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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뮨 님의 서재입니다.

42번 환생한 백작가의 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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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뮨
작품등록일 :
2019.05.30 11:36
최근연재일 :
2019.06.08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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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3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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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 전투 기초 수업

DUMMY

오랜만에 야외수업이었다. ‘전투의 기초’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알렌 선생이 특유의 인자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아이들을 반겼다.


“ 모두들 어서 오너라. ”


몇 시간을 골방과 같은 교실 내에서 따분하게 있다가, 밖으로 나오니 조금은 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기분은 나만 느끼는 게 아니었는지, 모든 아이들이 잔뜩 들떠 있었다.

사실 여기 있는 모든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수업이 바로 이 ‘전투의 기초’였다. 천민으로써 가장 성공하는 길. 평범한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해주는 그 길로 인도해줄 수 있는 수업은 사실상 수십 가지의 수업 중에 이 수업이 유일할지도 몰랐다.

정신적인 수양을 키우기보단 자신의 신체적인 능력을 키우는 것.

남들보다 강해지는 것.

천민으로써 아무리 똑똑해져봐야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을지 몰라도, 힘을 키운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병사가 될 수도 있고, 용병 생활도 할 수 있다. 천민의 직책상 작위를 부여받아 멋진 은빛 갑옷을 입은 기사가 될 순 없지만, 그 기사의 종자로써 살아갈 수도 있다.

거지같은 이 곳, 알파네스(천민의 구역을 통칭하는 말)를 벗어날 수 있단 얘기였다.

그래서였을까? 교실 내에서 진행 되었던 수업에선 그 어떤 아이도 집중하는 아이가 없었지만, 이 수업에서 만큼은 모든 아이들의 눈빛이 뒤바뀌었다.


“ 자 그럼 수업을 시작할까? ”


알렌의 입을 열기가 무섭게 들떠 있던 분위기도 차갑게 가라앉았다. 모두가 진심으로 이 수업에 임하려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어린 아이들이 어째서 이렇게나 진지하게 수업에 임하는 지는 그들의 사정을 안다면 단 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가족의 생명 줄을 붙잡고 있는 아이들. 정확히 말하자면 일가친척들 모두의 인생을 책임지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천민들의 학교인 ‘레그멘타’는 선택받은 아이들에게만 교육을 제공한다. 천민에 속하는 모든 아이들을 다 가르치려면 이카루스 제국의 모든 귀족이 다 선생을 해도 모자랐다. 그랬기 때문에 왕법에 따라서, 천민들의 가문 중에 특출 난 재능을 가진, 한 명의 아이만 선택되어 레그멘타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비록 천민이라서 가문의 이름은 따로 수여받지 않았지만, 가문 내의 사람들 모두가 가족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아주 가깝게 지내고 있었기 때문에, 이 아이들 모두가 수십 명의 사람들의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고 이 수업에 임해야 했다.

물론 우리 가문의 83명 중 대표로 뽑힌 건..


바로 나였다.


“ 자 모두들 목검을 들 거라. ”


알렌은 준남작이라는 작위에 맞지 않게 꽤나 좋은 실력을 갖추고 있었는데, 알기로는 17년 전, 이노키아 왕국 간의 전쟁에서 병사장으로 큰 공을 세워 기사의 작위를 수여 받았다고 했다.

물론 그 작위는 ‘전 인생’의 내가 직접 내렸겠지만, 내가 왕으로 집권하고 있을 때 작위를 수여한 귀족들만 수백 명에 달했기에..


까먹었다.


- 흐랴압!!


“ 조금 더 강하게!! ”


- 흐랴아압!!


“ 너무 힘이 들어갔어!! 강하지만 부드럽게 움직이란 말이다!! ”


평상시에 알렌은 아주 인자하고 부드러운 사람이었지만, 수업이 시작되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훈련에 돌입하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훈련을 직접 하는 학생들보다 더 많은 땀을 흘리면서 열정을 다해 아이들을 가르쳤다.

수업이라고 해봐야 아직까진 목검을 쥐는 법과 휘두르는 방법 따위가 전부였지만, 모든 아이들이 진지하게 임했기에 열기가 아주 뜨거웠다.


- 휙!!


물론 나는 대충 대충 아이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목검을 휘둘렀다. 제대로 된 검을 쥔지도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본능적으로 기억하는 것들이 있었기에, 최대한 알렌의 시선을 피하면서 검을 휘둘러야만 했다.

괜히 튀어선 안 됐으니까.. 그냥 딱 중간. 평균. 그렇게 보이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


“ 후우.. 너무 힘들어.. ”


내 옆에서 목검을 힘겹게 휘두르고 있던 파투가 나에게 말했다. 이 아이는 언제부터인지 계속해서 나를 따라다니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왜 자꾸 나를 따라다니나 의아했지만, 그 이유를 알아차리는 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바로 이 아이와 나와의 공통점 때문이었다.

이 아이도, 나도, 친구가 없었다.


외톨이는 외톨이를 알아본다 했던가..


“ 넌 괜찮아? 시드? ”


내가 단 한 번도 먼저 말을 걸지 않고, 심지어 대답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아이는 날 아주 친한 친구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인연을 만들지 않는다는 게 나의 철칙 중에서도 제 1 순위였기에, 역시나 이번에도 그의 말을 가볍게 무시해버렸다.


“ 잠시 다녀 올 테니 쉬고 있어라. ”


알렌이 훈련장을 떠나고, 30분 정도의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 막콥의 시간이로구나. ”


막콥의 시간. 전투의 기초 수업에서 쉬는 시간이 주어질 때, 생기는 시간이다.


- 막콥!!

- 막콥!!!


막콥이 일어서서 목검을 움켜쥐자, 그의 똘마니들이 막콥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 또 시작이군.. ’


한심하기 짝이 없는 짓거리였다. 아무리 자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어린 애들이라지만, 저 놈들은 유독 심했다.


“ 오늘은 어떤 놈으로 골라볼까? ”


막콥이 쉬고 있는 아이들을 쭉- 둘러보자, 모든 아이들이 그의 눈을 피하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심지어 내 옆에 앉아있는 파투는 두 손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대다수의 아이들이 같은 감정일 것이다.


공포


막콥은 14살밖에 되지 않은 그저 ‘어린아이’였지만, 이 집단 내에선 그 어떠한 ‘폭군’보다 무서운 존재였다.


“ 네 녀석이 좋겠군. ”


한 바퀴 쭉- 둘러보던 막콥이 내 앞에 서서 입을 열었다. 고개를 들어 올려 그를 바라보았다.


“ 예..? ”


그가 선택한 사람은 내가 아닌, 내 옆에 앉아 있던 파투였다. 파투는 얼마나 긴장이 됐는지, 같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존댓말로 대답을 해버렸다.


“ 네 놈 말이다. 어서 목검을 쥐고 일어나!! ”


파투가 온 몸을 떨며 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무언의 눈빛. 어떤 것을 말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지만..


인연을 만들지 않는다.


그의 시선을 무시한 채, 고개를 돌렸다.


“ 자 경기장을 만들어라!! ”


막콥이 신형을 돌려 소리치자, 모든 아이들이 훈련장 쭈욱- 둘러서서 원형 경기장을 만들었다. 파투는 상기된 얼굴로 일어나 목검을 쥐었다. 얼마나 손을 떨고 있는지, 목검 끝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어렵게 걸음을 뗀 파투가 두어 걸음 내딛더니 또 한 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 후.. 정말이지 짜증나는 군. ’


직접 나서진 않는다. 나설 이유가 없었다. 작은 것부터 조심해야했다. 별일 없겠지 생각하고 한 행동들이 나비효과가 되어 어떻게 돌아왔는지는 수십 번의 인생 속에서 몇 번이고 겪었던 것.

그래도 한마디 말은 해줄 순 있었다.


“ 발을 봐라. ”

“ 응..? ”

“ 그 놈의 발만 보라고. ”


내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이었다. 막콥은 여타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큰 덩치를 가지고 있는 만큼, 움직임이 둔하다. 검술을 온 몸으로 행하고 있지 않는 단계. 오직 팔 힘으로만 밀어 붙이고 있기에, 그의 발만 잘 본다면 쉽게 힘을 주는 방향과 검의 경로를 예측 할 수 있을 것이다.


- 빡!!!!!


조금의 기대는 했지만, 역시는 역시였다. 파투는 아직 12살. 게다가 천부적인 재능은 아니어도 전투의 감각 자체가 없었다. 그런 파투가 발만 보고 상대방의 움직임을 예측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허벅지에 목검을 허용한 파투가 고통 속에 그대로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 끝이다. ’


완전한 무방비. 심지어 자신이 쥐고 있는 검 또 한, 놓쳐버렸다. 다음 벌어질 일은 안 봐도 뻔했다.


- 빡!!

- 퍽!!!!


무차별 적인 폭행. 피를 흘리면 알렌에게 걸릴 가능성이 있었기에, 상처가 나지 않는 부위만 골라서 때리기 시작했다.


- 퍽!


마지막으로 명치가 차여 날아간 파투가 내 앞으로 고꾸라졌다.


“ 제발.. ”


고통 속에 얼굴이 일그러진 파투가 나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 너라면 이길 수 있잖아. ”

“ 못 이겨. ”

“ 다 봤어.. ”

“ 뭐? ”

“ 다 봤다고!! 매일 밤마다 그늘숲에서 네가 하는 걸!! 너라면 저 녀석을 이길 수 있잖아!! ”


그늘숲. 내가 매일 밤마다 굳어진 몸을 풀기 위해 가는 곳이었다. 그 곳에서 나를 봤다면, 내가 검을 운용하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 조금 더 신중했어야 했나.. ’


원체 늦은 밤에 인적이 드문 곳이라, 방심했다.


“ 잘못 봤나보지. ”

“ 뭐!? 그게 무슨.. ”


파투가 말을 채 잇기 전에, 막콥이 끼어들었다.


“ 저딴 녀석이 날 이길 수 있다고? ”


끝까지 아니라고 잡아 땔 생각이었는데, 다른 쪽에서 반응을 해버렸다.


‘ 하.. ’


꼬였다. 꼬여도 제대로..


“ 일어나 이 새끼야. ”


혹시나 알렌이 오지 않을까, 본교 쪽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헛수고였다. 어쩔 수 없었다. 더 이상은 피할 곳이 없다. 몸을 일으켜 막콥을 마주했다.


“ 목검 들어. ”


내가 목검을 들지 않은 채로, 일어서자 막콥이 말했다.


“ 다친다. 아가야. ”

“ 뭐어!? ”


막콥의 얼굴이 굳어졌다. 하기야 당연한 반응이었다. 난 워낙에 조용히 학교생활을 해서 내가 같은 학교를 다니는 지도 모르고 지냈을 터였다. 그와 반면에 저 아인 이 구역의 ‘폭군’ 이었다. 모든 아이들을 자신의 밑에 두고 자신이 ‘최강자’라는 걸 만끽하며 살아가는 놈이었다. 그런 그에게 ‘아가야’라고 했으니, 모든 아이들이 날 저 새끼가 미쳤나?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 너 미쳤냐? ”

“ 검을 쥘 땐, 가볍게 쥐는 것이다. 가볍게 쥔 상태로 휘두르고, 적에게 닿을 때, 힘을 주는 거지. ”

“ 갑자기 뭔 소리야? ”

“ 팔이 움직이기 전에, 너의 발이 먼저 움직여져야 해. 그 보다 더 먼저 행해야 할 것은, 너의 눈빛을 숨기는 것. 검을 상대에게 어디로 공격할지 이미 너의 눈빛으로 보여주면 어쩌겠다는 거냐? ”

“ 이 새끼가 보자보자 하니까!!! ”


내가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막콥이 지면을 강하게 박차 거리를 좁혔다.


“ 느려. 조금 더 강하게 박찼어야지. ”


- 휙!!


나의 몸에 닿을 리 만무했다. 고작 열네 살짜리 어린아이. 게다가 제대로 된 검술을 배우지 못 한 놈이었다. 간단히 몸을 비틀어 그의 공격을 피해내고는 달려드는 속도를 역이용하여 다리를 걸었다.


- 툭!!

- 쿵!!!


순식간에 벌어진 일. 나와 막콥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모든 아이들이 경악했다. 막콥의 시간 때, 그 누구에게도 쓰러져본 적이 없던 게 막콥이었다. 처음으로 그가 무너지는 모습을 볼 것이다.


“ 으아아아!! ”


또 다시 흥분한 막콥이 몸을 일으켜 달려들었다. 미친 듯이 목검을 휘둘렀지만, 단 한 번도 나의 옷깃을 스치지 못 했다.


- 퍽!!


파투에게 했던 그대로, 명치를 그대로 걷어찼다. 끝 부분에는 힘을 조금 주었기에, 다시 일어서지 못 할 것이다.


“ 끄으으.. ”


명치를 움켜쥔 막콥이 고통 속에 신음을 내뱉었다. 다른 아이들은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어안이 벙벙한 채로 나와 막콥을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 뭣들 해!! 새끼들아!!!! ”


막콥이 쓰러진 상태로 똘마니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제야 사태를 파악한 똘마니들이 하나 둘 목검을 집어 들어 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 다친다. 아가들아. 얌전히 있어. ”


눈앞에서 자신들이 따르던 대장이 무너졌음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여기서 자신들마저 물러선다면 막콥도 자신들도 다른 아이들에게 어떤 취급을 받게 될지 알고 있는 것이다. 여태까지 아이들에게 쌓아두었던 공포감이 단 번에 사라질 터, 막콥이 나에게 졌어도 숫자로 밀어붙이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건 큰 오산이다.


고블린 수천 마리가 모인다 하더라도 드래곤 한 마리를 잡을 순 없는 법이었으니까..


“ 이야아아아!! ”


똘마니 중에 부대장인 놈이 고함을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다른 똘마니들도 뒤를 따랐다. 총 아홉. 내 눈에 보이는 빈틈은..


너무나도 많다.


그렇게 모든 공격을 피하려고 한 발 내딛으려는 그 순간, 내 시야에 이 쪽을 바라보고 있는 알렌이 들어왔다.


‘ 보고 있었군. ’


언제부터였을까.. 학생들이 싸우고 있음에도, 제지하지 않고 보고 있다는 건.. 그 전에 나의 움직임을 봤다는 거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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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언데드로 살았을 때의 녀석들 +2 19.05.30 3,505 47 14쪽
5 #5 제스페르 가(家) +1 19.05.30 3,717 5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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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정체를 들키다? +6 19.05.30 4,380 5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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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또 태어나다 +12 19.05.30 6,301 7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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