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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뮨 님의 서재입니다.

42번 환생한 백작가의 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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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뮨
작품등록일 :
2019.05.30 11:36
최근연재일 :
2019.06.08 13:47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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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3,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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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3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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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7 차원 파괴자 제타(Zeta)

DUMMY

<< 제온 파르치 공작의 영지, 툴카탄. 알렌의 저택 >>


딸아이가 둘. 단 한 번도 알렌의 자식들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처음 보는 거였다. 한 명은 열여덟 남짓, 다른 한 명은 나와 비슷한 나이대로 보였다. 두 아이는 의식이 없는 알렌 앞에서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 아버지.. ”


둘째는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첫째는 뒤에 서서 담담한 얼굴로 알렌을 응시했다.


“ 어떻게 된 거라고 했지? ”


그러다 고개를 나에게로 돌린 그녀가 차갑게 내려앉은 어투로 물었다. 내가 어떻게 대답할까 고민하려던 찰나, 그녀가 옆에 걸려있는 알렌의 검을 움켜쥐었다.


“ 어떤 새끼가 이렇게 만들었는지 물었다. ”


내가 제대로 된 대답을 한다면, 당장 달려 나가 그 놈을 찾아 죽여 버리겠다는 각오가 담겨있는 눈빛이었다. 귀족의 여자치고는 아주 강인한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서있는 자세로 봐서 검술에 대한 기본기도 충실해보였다.


“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피를 흘리고 쓰러져있는 걸 보고.. ”


거짓말을 했다. 솔직히 말했다가는 죄 없는 또 하나의 목숨이 사라졌을 테니까.. 나의 말 한 마디로 알렌의 딸을 사지로 몰아넣을 순 없었다.


“ 전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


더 이상 지켜보고 있기 힘들었다. 누군가가 죽어가는 것을 보는 건, 제 아무리 오랜 세월 살았던 나라도 썩 좋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그 당사자가 내가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했던 사람이면 더더욱 그랬다. 그래도 죽을 만큼 슬프거나 분노가 치밀진 않았다. 그렇게 깊은 인연도 아니었고, 무의식 속에서 누군가와 ‘인연’을 만들지 말라는 외침이 나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으니까.. 내가 죽인 것도 아니었고, 나 때문에 죽은 사람도 아니었다.


죄책감도 책임감도..


없었다.


알렌의 저택에서 나오기가 무섭게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 시드님을 뵙습니다. ”


레나벨이었다. 절대신 리베리우스를 섬기는 신전의 기사이자 최초의 ‘빛의 여명’ 칭호를 하사받은 성기사. 이 안타라스 차원에서 유일하게 나의 정체에 대해서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가 이 먼 곳까지 날 찾아왔다는 건, 한 가지 이유밖에 없었다.


“ 요즘 좀 뜸하나 싶더니.. 온 거냐? ”

“ 예. ”

“ 북부대륙. 팔라만카스 협곡에 16급의 야수형(形) 제타. 드레드론 출몰했습니다. ”

“ 16급? ”

“ 예. ”

“ 그 정도는 너희들끼리 안 되겠냐? ”

“ 아무래도 좀.. ”

“ 하.. ”


제타(Zeta)


또 다른 말로 차원 파괴자라고 불린다. 수백 개의 차원을 침략하여 차원 자체를 파괴하는 막강한 힘을 가진 괴물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온지는 모르지만, 신이 내게 영생을 준 대가로 나에게 맡긴 임무였다.


제타로부터..


네가 태어난 세상의 차원을 지켜라.


현재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방법이 없었다. 내가 영생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의무 같은 거였으니까..


“ 가지. ”


어차피 이동은 신전의 워프로 이동 할 테니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였다.

.

.

.


<< 천민의 구역. 알파네스 >>


듀라튼 백작은 앞에 펼쳐진 상황에 마른 침을 꿀꺽 하고 삼켰다. 설마, 설마 했는데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레그멘타 뿐만이 아니었다. 그 주위에 거주하고 있는 모든 천민들의 집을 불태우고, 거기에 더하여 아직 미처 도망가지 못 한, 천민들 남녀노소 모두를 보이는 족족..


죽이고 있었다.


“ 정말 이래도 괜찮은 겁니까..? ”


듀라튼 백작의 종자가 걱정 어린 얼굴로 물었다.


“ 명분은 있으니까.. ”

“ 명분이요..? ”

“ 그래.. ”

“ 어떤..? ”

“ 귀족이 알파네스에서 흑마법사에 의해 죽임을 당할 뻔 했다. 그 흑마법사는 천민들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다. 라는 명분이.. ”

“ 그 귀족이라면..? ”

“ 나지.. ”

“ 그럼 듀라튼 백작님 때문에 이런 엄청난 일을 벌인단 말입니까..? 파라칸 백작님은..? ”

“ 아니지. ”

“ 예? ”

“ 그냥 저 놈은 이게 재밌는 거야.. ”

“ 아무리 그래도..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이런 학살을.. ”

“ 제스페르의 이름하에 불가능은 없다. ”

“ 하기야.. ”


모든 불가능한 일들을 가능케 만드는 단어였다.


제스페르


그 이름.

.

.

.


<< 북부대륙. 팔라만카스 협곡 >>


역시 신전의 워프는 편했다. 마법의 탑 다음으로 가장 많은 워프 포인트를 가지고 있는 집단이 바로 신을 섬기는 신전의 사람들이었다. 이렇게나 깊은 협곡까지 워프를 단 번에 쓸 수 있을 정도라면, 웬만한 대도시, 소도시뿐만 아니라 작은 마을까지 그게 어디든 단 번에 이동 할 수 있을 것이다.


- 키에에엑!!


꽤나 먼 거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야수형(形) 제타라서 그런지 거대한 괴성으로 자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알리고 있었다. 다행히 북부대륙 깊은 곳에 위치한 팔라만카스 협곡이었기에, 민간인 피해는 없어보였다. 애초에 몬스터들이 득실거리는 북부대륙에 살고 있는 ‘인간’은 레인저들을 제외하고는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 많이도 죽였구만.. ”


협곡 중앙에 있는 16급의 제타 드레드론의 주위로 수백 마리의 몬스터들 실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원래라면 인간을 위협 할 정도로 강한 몬스터들이었지만, 차원 자체를 파괴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제타에겐 그저 바퀴벌레 보다 못 한 존재였다.


“ 고작 16급이라도 제타는 제타로군.. ”


16급. 모든 제타는 등급에 따라 가지고 있는 힘 자체가 차원이 다르다. 가장 강한 제타. 1급의 사일러스 퀸을 시작으로 총 25등급까지 나뉘어져 있다.


“ 가볼까? ”

“ 맨손으로 가시게요? ”

“ 별 수 있나? ”

“ 마법이나 정령을 쓰시는 건.. ”

“ 마법은 마나의 추적 때문에 안 돼. 골치 아파지기 싫거든. 정령은.. 최근에 너무 많이 소환해버려서.. ”

“ 예? 정령을 소환하셨어요? ”

“ 어. 정령왕을.. ”

“ 정령왕을요..!? 대체 무슨 일이 있으셨기에.. ”“ 아.. 뭐 이것저것.. ”

“ 음.. 그러면 검이라도 빌려드릴까요? ”

“ 적당한 게 있으려나? ”


나의 물음에 레나벨이 품속에서 작은 단검 하나를 꺼냈다. 그 단검은 황금빛 검 집에 손잡이 부분에는 푸른 사파이어가 박혀 있었는데, 눈에 익은 단검이었다.


“ 바제랄드? ”

“ 아시네요? ”

“ 네가 그걸 어떻게? ”

“ 대신관님께서 빛의 여명 칭호를 하사 받은 기념으로 주셨습니다. ”

“ 아이언스미스 지하 창고 안에 있어야 할 단검이 아니던가? ”

“ 아이언스미스요? ”


※ 아이언스미스 - 드워프들의 성지


“ 그래. 드워프 장인, 파나쿱이 만든 단검이니까.. ”

“ 아.. 이게 드워프가 만든 단검이군요.. ”

“ 그래. 그러니 그 정도의 힘을 발휘 할 수 있는 거지. ”

“ 어쩐지.. ”

“ 어느 경로를 통해서 신전의 손으로 들어 간지는 모르지만, 내가 아는 파나쿱이라면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무기를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인간’에게 손수 넘겨줬을 것 같진 않은데 말이야.. ”

“ 흠.. 그러게요.. ”

“ 어쨌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


조금 더 지체했다간 진짜 북부대륙의 몬스터들의 씨가 말릴 기세였다.


“ 여기 있습니다. ”


레나벨이 건네는 바제랄드를 받아들자마자 바로 뽑아 들었다.


- 스릉


기분 좋은 소리와 함께 연두빛 검 날이 들어나자 일순간 따스한 바람이 주위로 휘몰아쳤다.


‘ 예상대로 윈드계열 마법이 담겨있군. ’


통칭 바람의 검으로 칭하는 검들 중에 손에 꼽히는 게 바로 이 바제랄드였다.


- 팡!!


곧바로 지면을 강하게 박찼다. 단 한 번의 발돋움으로 하늘 높이 뛰어오른 시드가 순식간에 드레드론과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 매 번 보지만 정말이지 엄청난 움직임이군.. ”


- 휘이잉!!


바제랄드 때문이었을까? 달리는 내내 엄청난 바람이 마치 방패막이라도 된 듯, 주위를 빠르게 감아 돌았다.


- 키에에엑!!


나의 접근을 눈치 챈 드레드론이 일순간 고개를 돌렸다. 몸집은 거대 코끼리에 약 두 배 정도.. 생김새는 딱 호랑이를 빼다 박았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입에서 온갖 치명적인 것들을 뿜어낸다는 것.


- 화르르륵!!


먼저 뿜어낸 건, 불이었다. 곧바로 바제랄드를 위에서 아래로 내리그었다.


- 훙!!


그러자 휘두른 방향 대로 강한 바람이 휘몰아쳐 불을 둘로 나누었다.


- 쩍!!


떨어지는 힘을 이용하여 그대로 드레드론의 정수리에 단검을 꽂아 넣었다.


‘ 약하다. ’


확실히 육체도 짧고 단검도 짧아 제대로 된 데미지를 주지 못 했다.


- 키에엑!!


드레드론이 절규에 가까운 고함을 내지르며 머리를 뒤흔들자, 정수리에 박힌 바제랄드가 뽑히며 협곡의 벽으로 쳐박혔다.


- 쿵!!


“ 크으.. 아프구만.. ”


확실히 육체 단련이 부족했던 탓에 작은 충격에도 큰 고통이 몰려왔다. 이 육체로는 차라리 이렇게 거대한 야수형(形) 제타보다는 한 자리 수 등급의 인간형(形) 제타들이 상대하기가 더 편할 것 같았다.


- 치익!!


또 다시 입을 쩍- 하고 벌린 드레드론이 이번엔 수십 줄의 끈끈한 줄을 내뱉었다.


- 탁!!


곧바로 반응하여 벽을 박차 몸을 날렸지만, 끝부분이 발목에 걸렸다. 그 줄은 한 번 발목을 묶기 시작하자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더 강하게 옥죄었다.


- 키에엑!


또 한 번 드레드론의 입에서 산이 가득한 맹독이 뿜어져 나왔다. 발목이 묶인 상태라 금방이라도 맹독에 치명상을 입을 것 같았다. 그 순간 또 한 번 바람이 휘몰아쳤다. 이번엔 바제랄드가 발생시킨 바람이 아니었다.


- 휘리릭!!


시드가 움직이면서 생긴 바람이었다. 움직이는 속도가 얼마나 빨랐는지 마치 매서운 돌풍과 같았다. 몸을 강하게 회전시키자 발목을 묶고 있던 줄도 뜯겨져 나갔고, 맹독도 아슬아슬한 차이로 피해냈다.


“ 고.작 16급 주제. ”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로 마음먹었다. 일순간 거리를 좁혀 드레드론의 머리통을 바제랄드를 이용해 미친 듯이 난자했다. 제 아무리 짧은 단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휘두르는 속도가 가히 엄청났기에 드레드론의 머리통이 형체조차 없이 조각조각 나누어지기 시작했다.


“ 쓸데없는 기우였군.. ”


처음 이상한 줄에 움직임을 봉쇄당했을 때, 잠시지만 지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정말이지 쓸데없는 기우였다.


시드


그 자의 강함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 고생하셨습니다. ”


짧은 목례로 예를 갖춘 레나벨이 말했다.


“ 오랜만에 몸을 풀었더니 뻐근하군. ”


해야 할 일을 끝냈으니, 이젠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였다.


.

.

.


<< 천민의 구역. 알파네스 >>


두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믿겨지지 않았다. 레그멘타 뿐만 아니었다. 내가 살고 있던 알파네스의 6구역 전체가 폐허가 되었다. 곧바로 집으로 내달렸다.


“ 후우.. ”


다행히 가족들은 무사히 피한 것 같았다. 집은 불에 타 잿더미가 되었지만 시체는 없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이번엔 알렌이 있는 툴카탄을 향해 몸을 날렸다.


‘ 잠깐 자리를 비운 그 사이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였단 말인가.. ’


아무래도 뒤를 봐주고 있는 놈은 생각한 것보다 더 위에 있는 놈이란 생각이 들었다. 처음 레그멘타를 습격했던 귀족은 가슴에 새겨져 있던 문장을 떠올렸을 때, 바라테스 가(家)의 놈이 분명했다. 바라테스 가문의 힘으론 절대 이런 무지막지한 짓을 벌이진 못 할 거였다.

잡념에 빠져 달리자 10분도 안 돼서 툴카탄까지 도달 할 수 있었다. 곧바로 알렌의 저택으로 들어섰다.


‘ 살기. ’


확실하진 않지만 느껴졌다. 미세한 살기가 주위를 휘감아 돌고 있었다. 사실상 그들에게 가장 걸림돌은 직접적으로 사건을 목격한 알렌이었다. 레그멘타와 알파네스는 전초전에 불과한 일. 귀족이 천민들을 학살하는 것보다 더 큰일은 귀족이 귀족의 목숨을 취하려는 거였다.


‘ 움직이는 기운은 기사들이 아니다. ’


내가 내린 결론. 제 아무리 귀족, 심지어 그 귀족이 대공작일지라도 다른 공작의 영지에서 살고 있는 귀족을 당당하게 죽이진 못 할 거였다.


암살자들이 알렌에게 도달하기 전에, 내가 먼저 가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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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 죽지않는 대마법사 +2 19.06.02 2,377 47 13쪽
10 #10 공작가의 자제들 +4 19.06.01 2,643 120 11쪽
9 #9 미르시스 가문 +1 19.05.31 2,978 60 14쪽
8 #8 국왕의 교지 +1 19.05.30 3,232 53 16쪽
» #7 차원 파괴자 제타(Zeta) +3 19.05.30 3,421 50 13쪽
6 #6 언데드로 살았을 때의 녀석들 +2 19.05.30 3,504 47 14쪽
5 #5 제스페르 가(家) +1 19.05.30 3,717 51 13쪽
4 #4 고블린으로 살았을 때 썼던 그것 +3 19.05.30 4,029 55 11쪽
3 #3 정체를 들키다? +6 19.05.30 4,380 56 11쪽
2 #2 전투 기초 수업 +4 19.05.30 4,845 60 13쪽
1 #1 또 태어나다 +12 19.05.30 6,300 7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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