는 것으로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기습인 탓인지 완벽히 피하지는 못했다.


오크 히어로의 얼굴에 장검이 스치면서 얇은 상처가 생겼다.


그러나 강인한의 공세는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인벤토리에 넣어둔 장비를 끊임없이 보관하고 반출한다.


방패, 장검, 대검, 도끼.


손에 들고 있는 장비가 끊임없이 바뀐다.


이것이야말로 강인한이 미리보기에서 사용했던 본래의 전투 방식.


다양한 무기를 다룰 수 있는 패시브 스킬을 최대한 활용한 전법.


확실히 대검 하나라면 강인한은 오크 히어로보다 못하다.


하지만 아무리 오크 히어로라고 해도 무기가 휙휙 바뀌는 적은 상대해 본 적 없을 터.


무리한 돌격은 이 전법을 사용하기 위한 미끼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것도 절대 오래 갈 수 없어. 상대가 익숙해지기 전에 결착을 내야 해.’


끊임없는 공세에 오크 히어로는 벽까지 몰렸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게 된 상황에서 강인한이 장검을 휘둘렀다.


오크 히어로는 대검으로 이에 대응했다.


검과 검이 충돌하기 직전.


‘장검 보관, 장검 반출.’


장검이 순간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


다시 나타난 장검은 대검을 지나쳐 오크 히어로의 목을 노렸다.


“큭!”


오크 히어로는 한쪽 팔을 희생하여 공격을 막아냈다.


굴강한 근육은 장검이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장검 보관.’


강인한은 장검을 집어넣었다.


오크 히어로의 시선이 강인한의 손을 쫓았다.


무슨 무기를 꺼낼지에 따라서 대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인한은 무기를 꺼내지 않았다.


‘뭣?!’


오크 히어로가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퍽!

강렬한 충격이 오크 히어로의 턱을 후려갈겼다.


뇌진탕으로 인해 신체의 움직임이 멈춘다.


지금까지 무기를 계속해서 바꾼 건 오로지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


정면 대결에 이은 계속되는 무기 교환.


상대는 어떤 무기가 나올지 의식할 수밖에 없다.


그 틈을 찌르는 맨손 공격.


기습에 가까운 강펀치는 오크 히어로를 무방비 상태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강인한은 장검을 꺼내 들었다.


선명하게 보이는 살생의 길을 따라 칼끝이 움직인다.


그대로 완전히 열려 있는 가슴을 향해 장검을 찔러 넣었다.


푹!

장검의 칼날이 가슴을 관통하며 날카로운 소음을 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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